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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9- sid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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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7, 2013 01:22에 작성됨.

다음 날 6시 10분.

난 일어나서 심야에 몰래 나가서 사온 물건들을 몰래 몰래 챙겨서 봉투 안에 넣은 뒤 그것을 캐리어 안에다가 집어넣었다. 그리고 캐리어 안을 살짝 정리해서 그것들을 보이지 않게 잘 감춰놓았다.

P:뭐...이 정도면 됐으려나...후우.

캐리어를 닫고 치하야를 깨우기 위해 볼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정확히는 기차 시간에 조금 쫓기는 상황이었긴 했지만. 어제 잠깐 둘러봐서 예약한 데는 가장 빠른 기차는 아침 7시였기 때문이었다.

P:치하야, 일어나. 오늘 놀러가기로 했잖아?

치하야는 내 손을 잠결에 뿌리치며 더욱 더 깊게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P:어쩔 수 없나...그렇다면!

휘릭!

이불을 세게 걷었다. 내가 이불을 걷자 치하야는 추운 듯이 몸을 웅크렸다. 어제 입은 고양이 잠옷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고양이가 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귀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P:일.어.나!

치하야:우...오앗!

P:정말이지...오늘 놀러가기로 했으면서 늦게까지 자면 의미가 없잖아...

치하야는 어리둥절한 채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치하야:허...억...무, 무슨 짓이에요!

P:노, 놀랐던 거야? 그, 그랬다면 미안...

치하야는 일어나며 말했다.

치하야:됐어요...뭐, 오늘 놀러가기로 한 걸 잊고서 계속 잔 제 탓도 크겠죠. 그럼 저 먼저 씻을게요.

치하야는 고양이 잠옷을 벗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적혀져 있지 않은 흰색 면 티셔츠와 파란색의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P:의외로 치하야도 패션센스가 좋구나...

치하야는 내 말을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치하야:그, 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

P:뭐...상관없나...아, 참 되도록 빨리 씻어줘! 기차 예매를 해뒀는데 7시까지니깐...일단 빨리 들어가서!

치하야:네, 네. 하핫...

등을 떠밀며 샤워실에 치하야를 밀어 넣고 난 소파에 앉아서 치하야의 방을 둘러보았다. 보통 여자애들과는 달리 귀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방이었다. 전에 봤던 동생 사진도 그렇고 대부분의 여자애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남자 연예인 사진 같은 것도 없고 순 음반과 그걸 듣기 위한 앰프, 플레이어, 헤드폰만 있었다. 이어폰도 몇 개인가 책상위에 뒹굴고 있었다. 컴퓨터가 없었던 것도 꽤나 유별난 특징이었다.

P:역시 몇 번을 봐도 이질적이야...

난 CD를 보관하는 찬장에서 CD를 하나 꺼내 헤드폰을 끼고 들어봤다. 맑고 청아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난 조금 놀라면서 CD케이스를 자세히 쳐다봤다. 거기에 적힌 이름은...

[히다카 마이]

히다카 마이라...옛날에 꽤나 유명했다고 했었는데...그러고 보니 프로듀서와의 결혼을 통해 급속도로 은퇴했었다고 들었는데...또 치하야가 전에 어렴풋이 얘기를 해준 기억이 나기도 했다. 난 헤드폰을 벗고 CD케이스에 CD를 도로 집어넣고 원래 있던 곳에 꽃아 넣었다. 

얼마 뒤, 치하야가 샤워를 마치고 흰 수건을 몸에 두르고 나왔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빨개져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치하야:거, 거기 제 방이에요...! 거기서 옷을 안 갈아입으면...프로듀서도 못 갈아입는다고요!

치하야의 말에 정신을 차리니 어느 샌가 치하야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 난 당황하며 치하야에게 말했다.

P:미, 미안! 지, 지금 나갈게! 그나저나 빨리 옷 좀 입어!

치하야는 화를 내며 문밖에서 소리쳤다.

치하야:그, 그야...갈아입을 옷을 깜빡했단 말이에요!

P:그럼 고양이 잠옷이라도 입어...!

그 말을 듣고 치하야는 그걸 입으려고 했는지 잠시 조용해졌다.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서 치하야의 방을 둘러보았다.

P:와아...이런 게 있었다니...

