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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키와 섹시함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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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5, 2016 14:21에 작성됨.

"결정했어요! 전 섹시 컨셉을 할거에요!"

툭. 린이 먹고 있던 초콜릿을 그만 떨어트려 버렸다. 뭐라고? 방금 우즈키가 뭐라고 했지? 린은 생경함을 한가득 담아, 그리고 자신이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담아 옆에 있는 미오를 보았다.
그리고 역시나 생경한 표정으로 치킨을 떨어트리고 있는 미오를 보고 멍하니 생각했다. 저거 아깝네. 비싼건데.

"우즈...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전무님이 자기 타입을 세가지 중에서 골라 제출하라고 하셨잖아요? 그걸 보고 생각한 거에요. 저는 언니에요! 그런데 섹시 컨셉도 안했다니 이상하잖아요!"

아. 그 이야기인가. 린은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전무님도 별 이상한걸 하셔서는.
며칠 전에 별안간 전무님이 346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을 전부 쿨, 큐트, 패션의 세가지 타입으로 분리하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그러면서도 관대하다는 티를 내고 싶으셨는지, 타입을 결정하는 것은 본인 의향으로 하라는 점을 덧붙이셨다. 뉴제네도 당연히 이 타입 선정의 마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우즈키는 도무지 스스로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패션을 고른 미오나 쿨을 고른 린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직 결정조차 못했던 우즈키는 아무래도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으우 치사해요- 두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결정해 버리시다니...'
'그치만 난 아무래도 쿨하단 소릴 자주 들었으니까...'
'나도 그 중 하나만 고르자면 아무래도 패션밖에 없단 말이지...'
'그게 치사하단 거에요-'
린은 며칠 전에 있었던 대화를 반추해 보았다. 그때 결국 우즈키는 자신의 타입을 제출하지 못했다. 결정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우즈키는 분명히 머뭇거리면서도 자신의 용지에 자신의 타입을 써내려가려 했었다. 미오가 중간에 멈추게 하지만 않았어도.
'시, 시마무. 패션은... 좀 그렇지 않을까? 이 미오쨩이 패션인걸?'
'에, 에, 그, 그런가요?'
뭘 그래. 라고 미오에게 면박을 주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린은 그 대신 미오와 시선을 교환했다.
시마무는 큐트야.
그렇지?
간만에 미오와 린이 마음이 맞는 순간이었다.

"저... 역시 이상...한가요?"

...그래서, 패션이 안되니까 쿨을 선택한건가. 린은 어딘가 모를 심란함에 머리를 싸매쥐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냐... 우즈키 아냐... 그게 아냐...! 마음속으로는 이미 우즈키를 붙들고 그건 안된다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직설적인 성격의 린으로서는 상처주지 않고 우즈키를 만류할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저, 우즈키, 섹시 컨셉은 좀...' '역시, 그런가요, 이런 언니라서 죄송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린이 직접 말했다가는 금방 이렇게 되는 미래가 훤하지 않은가.

"저, 시마무?"

"네, 미오쨩?"

"그게,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우리한테 섹시 컨셉을 물어 봐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좀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 보는게 어떨까? 미카언니라거나."

미오는 말하면서 좀 민망하다는듯 뺨을 긁적긁적거렸다. 거짓말이다. 린은 그렇게 확신했다. 섹시의 S자도 몰라도 우즈키가 섹시랑 거리가 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 귀염둥이의 어디에서 섹시를 찾아 볼 수 있단 말인가.
거기다 미오가 저런 말을 할 정도로 섹시함에 대해 무지한 것 같지도 않았다. 자기 입으로 맨날 섹시 아이돌을 노린다고도 했고, 저번에 장난이랍시고 화보 촬영때 보여줬던 표정으로 보건대 혼다 미오라는 아이돌은 최소한 우즈키보다는 섹시함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얘컨대 미오의 이 말의 의도는,
'떠넘겼구나.'
왠지 모르게 미오에게 배신했구나! 라며 절규하는 미카가 눈에 선했다.

