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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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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30, 2013 21:39에 작성됨.





"일단 묻겠는데요. 밖에 저건 뭔가요?"
­
"보셨다시피 수족관인데요."

술잔을 기울이는 캄캄한 밤이 무르익어가는 시간에 찾아온 아키즈키 씨의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한다.

다만 아키즈키 씨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건 알고 있지만요. 저만한 물건을 하루아침에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해 가져온거에요?"

"알고 지내던 해산물 가게 아저씨한테 빌렸습니다."

이번에도 깔끔한 내 대답은 들은 아키즈키씨는 더는 딴지거는걸 포기한건지 작게 한숨쉬곤 내 앞으로 와 자리에 앉았다.

"정말 점주 씨는 그 끝을 모를 사람이네요."

"그런가요?"

그렇다구요. 라며 다시 한숨쉰 아키즈키 씨의 반응을 모를것도 아니기에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포장마차 밖에 설치된 커다란 횟집 수족관.

그 안에는 온갖 활어들을 포함한 해산물들이 싱싱함을 자랑하며 헤엄치고 있다.

발단은 그저 우연에 불과했다.

자주 가던 새벽시장의 해산물 가게 아저씨에게서 물건을 사면서 대화를 하던 중 툭 던지듯 한 말.

'이번에 가게구조를 정리하는데 수족관 하나가 남는단 말이지. 아직 쌩쌩한 물건이라 버리긴 아까운데 말야.'

처음엔 별 생각없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려는데 문득 내 가게에 생각이 미쳤다.

흥미가 생겨 자세히 물어보자 당장 어디에 둘 곳도 없는 애물딴지에 불과하단다.

그래서 한번 찔러보았다.

어차피 딱히 쓸데가 없다면 빌려도 됩니까 하고.

이제 겨울이 지나고 조금있으면 봄이 만연해진다.

그 이후엔 여름이 다가올텐데 그 시기가 되면 마땅한 보존기구가 없다면 해산물의 취급이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물론 그날 구입한 해산물을 냉장, 냉동보관해 놓는다면 크게 문제될건 없지만 역시 해산물, 특히나 날로 먹을땐 그 신선도가 생명이다.

아무렴 내놓기 직전까지 살아있던 해산물이 날씨탓에 상할리도 없는거고 여러모로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에 말해보자 가게 아저씨는 대 찬성을 표했다.

아저씨 왈, 어차피 중고로 팔아넘기려 했는데 너한테 주면 나도 너희 가게에 갔을 때 맛있는 음식먹으니 좋고 또 수족관이 있으면 그만큼 내 가게에서 물건도 많이 사갈테니 일석이조다 라나 뭐라나.

하지만 수족관의 가격도 가격이니 완전 나에게 넘기는건 아저씨 입장으로서도, 언젠가 포장마차를 접게되면 처리하기 난감해질 내 입장으로서도 피차 곤란하니 무기한 대여로 합의를 보고 이렇게 포장마차로 옮겨 사용하게 되었다는 말씀.

"고로 저 수족관을 철거하기 전까지는 해산물들이 기본 고정메뉴입니다."

"헤에."

뭐, 본래 일일 신메뉴를 지향하던건 그대로지만.

아키즈키씨가 가게 한켠에 걸린 메뉴판에 적힌 메뉴를 보며 감탄한다.

"그런데 꽤나 성의 없네요. '밖에서 보고 골라오세요'라니."

"새삼 이 포장마차 메뉴판에 메뉴가 써있는것도 이상하잖습니까?"

내 말에 아키즈키 씨는 웃으며 긍정한다.

처음 개점했을 때 부터 쭉 이 포장마차 메뉴판에는 '1인 천 엔' 말곤 고정 메뉴가 정해져 있던 적은 없다.

매번 바뀌는 메뉴를 손님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그날마다 써놓긴 하지만 그것도 그 다음날이면 지워지고 말이지.

이번에 수족관을 들이면서도 아키즈키 씨가 말한 '밖에서 골라오세요'가 추가 되었을 뿐, 실제로 해산물이 고정이라지만 그 내용물은 매번 바뀔 예정이다.

요컨데 오늘은 활어회 위주라면 그 다음날은 꽃게나 연체동물 이러던가 말이지.

"그나저나 살아있는 해물을 수족관에 넣어둔건 처음봤어요."

"그런가요? 하긴 흔한 광경은 아니지요."

