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크리스마스 이브의 야근

댓글: 7 / 조회: 762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1-14, 2016 17:53에 작성됨.

이것은 알려지지않은 이야기, 그러나 분명히 일어났던 이야기. 한 남자가 세계의 빛을, 희망을, 미소를 전하기 위하여, 그리고 아직 자신을 깨닫지 못한 소녀에게 깨달음을 주기위하여 싸웠던, 그 투쟁의 이야기...

 

“하아....”

 

밤, 그러나 일년에 단 하루밖에 오지 않는 밤이다. 아마,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는 또다시 일년을 기다려야한다. 사지가 부서지고 근육이 찢어진 고통 속에서 일년을 기다려야한다.

때는 12월 24일, 달빛이 아슬아슬하게 남자가 서있는 지붕을 비추고 하얀 눈이 남자의 어깨 위로 쌓였다.

입가에는 하얀 입김이 쏟아지고 눈이 어깨를 덮고 남자를 뒤덮으려는 때, 하늘에서 빛이 내려온다. 하늘을 달리며 단 하루, 지치지 않고 이 추위와 고독을 짓이기고 달리는 자. 꿈과 희망을 핏빛근육으로 이끄는 마수.

 

“루돌프...”

 

우두커니 앉아 미동도 하지 않던 남자는 하늘에서 오는 그 빛을 보고 중얼거렸다. ‘루돌프’, 그렇게 불린 마수는 지구상에서 볼 수있는 어느 동물보다도 발달한 근육들을 뽐내며, 지붕 위에 멈춰섰다.

거센 숨결이 금세 하얀 입김이 되어 루돌프의 거센 울부짖음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그 굴뚝에서 나와주셔야 제가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뒤, 빨간색 썰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평안하게 하는 고운 목소리. 그러나 동시에 엄청난 중압감. 오늘 이 하루, 이 하루 동안 전세계 모든 이들이 가진 희망과 기대를 짊어지고, 또 그것을 버티어 들고있는 힘일 것 이다.

 

“그럴 일은 없다.”

 

그 말과 동시에 남자는 앉아있던 지붕을 후려쳤다. 지붕은 이제 더이상 그기능을 잃은 돌조각들에 불과했다.

 

“이런 일은 하지않게 될테니까...”

 

그리고는 남자가 발을 떼어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수는 없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내세운 그녀의 말, 그리고 그 목소리가 남자를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그 제의는 이미 거절했을텐데요?”

 

“.....왜지?”

 

남자는 힘겹게, 하지만 티내지 않고 입을 열어 물었다.

 

“제가 없으면 이 날의 일은 누가할까요?”

 

“이제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이 하겠지.”

 

“......달라지는게 없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더 피곤할 것도 같은데요. 전 지금도 모두에게 확실히 전하고 있어요. 미소를.”

 

은발의 그녀는 진지하게 얼굴을 굳히며 말을 했으나, 남자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 ‘모두’에 너는 없잖아. 그리고, 저 순록도.”

 

 

“.....”

그 말처럼 그녀는 미소짓지 않았다. 거친 눈발, 겨울의 추위, 그리고 그 어둠, 그 고독 속을 달려온 피로. 그것만을 그녀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이미 그 눈썹은 우울하고 박복하기 짝이 없는 팔자눈썹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지쳐있었다. 그저 책임만으로 해왔을지도 모른다.

 

“일년내내 아이들의 기도, 어른의 기도, 아이들의 선행, 아이들의 악행, 어른의 평가, 어른의 진심, 트레이닝, 순록관리, 선물제작, 선물포장, 배송지파악, 배송루트짜기, 썰매관리...”

 

남자의 입에서 줄줄이 그녀의 업무가 나오면서 동시에 그녀의 얼굴은 어두워져만 간다. 마침내 남자는 물었다.

 

“말해봐, 너도 미소를 짓나?”

 

“.......당신 말이 맞네요.”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네가-”

 

“하지만, 당신이 절 감당할 수 있을까요? 증명해주세요.”

