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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짜리 사람인가요 2화-센카와 치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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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7, 2016 01:07에 작성됨.

 전 화

1화

 

당신은 얼마짜리 사람인가요 

 

 

밤새 울어서 그런지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사무소에 출근을 하니 아니나 다를까 프로듀서는 장난스레 말을 걸어왔다.

「어제 저녁이 부족하셨던 모양인가봐요?」

「그게 무슨말이에요 프로듀서」

「야식으로 아주 라면을 국물까지 원샷하지 않고서야 눈이 그렇게 퉁퉁 부어서 오지 않으실텐데 말이죠」

「여자의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지 마세요」

「센카와씨의 부어있는 두눈에 관심을 가지는겁니다.」

「이런데 관심 가지지 마세요」

프로듀서는 장난스런 웃음기를 조금 지우고 다시 진지하게 물어왔다.

「무슨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별일 없었어요」

「맘고생 하신 일이라도 있으신거 아닙니까..」

「괜찮데도요..」

프로듀서는 석연찮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자리로 돌아가면서 내게 말했다.

「뭐..괜찮으시다니까 더 묻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다만..?」

나와 눈을 마주쳤다. 평소의 장난끼 넘치던 눈빛과는 사뭇달랐다.

「무슨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도와달라고 말해주셔도 됩니다.」

「왜...그렇게까지 절 신경써주시는거죠?」

그렇게 상냥하면 전 프로듀서에게 의지하게 될텐데요.. 차마 하지못하는 말을 입안으로 삼키고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프로듀서는 다시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센카와씨니까요. 그 이유면 충분하잖아요」

나는 조금 찡해지려고 하는 마음을 짐짓 넘긴채, 툴툴거렸다.

「멋진척 하지 마세요. 안 어울리니까요」

「앗 안어울립니까? 큰일이군요 이 대사 어제밤에 곰곰히 생각해서 준비한건데 뭐 그래도 제게 안어울려서 그렇지 멋져보였다는거 아닙니까? 그럼 충분합니다.」

「안 멋지거든요 다시 생각해오세요! 전 커피라도 타러갑니다. 드시겠어요?」

「오늘 컨셉은 멋진남자니까 설탕없이 블랙으로 부탁드립니다.」

「하나도 안멋지다니까요」

프로듀서에게 괜시리 면박을 주고서는 비품실로 들어갔다. 자꾸 찔끔 찔끔 나는 눈물을 하품인척 흘려보냈다. 치이..프로듀서는 괜히 멋진척이나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루가 짧다고 느꼈다. 하루가 짧으니 일주일이 짧고 한달이 짧고 1년이 짧았다. 그렇게 나이가 늘어나면 날수록 시간을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껴진다. 엊그제 풋풋한 여고생인데 벌써 반오십이라니....여자의 나이는 크리스마스 이브 케익이라고 하는 농담이 있다. 23일때 가장 비싸고 24일때 부터 가격이 싸지더니 25일이 지나면 반값이 된다는 웃지못할 우스개 소리, 나는 반값이 되어버린 케익일까? 아니 그 이전에 반값이 되기전에는 가치가 있는 케익이었을까 화려한 크림에 초콜릿 무스가 이쁘게 발려있고 여러 과일드레싱 초코드레싱이 이쁘게 데코레이션 되어있고 성탄절 전야제를 축하하는 성스런 글귀가 적혀있는 그런 기갈나는 멋진 케익은 아니었을테지...그저 생크림 살짝 발려있는 스폰지케익에 불과 할것이라 생각이든다. 그러면 반값이 되어도 별거 없잖아.....사무소 아이돌들은 정말 멋진케이크일게 분명하다. 사실 사무원에 입장이지만 그런 아이돌들을 보고는 여자라는 한켠에 숨겨둔 마음이 조금은 부럽다고 느낄때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프로듀서가 사무실 문을 신나게 열고는 소리 치면서 들어왔다.

「통과됐어요!!」

「뭐가 말이에요, 대통령 탄핵 발의안이라도 통과됐습니까?」

「그런 위험한 발언 하지마세요. 설렁탕 매니아가 되버릴겁니다.」

「그럼 뭐가 통과 되었다는거에요」

「제가 기획한 아이돌 페스티벌이 사장님 최종결제를 받고 승인되었습니다.」

「아 그 최근에 프로듀서가 열심히 기획서 쓰신거 말인가요?」

「내 꽤나 공들여서 기획했는데 다행히도 인정받았습니다. 오늘부터 본 기획에 들어가면 됩니다.」

「와...대단하네요 축하드립니다.」

「하핫 감사합니다.」

프로듀서는 굉장히 기뻐보였다. 열심히 일한만큼 인정받는다. 그리고 성과를 낸다. 조금 부러울지도...

