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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의 어느 토요일 날

댓글: 5 / 조회: 571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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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4, 2016 00:22에 작성됨.

겟산마스 사는 김에 이세계 식당이라는 라노벨에 특전으로 파일을 주길래 같이 샀는데 읽다가 떠오른걸 적당히 써봤습니다.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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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very tired 한거예요.."

 

오늘도 창작활동(로코나이즈)에 여념이 없는 충실한 나날이었어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개의치 않고 예술가의 혼을 불태우는 저는 대견한 아이임이 분명해요. 어제 프로듀서가 저의 혼신의 작품을 곤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모습을 봐버렸지만 원래 예술은 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들다는걸 저는 잘 알고 있어요.

 

띠링

 

"아. Producer로부터의 message네요."

 

프로듀서는 자신이 사적인 시간까지 방해하면 안된다면서 업무시간 외에는 절대 연락을 하지 않아요. 조금 쓸쓸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런 프로듀서가 먼저 연락을 한거예요. 저는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문자를 확인했어요. 하지만 저의 기대는 최악의 형태로 돌아왔어요. 문자의 내용은 시어터에 기증한 저의 혼신의 작품을 시어터 구석의 창고로 옮기겠다는 말이었던거예요. 이 것은 명백한 tyranny이자 oppression이예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저는 프로듀서에게 항의를 하려고 답장 버튼을 눌렀어요. 하지만 막상 문자를 보내려고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데 어제 봤던 프로듀서의 곤란한 표정이 떠올랐어요. 프로듀서는 저의 작품을 진지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예요. 어쩌면 저의 작품은 시어터에 장식해두기엔 조금 언밸런스한건지도 몰라요. 풀이 죽은 저는 문자를 보내는걸 포기하고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놨어요.

실은 그 전부터 저의 작품들이 시어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시어터와 어울리면서도 저의 예술적 감각에 맞는 회심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몇달간 공을 들였어요. 하지만 그 것마저 창고로 들어가버리게 된거예요. 저는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어요. 뭔가 새로운 구상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머릿속만 복잡해짐을 느낀 저는 기분전환 겸 산책을 나가기로 했어요. 예술가는 머리를 적절히 식히는 것도 중요한거예요.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어요. 기왕 나온 김에 늘 다니던 길이 아닌 새로운 곳을 한번 가보고 싶어서 무작정 아무 방향으로나 간 것이 화근이였어요. 정신이 들었을 땐 어두컴컴한 낯선 골목길이었어요. 이 곳은 대체 어디인걸까요?

 

컹! 컹!

 

"히익..!"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개가 낮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삼켰어요. 돌아가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프로듀서..

 

"그래요! 프로듀서에게 Emergency call을 하는거예요!!"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하는건 매우 실례되는 일이지만 저는 1초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주머니에 넣은 손에 잡히는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패닉에 빠지려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기억을 되새겨보니 분명 핸드폰을 책상 위에 두고 나왔었어요. 저는 바보같은 과거의 저를 자책할 정신도 없었어요. 양 옆의 벽은 어둠 속에서 저를 위압하듯 서 있었고 앞뒤로는 말 그대로 암흑이었어요. 저는 어쩔줄 몰라서 눈물이 날거 같았어요. 아니. 실은 눈물이 찔끔 났어요.

그 때였어요. 뿌얘진 눈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저 앞의 골목에서 파란 빛이 반짝였던거 같았어요. 사람일까요? 아니면 귀신? 아무래도 좋았어요. 이 어둠 속에서 그저 아무나 만나고 싶었어요. 저는 허겁지겁 빛이 보였던 골목으로 뛰어갔어요. 하지만 그 곳은 막다른 길이었어요. 인기척은 커녕 사람이 있던 흔적조차 없었어요. 저는 제가 본게 무엇이었는지 보다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 무서웠어요.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 때문에 몸이 떨려왔어요. 온갖 불안한 생각이 제 머릿속에서 어른거렸어요. 저는 정말로 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문득 앞에서 빛이 보였어요. 방금전까지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문이 있었고 그 틈새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거예요. 저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봤어요. 하지만 이 이상할 정도로 어둠에 싸여있는 곳이 주택가인지 상가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어요. 하나 확실한건 이 검은 문만이 이 근처에서 빛이 나오고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거예요.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미약한 빛에 의지해서 자세히 보니 검은 문에는 고양이 그림과 양식당 네코야 라고 쓰여있는 팻말이 걸려있었어요. 이런 어두운 곳에 식당이라니 아무래도 이상했지만 점점 떨려오는 몸을 참을 수 없었던 저는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딸랑딸랑

 

문을 열자 문에 걸려있던 방울이 울렸어요. 문 안은 모던한 인테리어에 잔잔한 등불과 세월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낡은 것은 아닌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앞치마를 두른 중년의 남자가 테이블을 닦고 있었어요. 적당한 뱃살에 살짝 흰머리가 보이는 아저씨는 방울이 울리는 소리에 제 쪽을 쳐다봤어요.