방에는 여러 가지 물품들이 있었다. 악보와 수많은 노트. 그리고 앨범들도 빽빽이 들어차있었다. 하지만 앨범 안에는 아무 사진도 넣어져 있지 않았다. 앨범 자체도 수도 없이 던져졌는지 온갖 상처가 다 나있었다. 앨범을 꽃아 넣고 방문 밖의 치하야에게 물어보았다.

P:다 됐어?

치하야:네.

덜컥...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치하야는 부들부들 떨면서 그냥 그대로 수건을 걸치고서 뒤를 돌아보고 있는 채였다. 나는 얼굴이 또 화끈해져서 방에 들어가게 하려 등을 떠밀려고 손을 댔다. 그 순간.

치하야:끼....끼야아아아아아아악!!!!

마침 운이 없었던 건지...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타이밍 나쁘게 치하야가 몸을 돌렸고...내 손은 그대로 치하야의 가슴에 닿았다...나는 치하야에게 정통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맞았다...

난 아픈 얼굴을 어루만지며...샤워실 안에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P:우우...아파...쓰, 쓰라려...흐윽...

일부러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난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샤워실에서 아픈 뺨을 어루만지며 나오는 나를 보고 치하야가 미안한 듯 내 얼굴을 만지며 사과했다.

치하야:죄, 죄송해요...저, 저도 모르게 손이...

P:돼...됐어! 이, 일부러 한 것도 아니라구우...아파라...

난 치하야에게 맞은 데가 너무나도 쓰라려서 계속해서 투정을 부리며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짐을 챙겼다. 다른 의미로도 쓰라렸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집을 나서 20분 정도 택시를 탄 뒤 기차역에 도착했다. 얼굴의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맞은 데가 퉁퉁 부어올랐다...난 치하야를 쏘아보며 말했다.

P:뭐, 그럴 수도 있겠지. 여자라면 당연한 거니까. 못난 프로듀서 둬서 참 미안해! 

치하야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윽고 기차가 도착하고 우리 둘은 조금 떨어진 좌석에 앉았다. 더 정확히는 내가 일부러 떨어져서 앉은 거지만. 난 기차 좌석의 팔 받침대에 팔을 올려놓고 턱을 괸 채 바깥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치하야는 나를 보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치하야:죄...죄송해요...일부러 그런 건...

P:됐네요! 일부러 기차표도 끊어줬는데 이럴 거면 그냥 미키나 다른 애들이랑 갈 걸 그랬나 보다!

난 반 장난 반 진심으로 치하야에게 말했다. 치하야는 갑자기 얼굴색이 바뀌더니 화장실 칸이 있는 차로 뛰어 들어갔다. 난 그냥 턱을 괸 채 계속 경치를 감상했다. 1시간이 지나고...2시간이 지나도...치하야는 오지 않았다. 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서 치하야가 달려간 곳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 치하야는 없었다.

P:....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난 당황해서 다급히 치하야가 달려간 차편에서 가장 가까운 직원을 붙잡고 물어봤다.

P:아까...어떤 여자가 여기로 뛰어오지 않았나요?

직원:아까 여자가 한 명 여기로 뛰어 들어왔긴 했는데...기차가 역에 서자 곧바로 역에서 내려서 계단위로 올라가더군요...근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일 났다...난 다시 한 번 물어봤다.

P:다음 정차 역은 어디죠...?

직원:목적지인데요. 더 이상의 정차 역은 없어요. 이번 역이 마지막이에요. 으음...1시간 정도 더 걸리려나?

P:망했어...어떡하지...

난 좌석에 돌아와 망연자실하게 털썩 주저앉았다. 내 자리 대각선 앞에 치하야가 놔둔 짐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난 고개를 떨군 채 스스로를 자책했다.

P:내, 내가 또 무슨 짓을...조금 맞은 것 가지고 그런 소릴 하다니...

난 그저 멍하니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도중에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일부러 끊는 것 외엔 답장이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별로 기쁘지도 않지만...마지막으로 기차에서 내린 뒤 치하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결과는 꽝. 받지 않았다. 배차시간을 확인해봤더니 앞으로 6시간 후에 다음 열차가 도착한다고 돼있었다.