「다 센카와씨 덕분입니다.」

「네? 제가 한게 뭐가 있다고」

「요 근래 제가 기획한다고 바빠서 다른 업무를 제대로 못봤는데 센카와씨가 많이 도와 주셨잖습니까」 

「뭐..그거야 사무원으로서 해야할 일이고」

「본 기획들어가면 또 바쁠텐데 잘 부탁드립니다.」

「부려먹겠다는겁니까?」

「들켰나요?」

「능글맞게 웃어도 안넘어갈거거든요」

「축하드립니다. 철야와 야근의 연속된 일정을 획득하셨군요」

「반품 부탁드릴게요」

「유감스럽게도 고객 변심에 의한 반품은 불가하네요」

「애초에 그런걸 산적 없습니다. 쿨링오프하겠어요」

「유감이지만 이 나라에서 소비자를 보호해줄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자국민은 호구일 뿐이니까요」

「오늘 왠지 프로듀서와 여권을 동시에 찢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드네요」

「이제 센카와씨에게는 밝은 내일만 있을뿐이에요」

「밝은 내일이 아니라 내 일이 아닌 일을 하게될거 같은 기분이 드네요」

「자자 같이 고생해주세요.」

「하아...」

인생의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아마 300미터 전방 프로듀서 방향으로 고생길, 고생길이 있습니다라고 미리 가르쳐 줄것만 같았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날 이렇게 필요로 하는 사람은 프로듀서 밖에 없으니까, 팅겨봐도 선택은 Yes겠지

「어쩔수 없죠」

「이예 감사합니다 역시 천사, 여신, 센카와!」

「부끄러운 말을 그만두세요」

「그러면 시작해보죠」

「네네~」

일주일이 날아가버렸다. 눈떠보니 프로듀서를 도와주기 시작한 그 날의 요일과 같았다. 그동안 프로듀서와 둘다 엄청 바쁘게 일을 진행했다. 프로듀서와 나 둘다 야근과 철야 그리고 주말 반납까지 개인 시간이라곤 없었다. 그정도로 바빴다. 일이 거의 마무리 되어갈쯤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왜 그러세요 센카와씨 헤드뱅잉을 하세요 혹시 드디어 내면에 잠든 또다른 록본능이라도 깨어난겁니까?」

「깨어난거라고는 프로듀서를 잔혹하게 없애버리고 싶다는 욕망뿐이 없어요」

「이미 사람이길 포기한거 아닙니까? 정신차리세요 아무리 3일째 철야로 일하고 있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말라구요」

「난 인간이길 포기하겠다. 프로듀서!」

「거기 쥐고 계신 그거 석가면 아니니까요 파일철이니까 내려놓으시고 잠시 눈이라도 붙히세요」

「아니에요... 일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데 괜찮아요 그리고 프로듀서는 벌써 5일 넘게 제대로 안주무셨잖아요」 

「저야 이래저래 아이돌들 일정에 맞추면서 쪽잠이라도 자니까 괜찮습니다. 센카와씨가 더 걱정되거든요」

「그러니까 더 문제 인거 아닙니까 아이돌 일정에 다 맞춰 일하시면서 또 업무를 보니까요 인간이길 포기한건 그쪽인거 같은데요」

「틀켰네요 사실 전 이미 인간을 초월했습니다. 제게 인간의 시간이란 무의미하죠 더월드!」

「그만두세요 시간같은건 멈추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미 뇌는 인간 수준이라기엔 미흡하네요」

「피곤하긴해도 뭐.. 괜찮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일테죠..」

「그렇네요 거의다 끝나가네요」

「그러니 마지막까지 힘내봅시다 센카와씨..」

「네...」

그리고는 몇시간이 더 흘렀을까 이미 날짜는 다음날로 넘어갔다. 눈이 감겨왔다. 

「정신차리세요 센카와씨 여기서 자면 얼어죽어요」

「여기는 히말라야가 아니에요...프로듀서」

「눈이 거의다 감겨가면서도 태클을 걸다니 대단한 능력이군요」

「그만 두세요.. 저의 태클력은 이미 0이에요」

「일도 거의 다 끝냈고 마무리 하도록하죠. 커피 한잔이라도 할까요?」

「그래요 커피 가져올게요 쇼파에 편하게 앉아계세요」

「네에~」

비품실에서 커피를 타서는 프로듀서가 앉아있는 쇼파에 옆자리에 앉았다 서로의 어깨가 닿았다. 그리고 커피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아..그런데 깡블랙커피인가요?」