기본적으로 활어가 싱싱함에선 앞서지만 그 맛까지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살집이 작은 생선의 경우 2시간 가량, 광어와 같은 경우에는 12시간에 걸쳐 숙성을 해야 맛이 난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으니까.

물론 활어도 그에 준하는 맛이 있으니 결국 취향에 따라 나뉘기 마련이다.

따라서 손님이 숙성회를 원한다면 냉장 보관된 회를 꺼내주고 활어를 원한다면 밖에서 골라온 활어를 그대로 회를 떠준다.

손님들 입장에선 만족인 모양이다. 아키즈키 씨처럼 수족관에 해물을 담아놓은 광경을 처음 보는사람도 적지 않으니 이벤트 성으로도 괜찮고, 회는 그렇다쳐도 다른 해물은 역시나 신선한게 더 나으니까.

"그나저나 혼자 오셨나요?"

"아뇨. 조금 있으면 코토리 씨도 곧 올거에요."

"아카바네 씨는 따로인 모양입니다?"

"피곤하시다고 먼저 들어가셨어요. 사실 저도 코토리 씨한테 끌려온거지만요."

일이 끝나고 술마시러 가자고 떼쓰는 오토나시 씨에게 못이겨 승낙한 아키즈키 씨의 모습이 상상돼 웃고 있으려니,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고 오토나시 씨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점주 씨."

"네, 어서오세요."

"그런데 밖에 저건 뭔가요? 뜬금없이 수족관이 있어서 이상하다 싶어 가까이 가보니까 물고기들이랑 오징어 같은 것들이 잔뜩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오토나시 씨도 처음 본 모양이다.

아키즈키 씨에게 했던 설명을 그대로 다시 하자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은 해산물로 할까요?"

"그렇다한들 직접 골라와야 하는거죠?"

난감한 표정을 짓는 아키즈키 씨.

아무래도 뭐가 뭔지 잘모르니 고르기 애매한 모양이다.

"그럼 제가 추천하는걸로 어떠신지."

"아, 그래주시겠어요?"

안심 했다는듯 안도하는 아키즈키 씨의 얼굴을 보다 문득 나도 모르게 짖궃은 마음이 들어버린다.

"모처럼이니까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라며 저 둘에겐 보이지 않게 미소짓곤 밖으로 나간다.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네.

잠시후 있을 둘의 모습을 속으로 이미지 해보며 해물들은 건져, 역시나 이번에도 저 둘에게 보이지 않게 안으로 가져온다.

어디보자, 처음엔 무난하게 광어회로 갈까.

아직 살아있는 광어를 기절시키고 최대한 신속하게 회를 떠가기 시작한다.

목 부분을 베어내어 피를 밖으로 흘리고 앞 뒤 비늘을 벗긴다.

내장을 꺼내 한 번 깨끗이 씻어 낸 후 꼬리 부분에 칼집을 내어 붙잡고 지느러미 옆 부분을 찔러 머리까지 편을 가른다.

그리곤 껍질을 벗겨내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꼬리부터 회를 썰어낸다.

마지막으로 보기좋게 접시에 담아내면 완성.

"자, 먼저 광어회입니다."

"……."

"왜 그러십니까들?"

내놓은 회는 거들떠도 안보고 나를 멍하니 보고 있는 둘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말도 안되는 능숙함이네요."

"생선회를 뜨는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게 될줄은 몰랐어요."

라며 진저리친 둘은 회 한점 씩을 젓가락으로 집는다.

"이 또한 말도 안되는 맛이에요."

"아무 양념도 없는 생선회가 이렇게 맛있을줄이야."

긍정적인 말을 하면서도 어째 상당히 표정이 심각해 보인다만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이다.

무언가 난제를 마주한것처럼 심오한 얼굴로 회를 음미하던 오토나시 씨가 갑자기 젓가락을 탁, 소리가 나도록 탁자에 놓는다.

"이건 역시 술이 있어야 겠네요!"

"그럴줄알고 여기요. 자."

"역시 점주 씨!"

이쯤 술달란 소리를 할 것 같길래 미리 꺼내 두었던걸 오토나시 씨 앞에 두자 눈에 띄게 기뻐한다.

시원한 회 한점에 맑은 술 한잔.

하루의 피로를 잊기엔 그만한 것이 없겠지.

