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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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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2, 2012 13:40에 작성됨.

“리카씨 목 안 가려워요?”


야요이가 리카의 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응? 안 가려운데 왜?”
“아녀. 여기가 빨간 부분이 큰 모기한테 물린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야요이가 순진하게 한 부분을 가리키자 리카는 순간 웃음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P를 웃으며 노려보며 야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후, 그러네. 가렵지는 않지만 좀 신경 쓰여. 엄.청. 큰 모기가 물어버렸거든. 너무 커서 손으로 잡기도 힘든데 어떻게 하지?”
“약을 뿌리면 안 될까요?”
“후후, 좋은 방법이구나. 그렇지 않아? 무슨 약이 좋을까~ 어떻게 생각해 당신은?”
“하하, 하하.”

리카가 째려보며 묻자 P는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 반응이 무엇을 나타내는 지 아는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거나, 아니면 웃거나 부러워하기도 하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는데, 몇 명은 노려보기까지 했다. 
환영파티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 되었다. 다음 날 스케줄이 널널해 오늘로 날은 잡은 거지만, 그래도 늦게까지 어울릴 수 없는 어린 아미마미, 이오리, 야요이는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잠을 참으면서 견디던 그들은 더 어울리지 못하고 가는 것에 많이 아쉬워했었다.

“프로듀서! 핸드폰 번호 알려주세요!”
“아, 그렇지. 야요이는 바뀐 번호 모르겠구나.”
“아미마미도!”
“그, 그럼 저도…….”
“저도!”
“뭐, 난 알고 있으니깐.”
“이오리는 오늘 처음 만났으면서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아이들이 집에 가기 전에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요구하자 주위의 다른 여자들도 모두 프로듀서의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요구하자 프로듀서는 이동식 화이트보드칠판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알려주었다. 그전에 야요이만은 제일 처음에 물어 직접 프로듀서가 야요이와 번호교환을 했었는데, 그것을 아이돌들은 부럽게 쳐다보았었다.

“그럼 프로듀서 다음에 봐요! 아, 다음에 저희 집에 저녁 드시러 오세요! 동생들도 좋아할 거예요.”
“하하, 그럴게. 그럼 시간 날 때 연락할게.”
“저, 타카츠키양.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리카씨도 환영이에요!”

야요이는 기분 좋게 웃으며 리카까지 초대하고서 이오리, 아미마미와 같이 집으로 갔고,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리츠코도 같이 밖으로 나갔다. 

“인기 많네 P는~ 이렇게 사랑스런 여자들이 전화번호를 탐내고.”
“히히! 리카씨 질투하는 거야?”
“걱정마 리카씨. 허니를 제일 좋아하는 건 나니깐!”

아이들은 음료를 마시고 있었지만 어른조들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치하야는 아이들이 가고서 얼마 안 되어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어두운 표정으로 집에 갔다.

“그보다 자네가 리카양이랑 사귄다니, 그거 참. 뭐랄까. 아들이 어느 날 며느리감을 데려온 듯한 기분이군.”

타카기 사장은 살짝 취해 붉어진 얼굴로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며느리라니 그런…….”

그 발언에 리카는 기뻐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옆에서 P는 크게 웃었다.

“하하, 그거 참 며느리라니……. 그렇다면 결혼을 해야 할텐데 먼 미래의 일이네요.”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죠.”

그 말에 3명의 프로듀서 중 하나인 아이카란 여성프로듀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리카를 보았다. 그 시선을 느끼고 리카는 몸을 흠칫 떨었다.

“맞아. 해바라기인 리카라면 이미 거기까지 계획을 세웠겠지.”
“제발 765프로덕션에 가달라며 부탁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

남은 두 프로듀서의 농담에 리카는 얼굴이 술에 취한 것보다도 더 빨개졌다.

“그게 무슨 말이죠?”

P가 궁금해 묻자 아이샤는 ‘우후후’하고 웃으며 리카를 보았다. 리카는 말하지 말라는 의미로 고개를 저으며 아이샤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다른 두 프로듀서가 막고 있었다.