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역 휴게실에서 가만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하얀색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캐리어에 있는 맥주를 꺼내 그걸 따서 마셨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얼마만큼 마셨을까 의식이 흐릿해지고 난 그대로 휴게실 의자에 털썩 쓰러졌다. 

P:이제...끝인 걸까...

그 후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더니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얼마만큼 지났을까 눈이 떠졌을 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해진 밤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머리 부분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떠서 그 정체를 확인해보았다. 난 조금 놀랐다...

거기엔 치하야가 내 머리를 무릎에 받치고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난 머리를 살며시 든 뒤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난 서럽게 울고 말았다. 머리가 아픈 것도 모른 채 술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눈물이 얼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울었다.

P:흐흑...아아아아아아아!!! 우...우..욱!

난 아까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안 좋아졌다. 울다말고 난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속에 술만 들어간 걸 계속해서 올려댔다.

P:우...우에에에엑!! 우, 우우우에에엑!!

한동안 토를 하고 나니 조금 머리가 어지러웠다. 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그것이 술기운 때문이었는지...안 그러면 치하야가 다시 돌아와 준 것에 대한 기쁨이었던 건지는 나도 잘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 후 한동안 앉아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나와 치하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치하야는 내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모르는지 계속해서 꾸벅 대고 있었다. 난 조용히 짐을 챙겼다.

P:아무래도...우욱...난 아무래도 너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서는 자격미달인 것 같다...우욱...

치하야가 깨지 않게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다. 그 때였다.

치하야:약해...

P: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술기운이 머리끝 까지 솟아올라서 나도 모르게 막말을 하고 말았다. 치하야는 날 맹렬히 노려보며 말했다.

치하야:약하다고! 당신 같은 프로듀서! 난 절대로 인정 못해! 하, 하지만!

P:됐어! 어차피 난 자격미달이니까. 자! 이걸로 택시나 타고 가!

치하야에게 돈을 던져주었다. 치하야는 그걸 다시 던지면서 말했다.

치하야:정말로 날 만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P:....후회해!

하지만 난 무슨 장난일까...말과는 반대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치하야:....우욱...

자세히 보니 치하야도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난 울면서 치하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치하야는 나한테 오늘 아침때와 같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때렸다. 나는 술기운 때문에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치하야:약해, 약해, 약해! 그, 그리고 난 당신 같은 사람 정말 싫어해! 뭐든지 약한 소리만 하고! 우욱! 우욱!

P:아파...! 하, 하지만...

난 조금은 정신이 든 것 같았다. 고개를 몇 번 휘저은 뒤 정신을 차렸을 때 치하야는 몸을 못 가누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P:마, 말도 안 돼...으윽! 머, 머리가!

난 아픈 머리를 쥐어 싸매고 아까 치하야한테 던진 돈을 다시 주워서 주머니에 꾸깃꾸깃 넣고 치하야를 업었다. 그리고 오늘 가려고 했던 숙소로 향했다. 미리 예약을 해뒀기 때문에 늦었어도 거기에서는 흔쾌히 우리 둘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치하야를 침대에 눕히고 아픈 머리를 달래기 위해 찬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치하야를 가만히 쳐다봤다.

P:실은 후회하지 않는데...왜 거짓말을 했을까...나의 단순한 오기 때문이었던 걸까...하아...

고개를 숙인 채 나는 창가로 향했다. 건너편 창문 쪽에서는 수많은 조명들이 수면을 수놓고 있었다. 난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치하야의 옆에 누웠다. 난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었다. 마침 TV에서는 전에 촬영했던 분량이 재방송 되고 있었다.

P:저 때는...즐거웠었는데...오늘은 왜...내가 경솔해서 그런 거겠지...젠장!

난 머리를 쥐어뜯으며 보기 괴로운 TV를 꺼버리고 털썩 누웠다.

P:하아...

눈을 감고 조용히 잠들려고 했다.

치하야:....흐억!

치하야의 비명소리에 눈이 떠졌다. 치하야는 나쁜 꿈을 꾼 것처럼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일어났다. 나도 누운 채로 물어봤다.

P:치하야...일어났어...?

치하야:프, 프로듀서...

아무래도 치하야는 아까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술기운에 취해 있는 대로 말했던 거겠지...

P:하아...미안하다...

치하야:.....

치하야는 나를 조용히 일으켜 세우더니 내 손을 잡았다.

치하야:.....괜...찮...