과연 평소엔 건강을 위해 지나친 음주를 지양하는 아키즈키 씨 마저 텐션이 오른 오토나시 씨를 말리긴 커녕 먼저 잔을 비우고 다시 술을 받아 홀짝거린다.

"저도 이런 날이 한번쯤은 있어요."

"피로가 쌓였나봅니다?"

"바쁘니까요. 행복한 투정이지만."

하며 아키즈키 씨는 붉그레한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평소 다소 딱딱한 아키즈키 씨에게서 보기 힘든 그 풀어진 모습에 괜시리 헛기침이 나와 한번 흘리곤 회가 담겨 있던 접시를 힐긋 쳐다본다.

빠르게 비워지는 술병과 함께 비워진 접시가 눈에 들어온다.

"이걸론 부족하실테고 다음 안주를 드릴까요."

"네에~!"

"자중하세요 코토리 씨."

활기차게 팔을 번쩍 들며 예의 술에 취한 능글맞은 태도로 돌입한 오토나시 씨를 아키즈키 씨가 제재한다.

아무리 풀어져도 아키즈키 씨는 아키즈키 씨구나 하는 시덥잖은 감상을 하며 다음 안주거리를 다듬는다.

애초에 안주라는게 그렇지만 특히나 회는 배를 채우려고 먹는 음식이 아니다.

초밥으로 만든다면 모를까 회가지고만 공복을 달래기엔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다.

하기야 내 포장마차는 천 엔이면 죄 공짜니까 하려면 못할것 없다만 생각외로 손님들이 날 신경써주신건지 비싼 회같은 경우엔 적정선 이상은 넘지 않으신다.

고맙지만 솔직히 난 별로 신경안쓰는데 말이지.

애초에 돈벌려고 하는 장사가 아니다보니 내가 먹고 살만큼만 벌면 문제 없다.

나도 그것만큼은 신경쓰면서 영업하고 있으니까 그냥 내가 알아서 눈치가 더 원하는것 같다 싶으면 준비해서 가져다준다.

음, 잠시 이야기가 샜군.

하여간 그런 회만 가지고 안주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다른 것들을 바라는 손님들도 많다.

특히나 난 기왕이면 손님들한테도 뭔가 색다른걸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다른 것들도 많이 준비해두었으니.

그리고 지금 이것이 그 중 하나다.

"멍게네요?"

"이건 해삼이고요."

그리 익숙하진 않지만 그나마 해산물 범주안에선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두 종류의 해물을 보며 제각각 이름을 말한 둘.

그러다 다른 한가지의 이상한 물체에선 그 눈을 쉽사리 거두지 못한다.

잘게 썰린 불그스레한 유백색의, 마치 무언가의 껍데기와 같은 형체.

"이건 대체…?"

"개불이에요."

이름을 듣고도 둘은 개불이라는 이름의 무언가에 대한 생소함에 고개를 갸웃한다.

이번엔 아까 내가 회를 뜰때와 달리 아직 남아있던 접시 위의 회와 술잔을 비우던 탓에 다듬는걸 보지 못했기에 원형을 보지 못했겠지.

그러니까 하나 남은걸 들어 보여준다.

잠깐 눈을 깜빡이며 내가 손에 든 개불을 보던 둘.

이내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나자빠질듯 물러난다.

"뭐, 뭐에요 그게?!"

"생긴게 꼭……."

"꼭 뭐요?"

"아, 아니에요!"

되묻자 안그래도 술기운에 발그레한 얼굴을 더 붉히는 오토나시 씨.

대충 뭘 떠올렸는지 알것 같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더욱 빨개지는 오토나시 씨를 보며 즐거워 하는데 아키즈키 씨가 안경을 추키곤 얼굴을 가까이 하는것에 조금 놀란다.

"생각외로 금방 적응하시네요."

"이상하게 생기긴 했지만 신기하기도 하네요."

라며 마치 관찰하듯 훑어보는 아키즈키 씨.

그리곤 접시 위에 썰려선 올려진 개불을 쳐다본다.

"이걸 먹는건가요."

"생각외로 맛있습니다. 뭐, 몰랐으면 모를까 이렇게 생긴걸 봤으니 힘드시다면 억지로 드실 필욘 없지만요."

"애초에 굳이 보여줄것 까진 없었잖아요."

"먹고나서 알려주는것 보단 낫잖습니까?"

"그건 또 그렇네요."

"사실 이걸보고 어떤 반응일까 궁금한게 더 컸지만요."

