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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와 치히로 "상사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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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8, 2016 09:55에 작성됨.

 아이돌 사무소에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 이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규모가 작을 때는 작아서 힘들고, 규모가 어중간하면 어중간해서 힘들고, 크면 또 크다고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센카와 치히로는 오늘도 출근한다.

 

"야, 코세키! 내가 다른 애들 울리지 말라고 그랬잖아!"

 

"아, 아니 이번  건 정말 별 거 아닌 장난이었다고! 이렇게 쉽게 울 거라곤 생각 못했어!"

 

"우에에에엥~!"

 

"오자마자 시작인가요..."

 

 그녀가 출근하는 사무소는 다른 아이돌 사무소와 비교하면 그다지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는 중소 정도 되는 곳이다. 아이돌의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그녀들이 가진 개성이 너무 다르고 그 팬층도 마니악한 사람이 많기에, 프로듀서는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이 고른 길이고, 이제는 앞으로 이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하는 파트너도 있지 않은가?

 

"아, 센카와 씨."

 

"켁, 악마!"

 

"네? 레이나 양,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야, 너 말 버릇이 그게 뭐야. 센카와 씨가 너희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시는데!"

 

"흐, 흥! 너가 뭘 몰라서 그렇...!"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프로듀서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이 사무소에서 세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아이돌 코세키 레이나는 이내 행동을 멈추더니,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프로듀서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아, 알게 뭐냐! 너가 날 스카우트 할 때 하고 싶은 건 다 해주게 한다고 했으니까 난 그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하하!"

 

덜컥-!

 

 결국 문을 열고 휴식을 위한 가면실로 도망친 레이나를 보며, 프로듀서는 한숨을 내쉬고 치히로는 별 일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훌쩍이고 있는 쿠루미를 달래주었다.

 

"쿠루미 양, 레이나 양은 쿠루미 양을 좋아하니까 장난을 치는 거에요."

 

"우우...그치만, 익숙해질 수가 없어서..."

 

"아니, 익숙해지는 건 좀...그래도 네가 여러모로 참아줘서 고맙다. 센카와 씨도, 정말 센카와 씨가 없었다면 이것저것 힘들었을 거에요."

 

"어머, 제 생각엔 프로듀서 씨가 유능하셔서 사무소의 관리가 편하다고 할 수 있는 걸요."

 

"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어째 아침부터 이런 말을 하는 건 좀...낯간지럽지만..."

 

 어색함을 이겨내기 힘들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 프로듀서는 문득 치히로와 눈이 마주쳤고, 치히로는 그런 그를 향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지어보였다.

 

"전 저에 대한 프로듀서 씨의 신뢰가 느껴져서 좋은 걸요?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린답니다."

 

"네...아, 이럴 게 아니라 코세키 녀석한테 제대로 타일러야..."

 

"그거라면 제가 할게요."

 

"아, 그래주시겠어요? 그러면 죄송하지만...그 녀석 센카와 씨 말은 잘 듣는단 말이죠. 프로듀서는 저인데."

 

"어머, 질투하시는 건가요? 호호."

 

"아뇨, 질투한다기 보다는...부러워요. 저도 어떻게 하면 센카와 씨처럼 애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 궁금하고..."

 

"우후후, 아무래도 같은 여자니까 말이 잘 통하는 게 아닐까요."

 

"끙...죽었다 깨도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그러면 전 레이나 양한테 가볼게요. 프로듀서 씨는 오늘도 업무에 힘 써주세요."

 

"네. 아, 오오누마. 넌 오늘 일이 있으니까 잠깐만 사무실에서 기다려라. 필요한 것만 찾으면 바로 같이 나가야 되니까."

 

"네에..."

 

 프로듀서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레이나가 숨어버린 가면실로 향했고 프로듀서도 오오누마 쿠루미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가면실의 문 앞에 선 그녀는 처음엔 문고리를 돌렸지만 잠겨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눈치챘고, 문에 가볍게 노크를 했다.

 

똑- 똑-

 

"레이나 양? 저에요. 문 열어주세요."

 

"흥이다!"

 

"...프로듀서 씨는 업무를 보러 사무실에 들어가셨어요."

 

"..."

 

끼익-

 

 다음 순간, 치히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레이나는 대신 그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었다. 

 

"..."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

 

 주눅이 든 것처럼 치히로의 시선을 피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레이나는 먼저 가면실 안으로 들어갔고, 뒤따라 들어간 치히로는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레이나와 얘기를 나눴다.

 

"레이나 양, 같은 사무소에서 일하는 동료를 그렇게 괴롭히시면 안된다구요?"

 

"네에..."

 

"저나 프로듀서 씨가 레이나 양에게 설교를 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이나 양이 다른 여러분들과 잘 어울려주었으면 해서 그러는 거에요."

 

"네에..."

 

 자신의 말을 듣는 내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레이나를 본 치히로는 미소를 지었다.