그리고 말을 하다말고 내 손을 자신의 가슴을 향해 얹었다. 난 순간 다시 술기운이 오를 것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치하야:아요...저, 저도...아까 술을 조금 마셨어요...프로듀서가 캐리어 안에 넣어놓은 1캔의 맥주...그냥 먹기엔 써서...폿키도 같이 먹었어요...

술기운이 아직 남아있는지 치하야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유약했다.  

P:....아까 일 기억 못하는 거야...?

난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치하야:....조금은요...후우...

P:그렇구나...그, 그건 그렇고 그 손...좀 떼 줘...

치하야:그럼 이렇게 하면...

그렇게 말하고서 치하야의 손이 내 가슴에 얹혔다. 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P:남자랑 여자랑 똑같냐...?!

치하야:후우...

치하야는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말했다.

치하야:죄송해요...제 멋대로 행동해서...

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P:이쪽이야말로...후우...즐거워하기 위해 온 여행인데...이래서야...

난 낙담했다. 치하야는 내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저랑 한 가지만 더 약속해요...

P:무슨 약속...?

치하야:서로서로 기분 나쁜 일...그게 어떤 형태라 할지라도 서로서로 얼굴 붉힐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P:그거야 필수적이긴 하지만...오늘 같은 일이 더 이상...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되겠지...나도 너무 치졸했고 말이야...생각해보니 부끄러워...도대체 왜 내가 그랬던 걸까...겨우 한 대 맞은 거 같고...끄응...

치하야는 그저 조용히 날 안아주었다.

치하야:죄송해요...저도 그 때 손이 나가지 않았다면...됐을 텐데...하지만...

치하야가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내 이마에 손가락을 튕기며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그래도 여자에겐...함부로 그래선 안돼요, 프로듀서...하핫...

P:뭐...그렇긴 하군...미안했어. 하, 하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단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우아아앗...

당황하는 나를 보고 치하야는 창가로 갔다.

치하야:불꽃놀이 하면 좋겠네요...분위기도 있겠고...

P:그러고 보니 오늘 불꽃놀이 하려고 했었는데...휴우...참...그나저나...

난 아까 역에서 있던 일이 신경이 쓰여 치하야에게 물어봤다.

P:아까 분명 도중에 내렸다고 들었는데...

치하야는 뒤를 돌아보며 이상한 듯 날 쳐다봤다.

치하야:저는 그저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어요...그리고 어느 샌가 도착해서 프로듀서를 찾았는데...

P:그런 꼴이 돼있었단 거였군...

아무래도 기차 내에서 직원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던 탓이 컸던 걸까...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P:바다...보러 갈까?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치하야:가요...

아까 술을 마셔서 맥주는 2캔이 남아있었다. 뭐...술기운도 거의 다 깼으니 한 캔만 더 마시자고 생각하며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서 백사장으로 나갔다. 돗자리를 깔고 파라솔을 핀 뒤 앉았다.

후릅...

맥주를 마시며 조용히 밤바다를 바라봤다. 치하야도 조용히 눈을 감고 해명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작...아작...

꼬르륵...

치하야:....!

P:배고픈 거야...? 자...여기.

난 감자칩이 담긴 봉지를 치하야에게 밀어준 뒤 난 봉지에서 새로운 과자를 꺼냈다.

P:...하아...

아까와는 다르게 씁쓸하고 달콤한 맥주가 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아까는 그냥 닥치는 대로 먹었었는데...

치하야:오늘 일...그냥 즐거운 부분만 남겨놓도록 해요...여행의 의미가 그런 거기도 하고...아작...

P:그래야겠다...꼴깍...

맥주를 다 마시고 빈 캔을 봉지 안에 넣었다. 난 누워서 치하야에게 물어봤다.

P:혹시 여름에 개인적으로 바다에 간다면 여기 다시 올 생각 있어?

치하야:글쎄요...잘 모르겠어요...

P:그래...? 후우...

난 누워서 나초를 집어먹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P:별들이 정말 아름답다...

치하야:그러게요...

P:후우...즐겁지도 않고...왠지 모르게 분위기만 축 처지고...조금이라도 더 웃고 싶었는데...내 억지 때문이겠지...

치하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날 일으켜 세우고서 얼굴을 맞대며 말했다.