“그게, 저희가 여기에 지원하게 된게 리카의 부탁이었거든요. 당신이 쓰러졌단 이야길 들은 지 얼마 안 되서 리카가 고토씨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여기로 와달라고 사정을 했었데요. 부족한 프로젝트 자금까지 사비로 지원해주면서 말이죠.”
“그 때 리카의 얼굴이 참…….”
“‘그곳의 프로듀서는 원래 제 프로듀서가 되었어야 했다고요!’라고 말했을 때는 참.”

마지막의 고토란 사람이 말한 대사에 결국 리카는 버티지 못하고 테이블에 얼굴을 박았다. 귀와 목까지 눈에 띄게 빨게진 것이 굉장히 부끄러운 것 같았다.
그러고 일어나지 못하는 리카를 보고 P는 능글거리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내가 한 달간 백수로 지낸 건 모두 리카의 흉계였구나.”  
“그렇네요. 아, 저희는 유능한 프로듀서를 하나 잃었고 말이죠.”
“아이돌들은 아버지 같은 사람을 잃었고-”
“아, 정말. 새로운 분들이 오셨다지만 아이돌들이 저한테 닦달하던거 생각하면 참-”

프로듀서의 말에 코토리와 타카기 사장, 리츠코가 웃으며 한마디 씩 했다. 각자 한마디씩 할 때마다 움찔움찔 떨던 리카는 결국 고개를 들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작게 말했다.

“그- 죄송해요.”
“그보다 사실 날 골려주고 싶던 거 아니야? 내가 그만둔 건 바로 알았을 텐데. 역시 날 괴롭히려는 흉계-”
“아, 아니야! 그, P는 너무 고생했었으니깐 한 달 정도는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한 달 동안 몸은 편했는데 마음 고생이 심했지- ‘아, 이제 뭘 먹고 사나’하는 생각으로 말이야.”
“후, 후에~”

P의 말에 리카가 결국 울 것 같자 P는 웃으며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농담이야. 덕분에 아이돌들도 모두 이렇게 성공했고. 나도 푹 쉬었던 건 사실이니깐. 리카의 마음에 감사해하고 있어.” 

P가 그리 말하자 다른 765사람들도 웃으며 한 마디씩 했다.

“하하, P군 말이 맞네. 덕분에 우리 프로덕션은 분수에 안 맞게 좋은 프로듀서들을 세명이나 고용할 수 있었고 말이야.”
“덕분에 업무량도 적당하게 분배할 수 있었죠.”
“야근도 얼마 동안은 있었지만, 좀 지나니 없어졌고 말이죠.”
“우리도 프로젝트를 제대로 실행할 직장을 얻은 거고.”
“그 결과로 이 프로덕션이 대형프로덕션으로 성장했고 말이야.”
“자네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지막에 타카기 사장이 아이돌을 향해 묻자 그 때까지 말 없이 리카를 보고 있던 아이돌들이 화들짝 놀랐다.

“저, 저희요?”
“하하. 맞아요. 세 분 프로듀서분들이 오셔서 확실히 성공 할 수 있었죠.”
“후후. 그렇군요. 이런 부분은 리카씨 덕분입니다.”
“뭐, 나도 고마워하고 있다고.”

유키호가 당황해 반문하자 하루카가 바로 웃으며 긍정했고, 타카네와 히비키가 감사를 표했다. 말한 타이밍을 놓진 마코토나 아즈사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 말에 리카는 웃으면서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일단 프로듀서를 뺏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표정을 보고 아즈사가 리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상냥하게 웃었다.

“너무 그렇게 미안해 하시지 않아도 되요. 프로듀서를 데려간 건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를 위해 하신 일이잖아요? 우린 이해해요.”
“아즈사씨…….”

