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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외전-사로잡힌 소녀와 사로잡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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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8, 2016 22:44에 작성됨.

오오하라 베이커리

 

코바야카와 사에가 20살이 되던 날이었다. 가문의 성에서 성대하게 열린 축제, 히이라기도 그 축제의 음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의 빵을 먹은 이들은 모두

 

죽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에는 잠시 자리를 나왔기에 무사했으나 가문의 어르신들은 모두 사망.

 

이 초유의 사태에 가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은 직계자손은 코바야카와 사에 뿐이다. 그리고 범인일지도 모르는 히이라기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단 하나의 짐조차 들지 않고, 마치 주방에서 작업 도중 몸만 사라진 것처럼 사라져있었다.

 

순식간에 멸문에 가까운 사태를 당하고 범인을 밝힐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에는 그녀의 일을 해나갔다.

 

아이돌을 은퇴하고서 가문의 당주를 맡아 시나브로 수습을 해나가아갔다. 아직은 어린 그녀의 헌신에 감동받은 지역민들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가문은 간신히 유지되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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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떠오른 어느 밝은 밤.

 

사에는 집무를 마치고서 그녀의 침실이 아니라 다른 어느 방으로 향했다. 묘하게 성의 외곽에 위치한 방. 마지막 사용자가 불미스럽게 실종되고서 본래라면 아무도 없어야할 방이다. 그러나 그 방은 아주 엄중하고 또 조용하게 관리되어 호위까지 붙어있었다.

 

"상태는...?"

 

사에는 걱정어린 표정으로 시종에게 묻자, 시종은 오늘도 식사를 거르셨다는 대답만을 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사에는 발을 내딛으며 상냥하게 물었다.

 

"오늘도 식사가 입에 맞지 않으신가요? 히이라기 님?"

 

히이라기, 전대미문의 독살사건의 주인공은 실종되지도 않고 그 성에 있었다.

 

그러나 온화한 기색은 가시고 냉담함만이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는 들어오는 사에를 쳐다보지도 않고 등을 돌린 채 침묵을 고수했다.

 

"어쩔 수 없네요."

 

사에는 식탁에 놓인 히이라기의 밥을 한 숟갈 입에 넣고는 씹었다. 히이라기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등을 내보였으나, 사에가 옆으로 돌아와 빠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입술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혀. 혀를 밀어넣어 억지로 연 히이라기의 입 속으로 잘게 으스러진 밥이 밀어들어온다.

 

침과 뒤섞여서 죽이 되버린 밥이 묘한 단맛마저 풍기며 저항없이 넘어가버린다.

 

히이라기가 떨어져서 기침을 할 때는 이미 입 안은 텅 비었다.

 

사에는 전혀 개의치않고 미소마저 지은 채, 말했다.

 

"제가 먹여드려야지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히이라기가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묻자 사에는외려 의아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히이라기님은 벌을 받고 계시지않습니까?"

 

"저는 결단코 제 음식에..!"

 

"알고있습니다."

 

사에는 미소를 지으며 소매 속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었다. 히이라기의 귓가에 다가가 어린아이가 자신의 성과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웃음이 섞여 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속삭였다.

 

"그야 죽인 건 저니까요."

 

"예...? 그게 무-"

 

히이라기가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입이 틀어막혔다. 사에가 휠체어, 정확히는 히이라기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히이라기를 껴안으며 입을 맞추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패닉에 빠져있었던 것에 더해 갑작스레 들어온 키스에 히이라기의 사고는 그대로 마비했다. 호흡이 괴로워질 때까지 입맞춤이 이어지고 사에가 입에서 투명한 실을 늘어트리며 떨어졌다.

 

"저란 말입니다. 히이라기 님의 음식에 독을 넣은 것도, 그 곳에 있던 잡것들을 독살한 것도, 전부 제가 한 일이란 말입니다."

 

아주 조금은 안정된 듯한 표정으로 사에는 속삭였다.

 

식은 땀을 흘리며 영문을 몰라하는 히이라기를 보며 사에는 미소지었다. 아무런 악의도 없는 순수한 호감의 미소였다.

 

"그러나 히이라기 님은 여전히 죄인입니다. 벌을 받으셔야합니다."

 

히이라기도 이런 영문 모를 상황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팔에 힘을 주어 사에를 밀쳐냈다.

 

"도대체 무슨...!"

 

실눈 사이로 드러난 보라색 눈동자가 히이라기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었으나, 사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밀쳐진 고통이나 충격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슴이 아픕니다....."

 

"예?"

 

"몸은 차고 가슴은 끊습니다. 멍하니 있다가도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히이라기님, 제게 무슨 짓을 하셨습니까? 제게 무슨 짓을 하셨길래 제가 이리도 고통스럽습니까?"

 

사에는 주저앉은 그대로 히이라기의 허벅지를 만지며 손을 위로 뻗었다. 어느새 사에는 히이라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히이라기님만 없었다면, 제가 이리도 아플 일을 없었을 텐데...!제가 미쳐버릴 일도 없었을텐데...! 하다못해 절 바라봐주셨으면 제가 참지못하고 이런 일을 벌일 일도 없었을 텐데.!!."

 

왼손으로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불안정한 마음처럼 그 단정한 옷에 주름이 잡히고 구겨졌다.

 

"사에-"

 

사에를 부르려던 히이라기의 입이 틀어막혔다.

