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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시키] 영원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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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5, 2016 18:36에 작성됨.

조용하네요. 여느때 같았으면 기분좋은 고요함이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네요. 이제는 기분나쁜 공허함과 쓸쓸함밖에 느껴지지않아요. 알고계신가요? 벌써 한달이에요. 어디서 뭘 하고계신건가요? 처음엔 알아채지 못했어요. 무언가 허전하단 생각은 들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깨닫지 못했어요. 3일째였을까요? 깨달아버렸어요. 어느순간부터인가 시키씨가 찾아오지 않으셨단걸요.

'바쁜일이라도 있으신걸까?', '내일이면 오시겠지?' 그 [내일]이 [이틀]이되고, [일주일]이되고, 어느덧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지쳤어요. 시키씨의 장난기가 넘치면서도 세상을 다 가졌다는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요. '오늘은 오시지않을까?', '내일은 꼭 오시겠지' 이런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저를 놀리는듯 시키씨의 웃음소리가 들려요. 환청이라는건 알고있어요. 하지만 혹시나, 혹시나 정말로 시키씨가 오신게 아닐까하는 기대감 때문에 저는 실망할거란걸 알면서도 돌아볼수밖에 없어요. 레슨중에도, 책을 읽다가도, 심지어는 길을 걷다가도 시키씨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면 여지없이 하던걸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시키씨가 없단것에 실망하게되요. 최근들어서는 프로듀서씨 뿐만아니라 아리스까지도 걱정의 눈빛을 보내오네요. 어디계신건가요 시키씨?


[수학의 정석 미적분II]어라? 이책은.... 생각났어요. 시키씨께서 가끔 최고의 수면제라면서 피기가 뭇닙게 잠드셨던 그 책이네요. 그러고보면 시키씨는 이 책을 읽다가 잠들땐 항상 좋은 꿈이라도 꾸시는건지 행복한 표정을 짓곤 했었어요. 혹시 저도 이 책을 읽고 잠들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책이 비틀려있어요. 마치 중간에 무언가를 끼워논듯한 모양새세요.

살며시 책을 흔들어보자 아니나다를까 떨어져나오는 종이 몇장.
[To. 후미카짱] 이건...편지?

[냐하하핫 시키냥이랍니다~]

! 시키씨가 제게 쓴 편지에요! 시키씨는 아무말도 없이 사라지신게 아니셨군요. 제대로, 이렇게 제대로 메세지를 남겨노셨는데 제가 바보같아서 알아채지 못하였을 뿐이에요. 그래요. 시키씨가 아니라 제가 나빴던 거에요.

[있지 후미카짱, 이 편지 찾는데 얼마나 걸렸어? 한달? 두달? 아니면 1년? 아, 어쩌면 일주일만에 찾았을수도 있겠네~. 어쩌면 아리스짱이 발견하고 건내줬을수도~]

....시키씨? 시키씨는 제가 이 편지를 쉽게 찾지 못할거란걸 알고계셨던건가요?

[냐하하 후미카짱 지금 당황했지? 괜찮아~ 내가 일부로 꼭꼭 숨겨놨거든! 그야말로 보물찾기! 만약 한달안에 이 편지를 찾아버렸다면 그건 조금 재미없을지도-. 아, 그래도 이 편지를 처음 발견하는건 꼭 후미카짱이었으면 해서 후미카가 아니면 발견하기 힘든곳에 뒀어.]

보물찾기.... 정말, 이런데서까지 짓궂으시네요. 시키씨는 제가 힘들어 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으신건가요? 어째서 이렇게나 꼭꼭 숨겨두신건가요? 이것만큼은 당신이 원망스러워요 시키씨.

[갑자기 없어진건 미안해.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 알아버렸거든.]

알아버렸다니, 무엇을요?

[꿈을 꿨어. 꿈속에서 거울을 봤는데, 거울속의 내가 그러더라
"너 자신의 냄새를 맡아본적 있어? 조심해. 너의 체향, 최근에 바뀌어버렸어. 마치 {그들}같은 냄새네. 이젠 이별이야 {나}"
냄새가 바뀌었다. 과연 저게 무슨 의미일까? {거울속의 나}가 말한 {그들}은 누구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슨 질문이 이어졌지만 알 수 없었어. 안탑갑게도 난 자신의 냄새는 맡을 수 없거든.]

꿈, 그리고 냄새. 시키씨, 대체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가요? 무슨 말씀이 하고싶으신 건가요? 시키씨가 맡으신다는 그 냄새는 무엇인가요? 알려주세요. 시키씨가 보고계신것이 무엇인지, 부디 제게도 알려주세요.

[얼마전에 알아버렸어. 그 꿈의 의미를.
세수하러갔는데 환상을 봤어. {거울속의 나}가 손을 흔들고 있더라구. 하지만 눈을 한번 깜박이고나니 다시 평범한 거울로 돌아와버린거있지? 그때였어, 거울엔 쩌적하고 금이 가버렸고 나는 그때 꿈에서 {거울속의 나}가 말했던 냄새가 뭔지 알 수 있었지. 갈라진 거울에 비친 내모습에서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냄새가 풍겨왔지. 그리고 난 깨달아버렸어. 이게 내 운명이란걸]

운명....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요? 시키씨는 운명같은건 믿지 않으시는게 아니었나요? 어째서 평소엔 그렇게나 부정하던 운명에 순응하시고 떠나신건가요? 그리고 그 운명이란건 대체 무엇인가요?