"악취미에요."

라며 눈을 흘기는 아키즈키 씨에게 하하 웃는다.

그러던사이 충격에서 회복된 오토나시 씨도 다시 자리에 돌아와 뚫어져라 접시 위를 노려본다.

둘의 그 철천지 원수를 보는것과 같은 눈빛에 한마디 거든다.

"그래도 역시 먹어보는걸 추천해요. 못먹을건 아니고 생긴것과 맛은 별개니까요."

"점주 씨가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오토나시 씨는 중얼거리더니 마침내 젓가락을 집어올린다.

질세라 같이 들어올린 아키즈키 씨와 함께 둘은 한 점씩 개불을 집어올린다.

평소라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만 이 역시 술기운 탓일까.

용감하게 둘은 들어올린 개불을 입 안으로 넣는다.

천천히 입을 오물거리고.

둘의 표정이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함으로 바뀐다.

"뭐죠 이 쫄깃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은."

"어쩐지 고기같으면서도 야채같은……."

하더니 둘은 '기이한….'이라며 언젠가 들었던 시죠우 씨의 입버릇을 말한다.

반응을 보니 영 별로인건 아닌것 같은데.

재차 술잔을 비운 둘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한 젓가락 입으로 옮긴다.

"어쩐지 달짝지근한 향이 느껴지는것 같아요."

"바다향이라고 해야할까요. 묘한 중독성이 있는데요."

품평회라도 하는것마냥 한마디씩 감상을 말하는 둘.

결국 또 한병의 술과 함께 접시를 싹 비운다.

"잘드시네요 생각보다."

"점주 씨 말대로 생긴것과 맛은 별개네요. 맛은 괜찮았어요."

"아직 그 생김새는 좀 그렇지만."

라며 오토나시 씨가 입맛을 다신다.

"아직도 부족하세요?"

"으, 읏! 점주 씨가 잘못한거에요! 매번 올때마다 너무 맛있는것만 주시니까!"

내 질문을 들은 오토나시 씨가 부끄러운건지 난데없이 내가 잘못이라며 물고늘어진다.

"정말 이러다 살이 포동포동 쪄버리면 누가 봐주지도 않을거라구요. 안그래도 외로움에 사무치는데!"

"정말 그것때문에 아무도 오토나시 씨를 안데려가면 제가 책임지죠 뭐."

"엣?! 정말?"

오토나시 씨의 귀여운 투정에 장난으로 받자 오토나시 씨의 얼굴이 순간 멍해진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장난으로 한말이 장난이 아니게 되어버린다는 경각심에 서둘러 입을 연다.

"농담입니다. 농담."

"쳇."

"혀차지 마세요. 무서우니까."

진심을 느껴버렸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둔 맹수와도 같은 눈이었어.

서늘한 밤 기온에도 흐르는 땀밤울을 훔치고 서둘러 화제를 돌린다.

"여튼 그럼 한가지 더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이번엔 연체류로 가볼까.

손바닥 만한 오징어를 꺼내 다듬고 채썰듯 회를 뜬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니 금새 끝내고 먼저 접시에 올려 새 술과 함께 내놓자 둘은 다시 정신없이 먹기 시작한다.

거기에 정신이 팔린사이 난 다시 또 하나를 준비한다.

건져올리자 손에 달라붙는 여덟 개의 빨판달린 다리들. 하얗고 매끈한 몸체.

요컨데 이 생물의 이름은 낙지.

천천히 떼어서 도마에 올리고 그대로 썰어간다.

종지에 참기름 소금을 쳐 함께 먹고 마시는데에 여념이 없는 둘의 앞에 낸다.

새로운 안주거리에 등장에 관심을 보이는 둘은 이번에도 평소 흔히 보지못했던 그 외형에 멈칫한다.

"이건 낙지인가요?"

"그런데 토막만 나있고 조리된 흔적이 없는것 같은……."

꿈틀.

""?!""

말을 하다 말고 아까 처음 개불을 봤을 때 처럼 격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둘.

하기야 나도 처음엔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저 둘과 다르지 않았었지.

손질을 했음에도 아직 힘을 잃지 않고 꼬물거리는 낙지.

그 몸짓을 본 아키즈키 씨가 드물게도 말까지 더듬으며 손가락을 치켜든다.

"바, 방금 움직이지 않았어요?!"

"지금도 움직이는데요."

