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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향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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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3, 2016 22:49에 작성됨.

"아..."

 

"아..."

 

나와 사에의 눈이 마주친다.

약간 놀란듯한 사에의 눈동자 아래로, 무언가가 사에의 입에 물려있었다.

검고 길쭉한 볼펜같아 보이는 그것은, 중간에 녹색램프가 팟. 하고 들어와 있는, 아주 이상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에... 담배 피웠니...?"

"어머어머... 들켰네요..."

 

들켰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사에는 쿡쿡 웃으면서 입에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후욱. 하얀 연기가 사에와 나의 시야를 옅게 가리면서 뭉게뭉게 주변에 퍼져간다.

 

"아니아니! 사에! 왜 담배를 피우는거야?"

"왜냐면... 저는 원래부터 흡연자였으니까요?"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아이돌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을것이라는 환상따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아이돌 역시 사람이고, 때문에 사람들의 환상만큼 고결한 사람은 아니니까. 실제로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중 어른조의 몇명은 실제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조의 이야기다. 사에는 지금 확실히 미성년자이고, 확실히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나이였다.

 

"아니아니... 사에."

 

내가 사에에게 다가가자, 사에 근처에서 은은하게 딸기향을 맡을수 있었다. 아. 이 전자 담배는 딸기향이군. 아니, 그게 아니지.

 

"사에. 너는 지금 미성년자지?"

"네. 사에는 미성년자랍니다~"

확실하다. 사에는 미성년자다. 그것도 15살의 중학생. 담배와는 거리가 300백 광년정도는 떨어져 있어야할 나이라고 할수있다. 성인이었다면 '어쩔수없지.' 로 넘어갈 문제이지만, 사에는 지금 학생의 신분이다.

 

"담배는 몇살부터 피우게 되어있어?"

 

"만 19세라고 알고있사와요."

 

"그럼, 왜 네가 피우는거야?"

"그야... 담배라는것이 피우고 싶지 않아서 피우지 않게되는 물건이 아니라서 말이지요~"

사에가 쿡쿡 웃으면서 손안의 전자담배를 휘릭. 휘릭. 돌린다.

 

"프로듀서도 알고있지 않나요~?"

"윽. 역시 알고 있었나..."

 

무엇을 말하랴. 나도 역시 담배를 피운다. 그것도 골초.

솔직히 나도 사에와 비슷한 나이에서 시작하였다. 청소년이 시작하는 계기가 그렇듯 처음에는 호기심. 그 다음에는 중독.

물론 이 일을 시작하면서 끊으려고도 해보았지만 담배라는것이 쉽게 끊어지는 물건인가. 결국 아이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전자담배를 뻑뻑 피운다음에 돌아오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전자담배로 바꾼 이유? 어린 아이들이 양복에 묻은 담배 냄새를 맡고 얼굴이 찌푸려지는것은 나도 싫으니까. 내가 피우는 담배는 무향이다.

 

"알고 있었답니다. 프로듀서가 중증 골초라는거. 담배는 건강에 나빠요?"

"그걸 알면 너도 그만둬! 아니, 애초에 어떻게 시작하게 된건데?"

"음... 1년 정도...? 어머니가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시는게 너무 멋져보여서요. 호기심에 저도 피워봤는데... 어머나. 눈을 떠보니 이렇게... 아이돌이 되면서 끊으려고 해보았지만, 힘든일이 있을때마다 자꾸 손이 가서요."

 

음. 사에의 어머니는 확실히 미인이시지. 분명 기모노 같은 것을 입고 품위있게 피우셨을거야. 확실히 멋있어보였겠지... 가 아니라! 사에도 호기심이 원인이었나!

 

"아, 아무튼 끊어! 끊으라구!"

"후우... 그럴수는 없어요. 이렇게 무대에서 내려오고 들어오는 니코틴이, 얼마나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데요...?"

"아. 그건 확실히 이해가 가...긴 하지만 아무튼 안돼!"

 

"프로듀서와 만난 이후로 한번도 들킨적이 없잖아요? 그만큼 저는 자기관리도 철저하답니다. 프로듀서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제가 담배를 피우는것은 누구도 몰랐으니까요."

 

"으음..."

"흐음... 그렇기는 해도, 담배는 나쁜것이니까요..."

 

휘릭휘릭. 사에가 담뱃대를 돌리다 문득, 그것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프로듀서가 끊는다면 저도 끊을게요."

"이...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거야?"

"담배를 끊는다는것은 상당한 결의가 필요한것... 프로듀서는 저를 끊게하실 결의가 과연 있으신가요?"

"...정말, 내가 끊으면 너도 끊는거지?"

"그럼요. 저 코바야카와 사에.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나와 사에의 약속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골초로서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길었는지, 겨우 3일만에, 나는 다시 담배에 손을 대고 말았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날. 사에는 보란듯이 나의 앞에 앉아 전자담배를 꺼내 니코틴을 맛있게 흡입하기 시작했다.

