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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 "살게 해줘서, 살아 있어 줘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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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8, 2016 10:34에 작성됨.

When we grow apart, it’s destiny

우리가 이렇게 엇갈려 버린 것은, 그저 운명일 뿐이고,

It’s just how it was supposed to be

그저, 원래부터 이렇게 되었어야 할 일이었 어.

But I know that I’m not strong enough to accept that easily

하지만 난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했지.

 

The song that I once sang and gave to you

내가 한 때, 너에게 불러 줬던 그 노래는

Is now just a sad love song, overplayed a time or two

이제 그저 슬플 뿐인 흔한 사랑 노래가 되어버렸지.

Let the wind flow in and blow it away

바람아 불어서, 이 노래를 실어갔으면 해.

Back to the time, that summer day when I fell in love with you

그대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던, 그 여름날로.

 

Calc.

 

소녀는 자신의 팔목을 묶은 붉은 리본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이 리본에 담은 의미를 생각했다.

“…”

잠깐 그녀는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묶었던 리본을 살짝 풀어본다.

자신이 가리고 싶었던, 그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과거의 흔적.

“....흐윽..”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눈물은 그녀의 뺨을 타고 내려와, 손 안의 풀려버린 리본을 적신다.

양 손 안의 엉켜버린 풀린 리본은, 더 이상 그녀의 운명에 닿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엉켜버린 붉은 실을 보는 것만 같아서, 그 붉은 실은 눈물로 물든다.

 

 

선선한 날씨가 조금 씩 가기 시작하는 초여름 저녁.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시간이면 이미 밤이었는데, 그는 새삼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말 없이,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감상에 빠져 있을 때, 그의 옆에서 소녀가 말을 건다.

“P, 오늘 즐거웠어요..

그가 옆을 돌아보자, 옆에는 마유가 서 있었다평소와는 다르게, 포니 테일로 머리를 묶고, 도수 없는 붉은 뿔태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  평소의 스타일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역시 아이돌은 아이돌인지 이 정도로 분장이 충분할까 헷갈릴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 나도 마찬가지야, 마유.”

그녀가 억지를 부려서 나온 데이트였지만, 그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아이돌과 데이트하는 프로듀서라니, 팬들에게 이만한 배신이 없다고 그렇게 설득했지만, 그녀는 오늘만이라도 좋으니,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며, 며칠 동안 부탁했다정작 이유를 물어볼 때는 입을 다물어 그는 좀 찝찝했지만, 그 날의 데이트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저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런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눈 앞에 마유는 그저 생글생글 웃고 만 있었다누군가에게 데이트 하는 모습이 들키기라도 했으면, 뒷수습이 얼마나 귀찮았을 텐데, 그런 걱정도 안 했는지 그냥 즐겁다는 마냥 생글생글 웃는 미소가 왜인 지 괘씸했다그렇게 느낀 그는 마유의 이마에 살짝 딱밤을 먹인다.

“P, P?”

그녀는 딱밤을 맞은 게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억울하다는 듯이 볼을 부풀린다억울하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시위일 것이다한 번 한숨을 내쉰 그는, 그냥 마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미안, 마유.”

그녀는 그래도 불만족스럽다는 듯, 아직도 표정을 좀 구겨서 삐친 적을 한다.  결국 한 숨을 한 번 더 내쉰 그는, 속으로 더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나 생각한다그래도 슬슬 어두워지고 있겠다, 마유를 사람들이 알아보기는 힘들 것이다대충 한 두 곳 정도 더 같이 둘러보면 그녀의 기분도 풀릴 거라 생각을 마친 그는, 그녀의 팔목을 낚아챈다.

..?! P, P?!”

가자, 너무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알아보는 사람 생겨.”

그렇게 말하고 그는 마유의 팔목을 잡고 다른 곳으로 걸어간다그가 고개를 좀 돌아보자, 귀까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따라오는 마유의 모습이 보였다그녀가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 했지만, 그냥 혼잣말일 것이라 생각한 그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린다.

 

 

 

그렇게 십 몇 분을 걸어 다닌 후에, 둘은 한 카페를 찾았다카페야 길에 널려 있었지만, 마유가 함께 인만큼, 사람이 많은 곳은 누군가 그녀를 알아볼 위험이 높았다마유야 부끄러움이 좀 덜해진 이후로 같이 걸어 다니는 게 마냥 좋다는 듯, 계속 달라 붙어 웃고 있었지만, 계속 그녀를 붙어있게 하기에는 그가 부담스러웠다.

어서 오세요.”

카페의 문을 열자, 종업원이 미소와 함께 인사한다척 봐도 어린 커플을 훈훈하게 바라보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 보고 있는 종업원의 시선에 그는 부담을 느꼈지만, 딱히 부정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당연히 옆에서 보면 자신들은 그런 모습일 테고, 오히려 부정하는 게 더 어색하다거기다, 굳이 부정했다가 마유가 삐치기라도 하면 귀찮아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빈 자리가 많이 보였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안 닿을 구석 자리에 앉기로 했다. 우선 마유를 앉게 한 이후, 마실 것을 주문하러 가려 했지만, 마유는 앉아 있기 싫다며, 같이 주문하러 가자고 때를 썼다.

마유, 갔다가 알아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냥 옆에만 붙어있을 게요말 안하면 못 알아 볼 거에요.”

마유는 떨어지고 싶지 않은 지, 설득 되지를 않았다평소의 그녀는 이 정도로 말하면 알아듣고 따라 줬는데, 오늘 따라 심하게 어리광을 부려 오니, 그로서는 당황스러웠다.  말싸움이 길어지자, 사랑 싸움을 하는 줄 알고 보는 사람들도 늘어가니, 결국 그는 시끄러워 지기 전에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안 들키게 조심해.”