"살아 있다는건가요 그럼?! 분명 전부 잘려있는데?!"

"정확히는 세포가 살아있는동안 경련하는거라고 보는게 맞겠지만요."

낙지는 사람처럼 뇌의 통제를 받고 행동하는게 아니라 각 부분마다 신경에 의한 독립적인 체재를 가지고 있으니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가도 그 부분이 괴사하기 전까지는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다리를 썰어놓아도 토막난 부분이 저마다 꿈틀거리는거고.

오토나시 씨가 주춤주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그 중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다.

그러자 젓가락 사이에서 살아있음을 외치며 꾸물거리는 낙지다리.

"이, 이걸 먹나요?"

오토나시 씨가 질색하며 말한다.

"생각외로 맛있어요. 취향을 좀 타긴하지만 적어도 전 좋아해요."

라며 하나 집어 입안에 넣고 씹는다.

꼬들꼬들. 말캉말캉. 약간 질기면서도 단맛이 입 안에 감돈다.

소금을 친 참기름 또한 짭짤한 고소함을 느끼게 해줘 감칠맛을 돋군다.

내가 만족하는 얼굴로 그 맛을 즐기고 있는걸 노려보듯 지켜본 둘은 각자 마른침을 삼킨다.

"아까 그것도 먹었었는데 여기서 물러나면 지는것 같으니까요."

"조, 좋아요. 오토나시 코토리! 갑니다!"

테이블 위에 나뒹구는 빈병만큼이나 거하게 취한 둘은 산낙지의 충격적인 비쥬얼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다시한번 젓가락을 들어올린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눈을 질끈.

과하다시피 입을 크게 벌리곤 안으로 던져넣는다.

"히익?! 입 안에서 꿈틀거려요?!"

둘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용케 입을 움직인다.

이내 요동치던 산낙지가 잠잠해진건지 비교적 침착해진 모습으로 천천히 맛을 느끼는 둘.

"조금 질긴것 외에는 오징어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오히려 오징어에 비하면 좀 더 단단하고 탄력있는 식감이 괜찮아요."

호오, 이건 또 예상외의 반응.

솔직히 속으로는 먹지 못한다에 걸었었는데 의외로 제대로 맛을 느끼고 있다.

과연 범상치 않은 그 사무소의 직원들.

그래도 그나마 아키즈키 씨는 평범하게 반응하는데 오토나시 씨는 뭐가 웃긴건지 히죽히죽 거리고 있다.

"우후후. 점주 씨가 준 하얀 것이 입 안에서 힘차게 날뛰고 있어요."

"신고할겁니다. 성희롱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것 뿐이라고요? 라며 천연덕스럽게 웃는 오토나시 씨에게서 눈을 돌린다.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난 여성의 기분을 강제로 체험해버렸다.

가게에서 보는 아저씨들보다도 저 사람이 더 능글맞고 무서워.

결국 폭주하던 오토나시 씨는 아직 제정신을 붙잡고 있던 아키즈키 씨가 제압했고 그렇게 평소보다도 여러의미로 대단했던 술자리는 끝이 났다.

"제법 많이 드셨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충분히 많이 마신것 같은데 이상할 정도로 상태는 나쁘지 않네요."

이미 녹다운되어 아키즈키 씨에게 기대 웅얼웅얼 주정부리는 오토나시 씨와 달리 아키즈키 씨는 발개진 얼굴 외엔 멀쩡해보인다.

아키즈키 씨는 술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보니 오토나시 씨와 아카바네 씨와 함께 마실땐 둘에 맞추어 보조하는 정도로만 멈췄었다.

다만 오늘은 스스로가 나서서 새로 술을 달라고 할만큼 상당한 양을 마셨음에도 언제나처럼 술자리 후 지었던 취기에 찡그린 인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술자리 내내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어서 그럴까요."

하기야 술이라는건 기분에 따라가는 경향이 크니까.

"처음치곤 두분 다 꽤나 잘 드셨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즐겨먹기엔 무리가 있네요."

하긴 내일 술을 깨고 다시 보여주면 못먹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점주 씨의 포장마차에서 마신적은 많이 있지만 같이 마신적은 한번도 없네요."

"저야 장사중에 마실 수는 없으니까요."

생각하면 그렇긴 하다.

포장마차에 찾아온 765사무소의 사장님이나 직원들이 마시는건 많이 봤어도 함께 마신적은 없지.