"아, 그렇겠네요! 미카쨩은 카리스마 갸루로 통하니까 분명 섹시 컨셉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거에요!"

하지만 린은 떨떠름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린으로서도 섹시컨셉을 하겠다고 저러고 있는 우즈키를 말릴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갸루 아이돌, 이젠 섹시 아이돌. 먹고 살기는 힘들어. 아니, 원해서 한 컨셉이긴 하지만. 미카는 속으로 멍하니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미카의 섹시 아이돌 노선은 미카 본인이 노리던 컨셉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갸루패션을 고수하다보니 섹시한 노선으로 흘러갔을 뿐, 누군가에게 섹시함을 가르칠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최소한 미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카쨩은 대단해요! 카리스마 갸루! 저랑 나이도 같은데!"

응. 그래. 난 우즈키 너랑 나이도 같지. 근데 나랑 나이도 같으면서 그렇게 초롱초롱하게 올려다 보지 말아줄래.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네.
우즈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섹시 컨셉을 해보고 싶다며 미카를 찾아왔다. 그리고 왜 하필 자신을 골랐는지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거다. 어 음. 그래. 대단하지. 카리스마 갸루. 나도 내 화보집 받아들고 놀랐어. 너무 야해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들을 휘어잡는 섹시함을 갖출수 있는건가요?"

아하하. 그러게. 어떻게 하면 섹시해지는걸까. 내가 다 궁금하네에. 그건 그렇고 저기 멀찌감치에서 구경하고 있는 린과 미오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 너희지? 너희가 부추겼지? 미카가 원망을 가득 담아 째려보자, 두 사람은 얼른 시선을 회피했다.
순간 아이돌계의 위계질서를 바로 잡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응 내가 너희를 응. 맘에 들어서 데뷔 무대까지 밀어줬는데 응? 감히 그런 선배한테 이런걸 떠넘겨?

"그, 그게, 역시 사람들을 휘어잡는다는 것 자체가 카리스마 아니겠어?"

"그렇군요! 미카쨩은 카리스마 갸루라서 섹시한거였네요! 그럼 어떻게 카리스마를 가질수 있는건가요?"

"어...그러니까 말이지."

그걸 내가 알겠니. 나도 그걸 하고 싶어서 아이돌이 된건데. 라고는 차마 말 할수 없었다. 그렇게 야박하게 말하기에는 우즈키의 눈이 너무 초롱초롱했다. 게다가 우즈키의 입에서 카리스마 갸루라는 말이 나올때마다 마음속 한구석이 자꾸 찔려 온다. 그러길래 저 두 녀석은 무슨 바람을 우즈키한테 불어 넣어서는.

"...미카쨩?"

"그... 카리스마라는건 역시 깊은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거 아닐까? 여유라거나 말이지! 그럼 나는 일이 있으니까 슬슬 가 볼게!"

결국 미카의 선택은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미카는 재빨리 우즈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여유...라고요?"

우즈키는 그 자리에 서서 혼잣말을 중얼 거릴 뿐이었다.

 


니노미야 아스카는 당혹스러웠다.
별로 면식도 없는 시마무라 우즈키가 말을 건 것 자체는 그렇게 당혹스럽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얼굴 만큼은 자주 본 우즈키가 말 건다고 새삼스럽지도 않은 것이다.
섹시 컨셉을 하고 싶다는 말에는 살짝 당황했다. 물론 전무가 타입 써내라고 했을때 살짝 고민을 하기도 했던 아스카지만, 그래도 스스로가 큐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자신의 포지션 자체를 착각 할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누가 봐도 큐트가 명백한 눈 앞의 소녀는 섹시 컨셉을 하겠다고 말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일까. 아이돌로서의 열망이 누구보다도 강한 소녀 특유의 향상심인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만으로 아스카가 지금처럼 대답도 못할정도로 당혹스러워 하진 않았다. 고작 그 정도로 당황해서는 중2병 못해먹는다. 아픈 아이 실격이라고.