리카가 감동해 쳐다보자 아즈사는 싱긋 웃었고, 주위의 사람들도 웃어주었다.
하지만 몇몇 아이돌들의 눈은 술 때문인지 몰라도 눈빛이 탁해지면서 그 깊이를 알 수 없게 흐려졌다.
아미마미보다 나이가 많다 해도 결국 아이돌들도 청소년이다. 타카네와 아즈사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돌들도 프로듀서들이 차를 태우며 집으로 데려다주러 나갔다. 
그러자 사무실에 남은 것은 P와 리카, 타카기 사장과 코토리, 그리고 아즈사와 타카네 뿐이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 되어 가네요.”

P가 아이돌들이 떠난 후 시계를 보며 말했다. 와인도 빈병들이 모여 있었고, 사람들도 눈에 띄게 취해 있었다.

“그럼 리츠코와 다른 프로듀서들에게는 전화로 그냥 집에 가라고 해야겠군.”  
“그럼 이 것들은…….”

리카가 엉망이 된 파티 테이블을 가리키며 묻자 코토리가 취해서 빨개진 얼굴로 손을 저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초대한 건 저희들이니 치우는 것도 저희가 해야죠.”
“그렇다니 리카씨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타카기 사장도 그리 말하자 리카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저리 말해주는 와중에 더 말하는 것도 실례였기 때문이다.
그 후 사람들은 뒷정리를 내일로 미루고 모두 집으로 향했다.

“아라아라, 여기서 끝인가요? 오랜 만에 프로듀서랑 시간을 보낸 건데 아쉽네요.”
“이 뒤는 다음에 늘 가던 라면집에서 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프로덕션 앞에서 헤어지기 전에 아즈사와 타카네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녀들의 아쉬움에 P와 리카도 같이 아쉬움을 표했다.

“하하, 다음에 또 보자. 리카 시간이 빌 때 연락할게.”
“그래요. 그리고 타카네씨가 간다는 라면집은 최근 저도 자주 가니 또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서로 손을 흔들며 서로 갈 길을 향해 갔다. P와 리카에게서 등을 돌린 순간 아즈사와 타카네의 눈은 어두운 밤길 때문인지 몰라도 생기와 투명함이 사라졌다.



 

“리카 그럼 집으로 데려다줄…….”
“자, P집으로 가자!”
“역시…….”
“약속 했었잖아. 오늘은 같이 자기로. 내일 늦게라도 일이 있으니 정말 잠만 잘 것 같아 아쉽지만, 오늘은 파티가 있었으니 자세한 건 이번 주말로 미룰게.”
“정말……. 하아, 알았어. 그럼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사람들과 헤어지자마자 리카는 P에게 팔짱을 끼며 매달리듯이 걸어갔다.
P도 그런 리카를 부축하며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갔다. 프로덕션에서 집까지는 1시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그래서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리카가 그것을 거부했다.

“1시간 동안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라고?”

그 어리광에 P는 웃으며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밤은 열기가 내려갔어도 후덥지근했다. 평소라면 누군가란 이렇게 붙어있는 것은 서로가 사양할 일이었지만, 지금의 둘은 이 더위 따윈 어찌 되든 좋을 만큼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감을 맛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타인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공개했다.
그것만으로 지키지 못한 약속이 아쉽지 않을 만큼 커다란 만족감과 행복감이 둘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둘의 입에서는 걸으면서 참을 수 없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하하.”
“헤헤.”

서로의 웃음소리를 의식하고서 둘은 서로를 보았다.

“역시 P의 옛 프로덕션에 찾아간 건 정답이었어.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으니깐. 사실 P를 뺏어왔다는 생각에 미안했는데, 모두 좋은 마음으로 용서해줬어.”
“리카가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깐. 게다가 특히 난.”

거기까지 말하고서 P는 리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 입맞춤에 리카는 행복함 웃음소리를 더욱 흘렸다. 더는 이정도 스킨십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누가뭐래도 자신의 연인이었다.

“리카의 그 결정 덕에 최고의 연인을 얻을 수 있었어.”
“난 최고의 연인을 내 손으로 잡아올 수 있었고.”

서로 더욱 몸을 가까이 붙이며 집으로 향했다. 둘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여인이었다. 혹, 숨어서 몰래 본다 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와! P의 집! P의 침대! P의 냄새!”
“저번에도 왔었잖아?”
“그 때는 잠시만 있었고!”

