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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Side Story - 검과 얼음이 맞닿는 곳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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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6, 2016 22:49에 작성됨.

붕 ── .

 

붕 ── .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들리는 것에 애꾸눈의 검사는 인지하며 숨을 내쉰다. 그리하야 마당으로 나서서 보이는것은, 언제나의 모습.

 

붕 ── .

 

" 여든 넷... "

 

자기 키만한 길이의 목도를 들고 내리치기를 반복하는 어린 여자아이.

한가을의 단풍마냥 붉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순둥이 처럼 보이지만 당찬 제자이다.

 

붕 ── .

 

" 여든 다섯... 아. "


아이는 목도를 내지르다가, 스승의 발걸음을 듣고 바라보며 목소릴 흘렸다. 타다 리이나, 그녀의 스승인... '인류 최강' ... 이라고 불리우는 검사이다.

아이돌도 아닌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뮤즈를 베어 무찌른 대단한 인물. 그것이 바로 바로 나, 줄리아의 스승이라고 다시금 생각하니 가슴이 벅찬다.

 

" 스승님, 일어나셨나요? "

" 오우. 이런 이른 아침부터 연습이야 ? "

" 넵! 스승님이 말씀하셨잖슴까 ! '노오력' 만이 살 길이라고 ! "

 

리이나는 제자의 당찬 대답에 피식 웃음을 흘린다. 뒤이어 줄리아가 미리 갖다놓은걸로 추정되는 목도를 집어들었다. 마루앞에 놓인 짚신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온 그녀의 목검의 끝은. 걸음걸음마다 위쪽으로 올라갔다.

 

" 뭐 그렇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뭣보다, 록하니까 ! "

" 록함다 ! "

 

리이나의 목도 끝이 줄리아를 향한다. 줄리아도, 송글송글 맺힌 땀을 한번 흘겨 닦아내고 끄트머리를 스승에게로 겨눈다.

 

" 자- 그러면 오늘 아침도 승부~! "

" 한 수 배우겠슴다 ! "

 

그들의 일상은, 언제나 그렇게 대련으로 시작한다.

가공된 나무와 나무가 부딪혀 울리는 청명한 소리가 도장의 마당을 가득 메꿔갈 이른 아침이었다.

 

 

 

" 대련후에 아침밥은 맛있슴다 ! 늘 새롭슴다 ! "

 

줄리아는 이마에 커다란 혹을 달고서 웃는다. 늘상 대련후에 이러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그런것이 아마도 눈앞에 지글지글 연기를 내며 익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심지어 아침부터 말이다.

 

" 음~ 노릇노릇 구워지는게 냄새좋지? "

 

허나 리이나가 혼자 고기를 잡았을 리도 없고, 돈도 마땅치 않은데 이렇게 고기가 있다는것은 단 한가지 경우 뿐이다.

 

 

" 미쿠언니는 언제 다녀가신검까 ? "

 

" 오늘 새벽에. "

 

리이나의 답이 명쾌하게 줄리아의 귓전을 때린다.

너무 단박에, 아무렇지 않은 평어체로 튀어나온 답변에 줄리아는 어이가 털려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 에에에 ?! 그런데 왜 전 못본검까 ?! "

 

" 그야 아주 잠깐 다녀갔으니까. 너 자는 사이에. "

 

입은 입대로 구구절절 설명을 이어가고, 젓가락은 젓가락대로 고기를 휘적거리며 골고루 열을 분배시켜간다.

마에카와 미쿠가 광신교도와 엮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꺼내지 않는다. 줄리아에게 전달해봤자 아무런 좋은 영향이 없다는걸 아스타리스크 둘은 너무나 잘 알고있으니까.

 

젓가락 끄트머리가 가장 가운데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조각 하나를 집어올린다.

 

 

" 음~ 완벽해. "

 

밥그릇 위에 동그랗게 쌈처럼 둘러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는 모습에, 줄리아는 의구심을 식욕 아래에 묻어버리고 스승을 따라 고기 한점을 집어들었다. 역시 뭐든지 먹고나서 하는것이 좋다 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작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 앗. 한번에 두개씩 가져가기 없기로 했잖슴까 ! "

" ....그을쎄~ 난 잘 모르겠는데. "

 

유치한 싸움도 동반되는 평화로운 하루.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옥이라느나, 탈주라느니, 광신도들의 만행이라느니.. 그런것들과는 먼 거리의 다른세계에 사는 것만 같은 따분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선선한 바람이 뜨거운 고기의 열기와 섞여 기분좋은 미지근한 공기를 만든다.