 

"프로듀서 씨는 마음이 약하신 분이시고, 여러분을 빛나는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시니까요. 전 신데렐라도 될 수 없는데 말이죠..."

 

"...!"

 

 

"어머, 제가 무슨 말을. 어쨌든 앞으로 잘 해주세요?"

 

"네, 네에..."

 

"고마워요."

 

 한 순간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그녀의 본심을 들은 레이나는 안색이 좋지 않게 변하더니,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치히로에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레이나의 대답을 들은 치히로는 먼저 가면실을 나왔고, 이내 다른 사람과 마주쳤다.

 

"여전히 취미가 별로네."

 

"어머나, 토키코 씨. 오셨나요? 언제나 일찍 오시네요."

 

"애들을 상대로 질투하고 견제라는 건 꼴사나워. 나라면 차라리 정면 승부를 하겠어."

 

"...우후후, 무슨 말이신가요? 질투라니."

 

"보아하니 아직 돼지가 사무소 안에 있나보네."

 

"아직도 프로듀서 씨를 그렇게 부르시는 건가요?"

 

"남이사, 내가 어떻게 부르든 상관 없는 거 아닌가?"

 

"그러는 토키코 씨도 사적으로 저에게 간섭하시는 건 그만해주세요."

 

"뭣..."

 

 상대를 조롱하고 억누르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그녀, 자이젠 토키코는 자신을 이기려고 드는 이 여성에게 한 순간 발끈할 뻔 했지만, 이내 능숙하게 평정심을 가다듬었다.

 

"좋은 배짱이네. 이 나를 상대로 이기려 들다니."

 

"별로 이기려고 한 건 아니랍니다? 토키코 씨한테 이겨서 제가 무슨 득을 보겠어요."

 

"...너, 정말 기분 나빠."

 

"우후후, 저도 마찬가에요. 솔직히 프로듀서 씨가 아니었다면 당신 같은 분과 같은 곳에 있고 싶진 않네요. 타인을 깔보고 무조건 자신보다 아래에 두려고 한다니."

 

"위에 올라서는 게 당연한 거야. 나 정도 되면...근데 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본심을 전할 용기는 없는 주제에 저런 어린애들까지 견제하는 꼴이라니."

 

"뭔가 착각하시네요. 본심을 전할 용기가 없는 게 아니에요."

 

덜컥-

 

"그러니까, 어라. 자이젠 씨? 지금 오셨습니까?"

 

"토키코님이라고 부르랬지. 하아...그래, 온지는 얼마 안됐어."

 

"늘 일찍 오시네요."

 

"...어이, 돼지."

 

 

""에, 아...네."

 

 익숙하지 않은 호칭에 당황한 프로듀서가 조금 늦게 대답을 했지만, 토키코는 신경 쓰지 않고 팔짱을 낀체 손가락으로 치히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지?"

 

"네? 아...센카와 씨 말입니까? 그야 믿을 수 있는 분이시고, 늘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모르는 영역에서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시고, 또 제가 볼 수 없는 시선에서 보고 다양한 의견을 주시니까요."

 

"...그게 아니라."

 

"예?"

 

"하아...멍청한 돼지야. 이성으로 어떻냐고 물어본 거다."

 

"이, 이성...!?"

 

 토키코의 말에 조금 심하게 동요하는 프로듀서를 보며 토키코는 인상을 찌푸렸고, 치히로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본 프로듀서는 붉어져가는 얼굴을 애써 숨기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 그러고보니 일이 있었네요! 빨리 가봐야 해서...오오오누마, 가자!"

 

"네...? 왠지 한 글자 많은 것 같은...후에에엥~"

 

 프로듀서에게 끌려가듯 함께 사무소를 나간 쿠루미의 울음소리를 끝으로 사무소 내에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이내 치히로는 미소를 지었다.

 

"딱히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아니에요. 짝사랑은 괴로우니까, 서로 양립하는 '상사상애'가 되도록 만드는 거에요.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조금 '교정'이 필요한 거구요."

 

"지저분하네."

 

"칭찬으로 들을게요. 우후후후..."

 

 센카와 치히로는 알고있다. 아이돌 사무소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이가 어리든 많든 매력적이기에 아이돌이 된 여자들이 있는 곳이 아이돌 사무소다. 규모가 작든 크든, 결국 아이돌은 있다.

 그리고 자기 사무소의 아이돌과 눈이 맞아 업계에서 사라지는 프로듀서를 많이 봐왔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나섰다. 자신의 마음에 들은, 세상에 단 한 명 뿐인 그 사람이 혹시나 하는 문제로 꿈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을 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선택하게 되도록.

 센카와 치히로는 오늘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누구도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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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카스가P님의 요청으로 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분명 처음 손에 잡았을 땐 설탕을 생각했는데 끝에 와서 보니...

아무래도 설탕통이 아니라 맛소금을 집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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