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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9- sid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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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7, 2013 01:23에 작성됨.

아침햇살이 내 눈에 들어왔지만 난 일어나기 싫어서 계속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치하야:음...냐...

그 때였다. 프로듀서가 날 깨우려고 몇 번이나 날 흔들었다. 난 프로듀서의 손을 가볍게 치며 계속해서 잤다. 그러자 프로듀서가 내 이불을 확하고 세게 걷었다. 나는 추워서 더욱 웅크렸다. 살짝 눈을 떠서 프로듀서의 모습을 확인하고 난 뒤에 다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내 귀 옆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들렸다.

P:일.어.나!

치하야:우...오앗!

P:정말이지...오늘 놀러가기로 했으면서 늦게까지 자면 의미가 없잖아...

난 놀라서 엉거주춤하게 앉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봤다.

치하야:허...억...무, 무슨 짓이에요!

P:노, 놀랐던 거야? 그, 그랬다면 미안...

난 몸을 조금 풀고 일어났다. 그러고선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됐어요...뭐, 오늘 놀러가기로 한 걸 잊고서 계속 잔 제 탓도 크겠죠. 그럼 저 먼저 씻을게요.

욕실 앞에서 고양이 잠옷을 벗었다. 어제 내가 원래 입고 자려 했던 건 조금 몸을 가리는 옷이었지만 프로듀서가 빌려준 고양이 잠옷 때문에 그 옷은 다시 옷장에 걸어놓고 흰색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만 입고서 고양이 잠옷을 덧대 입었었다. 내가 옷을 벗자 프로듀서가 거실 쪽에서 뭔가 멍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P:의외로 치하야도 패션센스가 좋구나...

난 뒤를 돌아보며 부끄러운 듯이 외쳤다.

치하야:그, 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

P:뭐...상관없나...아, 참 되도록 빨리 씻어줘! 기차 예매를 해뒀는데 7시까지니깐...일단 빨리 들어가서!

치하야:네, 네. 하핫...

프로듀서가 일어나서 내 등을 떠밀며 욕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난 옷도 제대로 다 벗지 못한 채 욕실로 들어갔다. 어쩔 수 없이 땀에 젖은 옷을 욕실 안에서 벗고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치하야:후우...기분 좋다...그나저나 오늘 여행...즐거우면 좋겠다...하핫...

뜨거운 물이 몸에 닿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싹텄다. 오늘 여행과 프로듀서와의 추억을 만들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바구니 안에다 넣어 놓고 수건을 걸친 채 욕실 밖으로 나왔다. 욕실 밖으로 나오자 프로듀서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날 보고 있었다.

P:미, 미안!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치하야:거, 거기 제 방이에요...! 거기서 옷을 안 갈아입으면...프로듀서도 못 갈아입는다고요!

방으로 들어간 프로듀서를 향해 소리쳤다.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P:미, 미안! 지, 지금 나갈게! 그나저나 빨리 옷 좀 입어!

난 프로듀서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치하야:그, 그야...갈아입을 옷을 깜빡했단 말이에요!

P:그럼 고양이 잠옷이라도 입어...!

아까 프로듀서 때문에 갈아입을 옷을 들고 오지 못했기에 난 어쩔 수 없었다. 난 프로듀서가 나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한동안 기다린 뒤 프로듀서가 방 안에서 나에게 물어보았다. 난 몸의 물기만 대충 닦고 수건을 계속해서 걸친 채 뒤를 돌아보고서 대답했다.

P:다 됐어?

치하야:네.

덜컥...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가 나왔다. 아무 옷도 입지 않고서 수건만 걸치고 있는 날 보고 프로듀서가 아까보다 더 당황하면서 나에게 손을 댔다. 그런데...

치하야:.....!

손을 댄 곳은 가슴이었다. 난 비명을 지르며 프로듀서의 뺨을 무의식적으로 때렸다. 그러고 난 뒤 정신이 들었을 때 프로듀서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난 재빨리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틈을 통해서 살짝 훔쳐봤더니 프로듀서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치하야:왜, 왜 그랬던 걸까...하, 하기야 내가 때린 것도 잘못했긴 했는데...우우...