치하야:괘, 괜찮다니까요! 거, 걱정 마세요! 후우...

그러고선 내 이마에 뽀뽀를 했다.

치하야:자, 이걸로 동률이에요 헤헷...

P:아, 알고 있었던 거였어? 내가 몰래 이마에 입맞춤 했단 거...

치하야:새삼스럽게...프로듀서가 전에 나가기 전에 물어봤잖아요...일어나있지? 라고. 실은 프로듀서의 집에서도 일어나있었어요. 부끄러워서 계속 자는 척을 했지만...

P:그래, 그랬구나...하핫...이거 왠지 모르게 쑥스러운 걸...

치하야는 컵에 음료수를 따른 뒤 한 잔을 나한테 주며 말했다.

치하야:그럼...프로듀서...건배해요. 오늘 있었던 일은 잊어버리고 내일부터 더 새롭게 시작하는 저희들이 될 수 있도록...

P:응, 그래야겠지...그럼...

서로 잔을 맞대고 건배를 한 뒤 음료수를 마셨다. 달콤한 오렌지 맛이 혀끝에 전해져왔다.

치하야:그럼 내일부터는 어제보다 더욱 더 새롭게 시작하는 거에요...

P:응!

그 후 한동안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서로 말없이 보내다 숙소로 돌아왔다.

치하야:어찌됐건 밤바다는 정말 멋지네요...별들과 파도소리도 좋았고...프로듀서와도 조금 더 친해진 것 같고...

P:친해졌으려나...? 뭐...그럼 난...

샤워실로 들어가려고 걸어가는 내 손을 치하야가 잡았다.

치하야:등 밀어드릴게요...

P:....우아앗!

난 당황해서 뒤로 넘어질 뻔 했다.

P:오늘 내가 한 일이 있는데도 말이야?

치하야:치잇...! 잊어버린다고 했으면서...

P:그, 그럼 부탁할게...

마침 해수온천이 있기에 그쪽으로 향했다. 혼욕탕도 있었기에 나와 치하야는 그쪽으로 향했다.

P:으으...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솔직히 젊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한지라 온몸이 제대로 성한 부분이 없었다. 철골에 깔린 적도 있었고 날카로운 것에 팔이 베여 큰일 날 뻔한 적도 있었고...뭐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치하야:....!

P:놀란 거지...역시? 하핫...뭐 내 몸을 보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뭘 어떻게 했기에 몸이 그 모양 그 꼴이냐고...하, 하지만 걱정 할 것 없어...지금은 그다지 아프지 않으니까.

치하야:....알겠어요...

치하야는 조용히 샤워용 스펀지로 거품을 내서 내 몸에 문댔다. 굳은살에 거품이 들어와서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물바가지를 들어 내 머리 위에서부터 끼얹었다.

P:크으...!

치하야:괘, 괜찮으세요?

P:코에 물이...킁!

코를 잡고 푸는 시늉을 하는 날 보고 치하야는 안심한 듯 나에게 말했다.

치하야:다행이네요...전 또 안 좋은데 들어 갔을까봐 걱정했었어요...그럼 이번에는...

치하야가 걸치고 있던 수건을 벗고 내 앞에 앉았다. 난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P:저...저기! 미, 미안한데 치하야는 치하야가 등을...

치하야:저 혼자서는 못해요...아시잖아요...

P:끄응...어쩔 수...없나.

치하야가 했던 것처럼 스펀지에 거품을 내서 치하야의 살갗에 문질렀다. 스펀지 사이로 삐져나온 손가락에 전해지는 살결의 감각은 굉장히 맨들맨들해서 기분 좋았다. 난 거품을 묻힌 치하야의 살갗에 물을 끼얹었다.

치하야:뜨....거...

P:괘, 괜찮아?

치하야:괜찮아요...그럼...

치하야는 일어나서 수건을 다시 몸에 걸쳤다. 난 물론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온천으로 들어갔다.

P:왜, 왠지 모르게 엄청 기분 좋아...

치하야:후우...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요...

난 치하야에게 다가가며 물어봤다.

P:여기서 하루만 더 있다 갈까...?

치하야:아니요...불꽃놀이라면 나중에도 할 수 있고...이런 온천도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P:그래...그럼 내일은...일단 쉬고...모레부터 정상적으로 레슨과 영업에 들어가 보자.

