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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외전: 카구야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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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31, 2016 01:26에 작성됨.

오오하라 베이커리의 전편들, 그 중에서 '출장편'을 읽으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오호, 빵집은 이미 문을 닫았는데? 음...그럼 이야기라도 하나 들어볼래 아주 오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그런 이야기야. 아마도 여기서 처음 듣는 이야기일걸?

 

카구야 공주....많이들 들어봤지? 그런데 말이야....혹시 이런 이야기 알아? 잘 들어보라구. 이 빵집이랑 관련있을지도 몰라. 빵집의 누구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말이야... 옛날옛날, 그 카구야 공주가 교토에서 한창 귀족들을 저도 모르게 홀리고 다닐 때의 이야기야. 어느날, 그 공주님이 꽃놀이를 위하여 성 밖을 나서 걸었지. 수행원은 아주 조금, 귀족도 모르게 살그머니 빠져나갔어. 사람을 피해 산과 들을 타고 걸었어. 그런데, 문득 한 집이 나타났지 허름한 집이었어. 하지만 공주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꼈지. 주위에 펼쳐진 녹수와 어우러져 서로를 해치지않는 모습이었거든. 그녀는 그곳에 앉아 꽃놀이를 즐기고자 했지. 그 집의 문을 두드려 예의를 구하려하자, 그 안에서 남자가 나왔어. 다리를 조금 절면서말이야. 산 속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문득 들어온 사람을 경계했지. 그 때, 카구야 공주는 제 얼굴을 드러내며 부탁하고 나섰어. 하늘에서 내려온 달선녀와 같은 미모에 주위의 꽃이 기죽어 시들고 위엄찬 나무마저도 그 줄기를 거두어들이고 있었지.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미동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잠깐 끄덕이고서 뒤로 돌아섰어. 공주는 제 얼굴을 대하는 남자의 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지. 그래서 잡아 불러세운 후, 물었어.

 

“내가 아름답지 않더냐?”

 

남자가 무미건조하게 답했지

 

“아름답게 조각한 꽃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하고 속으로 생각하는데 문득, 공주만이 꺄르륵-하고 웃었어. 교토의 내노라하는 귀족들도 하지 못한 일을 허름한 절름발이가 그저 진부해보이는 칭찬으로 공주를 웃기다니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어. 헌데, 공주가 명했지.

 

“재밌구나. 더 이상 꽃놀이는 즐길 수 없으니 너를 데려가야겠다.”

 

그리고 남자는 의식을 잃었지. 눈을 떴을 때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하지만 빛 하나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방이었어. 밖의 소리조차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 그리고 그 안에는 공주가 있었지. 겨우 몸을 가누며 남자가 일어나 앉았을 때, 공주가 말했단다.

 

“일어났느냐?”

 

“무슨 일입니까?”

 

“재밌구나, 재밌어. 네 그 대답 말이다. 무슨 의미였느나?”

 

“칭찬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공주는 현명하고 똑똑한 월인이라 그런 거짓말이 통하지 않았지

 

“칭찬하는 이는 상대를 똑바로보며 제 얼굴을 각인시키려들지. 헌데 너는 네게 등을 보이고서 시들어버린 녹수를 보았다.”

 

남자는 침묵했지. 공주는 무언가 재밌는 상상을 하는 듯 미소를 띄우고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치다가 말했어.

 

“그래, 네 말이 맞다. 아름다울지언정 그 누구도 손대지못하고 그저 격리되어 있는 무가치한 아름다움이지”

 

그리고 공주는 덧붙였어

 

“허나 그렇다면 내가 직접 날 손댈 이를 찾으면 될 일이다.”

 

“예?”

 

“네 이름이 무어냐?”

 

“없습니다만.”

 

“히이라기, 그게 네 이름이다.”

 

그 후로 남자, 히이라기는 공주와 단 둘이 방에서 담소를 나누는 일이 많아졌어. 꺄르륵거리는 공주의 웃음소리가 이따금 새어나오는 일이 잦았지.

 

공주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말투는 한층 나긋나긋해져갔어. ‘내일을 무얼해볼까'라며 계획을 짜보는 일도 늘었단다. 어느 날은 창문을 열고 같이 보름달을 구경해보기도 했단다.

 

그렇게 히이라기는 이름도 얻고 글자도 배워가며 공주의 총애를 받았지. 헌데, 사람은 말이지 늘 질투를 하기마련이거든 특히 가진 사람일 수록....