난 프로듀서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일부러 만진 건 아니었던 게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욕실에서 나오는 프로듀서를 보고 나도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뺨을 살살 만지며 사과했다.

치하야:죄, 죄송해요...저, 저도 모르게 손이...
 
P:돼...됐어! 이, 일부러 한 것도 아니라구우...아파라...

프로듀서 정말로 억울했었구나...

치하야:프로듀서...

P:됐어! 짐이나 챙겨서 여행이나 가자고...!

그 후 프로듀서는 택시를 탈 때에도 택시에서 내린 뒤 역으로 걸어갈 때에도 나랑 멀찍이 떨어졌다. 내가 프로듀서에게 다가가자 프로듀서는 얼굴을 만지며 더욱 떨어지려고 했다. 난 고개를 숙인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치하야:정말...미안한데...왜 사과를 안 받아주는 거예요...우우...

싸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역에 도착했다. 난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려고 프로듀서에게 다가갔다. 프로듀서는 날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P:뭐, 그럴 수도 있겠지. 여자라면 당연한 거니까. 못난 프로듀서 둬서 참 미안해! 

난 프로듀서와 떨어졌다. 그리고 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이 나오는 걸 참고 있었다. 기차가 도착하고 나와 프로듀서는 서로 떨어진 하지만 같은 좌석이었지만 대각선 방향으로 앉았다. 프로듀서는 계속 매서운 눈빛으로 턱을 괸 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눈물을 삼키고 다시 한 번 프로듀서에게 사과를 하려고 입을 뗐다.

치하야:죄...죄송해요...일부러 그런 건...

P:됐네요! 일부러 기차표도 끊어줬는데 이럴 거면 그냥 미키나 다른 애들이랑 갈 걸 그랬나 보다!

난 프로듀서의 무책임한 그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열차 끝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동안 눈물이 펑펑 터져 나왔다. 

열차 끝의 화장실로 들어가 난 문을 잠그고 서럽게 울며 외쳤다.

치하야:프로듀서는 정말 바보...흐흑...겨, 겨우 뺨 한번 때렸을 뿐인데...! 으아아아앙!

셔츠의 소매로 계속해서 눈물을 닦으며 울었다.

치하야:....흐흑...흑...흑...

눈이 부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억지로 눈물을 짜내 계속해서 울었다. 그 때였다.

P:다음 정차 역은 어디죠...?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려왔다. 난 더러워진 셔츠의 소매를 걷고 난 뒤 부은 눈을 감추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거기에 프로듀서는 없었다. 난 또 실망감을 느끼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치하야:....바보...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낙담하고 있는 찰나에 어느새 기차는 멈추고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열차가 달리는 그 사이에 프로듀서에게 전화가 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나의 쓸데없는 고집이었다. 난 갈 곳 잃은 양처럼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한동안 걷고 나니 다리가 아파왔다. 난 지친 다리를 쉬게 하려고 휴게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 곳에는...

P:치...하...야...내가 잘...못...했어...용...서...해줘...흐...흐극...

술에 취한 채 내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프로듀서의 옆에는 마시고 난 맥주 캔이 널브러져 있었고 프로듀서는 의자 위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치하야:....프로듀서!

내가 깨워봤지만 프로듀서는 울기만 하고 일어나지 않았다.

치하야:.....

난 프로듀서가 들고 있던 맥주 캔을 빼앗아 내용물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전에도 그랬지만 역시 쓰다. 난 전에 마셨던 것보다 더욱 더 조금만 마시고서 남은 맥주를 화장실에 흘려보내고 자리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의자 위에 앉은 뒤 프로듀서의 머리를 든 뒤 살며시 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엉망이 된 캐리어 안에서 폿키가 있기에 무심코 집어서 먹었다. 폿키를 다 먹고 난 뒤 나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잘 자요...그리고 미안해요...

