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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았다.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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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8, 2016 18:01에 작성됨.

"치,치하야.저기 머리에...."

 

하루카가 내 머리 뒤쪽을 가리키며 말을 건다.

 

"...내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옆에 앉아 있던 시죠 씨가 조용히 건네주는 거울들로 본 뒤에야 알아차렸다.

 

내 머리카락 뒤쪽,

내 시야의 사각에,

거대한 분홍색 껌덩어리가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음...잘라야 할까요??"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자른다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곧 연말 라이브도 있고 홍백가합전에도 초청받은 상황인데...."

"코토리씨, 혹시 가발이나 그런 거 있을까요??"

"글쎄...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내 머리카락에 일어난 상태를 사이에 두고,수많은 말과 말들이 오간다.

 

아무리 떼어내려 애를 써봤지만,

머리카락에 붙은 껌은 손가락에 붙어 자가증식만 계속할 뿐,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떡해야 하는 거지??

 

현재 머리에 껌이 붙어있는 부분은 머리카락의 중간부분.

이 부분 전체를 들어내게 되면, 균형을 위해 나머지 부분도 다 잘라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는 건 하루카 머리카락 길이와 비슷한 분량.

태어나서 처음으로 숏컷을 하게 되는 것이다.

 

...헤비메탈 같은 곡을 소화할 때는 숏컷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우주의 기운이 내게 헤비메탈을 해보라고 추천하는 걸지도 몰라.

 

시큼한 껌의 색소 냄새가 손가락에서 흘러나와 코로 들어온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코토리 씨와의 설전을 마친 하루카,마코토,시죠 씨,리츠코 씨가 내 쪽을 바라보더니 입을 모아 말한다.

 

"머리,자르자!"

"좋아요."

".....진짜??"

 

...마치 내가 머리 자르는 것을 거절할 것이라는 듯이 행동한다.

 

"치하야,괜찮겠어??"

"괜찮아."

 

머리카락으로 노래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가끔은 분위기 전환도 해보고 싶었고.

 

 

슥슥거리는 가위소리가 내 귀 근방에서 조용히 울려퍼진다.

"그럼,자를게."

"네,리츠코 씨."

 

부득이하게도 주변에 여려있는 미용실이 없는 데다,리츠코 씨가 잘 해주겠다고 하셔서,그냥 사무실에서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리츠코 씨,꼼꼼하시니 잘 하실 거야.아마.

 

슥슥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등쪽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잘려나간다.

 

껌이 많이 묻어있었던 탓인지,리츠코 씨는 자주 가위를 바꾸며 머리를 잘라주셨다.

 

머리카락을 손질한 적은 많아도 아예 이렇게 많이 자른 적은 없는 터라,등 뒤에서 느껴오는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이 오늘따라 낯설다.

 

바닥은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범벅이 되고,

하얀 가운에도 껌덩어리가 마구 붙기 시작한다.

 

"하루카,나 어때??"

"아...뭐,뭐랄까...차..차가워보여!아,그,그러니까 멋진 그런 느김으로 차갑단 거지,치하야 성격이 차갑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

 

무슨 말인지 알아,하루카.

허둥대며 자기 발언을 변호하려 하는 모습에 웃음이 살짝 난다.

 

"자,다 됐다! 아키즈키 리츠코의 첫 미용 작품!!"
"제가 작품인 간가요..."

 

 

다시 들어본 거울 속에는 내가 있다.

어깨자락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이 어느새 내 귓가 쪽에 내려올 만큼 짧아지긴 했지만, 분명 이건 나다.

 

 

그런데,

무언가 그리운 느낌이 나는 건 왤까.

 

 

------------

 

"그럼,수고하셨습니다."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저물어가고,하늘에는 푸르스름한 달이 고개를 내밀고 도쿄를 굽어살피고 있다.

요즈음 들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지만,오늘도 하루카는 나와 같이 자고 간다.

늦은 가을태풍이 곧 오는 관계로 모든 지하철의 운행이 중단된다 하여, 나와 함께 머무르게 된 것.

그냥 사무소 근처 모텔에서 자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지만,하루카니까 상관 없다.