 

" 그런데 말이야. 좀 춥지 않아 ? "

" 듣고보니, 좀 춥슴다. "

 

" 9월이라지만, 벌써 이렇게 추워지다니 별일이네. "

 

 

 

 

 

 

" 춥게해서 미안하게 됬어. "

 

" 으잉? "

 

리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쪽으로 돌아본다. 고기 구워지는 열기를 다 식혀버릴 것 같은 한기가 도장으로 흘러들어온다.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한기는, 어느 금발벽안의 여인과, 백발벽안의 인물 이렇게 한쌍이서 불러오고 있었다.

 

줄리아가 잠깐 세게 불어온 바람에 몇번 킁킁거리더니, 이내에.

 

" 엣취! "

 

" 제자 감기걸린다구. 당장 찬바람 꺼. "

 

아무렇지 않게 태연한 얼굴로 리이나는 마루로 내려온다.

 

 

" 경계하지 않아도 되. "

" .... "

 

뒤편의 백발. 리이나는 그 모습을 아주 잘 알고있다. 아니, 왕국의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있나.

왕국을 배신하고 제국의 퍼스트오더로서 제국침공군을 이끌었던 그녀의 얼굴을 모른다면, 전쟁 이후에나 태어난 신생아 뿐이리라.

 

" 뒤쪽은 '배신자' 아나스타샤 랑... 그쪽은 누구시더라 ? 끙... "

 

" 에리. 아야세 에리. "

" 아 참, 그렇지. "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영원한 지배자 '뮤즈'의 2인자이자, 제국 군부의 총수 겸 섭정. 즉, 호노카가 없는 현 제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바로 그녀. 아야세 에리이다. 그런 그녀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타국에, 심지어 일선에서 은퇴한 검사가 사는 곳으로, 총애하는 인물까지 동행하여 방문한건지 리이나는 고민한다.

뒤편에서는 줄리아가 영 아니꼬운 표정으로 스승이랑 마주보는 둘을 째려봤다.

 

에리 역시 그 눈빛을 눈치챈건지, 작게 키득인다.

 

 

" 푸후후... 무서운 애네. 제자 ? "

 

리이나는 손으로 에리와 줄리아의 사이를 싹 가리면서 대화를 자른다.

 

 

" 하~ 알았어. 용건부터 말하자면, 아냐짱을 왕국에 돌려주러 왔어. '그 여자' 가 온갖 히스테릭을 떨어대서 지치거든. "

 

 

에리가 말하는 '그 여자' 라는것인 닛타 미나미라는것을, 순간적으로 눈치챈다. 근 몇주 전부터 신문으로 '아냐스타샤 송환 촉구' 등의 기사를 봤었는데. 설마 그것이 정말로 미나미가 수를 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 그러면 곧장 궁성으로 갈것이지 왜 여기로 온거야 ? 이런 변두기 도장에 뭐가 있다고. "

 

퉁명스럽게 에리에게 들어오는 기습 팩트리어트 화살은 일국의 섭정인 그녀를 조여왔다.

 

" 아....음. 지금 아냐짱의 입장이 좀 그렇잖아 ? "

 

" .... "

 

아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린다. 시선을 피해 리이나와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있었다. 지금와서 죄책감이라도 생긴것인가.

리이나는 아냐에게 말을 걸어보려다가 한쪽뿐인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에리가 슬금슬금 물러나며, 아나스타샤를 앞으로 세웠다.

 

꼭 아냐 자체를 공물로 바치는 것 마냥.

 

 

" 그러니까, 눈 딱 감고.. 내가 돌아가서 공식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아냐짱을 맡아주면 좋겟는데. 안됄까 ? "

 

" 거절할 것 없지. "

 

 

" 역시 그렇게 나올줄 알고 내가 보상을.... 응 ? "

 

 

너무나 시원하게 돌아온 확답에, 에리는 어안이 벙벙해져 말을 잇질 못한다. 그녀가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길 어연 4천년. 그토록 시원하고 명쾌한 즉답이 돌아오는건 처음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아냐가 에리의 뒤에 숨어있었다면, 이번에는 에리가 아냐의 등 뒤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민채로 리이나를 쳐다보는 포지션이 되있었다.