 

"어서오세..요? 어라? 분명 문을 잠궈놨을텐데 어떻게 들어오신거죠?"

 

아저씨의 의아한듯한 질문에 저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드디어 사람을 만났는데 다시 눈물이 날거 같았어요. 그런 저를 본 아저씨는 당황하며 말했어요.

 

"자, 잠깐만요. 울지 마시고 일단 여기 앉으세요. 아직 개점 전이니까 준비된건 없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저는 간신히 문가에 있는 자리에 털썩 앉았어요. 이 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테이블을 닦던 손수건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어요. 아직도 정신이 없었지만 이 곳의 온기와 빛은 지친 저의 몸과 정신을 달래주고 있었어요.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컵과 메뉴판을 가지고 왔어요.

 

"자. 일단 이거라도 마시고 진정하세요."

 

저는 잘 열리지 않는 입으로 간신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컵을 잡았어요. 컵은 매우 따뜻했어요. 저는 주인 아저씨의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 다시 눈물이 날거 같았어요. 하지만 걱정해주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꾹 참고 물을 마셨어요. 저는 물을 다 마시고 한숨을 돌린 저는 주인 아저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어요.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어요.

 

"너무 그렇게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그보다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주말은 저희 가게가 문을 잠궈둡니다만 '문'을 통해 들어오신거 맞죠?"

 

문이라면 고양이 그림에 팻말이 걸려있는 검은 문을 말하는 것이겠죠. 제가 그렇다고 말하자 주인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특별 영업을 하는 날에는 '누구든'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손님이라고 하면서 저에게 메뉴판을 보여줬어요. 하지만 저는 준비없이 나온터라 핸드폰은 커녕 지갑도 들고 나오지 않았어요. 우물쭈물하는 저를 본 주인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서비스니까 무엇이든 주문하라고 하셨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메뉴판에는 민치까스, 데리야끼, 오므라이스 등의 다양한 요리가 적혀있었어요. 메뉴판을 보니 내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냈어요. 뒤늦게 찾아온 공복감 때문에 되려 뭐든 다 맛있어보여서 선택하기 망설여지고 있는데 문득 팬케이크에 눈이 닿았어요. 저번에 모모코가 맛있게 먹던게 떠오르자 저도 팬케이크가 먹고 싶어졌어요. 주문을 받은 주인 아저씨는 메뉴판을 받아서 주방으로 들어갔어요. 잠시 후, 반죽을 만드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직접 조리해서 주는 것 같아요.

멍하니 기다리다보니 주방에서 나는 소리가 먼 곳에서 들리는거 같아요. 분명히 소리는 들리는데 왠지 이 곳이 적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컵을 잡고 생각에 잠겼어요. 혹시 프로듀서는 저때문에 힘들어하는건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저는 번번이 프로듀서를 곤란하게 했건거 같아요. 랜탈 받은 의상을 리폼(로코나이즈)했던 적도 있었고 사무실이나 프로듀서의 책상을 손보려다 제지당한 적도 몇번 있었어요. 어쩌면 프로듀서는..

 

"팬케이크 나왔습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주인 아저씨가 쟁반을 들고 눈 앞에 서있었어요. 그제서야 고소한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서 잠시 잊었던 허기가 몰려옴을 느꼈어요. 주인 아저씨는 제 앞에 그릇들을 내려놓고 설명을 하셨어요.

"이쪽이 메이플, 이건 초콜릿, 그리고 이건 잼입니다. 원하시는 것과 함께 드세요. 그리고 입가심 용으로 녹차를 준비했습니다.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해서 드세요. 그 외에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주인 아저씨의 물 흐르는 듯한 설명과 함께 팬케이크에 버터를 바르는 작업이 끝나고 아저씨는 물이 들어있던 컵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저는 잘 먹겠습니다. 라고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에 잡히는 메이플이 든 그릇을 들었어요. 마음 같아선 전부 다 한번씩 먹어보고 싶지만 그런걸 따지기엔 너무 배가 고팠어요. 그릇을 기울이자 달콤한 냄새와 함께 핫케이크 위로 꿀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을 보니 안달이 나기 시작했어요. 저는 잽싸게 그릇을 내려놓고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팬케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입에 넣었어요.

 

"우음~!"

