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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젠 토키코 "나만의 암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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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1, 2016 00:51에 작성됨.

"토키코님~ 오늘도 아름다우세요!"

 

 

"매번 당연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구나, 너는."

 

 

"그야, 당연한 얘기라도 말로 전하지 않으면 제 기분을 표현할 수 없잖아요? 헤헷..."

 

 

"...흥, 낙관적인 암퇘지네."

 

 

"에헤헤..."

 

 

"..."

 

 

 자이젠 토키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의 대주주인 자이젠 가의 딸인 그녀는 무엇이든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 때 했던 공부는 너무 시시해서 늘 우수한 성적을 받아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스포츠를 통한 경쟁에 목숨을 거는 행위도 바보 같다는 생각에 어디까지나 남들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정도만 증명할 뿐,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게 만들 정도로 열심히는 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적당히. 자산의 성미에 맞지 않으면 외면해버리고 맞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손을 댄다. 그런 세월을 보낸 그녀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웠던 것언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디즘과 마조히즘에 관한 것이었다. 타인에게 정신적, 물리적 통증을 주는 것에서 쾌감을 얻는 새디즘과 그러한 통증으로부터 쾌감을 얻는 마조히즘에 대해 알게 된 그녀는 그것 이외의 자신의 흥미를 이끌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다음에 토키코님이 말씀하신 새로운 형태의 팬미팅에 관한 안건도 준비해 놨어요!"

 

"응?'

 

'새로운 형태의 팬미팅?'

 

"규칙을 만들고 토키코님과의 팬미팅인 악수회에서 그 규칙을 어긴 사람들에게, 토키코님의 매도!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아아...그랬었지. 정말로 준비해온 거야? 기특한 암퇘지네."

 

"에헤헤...칭찬 감사합니다~"

 

"..."

 

'이상한 애야...'

 

 그녀는 한때 사람의 심리에 대해 흥미가 생겨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어째서 같은 인간인데도 서로의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째서 누군가는 독설을 듣는 것으로 삶의 의미를 잃고 끝내 좌절하고 누군가는 의욕을 불태워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가? 분노는 정말로 인간의 원동력인 것일까? 스트레스가 정말 쾌감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러한 의문들을 그녀는 수많은 서적과 실전 속에서 꺠우칠 수 있었다. 인간은 모두 다르고, 그 중에 조금 별난 녀석들도 있다. 우월하고 아름다운 사람에게 독설을 듣는 것을 일종의 '포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런 이들에게 있어 '여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안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내 생각에 상부에서는 별로 좋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

 

"앗, 걱정해주신 건가요? 괜찮아요! 토키코님의 매력을 알려드린다면 분명 허가가 떨어질 거에요!"

 

"별로 걱정한 건 아니야. 다만...그렇게나 의욕을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 너의 어린애같은 언변이 얼마나 통할지는 뻔하지만..."

'나라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 같고 말이지.'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여흥거리를 찾아다니던 그녀에게 아이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것도, 남성이 아닌 여성 프로듀서에게서. 척 보기에도 어설프게 관리한 갈색의 머리카락을 어떻게든 깔끔하게 보이려고 묶어 올린 포니테일과, 눈보다 몇 배는 커서 이상한 안경의 센스와 시골에서 자란 듯 뺨에 살짝 드러난 주근깨까지. 그 모든 요소가 작은 체구와 어울려 귀엽게 보이기까지 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수하다면 수수하고 친근하다면 친근한 그런 이미지의 여성이 타인의 생활을 관리하는 프로듀서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에 그녀는 놀랐고, 또 그 프로듀서가 자신에게 아이돌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을 때 또 놀랐다. 너무 놀라서 그만 헛웃음을 흘리며 버릇처럼 모욕적인 말을 해버렸었다.