 

공주에게 청혼하고 난제를 요구받은 귀족들은 불만이 쌓여나갔지. 그들은 공주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갖은 애를 썼거늘, 한갓 출처불명의 남자가 공주의 총애를 받는 게 아니꼬왔던것이야.

 

허나 공주의 답은 한결 같았지.

 

“그 아이 만큼 저를 만족시킬 수 있으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드리지요.”

 

귀족들이 히이라기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또 공주는 여유롭게 말했지.

 

“제 곁에 있는 여러분들은 그런 하찮은 낭설에 휘말릴 정도로 저급하지 않음을 믿고 있습니다.”

 

어이쿠야, 이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지? 하지만 귀족들은 속으로 삭히고 삭히며 히이라기의 뒤를 캔 끝에 하나를 잡았단다.

 

히이라기는 밤마다 산 중의 제집으로 돌아갔다가 새벽 이슬과 약간의 짐승털을 몸에 묻히고 돌아왔던것이야!

 

귀족들은 즉시 음양사들을 불러모았지 그리고는 공주의 성에 무언가 요망한 것이 잇다고 말하게 했어. 아주 영악한 짐승이 있다고.

 

공주는 그저 비웃었어. 이미 알고 있었거든, 귀족들의 속내를. 그러나 음양사들까지 동원한 모략은 조금 위험했어. 어쩌면 공주의 권세를 위협할지도 모를 일로 번졌지.

 

현명하고 똑똑한 공주는 한갓 사내에게 휘둘려 자신이 가진 중요한 것들을 내놓지 않으리라 생각했지.

 

밤중에 히이라기를 불러 긴히 말하여 경고를 하고 다시는 그를 찾지않았단다. 그렇게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어. 귀족들은 히이라기가 있는 그곳을 지명하고서 요물을 잡아야한다고 주장했지. 결국 공주는 편지 한 통으로 히이라기에게 슬며시 경고를 하고서 허락해버렸어. 정치라는 어려운 일을 생각하면 맞은 일이지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그 이후에 당한 일을 생각해보면 참 답답한 행동이야. 차라리 그를 꽉 잡고 있었더라면 나았을지도 몰라.

 

아무튼, 요물토벌의 결과. 요물은 죽었어. 그 요물이 살던 일대가 불에 타고 소금이 뿌려졌지. 공주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그 요물의 타고 남은 재가 상자에 담겨 공주에게 전달되었지. 공주는 무언가 짜증이 났어. 자신이 아끼던 것이 그리도 허무하게 갔다니 말이야. 그래서 그날 요호를 단독으로 잡았다는 무사를 불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사는 편지를 꺼내며 이야기를 전했어. 그는 집안에서 담담히 자신을 맞이했다고 그 편지에 따르면 히이라기는 다리가 다친 여우를 밤마다가서 살펴주었다고 해. 무사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다 나은 여우를 산중에 풀어주며 말했어.

 

“딱 좋을 시점에 오셨습니다. 여우가 저리도 잘 뛰는 걸 보니 제 일을 다한 것 같군요. 이제 무사님도 일을 마무리하시지요.”

 

그리고는 얌전히 앉아 죽었다네.

 

그리고 공주에게 전달된 편지에는 갓 배운 티가 나는 글씨로 써있었어.

 

[지난 일 년간 공주님이 주신 은혜는 영혼에 새겨넣을 일입니다. 또한 이 마지막 은혜는 더더욱 감사합니다. 허나, 공주님. 제가 도망쳐 그들을 만족시키지 아니하면 또 누가 그 희생양이 되겠습니까? 또한 이 산과 그 동식물들은 요물퇴치라는 이름아래 불타버릴 것 입니다. 공주님, 제게는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아주 착하고 귀여운 아이였지요 아마 살아있다면 공주님과 비슷한 연배일 것 입니다. 몇 년전 병마를 이기지 못 했지만요. 헌데 몇 년 전 동생의 기일에 한 다친 여우가 제 집 앞에 있더군요. 웃으실 이야기지만 불현듯 그 여우가 제게는 동생의 환생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니라고 되뇌여도 다친 여우를 보살피며 자라는 애정은 속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요. 이것이 제가 밤마다 나간 연유이고 제가 이 산을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가 떠나지 않으면 곧 여우는 다 나을 것이고 제가 떠나지 않아 죽으면 이 산이 불탈 일도 없습니다. 공주님에게는 한갓 일이나 제게는 분명 소중한 일입니다. 부디 이런 어리석은 사내의 일은 깊이 담아두시지 마시고 여느 때처럼 웃으며 넘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만날 더 큰 일에 축복을 빌겠사옵니다. 감사드립니다. 히이라기 올림]

 

공주는 얼굴을 구기며 히이라기를 욕했어.