~

목적을 이뤘다는 듯, 살며시 미소 짓는 그녀의 표정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유를 옆에 끼고 계산대로 오니, 종업원의 시선이 역시 부담스러웠다상대는 자신들을 뭐라고 생각할까사랑 싸움을 하고도 착 달라붙는 풋풋한 어린 커플그렇게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면 괜찮을 지 모르지만, 만에 하나 누군가 마유를 눈치 채면, 그렇게 보이는 것은 오히려 곤란하다

그래서, 뭘로 주문하실 건가요?”

그렇게, 나는 얼어붙는다마유, 뭘 시켜 줘야하지원래대로 라면, 그녀를 앉게 한 뒤, 그녀가 뭘 먹고 싶은 지 물어 봤을 거다하지만, 방금 그녀와 말다툼을 하느냐고, 물어 볼 새도 없이, 그녀를 데려와 버렸다

되도록이면 그녀가 누군가와 대화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도 가수인만큼, 사람들에게 목소리가 노출 되어 있고, 목소리가 익숙하면, 제 아무리 분장을 했어도 얼굴을 알아볼 지도 모르는 법이다살짝 마유를 바라보니, 그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미소로 대답한다

그렇게 뭘 시켜 줘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옆에서 마유의 목소리가 들린다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문을 시작하고 있었다그제서야 깨달었다이 녀석, 처음부터 자기가 시킬 생각이었다

, 그거랑.. , 커플용으로 부탁드려요..

거의 다 시킨 듯한 상황에서, 그녀는 조금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갑자기 나를 바라본다.

오빠는 에스프레소 마실 거죠?”

세침한 미소와 승리 선언역시 얄미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뭐라 말 할 맘도 안 든다안 들켰으면 된 거지그냥 적당히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래.”

 

 

결국 둘은 커플 메뉴를 들고 자리에 돌아왔다.  자리에 돌아오자, 커피 흘릴까 봐 잠깐 떨어져 있으라 한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마유는 약삭 빠르게 그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프로듀서가 아이돌보다 주변 시선을 신경 쓰는 게 참 황당하다는 듯이, 그는 한 숨을 내쉬었다되도록이면 그녀가 앞자리로 만족해 줬으면 하지만, 그녀가 또 고집을 부리기라도 하면 시선이 또 끌릴 거다결국 그는 포기하고, 마유의 의도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왜 이렇게 어리광이야?”

평소에도 어리광을 좀 부려왔지만, 오늘은 특히 심했다오늘이 아니면 안된다 고집 부린 것도 그렇고, 무슨 이유라도 있는 지 궁금했던 그는 마유에게 물어본다그녀의 표정에 옅은 실망이 스친다바로 고개를 숙이더니 그의 팔에 안겨버려 표정을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스치듯이 그 실망을 본 그는 혼란스러웠다오늘이 마유에게 특별한 날인가하지만, 마유와 만난 지 1년이 되려면 아직 한달은 남았다그녀의 생일도 아니다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마유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기억도 못하는 남자한테는 비밀이에요.”

그녀는 퉁명스럽게 미소 짓는다조금 삐쳤지만, 그보다는 놀려보고 싶다는 느낌을 내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강했다혹시 그냥 날 잡아서 어리광부리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었던 그였지만, 역시 모르겠다그래도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지금은 충실하게 데이트에 임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스크림에 꽂아져 있던 스푼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약간 푼다분명 2인분인데, 스푼이 한 개 뿐인 것에 종업원의 참 쓸 데 없는 배려를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마유에게 스푼을 가져간다.

마유, 아 해.”

로맨틱하기 보다는, 그저 담담한 말투그의 입장에서는 여자친구를 대하기 보다는, 친한 여동생의 어리광을 받아 주는 것에 가까웠기에 나온 말투일 거다그도 말하고 나서 조금 더 달달한 느낌을 실었어야 했는가 고민했지만, 이미 나온 말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법이다그저, 마유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마유는 절찬리에 당황한다.

, ?!”

언제나 그렇듯, 당하는 데에는 약한 마유였다공격력이 올라가도, 방어력은 그대로그도 오늘 하루 종일 들러 붙었던 마유의 약한 모습에, 그는 약간의 즐거움을 느꼈다.

.. ..

얼굴을 붉히고, 그녀는 눈을 감는다입을 살짝 벌리고 긴장에 벌벌 떠는 그런 모습그는 새삼 마유가 귀엽다 느낀다마치 어미새가 먹이를 입에 넣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아기 새 같은 모습그런 모습을 잠깐 감상하다, 그녀의 입 안에 스푼을 넣는다

스푼으로부터 그의 손 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으로부터, 왜 인지 모를 배덕감이 느껴진다자신이 주는 대로 부끄러워하며 받아먹는 소녀순간 단순 가학심 이상의 감정이 느껴졌던 그는, 잠시 마유로부터 고개를 돌린다창문에 비친 자신이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을 본 그는, 마유가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가 잠시 후 돌아보자, 마유가 아직도 눈을 감고 입을 우물우물 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과연 그렇게 능숙하게 스킨쉽을 하던 그녀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 갈 정도로 서투른 소녀로 밖에 안보이는 그녀였다그녀의 목덜미가 삼키는 모습그녀가 천천히 눈을 뜬다.

.. 그게.. 이번엔 제가..”

그런 말을 하는 그녀를 제지하고, 그는 아이스크림 한 스푼을 더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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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달달, 하편 위통.

지금 쓰는 중이라 몇시간 뒤에 올라올지 모르지만, 아직도 무슨 엔딩으로 갈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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