"어떻게 하면 저도 아스카쨩처럼 여유로워질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스카도 이 말에는 완전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어보는 방향이 거꾸로 된것 아니냐는 의문이 아스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애초에 우즈키가 아스카보다 3살 연상이다. 아스카의 기묘한 자존심 문제로 존칭을 써 본 적은 없지만, 일단은 그 나이만으로도 거리감을 느껴도 이상할 것은 없는 나이 차이다.
그런데 상담이라니.

"여유라... 그런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걸까?"

"그런가요?"

"여유라는 것을 생각하면, 되려 여유가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야. 그런데, 어째서 그런걸 물어보는거지?"

기대 받고 있다는 감각은 사람이 무리하도록 하는 법이다. 아스카는 스스로 여유롭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최대한 우즈키의 말을 받아주며 조언이 될법한(정말로 조언이 될런지는 의문이지만)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저... 그게..."

"...응? 말 하기 힘든건가?"

"안 웃으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약속하지. 남의 바램을 함부러 비웃는 성격은 아니야."

"그게... 섹시한 카리스마 아이돌이 되고 싶..."

"풒...아, 아냐."

거의 뿜을 뻔했다. 아슬아슬했어.

"웃었죠! 아스카쨩 지금 웃은거죠!"

"아, 아냐. 웃은거 아냐. 단지, 살짝 의외라..."

"거짓말! 웃었잖아요오-"

아, 이건 안돼. 아스카는 고개를 돌리고 급기야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귀엽다. 3살이나 연상인 사람에게 할 소린 아니지만 하여간 귀여웠다.

"아아. 그러니까, 너는 섹시한 카리스마 아이돌이 되고 싶은거고, 그것을 위해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는 거군. 맞나?"

아스카가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대답하는 동안, 우즈키는 한쪽 뺨을 부풀린채 그런 아스카를 원망하듯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 자꾸 그러지마. 또 웃음이 터지려고 그래.

"네... 맞아요. 저, 언니인데 전혀 언니 답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언니? 누구의? 라고 라고 물어볼 뻔했다. 주어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스카의 시야 한켠을 차지하고는 자꾸 이쪽을 힐끔 힐끔 보고 있는 린과 미오가 이미 주어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다 티난다고 태클 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아. 도움이 못 될것 같아 유감이군."

"네?"

"나는 그런 언니의 고민하고 거리가 멀다. 는 이야기야."

"그런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진 잘 알겠어.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만큼 여유롭지도 않고, 언니의 고민에 공감해 줄수 있는 사람도 아니야. 경험이란 중요하니까. 그러니까, 동생이 있고, 연상의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아... 네! 그렇겠네요!"

우즈키는 아스카의 말을 듣고 오호라 하는 표정으로 박수를 짝 하고 쳤다. 아스카는 마치 동생에게 말하고 있는거 같다는 감상이 스물스물 나오려는걸 억지로 억눌렀다.

"그리고... 그래. 날 그렇게 호의적으로 봐 준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너무 과대 평가 하는 것도 좋진 않아."

"네! 고마워요 아스카쨩! 아, 저 슬슬 일 있으니까 이제 가 봐야 할거 같아요."

"응... 열심히 하도록 해."

"네! 열심히 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우즈키는 손을 힘차게 흔들며 계단 위로 올라가 사라졌다. 끝까지 생긋 생긋 웃는 미소.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아스카로서도 조용한 미소로 대답하며 손을 흔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전염성이 있는 미소였다.

"...자, 그럼."

하지만 그 미소도 우즈키가 사라지자마자 그치고, 아스카의 눈은 아까부터 이쪽을 보고 있는 두사람을 향했다. 미오와 린이 움칠하면서도 계속 모르는 척 하고 있자, 아스카는 재차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나와 주지 않겠어? 감시의 눈동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어... 그, 아스아스. 언제 눈치챘어?"

"글쎄. 네가 생각하는것 보다는 일찍 눈치 챘을거라 생각해."

아스카의 말에 미오와 린은 엉거주춤 하며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각자 체질에 맞게 절찬리에 딴청을 피우고는 있었으나, 이 상황에 그런 딴청이 먹힐 리가 없다.
응.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는걸.

