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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pro의 매니저-공상문학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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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1, 2016 02:49에 작성됨.

".....네?"

우울해 보였던 그녀의 얼굴은 나의 말 한마디에

절망과 비슷한 감정을 내비쳤다.

괴롭다.그녀들의,아직 어린 그녀들의 괴로운 표정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괴롭다.하지만,나아가야만 한다.

"포기하라고 했다.나나오.네가 생각하는 사랑은 결코 이루어 지지 않아."

그렇다.나아가야만 한다.그녀가 생각하는,잘못된 이야기를,잘못된 사랑을,

나아가서 다가가서 끝내버려야 한다.

"어....어째서....어째서..."

나나오는 점점 패닉상태가 되어갔다.

몸을 오들오들 떨며 갈곳을 잃은 시선은 이리저리 방황한다.

누군가를 상처입힌다는건 자신을 상처입히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봤던 책의 한 구절이었다.

그 작가도 이런 경험을 해본것인가.그렇다면 꽤나 끔찍한

경험으로 남았을 것이다.

남을 상처입히는데 무감각해진 요즈음.

나만은,나만큼은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고 살아가는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말았다.

나도 또한 공상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어째서...그런 심한 말을 하는거죠!"

나나오는 여전히 몸을 떨며 간신히 소리를 냈다.

비통하고 억울한 외침.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는 외침이다.

자신이 알고있었던,믿어왔었던 것들이 부정되었을 때의 외침이다.

분명 몇년전에 내가 냈던 외침이다.

순간순간,계속해서 느껴지는 동질감에 이젠 웃고싶을 지경이다.

"심한 말?무슨 소리야,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아니야!아니라고요!매니저씨가....무엇을 안다는 거에요!"

나나오의 외침은 극장안에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팅겨져 나온 유리코의 목소리가 내 머리를 몇백대씩 후려 갈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적반하장의 태도로 언성을 높였다.

"그래!나는 너를 몰라!하지만 말이야,너도 나를 모르잖아!"

"그...그게 무슨 상관이에요!매니저씨를 아는거랑 사랑이랑 뭐가 관련이 있는건데요!"

"당연히 상관 있지!누군가에게 다가가지도 않고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냐!"

"에...!"

나나오는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떨던 몸도,초점을 잃었던 눈도 제대로 돌아와 있었다.

"이제 정신좀 차렸냐?"

"네?...아,네..."

 나나오는 여전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알려줄게.왜 네가 생각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말이야."

그리고 다음부턴 이런방식으로는 하지 말자고,스스로 다짐하며

조용히 심장쪽을 문질렀다.

 

 

 

 

 

 

"....왜죠?"

그녀를 창고에서 꺼낸 후,나와  나나오는 무대 중앙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흥분은 거두었지만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뜸들이지 않고 말했다.

"이유는 없어.그건 불가능해."

"어,어째서...왜 불가능 하다는 거죠?!"

"그럼 역으로 묻지.네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냐?"

"에....그건...."

예상대로다.그녀는 아직 자신이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그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라고 꿈꾸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알려줄 차례다.그녀가 꾼 터무니 없는 꿈을.

"그럼 내가 알려주지.네가 생각했던 사랑은---모두에게 사랑받는 거야."

"에...."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물론 누구나 꿈꾸고 바라는 만인이 바라는 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고,또 망상같은걸 주로 하는 나나오에게 있어

이런 사랑을 꿈꾸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왜 불가능한거죠?"

 나나오의 지금 상태는 이상하다.

잘못된거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왜 불가능하냐고 물어보고 있다.

다시말해,지금의 나나오는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라는 목표를 진심으로

이루려고 하고 있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범죄자를 불문하고 모든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잘못된 이야기,잘못된 사랑이었다.

나나오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에는 분명 어떤 계기가 있을 것 이다.

예를 들자면....

"...형이냐?"

움찔.그녀의 몸이 일순 심하게 떨렸다.

이 사실을 확인했다면 뒤는 볼것도 없다.

"형의 몸이 안좋아 진것이 자신의 탓일 거고 그런 형이 돌아온다고 해도

앞으로 이전처럼 지내는 것이 가능할까?"

움찔

"형은 어쩌면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았을까?더이상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획!나나오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 공연도 실패하면 더이상 형은 나를 칭찬해주지 않는건 아닐까?"

"...어...떻게.."

나나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묻어나왔다.

그렇게 신기한걸까.하긴 그럴수도 있겠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자신의 속마음을 알았냐고?"

나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뭐,나도 경험해봤으니까."

 

 

 

 

속마음을 알아냈다고 해도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랑.그것은 나에게 아직 많이 낯설었다.

굳이 따지자면 예전의 나는 지금의 나나오의 상태였다.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다.모두에게 기대받고 싶다.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

그게 안되서 지금 이모양 이꼴이지만.

눈앞에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처다보는 소녀 한명.

예전의 나와 같은,어쩌면 더 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소녀가 한명.

빠르게 흘러가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된

공상소녀가 한명.

책을 너무나도 좋아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문학소녀 한명.

모두 다 그녀,나나오 유리코이다.이렇게 개성이 많은 그녀를 놓칠 수는 없다.

"그래서,결국 넌 생각한거야.모두에게 빠짐없이 사랑받게 되면 형이

예전처럼 너를 봐줄거라고 말이야."