 

"너... 너! 사에!"

"어머. 할말. 있으신가요?"

"..."

 

사에는 나와는 달리 눈치가 귀신 같다. 분명 눈치챘겠지.

 

"아니야..."

"그럼... 으음. 3일만의 담배는 별미네요. 후훗..."

 

사에는 쿡쿡 웃으면서, 의지력이 부족한 나를 놀리듯 나를 향해 딸기향 연기를 뿜었다.

 

"계속... 해보실래요?"

"이익... 그건 한순간의 유혹에 넘어간 내가 잘못한 거였어. 인정해. 하지만 다음번엔 그렇지 않아!"

"어머어머... 사에. 기대해보겠어요."

 

사에가 실쭉 웃으면서, 담배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사에와의 약속을 지킬수는 없었다. 이윽고 우리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나의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쌓여갔고, 아이돌의 어두운 표정을 보는것이 너무나도 미안해져, 나도 모르게 담배에 손이 가, 니코틴을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어머어머..."

 

그럴때마다 사에는 보란듯이 나의 앞에서 담배를 꺼내면서 품위있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하아."

 

그녀에게 뭐라고 할수는 없었다. 나 역시 흡연자. 그런 흡연자가 담배가 나쁘다. 나쁘다. 라고 해도 끊을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나부터. 나부터 시작해야했다.

 

사에가 담배를 피우지 않기 위해, 아이돌들을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다. 스캔들을 밤새 정리하고(사에에 관한것은 아니었다.) PD에게 무릎 꿇고 빌며 프로그램에 넣어달라 간청해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겨우 끝날때마다, 나의 입에는 항상 담배가 물려있었다.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것인지. 아이돌들이 노력한것이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윽고 우리 사무소는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특히 빛나는 아이돌이 있었다.

 

코바야카와 사에.

 

그리고, 그 빛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그 순간. 그녀가 신데렐라가 된 그 순간. 나는 감격하면서 눈물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그 날밤의 축하파티. 나는 혼잡한 사람들의 인파에서 벗어나, 축하장의 외진 테라스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기있으셨네요..."

 

몇분 지나지 않아, 사에가 그곳으로 찾아왔다. 푸른 기모노가 아름답게 수놓아져있는, 그녀다운 신데렐라 드레스이다.

 

스윽. 그녀가 담배를 꺼낸다.

 

"하하. 오늘 하루종일 못 피웠지?"

"네... 조금 한계가 왔을지도요."

 

사에는 벽에 기대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후욱.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아아. 살것같네요."

"...그렇겠지."

잠깐의 침묵이 있고난후, 나는 입을 열었다.

 

"갈거야?"

"네."

 

갈거야?의 의미는 물론 사에의 친가를 의미한다. 사에는 자신 스스로 최고의 아이돌이 될때까지는 친가에 가지 않을것이라 말하였다. 그리고 최고의 아이돌이 된 지금. 그녀는 그곳에 갈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내일. 부모님을 만나러 갈거예요."

 

"그런가..."

멋없는 나는, 이 장면에서 힘내라는 말 조차 하지 못한채 담배연기를 빨아들이기만 한다.

 

"...멋있네요. 프로듀서."

"음? 뭐가?"

"프로듀서가 담배를 피우시는 모습..."

"핫. 이런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뭐가 멋있다고?"

"어머머... 바지에 찔러넣은 왼손, 우수에 찬 눈동자. 와이셔츠, 하드보일드하달까요?"

사에의 칭찬에 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연기를 내뱉는다. 아마도 붉어져있겠지.


"...너야말로."

"네?"

"아니야..."

아차...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어머어머. 그런가요. 후훗..."

사에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다.

 

"프로듀서. 저 코바야카와 사에. 부탁이 있는데요...?"

"뭔데?"

"들어주실거라 약속하면, 말씀드릴게요."

"...?"

사에가 이런 부탁을 한것은 처음이다. 분명 미소짓고는 있지만, 눈은 한없이 진지하다. 도대체 뭘까...?

 

"들어줄테니까. 말해봐."

"...친가에, 같이 가주시지 않겠어요?"

"아... 뭐, 그 정도야."

 

솔직히 말하자면, 사에의 부모님은 사에 몰래 딱 한번밖에 만난적이 없다. 엄해보였지만 좋은 사람들이었다. 사에를 잘 부탁한다고 말할정도니.

 

"후훗. 잘 됬네요. 프로듀서씨."

 

사에씨~ 어디있어요?

 

문득, 사에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사에는 담배를 다시 품안에 넣는다.

 

"이만 가볼게요~ 내일 11시 까지 XX역으로 와주셔야해요?"

 

그렇게 말하며, 사에는 미소짓고는 다시 인파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담배를 쭉 빨아들였다.