술은 그 전보다 더 적게 마셨지만 술기운이 돌았는지 금방 잠에 빠졌다. 그 뒤로는...기억이 없다...왠지 모를 비통한 절규소리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내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뜬 곳은 침대 위였다. 통나무로 된 천장이 보이고 침대에 엎드린 채 고개를 베개에 박고서 낙담하고 있는 프로듀서가 보였다. 내가 일어난 걸 알아챈 건지 프로듀서가 베개에서 얼굴을 떼고서 다시 바로 누우며 내게 물어봤다.

P:치하야...일어났어...?

치하야:프, 프로듀서...

P:하아...미안하다...

술기운에 하는 사과가 아닌 진짜 마음을 담은 프로듀서의 사과...난 왠지 모르게 몸을 일으켜서 프로듀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치하야:.....괜...찮...

양손으로 잡고 있는 프로듀서의 오른손을 내 가슴위에 얹었다. 프로듀서는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눈을 감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아요...저, 저도...아까 술을 조금 마셨어요...프로듀서가 캐리어 안에 넣어놓은 1캔의 맥주...그냥 먹기엔 써서...폿키도 같이 먹었어요...

P:....아까 일 기억 못하는 거야...?

프로듀서의 질문에 나는 힘없게 대답했다.

치하야:....조금은요...후우...

P:그렇구나...그, 그건 그렇고 그 손...좀 떼 줘...

치하야:그럼 이렇게 하면...

잡고 있던 내 오른손을 살짝 놓은 뒤 그걸 프로듀서의 가슴 위에 얹었다. 프로듀서는 삐진 듯 했지만 부끄러운 얼굴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P:남자랑 여자랑 똑같냐...?!

치하야:후우...

손을 풀고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죄송해요...제 멋대로 행동해서...

P:이쪽이야말로...후우...즐거워하기 위해 온 여행인데...이래서야...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며 낙담하는 프로듀서의 머리를 난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저랑 한 가지만 더 약속해요...

P:무슨 약속...?

치하야:서로서로 기분 나쁜 일...그게 어떤 형태라 할지라도 서로서로 얼굴 붉힐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그 약속 아닌 약속을 듣고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P:그거야 필수적이긴 하지만...오늘 같은 일이 더 이상...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되겠지...나도 너무 치졸했고 말이야...생각해보니 부끄러워...도대체 왜 내가 그랬던 걸까...겨우 한 대 맞은 거 같고...끄응...

치하야:프로듀서...

꼬옥 끌어안았다. 프로듀서의 따뜻한 체온이 내 몸에 전해져왔다.

치하야:죄송해요...저도 그 때 손이 나가지 않았다면...됐을 텐데...하지만...

난 조금 배시시 웃으며 팔을 풀고 손가락을 프로듀서의 이마에 튕기며 말했다.

치하야:그래도 여자에겐...함부로 그래선 안돼요, 프로듀서...하핫...

P:뭐...그렇긴 하군...미안했어. 하, 하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단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우아아앗...

역시 마음에 담고 있었구나...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밤바다와 별을 보기 위해 나는 프로듀서를 뒤에 두고 창가로 간 뒤 말했다.

치하야:불꽃놀이 하면 좋겠네요...분위기도 있겠고...

P:그러고 보니 오늘 불꽃놀이 하려고 했었는데...휴우...참...그나저나...

프로듀서는 한숨을 한번 쉬고 말을 이어갔다.

P:아까 분명 도중에 내렸다고 들었는데...

난 들어본 적 없는 얘기에 의문을 표하며 말했다.

치하야:저는 그저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어요...그리고 어느 샌가 도착해서 프로듀서를 찾았는데...

P:그런 꼴이 돼있었단 거였군...

나의 말에 프로듀서가 고개를 숙이고 낙담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말을 끝내고 고개를 든 뒤 머리를 긁으며 멋쩍게 말했다.

P:바다...보러 갈까?

난 창가에서 빠져나와 프로듀서에게 다가간 뒤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

치하야:가요...

밤의 어둠이 둘러싼 바다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남색으로 가득 찬 바다와 하늘에 뜬 별들이 마치 모든 걸 잊어버릴 정도로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백사장에 멍하니 서서 바다를 보는 동안 프로듀서는 돗자리를 깔고 파라솔을 꽂은 뒤 나를 불렀다. 나는 맨발로 백사장을 밟으며 돌아가서 프로듀서가 펼쳐놓은 돗자리에 앉았다.