 

" 에. 진짜로... ? 노 페이 ? "

 

" 딱히 수상쩍은 의도가 있는것도 아니고, 적의도 없어. 그런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면 록하지 않잖아 ? "

 

" 그....그런가... "

 

'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걸까? ' 에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자기가 대화를 꺼낸 상대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에리는 보상에 관한것에 구구절절 말하려했던 내용을 모두 머릿속에서 날려버리고 도로 당당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내며 선다.

이윽고, 그녀는 아냐의 어깨에 채워져있던 제국군 완장을 붙들더니, 힘껏 당긴다.

 

아냐가 당황하며 몸부림치자, 완장은 더 격렬하게 찢어져 뜯어내는 손으로 떠나갔다.

 

 

" 자, 이걸로 넌 제국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발표가 나기 전까지 외부활동은 하지말고. "

 

완장을 접어서 제복 안쪽으로 집어넣으며 에리가 그리 선언하자, 아냐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완장은 제국의 정신적 지주인 '뮤즈'를 칭하는 마크 주변으로 금색 실로 수가 놓여있는 고위장교의 상징이었다. 그걸 뜯어냈다는것은, 더 이상 제국군도 아니고, 받아줄 의도도 없다는 뜻이라는걸 아냐는 알고있었다.

 

" 입고있는 제복은 태우던지, 버리던지, 아니면 기념삼아 보관하던지. 좋을대로 해. "

 

 

에리는 코트처럼 두꺼운 망토를 한번 휘날리며 몸을 뒤로 틀었다.

 

 

" 그럼. "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야세 에리는 그 길로 나무문 밖으로 나선다.

이른 아침부터 파란이 지나간 것 마냥 순식간에 바뀌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줄리아는 눈을 찡그렸다.

마치 눈앞이 막막해진 것 같은 불쾌감이었다.

 

그래. 눈앞이 막막해지는.

 

 

치이이이익 -

 

 

" 으악?! 고기가 숯검댕이가 됬슴다 !! "

" 아차.... ! "

 

" 아... 타다 리이... "

 

" 잠깐만 기다려봐! 급한 불부터 끄고 ! "

 

리이나는 헐레벌떡 짚신을 벗어던지고 마루위로 올라가 고기들로 뛰었다. 아냐스타샤는 뒷전인 것 같은 태도였다.

 

" 줄리아 ! 빨리 건져 ! 불판 다 상한다 ! "

 

" 부, 불판에 고기들이 붙어서 안떨어짐다... !! "

 

그렇게, 새까맣게 타버린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연기가 도장의 하늘을 뿌옇게 메꾸어갈 무렵에, 영하의 백기사는 왕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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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세 에리>

 

영원한 지배자 뮤즈의 일원이자, 북방 얼음산맥의 전투종족 [알루트] 종족.
오토노키자카 제국의 군부 총수. 즉, 제국 전군의 통제권을 쥐고있는 인물로서 단순 영향력으로만 보면 호노카에 이어 내정 총관리자인 노조미와 함께 2인자의 자리에 위치한 인물. 아마도 추정 연세 4천살에 육박하는 초고령이지만, 겉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으며, 이는 '신' 을 삼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체로 활기차고 넉살좋은 성격이지만, 소위 말하는 [일하는 중] 일 경우에는 극도로 냉정, 냉혹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전쟁이 끝난 뒤에, 호노카가 황제로서 역할을 해내기 벅차게 되자 노조미와 의논하여 그녀가 회복하여 의식을 되찾기 전까지 섭정으로서 국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아야세 에리는 아나스타샤와 유사하게 얼음을 구축하는 능력을 가지고있지만, 공기 중 수분을 얼려서 얼음을 연성하는 그녀와는 다르게, 순수 무(無)에서 얼음을 원하는 만큼 만들어내는 스펙을 지녔다. 이 덕분에 환경의 제약을 받지않고 얼음을 만들어 다양한 수단으로 쓸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그녀는 뮤즈내에서 전투력 서열 2인자의 위치를 고수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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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 그 조합은 리이나와 아냐 ! 라는 느낌으로 해봤지만, 평이하네요. '~'
 
아스타샤가 리이나의 도장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줄리아는 전쟁고아출신이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뭐 피의 축제라던가 벌일생각은 없지만요 '~'
 
 
그러면 본편 하나쓰고서,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
 
 
봐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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