 

달아요. 정말 달았어요. 노릇노릇하게 구운 반죽을 씹으니 방금 끼얹은 메이플이 잔뜩 배어나왔어요. 저는 혀를 자극하는 강렬한 단맛에 몸을 떨었어요. 입안에 침이 샘솟는게 느껴졌어요. 저는 입에 있는 것을 삼키기도 전에 포크와 나이프로 팬케이크를 잘라나갔어요.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정신이 들고보니 쟁반은 텅 비어있었어요. 입 안엔 달다 못해 텁텁한 맛이 느껴졌어요. 저는 주인 아저씨가 갖다주신 녹차를 마셨어요. 녹차의 씁쓸한 맛이 입 안의 과도한 단맛을 중화시켜 주면서 따뜻한 기운이 목을 넘어가는게 느껴졌어요. 저는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런 저의 모습을 웃는 얼굴로 보던 주인 아저씨는 남은 초콜릿과 잼은 그냥 주겠다면서 팬케이크를 하나 더 가져와서 포장까지 해주셨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다음에는 프로듀서랑 같이 와야겠어요.

제가 감사의 인사와 함께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자 주인 아저씨는 웃으면서 아마 다시 만나긴 힘들거라고 하셨어요. 손님이 저 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곧 폐업하는 곳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을 나섰어요.

봉투을 들고 골목 밖으로 나가는데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더럭 겁이 났어요. 어둡고 인적없는 골목길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이상하진 않으니까요.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저는 소리가 나는 반대방향으로 도망가려 했어요. 하지만 저는 금방 발걸음을 멈췄어요. 저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익숙한 목소리로 저를 불렀기 때문이예요.

 

"프로듀서..?"

 

어떻게 여길 찾아온건진 몰라도 제 눈앞엔 프로듀서가 있었어요. 프로듀서는 제가 답장이 없어서 전화를 걸어봤는데 몇시간이 지나도 받질 않아서 집까지 찾아왔던 모양이예요. 지금까지 찾아다녔다며 숨을 고르는 프로듀서를 보니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역시 저는 프로듀서에게 폐만 끼치나봐요. 그렇게 속으로 자책하고 있는데 프로듀서가 제 어깨에 손을 얹었어요. 깜짝 놀란 제가 앞을 보니 프로듀서는 무릎을 굽히고 저와 눈을 맞추고 있었어요. 당황해서 말을 꺼내려는데 프로듀서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어디 아픈거야? 괜찮아?"

 

그 말을 듣자 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이 사람은 저 때문에 몇 시간이나 뛰어다녔으면서 끝까지 절 걱정한거예요. 제가 눈물을 흘리자 프로듀서는 당황해서 구급차를 부르려 했어요. 저는 황급히 그걸 제지하며 괜찮다고, 지금까지 저 음식점에 있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프로듀서는 제가 가리킨 방향을 보더니 이상한 표정을 지었어요. 왜 그런가 싶어서 방금 나왔던 골목길을 보니 검은색 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어요. 저는 당황해서 손에 들린 봉투를 봤어요. 봉투 안엔 아직 따뜻한 팬케이크가 포장되어 있었어요. 분명 꿈은 아니예요. 저는 프로듀서에게 팬케이크를 보여주며 분명 저 곳에 있던 음식점에서 산거라고 말했지만 프로듀서는 제가 멀쩡하니 다행이라고만 했어요. 아무래도 제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지만 저라도 직접 겪지 않았다면 못믿을 이야기이긴 해요.

프로듀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서 제가 왜 프로듀서는 주말에도 양복차림인지를 묻자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시어터에 있었다고 했어요. 주말에 아이돌들도 없는 시어터에서 뭘 했는지 캐묻자 프로듀서는 말을 돌리다가 결국 창고에 쌓여있는 저의 작품을 활용할 기획을 짜고 있었다고 실토했어요. 프로듀서는 오늘 내내 저 때문에 쉬지도 못한거예요. 그 말을 들은 저는 한가지 결심을 했어요. 저는 집 앞까지 바래다준 프로듀서를 붙잡았어요. 이 팬케이크를 같이 먹어달라고요. 프로듀서는 아이돌의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극구 거절하지만 저도 물러설 생각은 없어요. 오늘은 끝까지 어울려주셔야겠어요. 나의 소중한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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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 신데극장 : 양 헤는 밤

니나 : 프로듀서! 잠이 쳐 안오는거예요!
P : 그럴 땐 양을 세면 된데.
니나 : 양 한마리.. 양 두 마리.. 양 열 마리.. 잠이 더 안오는거예요!
P : 잠깐만.. (인터넷 검색) 원래는 양을 뜻하는 sheep이라는 단어가 숨소리와 비슷한 것에서 착안했다는 말이 있네.
니나 : 1 sheep 새ㄲ..
P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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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 맛난거 먹는걸 써보고 싶었습니다만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셨더라면..

??? : 변명은 죄악이라는걸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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