나나오는 잠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마음을 파악하는 듯 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다는건 불가능해.만일 그게 가능했다면,세계역사에서

전세계 통일이 없을리가 없다고."

나나오는 눈을 크게 뜨며 이해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지금하고 있는 아이돌을 봐.얼핏보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티팬같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그렇지 않아?"

모모코의 일때도 그랬다.언제나 모든일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나나오는 이해가 갔는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나나오의 머리를---때렸다.

"아흑...!"

"바보야.어린녀석이 벌써부터 그런 큰꿈 꾸는거 아니라고."

"아니,그렇지만...."

"내가 말했지.누군가에게 다가가지 않고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순서가 틀렸어.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녀석이

벌써부터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으려고 하지마.

천천히,조금씩 알아가보라고.조급해 하지말고,

우선 다른녀석과 사랑한다는것부터 알아가보자고."

"에.....에?알아가보자?"

나나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사실 나도 아직 사랑이란게 뭔지 잘 모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같이 사랑이란걸 알아가보자고."

이게,미숙한 나의 해결방안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과 같이 노력해보자.

안될지도 모르고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나는 이런방법밖에 생각해내지 못했다.

"...어때?"

조심히 나나오에게 물어보니 나나오의 얼굴을 이미 새빨개졌다.

"가,가가가,같이,사,사사사사랑을,아,아,알아보자니...이,이,건 설마 프,프,프로...사,사,사귀...."

왠지 모르겠지만 다시 패닉상태에 빠진것 같았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이걸로 그녀의 고민이 조금이라도 해결된다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나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친구가 되줄래,유리코?"

".....네?"

유리코는 당황해하며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접근했다.

"무,무슨 문제라도 있어,유리코?"

"네?!분명 저와 같이 사랑을 알아가자고..."

"어,어.같이 사랑이라는 것에대해 알아가자고..."

"에?"

"에?"

잠깐 동안의 침묵.유리코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하아~.이거 힘들겠네요."

"응?뭐,뭐가?아,혹시 친구가 힘들다는 건..."

"아니에요.혼잣말이었어요."

유리코는 한번 조용히 웃음짓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웃음은 무언가 개운해진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것인가.

"그럼,앞으로 잘 부탁드려요!매니저씨!"

"...응,다시 한번 잘 부탁해,유리코."

나의 내민 손과 그녀의 작은 손이 겹쳐졌다.

 

 

 

이번 나나오,아니 유리코의 고민은 단지 격하게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지못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망상하게된 경우였다.

얼핏보면 이 문제의 원인은 형의 거짓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형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언젠가 유리코가 사랑에 대해 알고싶어 할때,혹은

다른 어떤 중요한 사항조차 자신에게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할 거라고.

그렇다면 이 문제의 진짜 원인은 유리코의

형 의존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형은 이것의 해결방안으로 나를 선택했다.

형의 선견지명의 감탄하며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리코를 바라보았다.

얼떨결에 말해버렸지만,생각해보니 유리코가

나의 첫 이성 친구인것이다.

딴청을 피우려다 어떤것을 생각해냈다.

"유리코,너 혹시....."

 

 

 

 

매니저 취임 19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765프로 연극 날이다.

많은 팬들이 무대에 주목하고 있다.

"공주님..."

"공주님..."

"...아아,왕자님들.죄송합니다.저는 진정한 사랑을 찾고있어요.

그렇지만,아직 진짜 사랑이 뭔지 잘 알지 못해요."

유리코의 연기.확실히 무언가가 있었다.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움직이게 하는 힘이.

"그래서,저는 여행을 떠나려고 해요.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여행. .....저에게 그런 기회를 준 유치하기도,놀랍기도,

장난스럽기도 한 그 사람과.....

그 말과 동시에 지은 유리코의 장난기넘치는 미소는 아마

많은 이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사랑스럽기까지 한 그녀의,노래와 함께.

"들어주세요!이게 지금의 저,조금 더 성장한 저! 문학공상소녀!"

참았던 흥분을 내뱉듯이 함성이 터져나왔다.

 

 

 

 

 

"재밌는 짓을 해줬네."

"아아...타나카냐."

"분명 이번에는 연극을 하려고 했어.하지만,갑자기 뮤지컬,

아니 라이브 무대로 바꿔놓다니."

"하하하,어쨋든 반응은 좋았잖아?"

"......"

"이쪽도 꽤 빡셌다고?다시 2일동안 밤새가며 노래를 만들고

2일동안 대사수정에 연습,힘들었다고."

"물론 우리들도 말이지."

"....이건뭐 변명할 거리도 없구만. ....어땠냐?"

"......굉장했어."

"그렇지?그게 지금 유리코의 마음이야."

"유리코....."

"응?"

"...아무것도 아니야....줄리아와  모모코도...당신이 한거야?"

"그런 말투면 내가 이상한짓 한거 같잖아?"

다먹은 커피 종이컵을 구겨 휴지통에 넣었다.

타나카는 잠시 생각을 하는것처럼 보이더니 이내 인사도 없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매정한 녀석이구만."

아마 저녀셕이 가장 힘든 녀석일것 같다.

앞으로의 일에 걱정을 하면서

저 멀리서 뛰어오는 녀석을 보며

조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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