 

그말을 신호로 거대한 포탄이 남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근육으로 이루어진 포탄은 폭풍과도 같은 추위 속에서 벼려진 두 뿔을 내밀고 남자를 내리쳤다. 남자가 서있던 그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위로 치솟아올라간 충격이 눈발을 밀어내고 구름마저 걷어내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전국에 내리던 눈구름은 밀려나 단 한 곳을 비우고야말았다. 그러나 남자는 물러나지않았다. 구름마저 걷어내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뒤집어 엎는 그 충격을 남자는 양 팔을 들어붙잡았다.

 

“하아....”

 

마치 야수처럼 입김을 내쉬며 남자는 양 팔에 힘을 몰았다. 투득-소리를 내며 양복과 와이셔츠의 단추가 떨어지고 옷 자체에서도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흐읍!”

 

이윽고 양 쪽으로 벌린채 들려있던 양팔이 가운데로 모이며 서로 교차했다. 억센 두 뿔을 붙잡은 양 팔 앞에서는 갈색 조각이 흩날렸다. 고통에 가득 찬 야수의 맹음이 울려퍼지려 했으나 그 전에 남자가 손으로 윗턱을 붙잡고 무릎으로 걷어찼다. 순록은 머리 쪽으로 가하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져버렸다. 남자는 그대로 순록을 들어올렸다. 수직으로 올려진 순록은 지붕에 내리꽂힌다. 건물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남자와 순록은 이윽고 바닥에 부딪힌다.

 

바닥은 마치 거대한 포환에 얻어맞은 호수처럼 맹렬히 치솟아 오른다. 있을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형태로 대지가 찢어지고 일어난다. 먼지나 가루 뿐 만 아니라 목숨의 위협마저 느껴지는 거대한 바위들도 그 순간의 충격을 이기못하고 사방으로 날아간다.

 

허나, 이것은 그저 그녀의 마수. 그녀가 아니다.

 

그것을 알고있는 남자는 즉시 고개를 쳐들고 품에서 무언가를 던졌다.

 

날아올라 아래쪽을 응시하던 그녀는 무언가 거센 것이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는 거센 것을 이끌고 작은 무언가가 올라온다. 세계의 모든 영혼을 살피는 그녀도 알기 힘들 정도의 작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맹렬한 속도, 그녀를 이끄는 밤 중의 썰매가 연상될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달려들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그렇게 판단한 그녀는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거대한 충격이 그녀를 강타했다. 육체적,물리적 충격 뿐이 아니었다. 정신적 충격.

 

그녀는 이 밤 단 하룻동안 전 세계를 가로질러 ‘불가능’을 해낸다. 해내야만 한다. 그러기위해 그녀가 어떤 노력을 했는가 어떤 육체를 가졌는가.

60000톤의 선물을 자력으로 들어 옮기고 썰매에 싣는다. 260억파운드의 중력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얼굴 한 번 일그러트리지 않고 받아낸다. 미소지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련을 미소지으며 가볍게 해낼 경지에 올랐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그녀의 몸이 붉은 피를 흘린다. 그 한계를 드러내고 허공에 피를 뿌린다. 동심, 희망, 기대 그 모두를 안고 견디는 금강불괴가 찢어졌다.

 

몸을 치는 충격과 고통보다 이 사실에 얻어맞은 충격이 더 강했다. 결국 그녀는 그 공중에서 유지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그녀 위로 남자가 날아올라 떨어졌다. 두 발로 그녀의 양 팔을 짓누르고 그 위에 서서 남자는 선언했다.

 

“이브 산타클로스, 널 캐스팅하겠다.”

 

[미시로 프로덕션]의 소속임을 알리는 명함이 남자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들어가 그녀의 눈 앞에 있었다. 그리고 한 장 더, 이브의 어깨를 파고들어 피를 흘리는 상처에 꼿꼿히 박혀있었다.

모두가 기대를 품고 잠든 크리스마스 이브, 그러나 한 여자의 업무와 한 남자의 야근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

 

이브 산타클로스가 미시로 최강자 아닌가요? 왜 그 있잖아요. 산타가 존재하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가져야할 신체 스펙과 산타의 비행을 과학적으로 해석했을 때의 스펙.

 

아니, 그걸 캐스팅한 프로듀서다.

 

대충 설명하자면 실제 캐스팅 내용의 위 글 내용인데 이후에 적당히 꾸며서 산타가 선물잃고 노숙하는 걸 캐스팅했다고 발표했다는 설정.

 

감사합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