침대에 얼굴을 묻고 기분 좋게 미니스커트를 입은 다리까지 팔짝 거리는 리카를 쓴 웃음으로 쳐다보다가 P는 샤워실을 가리켰다.

“먼저 씻을래?”
“같이 씻겠습니다!”

밖에서는 좀 나은 듯싶더니, 집에 들어오니 완벽하게 취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따로.”
“뿌! 어차피 부부가 될텐데!”
“내 동의 없는 미래 계획이 설계되었을 거라는 아이샤씨 말이 사실인가 보네.”

P의 말에 리카가 화난 듯 볼을 부풀렸다.

“연인이잖아! 커플링 꼈잖아! 주위 사람들 공식이잖아! 그럼 이제 모두의 축복을 받는 결혼식밖에 없어!”
“공식이라도 겨우 765사람들 뿐이잖아.”
“내가 은퇴하면 전국, 아니 전 세계가 공인이 되어 줄 거야!” 
“엄청나구나. 과연 리카. 스케일이 틀려.”
“헤헤, 더 칭찬해!”

기뻐하며 말하는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리카는 기분 좋은 듯 고양이처럼 P의 허리를 안고 거기에 뺨을 비볐다.
그런 리카를 한 번 안아주고서 떼어낸 P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며 샤워실로 향했다.

“리카는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나 먼저 샤워할게.”
“그럼 나도-”
“미리 말하는데, 따라 들어오거나 몰래 들어오면 집으로 돌려보낼거야.”
“우! 너무해! 횡포야!”
“화내도 안 돼.”
“히잉-”
“우는 척도 안 돼. 그냥 침대에서 자고 있어.”
“그럼 P도 같이 잘거야?”

P의 말에 리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난 바닥에서 잘 거야.”
“그건 내가 용서 못 해! 침대, P도 같이 침대에서 자!”
“저기 다 큰 남녀로서 그건 문제가…….”
“연인이니깐 문제없어! P가 다시 올 때까지 안자고 기달리거니깐, 몰래 바닥에서 잘 생각 마!”
“하아, 알았어. 그럼 씻을게.”
“다녀오세요!”

리카의 경고에 P는 결국 두 손을 들었고, 리카는 웃으며 샤워실로 배웅했다. 
P는 옷을 벗고서 샤워기의 물을 틀다가 나직이 웃었다.

“연인이니깐 문제없어라……. 연인이란 건 마법의 단어구나.”

그 말에 스스로 부끄러워지면서도 싫지 않은 기분이었다.
샤워를 해서 낮아진 체온으로 나오자 리카는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P는 리카의 곁으로 다가가 똑바로 눕힌 후 옷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트레이닝복이 있으니 잠옷으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후 그것으로 어떻게 갈아입힐지 고민하는 데 리카가 옆에 앉아있던 P를 꼭 껴안았다.

“시원해…….”

샤워를 해 낮아진 체온이 마음에 든 듯싶었다. 리카의 벌어진 앞섬 사이로 속의 속옷이 보이려 했지만, 방의 불을 꺼나서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입고 있는 미니스커트는 이미 상당히 올라가 있어 입고 있는 검은 속옷이 거실의 희미한 조명으로도 보였다. 
P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 숨을 쉬었다. 이렇게 꼭 붙잡힌 상태로 움직였다가는 리카를 깨울지도 몰랐다. 안경을 침대 옆 서랍장에 올려두고 그대로 누워 리카를 같이 꼭 껴안았다. 리카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남자로서의 반응이 나왔지만, 그보다는 이대로 같이 자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술에 취해 잠든 여자를 상대로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아마 리카는 자신이 처음 일 것이다. 그런 리카에게 떳떳하지 못할 기억은 주고 싶지 않았다. 
피곤한 와중에도 잠은 쉽게 안 왔지만, 억지로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코에는 리카의 땀이 섞인 화장품냄새가 풍겨왔고, 귓가에는 작은 숨소리가, 목 쪽에는 리카의 부드러운 숨결이 닿았다. 그것을 느끼면서 P는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리카는 잠에서 깨어났다. 멍한 눈으로 앞을 보니 P의 품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P의 얼굴을 보다가 P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 감각에 P가 천천히 눈을 떴다. 