"걱정이 되는건가?"

"저...그, 그게..."

"우리가 우즈키를 걱정하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

말을 고르지 못하는 미오대신 린이 말을 낚아챘다.

"뭐... 나도 힐난하려고 한 말은 아니고, 예컨대 너희는 시마무라 우즈키가 평소 답지 않은 언동을 보이는 것에 당황하고 있는듯 하군."

"응. 도대체 뭘 봤길래 갑자기 섹시 카리스마를 찾는건진 모르겠지만..."

뜬금 없는 행동에 걱정이 됐기 때문에 이렇게 몰래 몰래 우즈키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뒷 말이 생략 된 말이었지만, 뒷 말은 딱히 필요 없으리라. 아스카는 린을 보고 다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저런 표정 어디서 봤더라. 아 그래. 자전거 타는게 기분이 좋더라 하는 말을 텐션 올라서 했을때 미오랑 우즈키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어.
...어라, 나 혹시 주위에서 은근히 신경 써주는 타입?

"그래? 나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는데 말이지."

그런 새삼스러운 린의 자기 반성을 아스카가 가로 막았다. 응? 잠깐, 방금 아스카가 뭐라고 했지?

"ㅇ..."

"아, 아스아스, 짐작가는데가 있어? 진짜로??"

린이 말하려는데 미오가 린 어깨를 누르며 앞으로 나오면서 말을 가로챘다. 응 그래. 미오 너 좀있다 두고 보자. 린은 미오의 가슴에 깔리면서 투덜댔다.

"그래. 조금 알것 같네. 우연히 말이지."

"뭐, 뭔데?!"

"답은... 이거다."

그러면서 아스카가 꺼낸것은 책 한권이었다. 두꺼운 책은 아닌, 잡지 한권 정도의 크기. 코팅지로 되어 있어서 양면 컬러로 인쇄되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은 몸매가 드러난 소녀들의 사진. 저건...

"우리 뉴제네 화보집이잖아?"

"그래. 최근에 발매한 뉴제네의 화보집이지."

"근데 아스아스가 왜 그걸 갖고 있어?"

"란코가 왠지 이걸 가지고 와서 나한테 자랑하더라고. 왜 너희들의 화보집이 잘 나온게 란코의 자랑거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귀엽네 그거."

"귀엽지." 도야

"...왜 아스아스가 그런 표정인건데."

"...어흠. 하여간 비밀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 자. 여길 봐 주겠어?"

아스카는 펄럭펄럭거리며 화보집의 한 페이지를 펼쳤다. 한장을 삼등분해서 세명의 사진이 같이 실려있는 페이지. 그것도 와이셔츠 한장 컨셉.

"그... 내가 말하기도 그렇지만 굉장한 가슴이네."

그러니까 그 굉장한 가슴 좀 치워. 린은 여전히 가슴에 깔린채로 투덜댔다.
하지만 그걸 제하고도 굉장한 가슴이라는데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와이셔츠 차림으로 소파에 엎드려 머리를 산발로 흩어 놓은 채 사진기 쪽을 응시하고 있는 미오는 평소의 말괄량이가 아닌, 성숙한 성인 같아 보였다.
린 또한 침대 위에서 와이셔츠 한장만 입고 쿠션을 끌어안고 있는, 뭇 남성들의 상상력을 자극 하는 사진이었다. 쿠션에 살짝 얼굴을 파묻은 채 쑥스러운듯 이쪽을 응시하는 린은 귀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우즈키는...

"우즈키 귀여워."

"시마무 귀여워."

...딱 보고 드는 감상이 그거였다. 필사적으로 와이셔츠로 가슴과 팬티를 가리고 있는 우즈키는 귀여웠다. 뭔가 다른 감상을 해 주고 싶어도 별 수가 없다. 귀여운걸.