 

"괜찮아요, 꼭 통과시키고 올 게요! 토키코님도 이제 마니아 팬층 뿐만이 아니라 대중들도 제법 많이 알아주는 인기 아이돌 층에 걸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표현은 거슬리니까 좀 빼는 게 어떠니? 너도 성인이니까 머리가 나쁘진 않을 테고 말이야."

 

"에헤헤..."

 

"...그럼 가봐. 가서 한 번 욕을 얻어 먹으면 막연한 기획은 통하지 않는단 사실을 알겠지."

 

"아뇨, 이 기획은 토키코님이 제안해주신 거니까...저 따위의 머리에서 나온 거라면 분명 통과할 수 없겠지만, 토키코님의 거라면 가능해요! 네!"

 

'날 그렇게까지 맹신하고 있는 거야? 어째서? 정말 바보인가? 왜 이렇게 멍청한 거지?'

 

"널 상대하고 있으면 묘하게 답답해. 짜증이 나는 것 같으니까...어서 가."

 

"앗, 네! 다녀올게요~"

 

덜컥-!

 

"..."

 

 처음 보는 상대방에게 말을 걸었을 때, 아무리 그 미모가 아름답고 자태가 우월하다고 하더라도 초면에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면 그 외면적인 모습은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오로지 소수의 몇몇만이 그녀의 그런 모욕적인 말들을 감안하며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 주로 비즈니스적 관계에 있는 이들이.

 하지만 자신을 담당하는 이 프로듀서. 아니, 프로듄느는 달랐다. 스스로를 프로듀서가 아닌 '듄느'라고 불러달라고 한 이 소녀와 여인의 기준이 애매한 여자는, 자신과 비즈니스적인 관계도 아니고 딱히 욕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토키코는 흥미가 생겼다. 이 바보같은 소녀가 자신을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동물을 괴롭히는 것으 즐기는 어린아이 정도의 발상이었다.

 

"...흥, 내가 걱정을 하다니.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그 암퇘지가 욕먹는 날들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프로듄느가 나가고 홀로 남은 사무실에서 그녀는 일을 나가기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앞에 있는 테이블에 놓여진 물병을 확인했다. 살짝 들었는데도 그 안에 제법 물이 차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온도가 딱 적당한 정도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내 물병 옆에 놓여진 잔에 물병의 내용물을 담았다.

 방금 막 끓여낸 것처럼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그녀의 취향을 고려해 듄느가 준비한 것이었다. 이 사무소의 사람은 딱 둘 뿐이다. 아이돌 자이젠 토키코. 그리고 그녀를 관리하는 프로듄느.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어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은 사무소였기에 그 환경은 초라했고, 토키코 자신도 이러한 환경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이 사무소에 남았다.

 

"아이돌이라고는 나 한 명 뿐이면서 팬미팅이라니, 그럴 여유가 있는 건가? 애초에 일감도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가져오는 주제에..."

 

 커피를 마시고 혼잣말을 하며 심심함을 달래는 토키코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는 듄느의 모습을 떠올리며 인상을 썼다.

 

'내가 왜 그 암퇘지 생각을 해야하는 거야.'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머릿속에 떠오르는 듄느의 얼굴을 지워버린 그녀는 아직 반이나 남은 잔에 커피를 더 따랐다. 일을 나가기 까지는 여유가 많다. 여타 인기 아이돌들과 다르게 그녀는 일을 하는 시간보다 사무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녀가 가문의 일을 잇는다면 같은 시간 동안 엄청난 부를 모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곳에 있는 걸 선호했다.

 왜 그런지는 그녀 본인도 모른다.

 

"...얼마나 지났지?"

 

 인상을 쓰고 사무소의 시계를 확인한 그녀는 몇 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짜증을 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상대방을 매도하려 쓰는 그런 매력적인 형태가 아닌, 진정으로 스트레스와 짜증을 느끼고 있을 때 보이는 그런 형태. 그녀는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확인 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돌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초조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틈틈이 시간을 확인했다.