 

"오랫만입니다-!!"

"그런 인삿말은 없는 것 같은데??"

"헤헤,뭐 어때!"

 

하루카는 이미 먼저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하루카의 신발을 정리하는 와중에,현관에 걸어놓은 작은 거울 안의 내 모습이 눈에 띈다.

 

한 눈에 봐도 여성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긴 생머리가 없어서 그런지,

어제보다 더 눈매도 올라가고 분위기가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뭔가 어색하긴 하다.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볼 수록,내 마음 한켠이 계속해서 무거워지더니 이젠 돌조각이 되어 한 구석을 찌르기 시작한다.

혹시 내가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자,커피."

"아,고마워."

 

돌풍이 부는 창 밖.

손에는 뜨거운 커피 한 잔.

눈 앞에는 고마운 사람.

 

차 홀짝대는 소리와 함께, 밤은 깊어만 간다.

 

홍차를 한 모금 들이마신 하루카가 날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한다.

 

"왜,왜 그래,하루카? 부담되게..."

"오늘 사무실에서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건데,"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내 앞으로 고개를 쭉 내민다.

 

"치하야의 지금 모습,진짜 닮았어."

 

갑자기 일어나더니, 방 구석의 음반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ㅅ......

 

 

 

 

 

......유우의 액자를 든다.

 

 

"......유우랑 닮았다는 거야??"

 

목소리가 낮았던 탓인지, 무언갈 더 말하려던 하루카의 입이 멈칫한다.

 

 

".....미,미안. 화났..화난 거야??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난 단지...."

"무슨 말인진 알아.그냥 아무 의미 없이 닮았다고 말하는, 그냥 그런 거잖아."

 

창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밤바람이 들어온 것처럼 분위기가 냉랭해진다.

 

 

 

 

"....미안해."

"......됐어."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마신다.

하루카도 덩달아 홍차를 기운 빠진 모양새로 홀짝거린다.

 

항상 블랙커피를 먹었지만.

오늘은 왠지 더 쓰게 느껴진다.

 

 

------------

 

 

"잘 자, 하루카."

"응...."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계속 걸렸는지,말이 딱딱하게 튀어나왔다.

풀이 죽은 듯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몸을 돌리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내가 너무 딱딱했나.

 

 

 

커피를 너무 마셨는지,잠이 오지 않는다.

 

천장에는 넘실대는 달빛의 파편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고,

어느새 이불을 걷어찬 하루카의 숨소리가 적막을 조용히 깨트린다.

 

 

...새벽 3시다.

...이럴 바엔 그냥 밤을 새는 게 낫겠어.

 

 

하루카가 깨지 않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라디오 앞에 앉는다.

 

얼마 전에 프로듀서를 통해 받은 일도 있고 하니,음악을 들으면서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CD가 공회전하더니,여성 보컬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Go over Time and Space-"

 

"......."

 

음악을 들을 때는 마음이 진정되어야 하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 머리카락 때문인 걸까.

 

귓가에 오는 어제와는 다른 느낌에, 자꾸만 짧아진 머리카락에 손이 간다.

분위기 전환 용으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정작 내가 적응을 못하네.

 

아직 남아있는 분홍색 껌의 시큼한 냄새가 코 주위를 맴돈다.

 

CD를 다시 플레이하려다가 음반 더미 위에 올려진 액자가 눈에 띈다.

 

8년 전의 나와,8년간 자라지 않는, 하나뿐인 내 동생.

 

머리가 짧아졌을 뿐인데,나와 그 아이가 정말로 닮아보였던 걸까.

....아닐 거야.하루카는 유우를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봤지,진짜로 본 적이 없잖아.

 

내일 사무소에 가면,가발 있나고 물어봐야겠다.

 

밤을 새기로 작정했는데 벌써부터 몸이 노곤해진다.

카페인의 효력이 이렇게 일찍 떨어질 줄은 몰랐다.

머리에 냄새도 뺄 겸,샤워를 하는 게 좋겠다.

 

 

혹시 하루카가 깰까, 불을 키지 않은 채로 화장실에 들어선다.

여느 화장실에나 있는 거대한 거울이, 그 안의 내가 나를 반긴다.