 

“한갓 미물에 홀려 죽었단말이냐. 한심한 것.”

 

무사를 치우고 혼자서 남아서는 살며시 덧붙였지

 

“……너답구나…”

 

그 이후로 공주는 확실히 변했어. 히이라기의 이름을 멍하니 중얼거리기도 하고 도름달을 보며 물기어린 눈을 하다가도 금새 짜증을 내며 ‘멍청한 것. 한심한 것'이렇게 중얼거렸지. 심한 날은 비명을 지르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내가?!’라며 소리를 질렀어.

 

그런 공주를 달래보고자 귀족들이 꽃놀이를 나갔지. 헌데, 그 와중에 공주가 문득 말했어.

 

‘산으로 가자'

 

공주는 고집을 부리며 기어이 산으로 들어갔어. 산 어딘가에서 까맣게 죽은 곳이 있었지. 허름한 집은 이미 박살나서 그 형체만 간신히 남아있었어. 시종이 설명하려는 찰나, 공주는 무언가 터진 듯 마구 울었어 그리고는 웃었지.

 

“아, 아, 아니라고 하고 싶었거늘.....늦었구나 알았다 알았어....네가 없구나..”

 

그리고는 공주는 좋다며 다시 성으로 돌아갔지. 하지만 공주는 더 심각해졌어. 히이라기의 편지를 펼쳐두고 울으며 웃고 웃으며 울다가 그의 재가 담긴 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걸듯 속삭이기도 했단다. 마치 미친 듯한 공주를 되돌리기 위해 귀족들은 백방으로 힘을 썼지 사람을 불러도 약을 써도 공주는 한결 같이 말했어.

 

“죽은 이를 살릴 수 있느냐?”

 

죽은 사람을 어떻게 살려? 당연히 안 되지!

 

그럼 공주는 또 답했지.

 

“그럼 사라져라”

 

그렇게 증세만 나날이 심해져가다가 누군가 어느 소녀가 찾아와 말했어.

 

“망자가 다시 오는 것에 대해 알고있습니다.”

 

공주는 그녀를 들여 대화를 나누었지.

 

그리고 밤이 되어 소녀가 돌아가고서 공주는 무사를 불렀어 그리고는 목을 베어 죽였단다. 그 히이라기를 죽인 무사를 말이야.

 

그리고는 말했어.

 

“귀족 놈들을 모조리 잡아와라.”

 

도시는 하룻밤만에 난리가 났어. 귀족들은 묶여와서 공주에게 문책을 당했지.

 

“네놈들이야. 네놈들이 있기에 그 아이의 혼이 못 오는 것이다. 그 아이를 무참히 죽인 원흉이 이렇게 버젓히 있는데 어떻게 다시 올까....아...걱정마라걱정마라.. 이제 내가 다 처리할테니...”

 

귀족이 무어라 입을 열자 공주는 그대로 입을 열고 소리쳤어.

 

“닥쳐라-! 네놈들이! 네놈들이야말로 악귀다! 무고한 아이를 그깟 질투에 무참히 죽인 놈들이 악귀다-! 이제, 내가 히이라기의 혼을 달래야겠다.”

 

그리고 공주는 채찍으로 귀족들을 후려쳤어. 귀족들의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온 사방을 튀어 채찍이 벌겋게 되고 공주의 옷과 얼굴에 피가 묻었지만 아랑곳하지않고 공주는 그렇게 귀족들을 때려죽였단다.

 

응? 너무 잔인하다고? 처음 듣는다고? 이런 일은 실제로 없었다고? 뭐 어차피 전해오는 이야기라니깐. 뭐 아무튼 이렇게 된게 마지막까지 들어봐.

 

그 뒤의 이야기는 대충 이래.

 

그 날의 사건으로 죄가 쌓여버린 공주는 영원히, 영원히 달에서 추방되었고 공주는 아랑곳 하지도 않고 그 함을 간직한 채 지금도 찾아다닌다는 거야

 

히이라기의 환생자를.

 

아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다른 주인공이 있는... 이런 해가 떠오르네 슬슬 빵집의 문이 열리겠어 그럼 나는 이만 여기서 사라져야해. 뭐 다음에 다시 폐점시간에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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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망상.

 

카구야의 정체는 코바야....

 

외전이니까요 정식 스토리와 관련성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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