「네 쓰디쓴 블랙입니다. 이정도가 아니면 잠이 깨지 않을거 같아서요」

「쓴거 먹기싫은데 말이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프로듀서 쓴맛을 좀 보세요」

「센카와씨가 주신 쓴 커피 달게 마시겠습니다. 크윽..」

「대역죄인이 사약 마시듯이 마시지 마세요.」

「막간을 이용해서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센카와씨」

「뭐죠? 지금 입고있는 속옷색은 이미 기억나지 않으니 여쭤봐도 의미 없어요」

「그런걸 물어보진 않습니다.」

「그럼 직접 보시겠다는거군요 야하네요 프로듀서」

「그만두세요 사내 성희롱이에요 뭐 어찌되었든 센카와씨 어째서 절 이렇게 도와주시는겁니까」

「제가 해야할일이니까요」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제 일이지 센카와씨는 그렇게 도와줄 의무도 의리도 없는거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하죠..」

「그런데 어째서?」

프로듀서는 피곤해 보이지만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물어왔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왜 이렇게 며칠을 밤새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 사람을 도와주는걸까 내가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나에게 프로듀서는 무슨 의미일까? 마냥 죽이 잘맞는 직장 동료? 언젠간 세계제일 만담 스탠딩 코미디를 노리는 콤비? 그럴리 없지 나에게 프로듀서가 어떤 존재인지 깊게 생각해본적 없다. 프로듀서가 날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고 그걸 마냥 피하려고만 했지만 프로듀서에 대한 내마음은 뭘까....

「그냥 그거에요..」

「그게 뭔가요 센카와씨..」

「프로듀서니까요.. 그 이유면 충분하잖아요..」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조금은 멋쩍어서 프로듀서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프로듀서는 그런 내 미소를 보고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내가 지은 웃음을 다시 생각해보니 프로듀서가 나에게 지어주었던 능글맞은 미소와 닮아 있었던것 같았다. 

「센카와씨....조금 이성을 놓아버리고 싶어지네요」

「무슨말이세요 프로듀서는 항상 이성이란걸 들고다닌적 없잖....아.....요?」

프로듀서의 얼굴이 가까워왔다. 이마가 살짝 부딪쳤다. 프로듀서의 눈이 코가 닿을거리, 정말 코가 닿은거리에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는 여자를 그저 보고 만 있기 어려워서 말이에요...」

「프...프로듀서?」

「너무 철야에 야근을 해서 그런가 잠이 부족하니 정신이 조금 이상해지네요.. 이건 전부 일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말 참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듣고서 참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내일 제가 죄값을 치르더라도 지금의 센카와씨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네요」

「그게 무슨...말이에....읍...읍?」

프로듀서의 입술이 포개져 왔다. 아...안되는데...이러면 안되는데....프로듀서는 나에게 과분한 남자일텐데...그걸 나도 충분히 알고있는데...머리는 거절하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프로듀서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그저 지금은 프로듀서를 느끼고 싶었다. 안되는 걸 알지만서도 지금의 내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오가는 혀와 혀사이에서 블랙커피의 쓴맛이 느껴졌다. 내가 타준 커피가 이렇게 썼던가 싶었다. 쓴걸 알면서도 프로듀서를 잡고 있는 이 손을 놓치 못했다. 시계의 초침이 몇번을 12를 찍었을까, 입을 떼고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아무말도 않고 멋쩍게 웃고 있었다. 나도 아무말도 못했다.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프로듀서가 말을 했다.

「미안합니다 센카와씨..생각했던거랑은 순서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고 대사도 다르겠지만 말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

「전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와 사귀어 주시겠습니까..」

프로듀서는 그 말을 하면서 내 손을 살며시 쥐었다. 나는 이 손을 잡아도 되는걸까...나란 여자가 감히....프로듀서에게 폐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돌들처럼 예쁜 외모 수려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부유한것도 아니다. 오히려 빚만 가득하다.. 내게 가진건 오로지 교외의 작은 가정집 그 뿐이다.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해도 되는걸까....

설레이는것과 비례해서 무서움이 생겼다. 나에게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나의 모든걸 알고도 이 사람은 날 사랑해 줄까? 겁이 났다.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아니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는 끝나는 결말이 분명히 보였다. 이 사람이 놓지 못하면 내가 결국 이 손을 놓아 버릴테니... 그래도 프로듀서가 나에게 주는 따뜻함이 내 냉정한 판단을 흐트렸다. 나는 이미 프로듀서의 손을 쥐고있었다.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센카와씨..」

「좋아요..사귀어 드릴게요. 단..」

「단?」

「당신이 저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질때까지에요..」

「무슨말입니까 그게」

「저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지면 그때는 절 떠나가세요..그때 제가 당신을 정말이지 지금보다 더 사랑하더라도 상관없이 보내드릴게요....」

「그럴리 없잖아요」

「아니요 프로듀서를 사랑하니까 제게서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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