 

아까도 그러했듯이,

머리카락을 자른 내 모습은 매우,매우 어색했다.

 

 

정말로,

유우가 나만큼 나이를 먹었으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남자애니까, 나보다 어깨도 넓고, 멋지고, 좋은 아이가 되었겠지.

 

 

 

 

[누나.]

 

 

귓가를 스치고 가는 익숙한 목소리.

 

 

 

[누나,오랫만이야.]

 

 

8년간 들어본 적 없었던 이 목소리.

 

 

[치하야 누나,여기야.거울 쪽.여기 봐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저 멀리 창문에서 들어오는 흐릿한 달빛이 비추는 화장실의 거울.

 

어색한 머리를 하고 있는 나 대신,

 

나와 똑같은 머리모양의, 나만큼 키가 큰 나의 동생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오랫만이야,누나.]

 

입은 있으나 말을 할 수가 없다.

 

이 말이 이럴 때도 적용되는 말일까.

 

[8년...만이지??]

 

 

나만큼 큰,아니 나보다 더 키가 크고, 기억 속의 얼굴보다 더 남자다워지고, 멋져진.

내 동생이 거울 너머에서 내게 말을 걸고 있다.

 

"정말...너 맞아??"

[응.맞아. 나야, 치하야 누나.]

 

애써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며 내게 웃어보인다.

나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며 똑같이 웃어보인다.

 

"못 본 새에...참 잘 컸네."

[누나도 더 예뻐졌어.머리가 짧아진 것만 빼면.]

"아...이건..사정이,좀 있었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모른다.

거울 너머에 유우가 살아있고 내가 죽은 평행세계가 있는 것일까??

거울 나라의 앨리스 같은 그런 메르헨인 건가?

 

 

아니면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이,

내가 꾸는 꿈인 걸까??

 

 

 

그러나,

지금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

 

"하루룽-! 어제 치하야 언니랑은 잘 잤어?? 에? 얼굴이 왜 그래??"

 

어젯밤에 본 것을 생각하다 보니,아미가 날 향해 달려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아니..별 거 아냐.그냥...새벽에 뭔갈...본 것 같아서.."

"에?? 뭔데뭔데?? 유령? 심령현상? 폴터파우스트 같은 그런 거??"

"폴터 가이스트야. ...그리고 내가 본 건 그런 게 아니라...."

 

그 순간 치하야가 나와 아미 뒤로 지나갔기 때문에, 난 아미를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을 잠궜다.

이제 치하야는 못 들어와.

 

 

"뭐길래 이렇게 비밀스런 장소에서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하루룽??"

"치하야...머리 자른 건 얘기 들었지?"

"응! 아까 봤는데 꽤 멋있어 보였어! 완전 가면라이더 주인공스러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새벽에 자다가 갑자기 속이 안 좋아져서 화장실에 갔는데..."

"갔는데??"

 

 

 

"치하야가...."

 

"치하야 언니가 뭐가??서,설마!! 괴인으로 변신이라도 한 건가!!"

"나 진지해! 아,아무튼...치하야가..."

"치하야 언니가..."

"거울을 보면서...."

"거울을 보면서....?"

 

 

 

 

 

 

 

 

 

 

 

 

"자기 동생 연기를 하고 있었어...."

 

 

 

 

 

------------

 

 

 

 

 

 

 

 

네.

 

너무 오랫만에 쓴 나머지 40분 걸릴 소설을 2시간 동안 잡고 있었습니다!!

 

근데 나온 꼬라지가 이 모냥이냐!!!! 논술 준비생이!!! 이게 뭔데!!!!

끝마무리가 이게 뭔데!!!그래서!!!

 

예.

아무리 봐도 두서없네요.

아무리 봐도 수능의 여파가 뇌를 갉아먹은 게 틀림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 안되면 삭제하고 리메이크를 하던가...

 

 

 

에라이.....

 

이렇게 된 이상 모두 절망시켜 주겠어!!!!!!!!!<가면라이더 위자드의 팬텀에 빙의

 

 

 

....더ㄹ..아니 엄청 짧고 이상한 소설이지만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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