 

 

끼이익-

 

"다녀왔습니다..."

 

"뭐야, 오래 걸렸네. 그렇게나 오랫동안 욕을 먹은 거니? 아니면 날 기다리게 하려고 일부러 늦게 온 건가?"

 

"아뇨..."

 

"...? 뭐야, 목소리가 왜 그래."

 

"토키코님..."

 

 울먹이는 목소리에 안색도 좋지 않은 모습의 듄느를 보며 눈썹을 찌푸린 토키코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먼저 듄느가 그녀를 끌어 안아 품에 얼굴을 묻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토키코님...흐윽...흐끅..."

 

"...말 해봐. 무슨 일이 있었지?"

 

"흐윽...흑..."

 

"내 말에 거역하려는 건가? 배짱이 좋구나, 암퇘지. 빨리...말하라고!!"

 

"히익?!"

 

"..."

 

'아...'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토키코의 표정에 미묘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아랫입술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 했지만, 그녀는 이내 입술을 깨물고서 단호하게 나갔다.

 

"울지 말고 말해. 명령이니까."

"그, 그게...토키코님 말대로 엄청나게 욕을 먹어서..."

 

"...그것 뿐은 아니겠지."

 

"윗분들이....토키코님을 무시하는 말을 해서...저도 모르게 화가나서 나섰다가, 저 같은 사람이 담당하는 사람이니까 토키코님도 분명 모자란 사람일 거라고....그 말을 듣고 쫒겨나서...!"

 

"...그러니까, 날 모욕하는 말 때문에 울고 있다는 거니, 지금?"

 

"네에..."

 

"..."

 

 어이가 없었다. 자기 자신이 욕을 먹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 넘기는 사람이 가족도 아니고 타인인 자신이 욕을 먹었다는 사실에 억울해 하다니?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지가 않았다. 아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째서일까.

 

"고작 그런 걸로 울다니...한심한 암퇘지네."

"그치만, 그 사람들이 토키코님을...!"

"바보, 그런 녀석들이 날 모욕한다고 해서 나의 품위나 가지차 떨어지는 건 아니야."

 

"하지만, 토키코님이 제안해주신 기획을..."

"그거 말인데, 너 차라리 나랑 같이 새로 시작해라."

 

"...네?"

 

"내가 직접 사무소 하나 차려줄 테니까, 이딴 곳에서 눈치 보면서 일하지 말고 당당하게 다니란 말이야. 내가 입아프게 설명까지 해줘야 하나?"

 

"아, 아뇨...에? 하지만...에?"

 

"대신, 넌 완벽하게 내 게 되어야 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어떤 일이든 나랑만 상의하면 돼. 다만 다른 아이돌을 스카우트 해서는 안돼. 나만의 암퇘지가 되는 거야."

 

"아...전 상관 없지만, 그게 가능한 건가요...?"

 

"불가능하면 내가 말했을까?"

 

"...아."

 

"...크크큭, 그래. 보여주자고....너를, 아니. 이 자이젠 토키코를 무시한 이딴 쓰레기 프로덕션의 머리 녀석들에게 진면모를 보여줘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조차 모자라게 만들어주자. 암퇘지."

 

"아...네! 꼭, 반드시 그렇게 만들게요!"

 

"그래...크큭."

 

 입가의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손에 넣고 싶었던 것들은 전부 손에 넣어왔었다. 한 번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쓸데 없는 헛수고를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다. 꼭 손에 넣고 싶은 것은 아직 완전히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앞으로 헛수고를 좀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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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젠 토키코 X 프로듄느 소설이 없어서 한 번 써봤습니다. 사실 이것저것 더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우월하고 아름다운 토키코와 그런 토키코를 동경해서 헌신하는 시골 출신 프로듄느, 그리고 그런 프로듄느를 의식하는 토키코의 이야기!

라는 느낌으로 써보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네요. 재밋었다면 추천을 눌러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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