"뭐, 그렇다는거야. 이 화보집을 보면 시마무라 우즈키만 너희 둘과 다소 컨셉이 다른 경우가 제법 되더군. 너희는 턱시도를 입고 있는데 시마무라 우즈키만 드레스를 입고 있다거나 하는. 더군다나 어딘가 모르게 둘이서 시마무라 우즈키를 지켜주는듯한 기조로 찍힌 사진이 많고 말야. 물론 대놓고 그런건 아니지만, 함의라는게 그렇다는거지."

"아..."

"그러니까... 시마무라 우즈키는 너희 둘이 하는만큼은 해 줘야 언니로서의 위상이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물론 내 추측일 뿐이다만."

과연. 제법 그럴싸한 생각이야. 미오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드디어 가슴에서 풀려난 린은 바로 옆에 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큿... 우즈키가 너무 귀여워서 문제라니, 이 무슨...!"

"시부린. 이야기는 재대로 듣자?"

"응? 그런 이야기 아니었어?"

"...아니었어."

"...뭐, 하여간. 그럼, 아스카. 우리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글쎄... 음, 그렇지."

아스카는 대뜸 들어온 질문에 잠깐 고민하다가, 가볍게 대꾸했다.

"어쨌건 시마무라 우즈키가 돌아와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까?"

그러게. 정론이었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

"..."

"..."

딸깍 딸깍. 아스카의 사슬이 부딪히는 소리만 이 공간을 지배한다. 린도, 미오도, 아스카도, 자기 자리에서 아무말도 않고 꿈쩍도 않고 있었다. 딸깍 딸깍.

"..."

"..."

"시마무 늦네..."

"...미오는 일 없어?"

"PP 일이 있었는데 펑크났어."

"큰 일 아냐 그거?"

"글쎄에... 방송국 잘못이라는거 같아. 그러는 시부린은?"

"레슨 있었는데 카렌이 꾀병 부렸어."

"...그쪽이야말로 괜찮아?"

"아마?"

"..."

"..."

"...(힐끔)"

"..."

"...아스아스는?"

"나? 나 말인가. 란코와 일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란코가 급하게 윗선에 불려갔어. 즉, 예기치 않은 여유란거야."

"헤에. 무슨 일일까?"

"글쎄... 나야 모르지."

"..."

"..."

"..."

"시마무라 우즈키는 이번에 무슨 일이었지?"

"아마 PCS의 의상을 맞춰 보러 갔을거야. 얼마 안 걸릴텐데."

"혹시 시마무가 다른사람하고 상담하고 있는거 아닐까?"

"그럴지도."

"..."

"..."

"..."

"저..."

"응? 왜 그래 아스아스?"

"유성 기적... 노래 좋아해. 그야말로 너희, 라는 느낌이었어."

"그러고 보니 아스아스는 유성 기적과 연관된 이벤트에도 나왔던가."

"나도 그때 그 아스카 복장 좋아해."

"고, 고마워..."

"..."

"..."

"..."

"아아아악! 왜 우리가 초조해 하고 있는걸까!"

"미, 미오?!"

급기야 미오가 폭발하고 말았다.

"으으으! 초조하게 있어봐야 해결 되는건 없는데 말이지! 그리고 이렇게 초조해 하는건 이 미오쨩답지 않아! 거기다 아스아스까지 끌어들인 꼴이 됐잖아!"

"저, 난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시부린! 시마무 어디서 일 있는지 알지?"

"그, 그걸 왜 내가 알 거라고..."

"알지?"

"...알긴 아는데."

"조오아써! 그럼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물어 보자구! 시마무의 본심에 대해!"

...초조해 하고 있는 거였구나. 아스카는 멍하니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따라가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난처함을 담아 뒷목을 긁적거렸다.

"저기... 시부야양. 혼다양. 거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거기다 니노미야양까지..."

"아, 프, 프로듀서..."

"오, 오랜만이네 프로듀서 헤헤..."