 

"그 뿐이면 됩니다. 히이라기님.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존칭도 필요없습니다. 제 곁에서 절 보며 절 불러주시면 됩니다. 제가 미치지않게, 더 이상 아프지않게, 제 곁에 있으셔요. 그게, 그게 히이라기님이 받아야할 '벌'이니까요."

 

마치 히이라기를 원망하는 것 같은 말과 달리 사에는 오히려 절박해 보였다. 히이라기의 코앞에 놓인 사에는 눈에는 물기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

 

히이라기는 도망칠 수 없었다. 사에의 말이 타당한지 판단을 할 마음이 패닉에 사로잡혀 너무도 불안정했다. 그리고 애시당초 히이라기라는 남자의 본성은 자신을 필요로 하며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을 매정하게 쳐낼 수 없다. 특히나 사에와 쌓아온 몇 년간의 관계는 그것을 더 어렵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답답해...'

 

조금 전부터 미세하게 올라는 가슴의 답답함이 거슬렸다. 지금은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경도 날카로워졌는가, 사에로부터 나오는 꽃향이나 사에의 부드러운 피부가 한층 더 민감하게 느껴졌다.

 

"히이라기 님? 더우신가요?"

 

"아뇨...조금.."

 

가슴에서 밀려오는 것이 매우 불편해져 정상적 사고에 방해되기까지 하자 그는 사에를 밀어내며 가슴을 부여잡은 채 심호흡을 반복했다.

 

"조금, 잠시 혼자...."

 

말조차도 툭,툭, 끊어져 마무리도 맺지 못할 지경이었다.

 

사에는 남모르게 미소를 감추게 뒤로 물러났다.

 

"혹여, 무언가 불편하시다면 즉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벌' 이외의 일에서는 극진히 대접해드릴테니. 이곳의 시종들도 철저히 교육되있으니까요. 요구하시면 뭐든지 해드릴테니..."

 

"감사,...합니다..."

 

히이라기는 몸을 숙인 채 가슴을 부여잡았다. 호흡이 점점 거칠어고있었다. 가슴에서 시작된 열이 몸으로 점점 퍼지고 피부가 달아오른다.

 

"허어억...., 허억..."

 

몸을 너무 숙인 탓인가 히이라기는 휠체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볼이 붉게 상기되고 땀이 흐르는 상황에도 히이라기는 손을 들어 사람들을 제지했다. 가슴을 쥐지않은 손이 바닥을 긁었다.

 

"히이라기 님, 정말로 덥지 않으신가요?"

 

".....예...."

 

"그러신가요...저는 조금 덥네요."

 

그리고는 사에의 양 팔이 가운데로 모였다가 마치 백조가 우아하게 날개를 펴듯 양 쪽으로 길게 벌어졌다. 이내 팔이 다시 아래로 늘어졌다. 그 뒤로, 사에의 몸을 가리던 옷이 실 끊어진 연이 떨어지듯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

 

바닥에서 구르듯이 누워있던 히이라기는 입을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왜 하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나신에 가까운 하얀 사에의 몸. 비록 한 순간의 실수였지만 히이라기는 그녀를 본 사실을 뼈져리게 후회했다.

 

갓 스무살이 되어 아직은 생기넘치는 피부, 그럼에도 여성의 특징을 확실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갖춘 몸. 선명하게 빛나는 새하얀 피부와 그 위의 신체의 일부분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그 몸을 본 순간, 히이라기는 말 못할 충동을 느꼈다.

 

온 몸의 열이 폭발하듯 치솟아오르고 몸이 발작하듯 꿈틀거린다.

 

속으로 설마설마 하던 것이 진짜인가-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에 와서 히이라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간신히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사에는 그런 히이라기의 노력을 배신하듯 말을 걸며 한 발자국 씩 천천히 히이라기에게 다가갔다.

 

"참으로 아름다우십니다. 히이라기 님..."

 

'신경쓰면 안 돼...! 신경쓰지마라!'

 

한 발자국 씩, 사에가 다가올 때마다 꽃향기가 점점 진해진다. 히이라기의 상태 탓인가, 그녀의 목소리에서도 묘하게도 색기가 들린다.

 

"히이라기 님은 언제나 온화하고 차분하신 줄 알았는데..."

 

자박-

 

꽃향기가 진해진다. 꽃밭에 몸을 던질 때처럼 향에 둘러싸이는 기분.

"이런 면모도 가지고계시네요...."

 

자박-

 

향에 취해 정신이 서서히 아득해진다.

 

사에의 손도 이제 떨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뺨도 상기되어 달아올랐다.

 

"죄송합니다. 좀 더 두고싶지만....이제 저도 한계인 것 같사와요... 방금전, 조금 먹어버린 걸까요...."

 

꽃밭 위에 누운 것처럼 생각이 서서히 멀어지고,

 

'이제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꽃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서서히 힘이 풀려가는 히이라기 위로 사에가 그를 향해 껴안듯이 다가간다.

 

"자아- 히이라기 님, 편안히 계셔요..."

 

그리고 작가는 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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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남이 주는 밥은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겁니다.

 

원래 출장편 완결로 고려했으나 조기완결이 눈에 보이기에 폐기-

 

히이라기는 하반신이 허벅지만 남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시리즈는 역시 먹방이 있어야겠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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