프로듀서는 봉지 안에서 맥주를 꺼내 마셨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느꼈다. 프로듀서는 말없이 그저 과자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였다...

꼬르륵...

치하야:...!

P:배고픈 거야...? 자...여기.

그렇게 말하고서 프로듀서는 웃으면서 감자칩이 담겨 있는 과자봉지를 나에게 밀어주었다. 난 부끄러워하며 감자칩을 깨작깨작 먹으며 프로듀서를 쳐다보았다. 프로듀서는 왠지 모르게 수심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프로듀서에게 말을 걸었다.

치하야:오늘 일...그냥 즐거운 부분만 남겨놓도록 해요...여행의 의미가 그런 거기도 하고...아작...

P:그래야겠다...꼴깍...

프로듀서가 맥주를 다 마시고 빈 캔을 봉지 안에 넣고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P:혹시 여름에 개인적으로 바다에 간다면 여기 다시 올 생각 있어?

치하야:글쎄요...잘 모르겠어요...

P:그래...? 후우...

프로듀서는 조금 실망한 듯한 눈을 하고서 그대로 누웠다. 그리고 나초를 집어먹으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P:별들이 정말 아름답다...

치하야:그러게요...  

프로듀서는 아까부터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 걸렸는지 억지로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P:후우...즐겁지도 않고...왠지 모르게 분위기만 축 처지고...조금이라도 더 웃고 싶었는데...내 억지 때문이겠지...

치하야:.....읏...

프로듀서를 억지로 일으켰다. 그리고 양 손으로 프로듀서의 얼굴을 들어 올려 내 얼굴 앞에 맞댄 뒤 말했다.

치하야:괘, 괜찮다니까요! 거, 걱정 마세요! 후우...

쪼옥...

전에 프로듀서가 했던 것처럼 나도 눈을 감고 프로듀서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자, 이걸로 동률이에요 헤헷...

P:아, 알고 있었던 거였어? 내가 몰래 이마에 입맞춤 했단 거...

프로듀서는 당황해 하며 나에게 말했다. 전에 했던 일어나있지? 라고 물어본 게 거짓말일 정도로 말이다.

치하야:새삼스럽게...프로듀서가 전에 나가기 전에 물어봤잖아요...일어나있지? 라고. 실은 프로듀서의 집에서도 일어나있었어요. 부끄러워서 계속 자는 척을 했지만...

P:그래, 그랬구나...하핫...이거 왠지 모르게 쑥스러운 걸...

난 웃으면서 음료수를 한잔 따라서 프로듀서에게 줬다. 

치하야:그럼...프로듀서...건배해요. 오늘 있었던 일은 잊어버리고 내일부터 더 새롭게 시작하는 저희들이 될 수 있도록... 

P:응, 그래야겠지...그럼...

나도 내 컵에 음료수를 따른 뒤 프로듀서를 향해 컵을 흔들면서 말했다.

P,치하야:건배...

건배를 한 뒤 음료수를 다 마시고 나는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그럼 내일부터는 어제보다 더욱 더 새롭게 시작하는 거에요...

P:응!

아작...아작...

프로듀서는 그 후 뭔가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과자를 계속해서 집어먹었다. 마치 뭔가 빠져나간 사람처럼 허공을 쳐다봤다. 나도 프로듀서를 한동안 가만히 내버려두고 파도소리를 계속해서 들었다. 프로듀서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밤이 늦은 걸 깨닫고 아무 말 없이 파라솔과 돗자리를 챙겨서 숙소로 향했다. 나도 프로듀서의 뒤를 빠르게 뒤쫓았다. 

치하야:어찌됐건 밤바다는 정말 멋지네요...별들과 파도소리도 좋았고...프로듀서와도 조금 더 친해진 것 같고...

숙소에 돌아온 뒤 나는 조용하게 프로듀서에게 다가가 말했다. 프로듀서는 멋쩍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P:친해졌으려나...? 뭐...그럼 난...

도망치듯 샤워실로 들어가려는 프로듀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치하야:등 밀어드릴게요...