“헤헤, 모닝키스.”

리카가 서서히 잠을 깨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아, 그래. 모닝키스.”

아직 잠이 덜 깬 P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 쪽에서 리카에게 키스를 하였다. P의 그 행동에 리카가 놀랬다가, 잠결에 자신의 말을 따른 거라는 걸 알고서 P를 껴안았다.
키스를 하고 나서도 P는 한 동안 멍하게 눈을 뜨고 있다가 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 몇 시지!? 1시부터 촬영인데!”
“괜찮아. 아직 10시 반이야. 씻고 점심 먹을 시간은 충분해.”    

리카가 누운 상태로 핸드픈을 흔들며 시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P는 안심하고서 그제야 여유를 갖고 리카를 보았다.

“좋은 아침이야, 리카.”
“응. 행복한 아침이야. 언제나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당신의 얼굴을 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어. 고마워.”

리카는 그리 웃다가 숙취로 어지러워 잠시 머리를 짚었다. 처음으로 같이 보낸 밤뒤의 아침에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 모습에 P는 샤워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먼저 씻을래?”
“그럴게…….”

자기 전과 달리 리카는 순순히 혼자 샤워실로 향하는 듯 했다. 

“같이 들어갈래?”
“사양할게. 난 프로듀서로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P가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말하자 리카는 ‘베’하고 혀를 내밀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에서는 옷 벗는 소리와 함께 물줄기 소리가 들렸다.
P는 그 소리를 듣다가 찬 물을 한 컵 마신 후 오늘 촬영하기로 되어 있는 스텝에게 전화를 걸었다. 촬영 전 바뀐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것이다. 보통은 스텝 쪽에서 연락을 주지만, 프로듀서로서 먼저 나서고 있었다.
상대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P씨! 마침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잘 됐네요.

반가워하며 말하는 그 소리에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일 있나요?”
-그게 촬영기재에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촬영을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주 수요일로 미루고 싶은데, 괜찮나요?

P는 달력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네, 그럼 그때로 알고. 네, 다음에 뵈요. 하하, 괜찮습니다.” 

연신사과를 하는 상대에게 괜찮다고 말한 후 P는 핸드폰을 닫았다. 예상치 못한 휴가가 생겨버렸다. P는 샤워실 문을 두들기며 리카를 불렀다.

“리카.”
“왜?”

물줄기 소리가 멈추고 리카가 대답했다.

“오늘 휴가야. 촬영이 미루어졌어.”
“그래? 잘 됐네.”

리카는 아무렇지 않게 답한 후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계속했다. P는 아침이라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려 할 때, 리카가 다시 불렀다.

“P.”
“불렀어 리카?”
“집의 커텐은 다 쳤어?
“응. 혹시라도 누가 볼지도 모르니깐. 어차피 제일 꼭대기라 볼 사람도 없지만.”
“……그럼 있지…….”

리카는 거기서 말을 멈추었다. 목소리에는 긴장감과 부끄러움이 어려있었다. P가 거기에 이상함을 느낄 때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안에는 리카가 서있었다. 들어갔으니 당연히 리카가 있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 모습이 당연하지 않았다.
살짝 젖은 머리는 맨 어깨에 들어나 있었고, 길쭉한 하얀 나신은 큰 수건 한 장만으로 가려져 있었다.

“……리카?”

P가 당황해 부르자 리카는 얼굴을 붉히며 P에게 다가갔다. 샤워를 해 찬 기운이 리카가 다가오자 느껴졌다. 수건으로 다 가려지지 않는 크게 언덕과 계굑을 만드는 가슴이 위에서 적나라게 보였다. 희미한 비누향과 샴푸향이 P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리카가 P에게 다가가 올려다보았다. 리카의 큰 눈은 샤워를 한 탓인지 축축했다. 눈망울만이 아니다. 살짝 벌어진 사랑스러운 입술도 탐스럽게 이슬이 맺힌 과일처럼 보였다.
P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P가 다시 부르려 할 때, 리카 쪽에서 P의 허리를 꼭 껴안고 부끄러운 듯 머리를 그 가슴에 파묻었다. 그리고 작아진 소리로 말했다.