"뭐, 한번 쯤은 그 사무소의 사람들과 함께 마셔도 재밌을것 같네요."

"후후. 그럼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겠네요."

라며 오늘로선 상당히 자주 보여준 웃음을 띈다.

"역시 웃는 얼굴이 좋아요."

"네?"

"아뇨, 항상 너무 굳어있잖습니까? 아무렴 차가운 것도 매력이라지만, 그래도 웃는얼굴이 제일 예쁘니까요."

"아…네…."

사람의 표정중에선 단연 웃는 얼굴이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수만가지 표정도 각각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은 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

다만 내 말을 들은 아키즈키 씨는 내가 칭찬한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어쩐지 민망해 하는것 같다.

가만히 생각하다 깨닫는다.

말하고 나고보니 저럴만도 한 말을 해버렸구나 나.

웃는 사람 앞에다 웃는게 예쁘다고 말했으니 이거 참.

나도 괜시리 민망해져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인다.

서로 어색함에 아무말도 못하고 침묵이 감도는데.

"으음!!"

""?!""

느닷없이 가만히 있던 오토나시 씨가 고개를 번쩍 들어올리는것에 놀라버린다.

나와 아키즈키 씨를 긴장시킨 오토나시 씨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한다.

"우헤헤~ 절 아무도 안데려가면 점주 씨가 책임져 주신데요~"

"안집니다."

"흐에엥…."

"……술주정하는 사람한테도 가차없네요."

뭔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상한 말을 하길래 단칼에 끊어버리자 울상을 지은 오토나시 씨는 다시 침몰한다.

아키즈키 씨는 쓰게 웃더니 이내 인사를 건넨다.
 
"그럼 이만 돌아갈께요. 코토리 씨도 데려다 줘야 할 것 같고."

"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어두운데 조심하시구요."

"우헤헤…점주 씨 그렇게 많이는 다 못먹는다구요."

"참~! 정신 차리시라구요 코토리 씨!"

끝까지 진상 부리는 오토나시 씨를 부축하며 나가는 아키즈키 씨.

그래도 오토나시 씨 덕분에 아까의 어색함은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음…화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까같은 상황에 처하면 영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여자에 면역이 없는것 아닌가.

경험이 적은 탓이려나 하면 역시 나이 서른 넘을 때 까지 여자경험이 없다는건 이상하려나 싶다.

어쩔수 없다면 어쩔수 없는 사정 때문이라지만…….

조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연인이라는 것도.

언제까지 청춘도 아니고 말이지 라며 어깨를 으쓱하고 안에서 부르는 손님의 목소리에 다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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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thㅔ요. 오랜만이군요. 시험은 끝났는데 어째 더 바빠져 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난데없이 이사를 간다는 통보를 받고, 당장가는건 아닙니다만 정신없이 집정리를 하는 바람에 영 정신이 없네요. 거기다 예전부터 계획하던 일을 이번에 하게 되어서요. 별건아니고 라섹수술입니다. 눈이 나빠서 안경쓰고 몇년을 생활했지만 영 불편해서 결국 이번에 하게 됬네요. 수술날짜는 다음주고 그 이후론 아마 최소 2주, 길면 한 달동안 컴퓨터를 못만지게 될 것 같습니다. 되도록 빨리 회복하고 저도 방학을 즐기고 남는 시간 후딱후딱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번화는 오랜만에 포장마차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포장마차지 초반을 제외하곤 포장마차 이야기가 없는것 같아서 한번 써 보았습니다. 하기야 아이마스의 인물들의 대부분이 미성년자이니까 술마시면서 떠드는건 한정되니 자주 쓸만하지는 않지만요. 여튼 다시 본문으로 이야길 돌리자면 해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니까 넣어보았습니다. 제가 가리는 음식이 없는탓에 남들은 잘 못먹는 음식도 제법 즐기는 편인데요, 취향을 좀 타는 해물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다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좀 다르니까요.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횟집수족관이 거의 없다더군요. 그래도 관광온 일본인들도 개불이나 산낙지 같은걸 먹어보곤 다음에 다시와서 찾는 일이 많다고하네요. 특히나 간장과 게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환장하는게 간장게장이라던데……먹고싶네요 간장게장.

ps. 코토리의 말을 보고 흠칫한 그대. 음란마귀가 씌였군요! ……이걸로 경고라던가 받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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