P:....우아앗!

프로듀서가 내가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뒤로 넘어질 뻔 했다. 그리고 바로 선 뒤 당황하며 물었다.

P:오늘 내가 한 일이 있는데도 말이야?

치하야:치잇...! 잊어버린다고 했으면서...

P:그, 그럼 부탁할게...

내가 삐진 듯 얼굴을 찌푸리니 프로듀서는 그제야 평소대로 나에게 말했다. 

치하야:그러고 보니...여기엔 해수온천이 유명하다던데. 가볼래요?

P:....응.

내 질문에 대답을 하는 프로듀서의 얼굴은 새빨개서 마치 터질 것만 같은 폭탄 같았다. 내 손에 이끌려 프로듀서도 나와 같이 욕탕에 도착했다. 욕탕에는 혼욕탕도 있었기에 나와 프로듀서는 그쪽으로 들어갔다. 

P:으으...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등을 보인 프로듀서는 뭔가 분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프로듀서의 몸은 온몸에 뭔가 모를 흉터가 많이 나있었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성한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스펀지를 들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P:놀란 거지...역시? 하핫...뭐 내 몸을 보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뭘 어떻게 했기에 몸이 그 모양 그 꼴이냐고...하, 하지만 걱정 할 것 없어...지금은 그다지 아프지 않으니까.

치하야:....알겠어요...

상처투성이의 몸...나를 만나기 전에는 막노동을 했었다고 말했었는데...그 때문인 건가...온몸에 보기 흉한 흉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나와는 다른 고통을 안고 살아왔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프로듀서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스펀지에 아무 말 없이 거품을 내서 프로듀서의 등을 문질렀다. 프로듀서는 뭔가 안심한 것처럼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 그저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 뒤에 머리에 물바가지로 물을 끼얹었다. 몸에 붙어있던 거품은 깨끗이 사라졌다.

P:크으...!

치하야:괘, 괜찮으세요?

프로듀서의 신음에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프로듀서는 애써 고통을 감추는 얼굴을 하고서 코에 물이 들어갔다고 변명했다. 난 조금 프로듀서의 거짓말에 눈을 감아주며 말했다.

치하야:다행이네요...전 또 안 좋은데 들어 갔을까봐 걱정했었어요...그럼 이번에는...

프로듀서의 앞으로 가서 수건을 벗었다. 하의만 가리고 나무의자에 앉아서 프로듀서의 손길을 기다렸다.

P:저...저기! 미, 미안한데 치하야는 치하야가 등을...

치하야:저 혼자서는 못해요...아시잖아요...

P:끄응...어쩔 수...없나.

당황하는 프로듀서를 진정시키고 다시 앉혔다. 프로듀서의 손길은 거칠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내가 아는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서는 이윽고 내 몸에 거품을 잔뜩 묻힌 뒤 물바가지를 들어 내 머리위에 끼얹었다. 

치하야:뜨....거...

P:괘, 괜찮아?

치하야:괜찮아요...그럼...

젖은 수건을 몸에 두르고 프로듀서를 쳐다봤다. 프로듀서는 부끄러워서 의자를 뒤로 돌리고 날 쳐다보지 못했다. 프로듀서의 손을 이끌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P:왜, 왠지 모르게 엄청 기분 좋아...

치하야:후우...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요...

우리 둘은 오늘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 듯 기분 좋은 온천물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기분을 즐기는 사이에 어느새 프로듀서가 내 옆에 와서 말을 걸어왔다.

P:여기서 하루만 더 있다 갈까...?

난 고개를 저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아니요...불꽃놀이라면 나중에도 할 수 있고...이런 온천도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P:그래...그럼 내일은...일단 쉬고...모레부터 정상적으로 레슨과 영업에 들어가 보자.

왠지 모르게 프로듀서는 아까보다 묘하게 더 기운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의 수건은 어느 샌가 벗겨져서 온천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치하야:네. 그래야겠네요...그리고 프로듀서...

P:응? 왜 그래...?

치하야:수건 벗겨졌어요...

난 프로듀서의 말에 대답을 하며 둥둥 떠다니는 수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P:우와아아아앗!!! 