 

"...아. 다 떨어졌나..."

 

 

.

.

.

 

"왔느냐. 사에."

"네. 아버지."

 

다음날. 오후쯤. 나와 사에는 교토의 친가로 들어가, 부모님을 만날수 있었다.

 

분위기는 딱딱했지만, 부모님들에게는 사에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듬뿍 묻어나와있었음을 알수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은 사에를 인정해주었다.

 

"프로듀서씨."

"네."

사에의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모쪼록, 앞으로도 사에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물론입니다."

 

사에의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프로듀서씨. 오늘은 이곳에서 묵고가시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앗. 네..."

 

나는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지만 이런 호의를 거절하는것은 실례겠지.

 

"...!"

사에의 볼이 왠지 모르게 붉어졌다.

 

"그리고 사에. 제 방으로 오세요. 여자로서 행해야할 몸가짐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네... 어머...님..."

사에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음...? 사에가 부족한 몸가짐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마이코의 세계란 일반인들이 알수 없는 것이겠지...

 

.

.

.

 

그날 밤.

 

"아아. 정말 좋다..."

 

귀빈용 방의 이불에 누우면서, 나는 중얼거린다.

 

식사, 목욕, 볼거리. 그 무엇도 완벽했다. 최고의 기녀라고 불렸던 사에의 어머니가 직접 춤을 추었고, 사에 역시 오랜만에 마이코로서의 춤을 추어, 더욱 내 눈을 호강시켜주었다.

이제 잠을 자볼까. 하던 때.

 

"...프로듀서씨. 주무시나요?"

사에가 문너머로, 나에게 말하였다.

 

"아니. 아니야. 사에."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스륵. 사에는 깨끗하고 정갈한 흰 소복을 입고있었다.

왠지 사에는 긴장한듯, 얼굴이 붉어지고 눈을 이리저리 헤메게 하고 있었다.

 

"프로듀서씨. 아니... P씨. 불초한 사에이지만, 지금까지 너무 감사했습니다."

절을 하며, 사에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아니아니. 절할것 까지야... 사에."

 

어라? P씨? 사에가 나를 이름으로 불렀다고?

 

"향후로도, 사에는 P씨를 전심전력 살피고, 내조하려합니다. 그리고... 그... 오늘은..."

 

사에가 홍당무가 되듯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어라?"

 

사에 아버님의 잘 부탁한다는 말.

사에 어머님의 '여자의 행동'

사에가 지금 방문한것.

 

설마...!

 

"아...아니아니! 사에! 아니야!"

"네? 뭐가... 아닌가요?"

 

'큰일이군.'

 

지금와서 '아뇨아뇨. 그런의미인줄은 몰랐네요. 약혼자라니.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라고 말할수도 없다...

...게다가 사에는 나 역시...

 

"..."

 

사에는 무언으로, 나에게 안겨온다.

 

"사...사에..."

"P씨. 담배. 피우셨나요?"

"...아니."

"저. 무지 긴장되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았어요."

"...어째서?"

"P씨가 저의 냄새를 온전히 느끼게 하기 위해서... 딸기향이 아닌, 저의 냄새로..."

 

"사에... 그만... 그만해줘... 난..."

"지금 여기에 있는것은 사에와 P씨...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아니예요. P씨... 그러니..."

"..."

 

"저를... 사랑해주세요."

툭.

 

내 안의 무언가가 끊어짐과 동시에, 나는 사에를 넘어뜨렸다.

 

"사에...사에...!"

"P씨... 좋아해요... 와주세요..."

 

.

.

.

 

시간이 지난후.

 

우리 둘은 누운채로, 각자의 어깨의 살결을 느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진정되네요..."

 

"그래."

 

아무런 말은 필요없다. 뿜어져나온 무취의 연기는 딸기향 연기는 서로 얽히면서 이윽고 무엇이 어떤 연기였는지 모르게 될 정도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둘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로를 껴안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에의 향기는 딸기향과 비슷했다.

 

 

.

.

.

.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나는 담배를 끊을수 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사에 역시 담배를 끊었다.

물론 일은 여전히 과중하고, 스트레스 투성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으로 담배를 끊을 이유를 찾을수 있었다.

 

"느껴지시나요? P씨?"

"응. 아이의 심장소리가 사에의 심장소리와 같이 들리고있어."

 

우리의 보물이 아빠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까.

아빠와 엄마도 아이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겠지...?

 

"P씨. 저 정말 행복해요."

나의 아내. 사에가 미소지으면서 나의 머리를 감싼다.

 

"아아."

사에의 배 너머로 전해지는 고동소리를 느끼며, 나는 사에를 끌어안았다.

 

 

원래 목적은 사에항 최고 이벤트에 응모하려는 거였는데 어머나! 주최자분이 사라지셨네!

그래도 써놓은걸 버릴수 없기에 그냥 올리겠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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