프로듀서는 마땅히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들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고, 그건 뉴 제너레이션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당연히 미오와 린이 각자의 이유로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것도(카렌의 사유가 꾀병이라는건 몰랐지만) 알고 있었기에 아직까지 프로덕션에 남아 있는 두사람을 보고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다.
여기는 CP룸에서 일부러 오지 않으면 올 일도 없는 촬영장. 더구나 타 부서 소속 아이돌까지 같이 와서 셋이서 힐끔 힐끔 촬영장 안을 보고 있다니. 의구심을 가지지 말라는것이 되려 무리 아닌가.

"두분 다 오늘은 더 이상 일이 없지 않습니까?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하...하하... 그게 말이지... 시부린이..."

"그게 미오가..."

눈치. 눈치. 서로에게 말을 돌리다 안 먹히자, 두사람은 서로 열심히 시선만 교환했다. 암만 그래도 프로듀서에게 우즈키가 걱정된다고 솔직히 말하기에는 좀 머쓱하다. 라는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었으리라.

"저 둘은 시마무라 우즈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과보호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닐것 같군."

"아스아스?!"/"아스카?!"

보다 못한 아스카가 친히 나서줬다. 린과 미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꽃히는거 같자 얄밉게 팔짱을 끼고 시선을 외면하는건 덤. 뭐라 반박할수 없다는 점에서 얄미움은 더 가속한다.

"...시부야양. 혼다양. 그런것입니까?"

"엄...그게... 갑자기 시마무가 안하던 행동을 하길래..."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게 갑자기 섹시 컨셉을 하겠다고..."

소녀 설명중. 미오와 린의 설명을 들은 프로듀서의 표정은 점차 심각해져 갔다. 설명이 끝난 순간의 프로듀서 표정은 아스카가 살짝 움칠할 정도였다. 뭐, 뭐야. 시마무라 우즈키가 섹시컨셉 하려는게 그렇게 큰일이야?

"그렇습니까... 걱정이군요. 저도 시마무라양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질 모르니..."

"그렇지..."

"응. 그러니 우리는 우즈키를 지켜 봐야 할 의무가 있어. 그러니까..."

"그렇습니다. 혼다양과 시부야양 두분의 걱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니..."

"곤란하단 말이지. 시마무가 아무말도 없이 저러면..."

아스카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새삼스럽지만, 아스카는 소위 '아픈아이'다. 속박에 대한 저항을 기본 모토로 삼고 있는 타입이다. 그런데 어째설까. 저 세사람이 하는 말이 어디선가 들어 봤던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아스카가 주로 저항하는 대상에게서.

"...세사람 다 말이지. 잠깐 내 말좀 들어 주겠어?"

아스카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저마다의 걱정(우즈키에 대한)을 쏟아내고 있던 세사람은 아스카가 부르자 의외라는 표정으로 아스카를 돌아보았다.

"저... 니노미야양. 어떤 말을 하시려는건지...?"

"너희는, 시마무라 우즈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거지?"

"그... 걱정을 하는 겁니다만..."

"과연, 그 걱정은 필요한 걸까?"

"...좀 더 설명해 주실수 있으십니까?"

"아아. 그 전에 미리 이야기 해 두는건데, 나는 너희에 대해서 잘 몰라. 그래서 내가 과한 넘겨짚기를 하는걸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다면 내 생각을 말해줄게.
우선, 시마무라 우즈키는 한 사람의 어엿한 아이돌이다. 프로듀서인 네가 선택하고, 뉴 제너레이션인 두사람이 함께한, 한 사람의 아이돌. 맞지?"

"네. 그렇습니다만."/"응."/"응. 그런데?"

"그리고 란코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CP의 모토는 각자의 의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이었을 거야. 맞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너희는 시마무라 우즈키를 걱정하고 '보호하려' 하고 있어. 최소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그건..."/"그, 그렇게 보여?"/"어..."

"뭐, 나도 시마무라 우즈키를 걱정하는 너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야. 하지만... 과연 그 영혼에,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영혼을 일깨우는데 있어 그게 좋은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

"..."/"..."/"..."

