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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카미야 나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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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1, 2016 23:23에 작성됨.

기억해? 매미소리는 들리지않고 어지러운 자동차의 소리와 수많은 발걸음만이 들리던 그런 번화가에서 나는 너와 만났지. 지금 생각해봐도 귀가 따가워지고 나조차도 화들짝 놀라버리는 그런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나는 너와 만났어. 결코 좋다고 말하지는 못할 그런 첫만남에서 너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 아이돌을 해보지않겠냐고, 나는 거절했지. 아니메나 좋아하던 여고생같지 않은 오타쿠, 나이에 맞지않게 애같은 여고생. 같이 이야기 할 친구 하나 없는 그런 히키코모리, 나조차도 포기해버렸던 나를 너는 거세게 붙잡고 내게 권유했지. 아니 맹세했지. 나는 귀여우니까 아이돌을 할 수 있다고 너는 그렇게 맹세했지. 내가 언젠가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고 소망하면서도 들을 수 없을 거라 포기했던 말을 나에게 해주었어. 그런데도 나는 바보같이 거절했지. 왜였을까, 난 안 된다고 스스로 포기해서였을까...? 아니면,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이유야 어찌되었던 바보같은 나를, 네가 해준 한 마디에 속으로는 기쁘면서도 거절해버리는 나를, 그래도 너는 그대로 붙잡고 데려왔지. 절대로 놓치지않을 것처럼 너는 날 꽉 붙잡았고 나는 거기에 이끌리듯 너를 따라갔지.

못 이기는 척 내심 바라고있던 일이 벌어지고도 도무지 솔직해질 줄 모르는 나를 위해 너는 많은 것을 했네. 나와 대화하기 위해, 즐겁게 이야기하기 위해 너는 밤을 새워서 아니메를 보고 그림자가 짙은 얼굴로 나에게 미소지어보이며 괜찮다고 말했지. 그리고는 나와 하루종일 이야기했어. 정말로, 그렇게 신나서 날뛰듯 이야기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리고 사무소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나를 위해 나도 모르게 유닛을 구성하고 기획하며 내가 친해질 기회를 주었지. 언제나 얼굴만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위해 너는 아무도 모르게 나를 살며시 밀어 나아가게 해주었지. 그리고는 내 미소를 보며 뒤에서 미소지었지. 내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은 없이 우물쭈물거려도 웃으며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떠밀어주었어.
지금도 첫 라이브가 떠올라. 네가 자신없이 떠는 날 격려했지. 나는 여기있는 누구보다도 무대에 잘 어울리는 아이돌이라고. 그리고 라이브가 끝났을 때, 정말 네 말대로였어. 마치 아니메의 주인공처럼 나는 빛나면서 서있었어. 언제나 내가 방구석에 앉아 보면서 동경하기만 했던 그런 주인공처럼 나는 서있었지. 사람들이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고 홀로 무대에서 매력있는 소녀가 되서 나는 서있었어. 그 때, 나는 무언가 말못할 고양감과 자신감으로 가득 찼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잖아. ‘모두들 사랑해-!'라고. 그런데 그거 말이야,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있어. P의 이름도 같이 불러버릴걸 하고 말이야. 그야, 날 그런 주인공으로 만들어준건 바로 너인걸. 다른 사람들이 날 귀엽다고 하기 전에 너는 내 그런 모습을 알아보고 그걸 여기까지 꺼내주었는 걸. 
하지만, 너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나는 너를 좋아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머뭇거렸지. 너는 그런 나도 좋아하면서 싫은 티 한 번 내지도 않았지. 때때로 내가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할 그런 말을 해버려도 너는 그저 웃으며 ‘내가 더 노력해야겠네'라고만 했지. 나는 나와 만나서 참 많이 변할 수 있었어. 아니메나 보던 오타쿠도 귀여워질 수 있었어. 이런 나도 친구랑 같이 웃으며 떠들 수 있었어. 이제 내 방에도 놀러올 친구가 있어. 나도 친구의 집으로 가보았어. 병문안을 가서 친구를 챙겨준 적도 있었지. 그렇게 너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나에게 주고, 나도 모르던 나를 너는 나에게 찾아주었어.
그런데 너에 대해서는 하나도 변하지 못했네. 널 보고 하이톤으로 소리질러버리던 그 날에서 조금도 변하지않았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P씨, 고마워. 셀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 좋아해. 표현할 도리도 없이 너를 좋아해. 진심이야. 언제나 너에게는 쌀쌀맞게 굴고말았지만, 진심은, 내 진심은 이거야. 
이런 마음을 언제나 품고 있으면서 나는 언제나 솔직하지 못했네. 나는 왜 그랬을까. 뭐가 어렵다고. 그렇게 잘 숨기지도 못하고 뻔히 드러나는데 그렇게 솔직하지 못 했을까. 그러다가도 왜 집에 가서는 너에게 보여준 언행을 그렇게 후회했을까. 그런 바보같은 짓 때문에 이제 와서 이렇게 몰려오는 후회에 몸서리치고 있는데 말이지.... 그저 그 때 그 순간, 린이나 카렌이 놀리듯 나를 떠밀어주었을 때 조금은 부끄러워도 너에게 말해버렸으면 더 좋았을 일을. 그러면 이런 아픔은 없었을텐데... 오히려 내가 너에게 미소를 건네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그래도 적어도 마지막에는 솔직해지려고해. 이미 너에게 직접 말하기는 늦었으니까. 조금은 과격할지도 모르는 이런 방법으로 말이야. 조금은 무서워. 널 다시는 못 보는 일인걸.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방법이 아니면 또 우물쭈물거리다가 놓쳐버릴지도 몰라. 아니, 분명 그러겠지. 그런 건....더 이상 싫으니까. 그래도 이걸로 나는 너에게 조금은 솔직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나에게 준 그 미소 중 아주 조금은 돌려줄 수 있다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어.

그리고 다시한번 진심으로 말할게

정말로, 정말로 고마웠어. P씨. 이런 나를 이렇게 매력있는 소녀가 될 수 있게 인도해주어서 정말로 고맙고 조, 사랑해...! 

 

 

그런데 P,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내가 조금은 더 빨리 솔직해졌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너와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을까...?

 

-나오로부터-

 

그 날 나오는 레슨실로 들어가 그 문을 닫았다.

 

===

 

편지 시리즈입니다. 그렇습니다.

 

레슨실로 들어가 한 줌 경험치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 편지라는 설정

 

근데 이거 나오가 쓴 거 치고는 엄청 진지한데...?

 

나오는 여기서 개인해석이 과하게 들어갔는데, 아니메 오타쿠라 이지메 당하고 외톨이로 지냈다는 설정입니다. 음...미안하네요. 미안 나오...

 

그래도 전 나오를 좋아합니다! 솔직히 쿨인 이유를 모를정도로 귀엽다니까-!

 

이건 7kb채우기가 너무 힘들어서 잘 안쓰게 되는 것입니다.....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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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언제 쓸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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