치하야:네. 그래야겠네요...그리고 프로듀서...

P:응? 왜 그래...?

치하야:수건 벗겨졌어요...

P:우와아아아앗!!! 

난 황급히 잠수해서 수건을 찾아 내 아래에 걸치고 다시 수면 위로 나왔다.

P:후우...큰일 날 뻔했네...

치하야:괜찮아요, 하핫...프로듀서...?

P:이번에는 멀쩡하다고...그나저나 뭐야?

치하야:손 잡아줘요...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치하야 앞에 내밀었다. 

P:잡아.

치하야는 손을 잡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치하야:왠지 모르게 남자다워요...

손을 잡자 나는 한마디를 단호하게 말했다.

P:앞으로 30분 동안 아무 말 않고 버티는 거야...시작!

그 후 30분 동안 눈을 감고 조용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만을 잡은 채 온천에 들어가 있었다. 솔직히 부끄러웠던 탓도 있긴 했다. 30분이 지나고 나는 조용히 치하야에게 말했다.

P:몸도 충분히 덥혔고 나갈까, 치하야?

치하야:네.

내가 먼저 탕에서 나가 치하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치하야:고마워요, 프로듀서.

탕에서 나온 뒤 한동안 몸을 식힌 뒤 캐리어에서 마지막 맥주를 꺼냈다. 

P:마지막이네...이쌰...

캔을 따고 캔에 입을 댄 뒤 맥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조금 미적지근했지만 마실 만 했다. 절반 정도를 마신 뒤 치하야에게 캔을 흔들며 말했다.

P:맥주...마실래?

치하야:아뇨...오늘 안 좋은 꿈을 꿔서...

P:그래...그렇구나...그럼 이건 내가 다 마실게.

후릅...꼴깍...꼴깍...

그 순간이었다. 치하야가 조금 부끄러워하며 나에게 말했다.

치하야:...역시 조금만 마셔도 괜찮을까요?

P:얼마 안 남았지만...자.

난 마시다 남은 캔을 스스럼없이 치하야에게 건네주었다. 치하야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맥주를 마셨다. 조금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정신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 만큼 취한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기분이 아주 살짝 좋을 정도로 취한 걸 말한다.

치하야:역시...쓰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달콤하네요...

P:그래...술이란 게 원래 다 그래...괴로울 때에 마시면 엄청나게 쓰디쓴 독약이나 다름없는 맛을 내고 기분이 좋을 때에 마시면 엄청 달콤하게 느껴지지. 자...그만 잘까? 술기운이 적당히 돌 때 자면 잠이 잘 오니까.

치하야:그, 그러죠...

P:손...잡고 잘까?

치하야:...

치하야는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P:미안했어, 오늘은...그리고 잘 자...

치하야:프로듀서도요...

서로 눈을 감은 채 우여곡절이었던 첫 여행이 마무리를 지어가고 있었다...

===잡설공간===

이번 편은 바다편. 번외편에서 말했다시피 안주는...뭐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지만 술은 엄청나게 부각했습니다.
치하야의 새로운 술버릇도 나왔습니다. 프로듀서는 덤.
프로듀서의 주량은...맥주 6캔...정도 잡으면 되려나...쉴 새 없이 마셔대는 프로듀서의 간은 아니고...;

솔직히 이번 편은 조금 막장기가...보트는 타고 싶지 않아!
보, 보트 전개는 더 이상...ㅠ;

뭐 본론으로 돌아와서...프로듀서가 오늘 꽁해진 게 문제였단 거겠죠.
역시 멘탈이 약합니다. 하지만 가슴 만진 게 잘한 건 절대 아니란 거...
그리고 등을 떠밀려고 했다가 가슴을 만졌다는 거에 주목해야 됩니다(큿...)

장난삼아 말한 말에 사태파악 못하고 치하야가 도망치고 난 뒤에 한참이 지난 뒤에 찾은 프로듀서도 문제...
헷갈리게 만든 직원도 문제...; 하지만 꽁해졌다가 결국은 치하야를 찾게 되는 프로듀서를 보며
결국은 치하야를 결코 버릴 수 없는 존재라고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거겠죠.
뭐 한참 지나서 찾았지만 결국은 잘 풀렸다는 게 다행이지만요;

그럼 치하야 편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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