프로듀서는 그대로 뜨거운 온천물에 잠수해서 수건을 건져서 다시 두른 뒤 나에게 왔다.

P:후우...큰일 날 뻔했네...

치하야:괜찮아요, 하핫...프로듀서...?

P:이번에는 멀쩡하다고...그나저나 뭐야?

치하야:손 잡아줘요...

프로듀서는 눈을 감고서 조용히 내 앞에 손을 내밀었다.

P:잡아.

치하야:왠지 모르게 남자다워요...

손을 잡자 프로듀서는 단 한마디를 했다.

P:앞으로 30분 동안 아무 말 않고 버티는 거야...시작!

그 후 30분 동안 몸과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프로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천물에 들어가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30분이 지나고 프로듀서가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P:몸도 충분히 덥혔고 나갈까, 치하야?

치하야:네.

프로듀서는 탕에서 먼저 나가 들어가 있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난 그걸 잡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방으로 돌아와 몸을 식힌 뒤 프로듀서가 캐리어에서 맥주를 꺼냈다.

P:마지막이네...이쌰...

왠지 귀여운 기합과 함께 딴 맥주를 프로듀서는 아무렇지 않게 목구멍으로 넘겼다. 얼마정도 마신 뒤 나에게 캔을 흔들며 프로듀서가 나에게 물어봤다.

P:맥주...마실래?

치하야:아뇨...오늘 안 좋은 꿈을 꿔서...

왠지 모르게 술을 마신 뒤의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게 안 좋은 꿈이라면 안 좋은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P:그래...그렇구나...그럼 이건 내가 다 마실게.

그렇게 말하고서 프로듀서는 곧바로 맥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맥주를 마시는 프로듀서를 보며 잠깐 망설인 뒤 말을 걸었다.

치하야:...역시 조금만 마셔도 괜찮을까요?

P:얼마 안 남았지만...자. 

프로듀서는 캔을 나에게 건네준 뒤 맥주를 마시는 나를 지켜봤다.

치하야:역시...쓰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달콤하네요...

프로듀서가 준 맥주는 전에 마신 맥주보다 왠지 모르게 달콤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얼마 전에 마신 것과도 확실히 달랐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P:그래...술이란 게 원래 다 그래...괴로울 때에 마시면 엄청나게 쓰디쓴 독약이나 다름없는 맛을 내고 기분이 좋을 때에 마시면 엄청 달콤하게 느껴지지. 

그렇게 말하고서 고개를 다시 내리고 나를 쳐다보며 물어봤다.

P:자...그만 잘까? 술기운이 적당히 돌 때 자면 잠이 잘 오니까.

치하야:그, 그러죠...

서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나를 마주보고 손을 이불 안에 넣고 나에게 내밀며 물어봤다.

P:손...잡고 잘까?

난 아무 말 없이 프로듀서의 손을 잡았다. 프로듀서는 손을 잡고 나에게 사과와 밤 인사를 동시에 했다.

P:미안했어, 오늘은...그리고 잘 자...

치하야:프로듀서도요...

난 눈을 감은 뒤 프로듀서가 잡아준 손에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잠에 빠져 들어갔다.
상처와 추억이 동시에 만들어진 소중한 첫 여행이 조용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잡설공간====

아 재밌었습니다...(가 아니잖아!)

뭐 여하튼...
프로듀서 편이랑 내용은 비슷해서 할 말이 딱히 없다는 게 참;

딱히 다른 점을 찾자면...
푸슛!(코피가 부아아악!)

빨래판이라도 귀여우면 상관 없어요.
네, 네. 빨래판이면 어떠합니까.
튀어나온 것과 안 튀어나온 것의 차이일 뿐입니다(...어이!)

제 팬픽에서는 치하야가 술을 잘 마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주세요.
소, 솔직히 술 잘 마시는 치하야라니...조금 상상이 안 가긴 하는데...
뭐, 앞으로는 술 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되도록 줄여가면서 적을 생각이에요 ㅎ; 

이번 편의 번외편은 패스.
다음 번외편에 이번 편 소재를 섞어서 할 생각이에요.

그럼 다음편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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