의외의 지적에 세명 다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역시 이런 면에서는 본인들이 미처 생각 못하는 구석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미오가 대답을 구한다는 듯 린을 보고, 린은 난처한듯이 프로듀서를 본다. 프로듀서는 그 시선을 받더니 난감하다는 듯 목 뒤를 긁적였다.

"주제 넘은 참견이지만, 시마무라 우즈키는 스스로 자신을 빛을 찾을수 있을 거란 신뢰도 필요하다. 이것이 말이지."

"확실히... 아스아스 말 대로야."

"과연... 니노미야양의 충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큭... 우즈키가 너무 귀여운 탓에..."

"시부린, 이야기는 재대로 듣자?"

"응? 그런 이야기 아니었어?"

아아. 친애하는 나의 친구여. 미오는 잠깐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린을 바라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건 그냥 이해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프로듀서를 보았다.

"프로듀서, 근데 시마무 어딨어?"

"핑크 체크 스쿨의 일이 슬슬 끝나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생각보다 늦는군요. 두분의 말대로라면 주위에 조언을 구하고 다닌듯 합니다. 한번 알아봐야..."

"어라? 프로듀서씨? 린쨩? 미오쨩?"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고, 미오가 물어보기 무섭게 우즈키가 등장했다. 우즈키는 양손에 뭔가 잔뜩 들고는 멀뚱멀뚱 세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파운데이션인가? 저 케이스만으로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화장품. 그리고 저건 머리핀, 그리고 저건... 설마 사방에 물어 보고 다녔던걸까.

"...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우즈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듯 서둘러 양손에 든것을 옆에 내려놓더니 살짝 몸을 틀더니 허리를 살짝 숙이고 허벅지에 손을 올려 놓는다. 마지막으로 윙크로 화룡점정.

"어, 어때요? 섹시해요?"

"..."

"..."

"..."

"..."

정적. 그걸 본 네명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 이상한가요? 그, 그럼!"

그 자세가 안 먹히는 것 같자 목 뒤로 깍지를 끼고 또 다른 포즈를 취해 보인다. 그 와중에 어색한 미소가 큐트하다.

"어, 어라? 이상하다? 카나데쨩이 할때는..."

"...풋."

"...푸...하하하하! 시마무, 그게 뭐야아-"

린과 미오는 기어이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한번 터져 나온 웃음은 멈출줄 모르고, 기어이 미오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에?! 이상해요?!"

"아하하하! 여태 걱정한게 바보같아졌어! 정말로..."

"푸흐흡...미안 우즈키.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풋..."

"저, 정마알! 웃지 마세요 둘 다! 저는 진지했다구요! 저, 프로듀서씨, 그렇게 웃겼..."

"죄송...합니다... 시마무라양. 저도...풉..."

"프로듀서씨 마저?!"

프로듀서에게까지 배신(?) 당한 우즈키는 반쯤 울것 같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유일하게 웃고 있지 않은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우즈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꽃히는걸 느낀 아스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팔짱낀 팔을 풀었다.

"저... 아스카쨩, 저 그렇게 안 어울려요?"

"...섹시 카리스마 아이돌을 해 보고 싶다고 했던가?"

"네, 네에... 우습나요?"

"아니, 나에게 남의 꿈을 비웃을 권리는 없지. 하지만..."

아스카는 알기 힘든 미소를 지으며 우즈키를 보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세사람을 바라 보았다.

"너는 사랑 받고 있는것 같네. 섹시한 컨셉과 맞바꾼거라고 생각하면 손해보는 거래는 아닐거라고 생각해."

"저, 그게 무슨...?"

"나는 이만. 란코가 슬슬 돌아왔을거 같으니까. 그리고 거기 세사람, 별로 걱정 안해도 될거 같지?"

아스카는 쿨하게 그 말만을 남기며 몸을 돌려 복도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아스카쨩, 무슨 말인가요? 세 사람 다 그만 웃어요, 정말!"

응. 걱정할 필요 없겠어. 아스카는 복도를 돌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우즈키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그 자리에 그대로 꿇어앉고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아스카 답지 않게 끅끅거리는 소리가 나올때까지,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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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안 어울린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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