[후미카짱, 지금 혼란스럽지? 이 시키냥이 어째서 운명따위의 말을 꺼낸건지 전혀 모르겠을거야. 내가 늘 말해왔듯이 사람에게 운명이란건 없어. 다만 딱 한가지, 딱 한가지만큼은 정해진 운명이 있어. 그리고 나는 냄새를 통해 그 운명이 다가왔다는걸 알 수 있어. 그 때가 다가오면 사람의 체향이 변하게돼. {거울속의 나}가 말한 {그들}이지.

모르는척 넘어가보기도, 경고를 해줘보기도, 내가 직접 따라다니며 도움을 준적도 있어. 하지만 일련의 시도와 경험들에서 얻어진 결론은 결국 하나였어. 이 운명의 앞에서만큼은 그 무엇도 부질없다는거. 본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조력자가 있어도, 몇번이고 운명을 회피해낸다 해도 한번 변해버린 체향은 돌아오지 않았고, 운명은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끈질기게 찾아왔지.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이 휘말리기도 했어.

이게 내가 후미카짱을 떠난 이유야. 나는, 이 시키냥은 고양이야. 그러니 시키냥은 고양이의 방식으로 운명을 받아들인거야. 후미카짱은 알고있지? 고양이가 떠나는 이유]

시키씨... 어라? 저는 어째서, 어째서 울고있는걸까요? 아직 편지를 다 읽지도 못했는데...

세계가 무너졌어요.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색채들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어요. 아, 안돼요! 저는 아직 이 편지를 끝까지 읽지 않았어요. 저는 이 편지를, 시키씨가 남긴 편지를 끝까지 읽어야만해요. 시키씨가 남긴 말의 의미. 그래요. 저는 알고있어요. 고양이가 떠나는 이유. 그건....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기 때문이라는걸]


벌써 한달이란 시간이 지나갔네요. 그때 저는 결국 편지를 끝까지 다 읽지 못했어요. 북받혀오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울어버렸고, 한방울 한방울 편지지에 떨어진 눈물들은 편지를 지워나갔어요. 눈물로 인해 번져버린 잉크들은 이내 다시 뭉쳐 시키씨와의 추억을 그려나갔지요. 그때의 저는 울다 지쳐 잠이들었고, 일어났을때 본것은 눈물로인해 전부 번져버려 알아볼수 없게된 편지뿐이었어요. 하지만 그때 잠들기 직전에 전 분명히 들었어요. 분명히 들렸는걸요. 시키씨의 목소리.

《매일밤 꿈 속으로 찾아갈게》

그 다음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제 꿈으로 찾아온 시키씨와 만날수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도 저는 시키씨를 만나러 갈거에요. 눈을 감으면 시키씨가 보여요. 언제나처럼 제게 장난스레 웃어주셔요. '독세핀' 이걸 먹으면 시키씨가 찾아와요. 그리고 저는 시키씨의 세계로 갈수 있어요. 시키씨와 저 둘만의 낙원으로.
하지만, 어느순간 돌아와버려요. 시키씨와의 시간이 너무도 즐거워서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있으면, 여지없이 저는 돌아와버려요. 제게 허락된 시간이 끝났다는듯이 낙원에서 추방당해버려요.

시키씨가 없는 세계는 의미가 없어요.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와 같이 제 손에는 새로운 약이 쥐여져있어요. 의사선생님께선 정량이상 남용하면 안된다고 하셨지만 제겐 시키씨뿐인걸요. 다시한번 약을 삼켜요. 혹시, 한번에 여러알을 먹으면 제게 허락된 시간이 길어질까요?

조금 더 길게, 1초라도 더 오랜시간을 시키씨와 함께 있고싶어요.비록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한다해도 저는 시키씨를 만나러 갈거에요. 아니, 가야만해요.
한알, 두알 하얀 알약을 삼켜요. 어느샌가 12개를 훌쩍 넘겼어요. 시키씨와 함께할 시간을 1초라도 더 갖기위해 계속해서 약을 삼켜요. 오늘은 결심했어요. 설령 그 목적지가 돌아오지 못할, 깨어날수 없는 영원한 꿈의 세계일지라도 저는 시키씨와 함께할거에요. 시키씨와 함께할수있다면 그 어느것도 두렵지 않아요. 문제되지 않아요. 아리스, 그리고 프로듀서씨 모두들 안녕. 언젠가 꿈속에서 만나요. 그렇게 넷이서 다시 예전처럼 웃으며 지내봐요. 결코 끝나지 않을 영원의 낙원에서....

점점 좁아지는 시야에 누군가가 잡혀요. 흰 가운, 붉은빛이 도는 웨이브진 머리카락. 시키...씨? 아아, 그런가요. 마중을 나와주신거군요. 저는 이제 시키씨가 계신곳에서 시키씨와 함께할수 있는거군요. 그런데 시키씨, 어째서 한쪽 눈으론 웃고 반대쪽 눈으론 울고계신건가요?

네? 뭐라고 하신건가요? 죄송해요. 잘 들리지 않아요. 더이상 눈을 뜨고있는건 무리에요. 눈커플은 천근과 같이 무겁고, 정신은 아득해져만가요. 마치 고열에 시달릴때처럼 어딘가 현실세계와 분리된곳에 홀로 붕 떠있는 기분이에요. 아니, 시키씨가 함께이니 혼자는 아니네요. 곧 시키씨가 계신곳으로 갈테니 거기서 다시 얘기하도록 해요.

《미안해 후미카짱. 나도 바로 따라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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