“원래 약속했던 거, 지금 하자.”
“원래 약속했던 거라면…… 리카!?”

P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놀라 소리치고 내려다보자 리카의 젖은 머리카락만이 보였다. 그 사이로 보이는 귀는 이미 빨간 열매였다.

“……기회가 있는 데 계속 기다리는 건 싫어. 어린애 같은 투정이라도 좋아. ……지금 하자.”
“그…….”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잖아. 원래의 약속이었는데. 거기다, 원래라면 미국에서 이미 했어야할 일이야.”

P는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가만히 리카를 꼭 껴안았다. 키는 자신과 비슷하지만 너무나 아담했다. 

“……괜찮겠어?”

리카는 부끄러움에 더는 말하지 못하고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 반응에 P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리카를 안았던 팔을 밑으로 내려, 하나는 다리 사이에 끼고, 다른 하나는 허리를 받쳤다. 그러자 리카는 자연스럽게 P에게 공주님안기로 안겨버렸다.
그렇게 안겼지만 잔뜩 얼굴이 빨개진 리카는 입만 살짝 벌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리카를 그대로 안고 침대로 향했다. 커텐은 모두 쳐져 있고, 집의 방음도 확실하다.
침대에 내려놓은 리카를 가만히 응시했다. 젖은 갈색 머리카락이 가지런하게 침대에 쌓였고, 그 위로 리카가 손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수건으로 감싼 가슴 위에 올리고 있었다. 얇고 고운 선을 그리는 눈썹. 그 밑에 시선을 피하는 맑은 갈색 눈동자.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귀여운 코, 그 밑에 달린 열매와 같은 입술.
P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키스를 하였다. 이제까지와 다른, 욕망에 모든 걸 맡긴 키스였다. 키스하면서 윗옷, 바지, 속을 벗어갔다. 거칠어져 가는 숨소리가 가까이 붙은 입을 통해 느껴졌다. 그 흥분은 P만이 아닌 리카에게도 충분히 전달 되고 있었고, 감염 되듯 그 감정을 리카도 느끼고 있었다.
P가 손가락으로 매듭지어진 수건을 풀어내자 수건은 너무나 가볍게 리카의 몸에서 풀어졌다.
--------------------------------전체이용가를 위하여 간단한 대사만--------------------------------------------------

“괜찮아, 리카?”
“아프지만 괜찮아……. 그, 천천히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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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는 열에 들떠 땀으로 젖은 몸을 역시나 땀에 젖고 숨소리가 거칠은 P의 몸에 의지해 안겨 있었다.
아래 쪽이 계속 아파왔다. 결국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했다. 끝까지 했지만, 자신은 고통만 느꼈고, 그것을 안 P도 제대로 행하지 못한 듯 싶었다.

“……속궁합이란 것도 있다는데, 우리 안 맞는 거 아니지?”

그러자 상냥한 목소리가 답했다.

“처음부터 아프지 않은 경우는 없어. 연인이잖아. 서로 맞춰 가면 돼.”
“……내가 처음 아니었지?”
“……미안. 대학교 때 여자 친구를 사귀었었거든…….”
“괜찮아. 지금은 나니깐.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여자와는 이런 짓, 하면 안 돼?”

그리고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P의 맨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P는 웃으며 리카를 꼭 안았다.

“당연하지. 앞으로도 리카 밖에 없어.”
“……응.”

리카는 행복하게 답하고서 웃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확실히 자신들은 연인이구나, 하고.

“오늘 하루 휴가라 다행이야.”
“그래?”
“아파서 못 움직이겠어.”

P는 아무 대답 없이 리카의 부드러운 맨 몸을 상냥하게 꼭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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