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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조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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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30, 2016 12:20에 작성됨.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에, 서재에 있는 책이란 책을 몽땅 꺼내 훑어보고 있던 마코토는 힐끗 문 쪽을 돌아보았다. 문 건너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상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만."


그 말에, 마코토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엔 왔나..."

 

 

 

 

 

 

 

 


"치하야쨩, 제발 그거 돌려주라!"
"싫어요!"


그 날, 하루카는 방 안에서 치하야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별 일은 아니었다. 치하야가 하루카의 인장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바빴던 하루카가 그걸 힘으로 빼앗으려 했고 치하야는 그런 하루카의 태도에 화가 나선 방의 구석으로 그 인장을 가지고 들어간 것 뿐.
별 일은 아니었지만, 그 파장은 역시 엄청나다. 마계의 왕의 인장이다. 그게 없으면 모든 서류의 결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치하야쨩... 정말 이럴거니!"


하루카의 화난 목소리에도, 치하야는 혀만 베에, 하고 내밀어보이곤 완전히 휙 돌아 앉았다. 치하야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하루카의 손도 들어가지만, 문제는 그 깊이다. 저 깊숙한 곳까지 손이 닿을 거란 자신은 하루카에게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옷장 틈새에 눌러앉은 치하야를 보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고민하던 하루카는,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았다.


"...뭐해? 하루카. 그런 구석에서."


그리고 그 목소리에 옷장 사이에서 인장을 붙잡고 앉아있던 치하야도 날개를 움찔했다.


"미, 미안해 마코토! 서류는 아직 한 개도..."
"아직까지 논거야?"
"아, 아니, 논게 아니라! 그게 조금 트러블이 생겨서..."
"트러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코토는 무엇을 찾는 듯한 시선으로 하루카의 방 안을 휙 둘러보았다. 그리고 찾는 것이 보이지 않았던지, 하루카를 보고 물었다.


"치하야는?"
"어, 어어... 저, 그 옷장 틈새에..."
"...거길 왜?"
"그... 어쩌다보니 일이 엉켜서 말이죠, 아하하..." のヮの


이럴 때마다 치하야가 하루카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하루카는 마코토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직접 말하거나 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할 때도 조금만 실수하면 곧장 한 대씩 얻어맞는데, 만약 하루카가 지금 자신이 이 도장을 가지고 숨어 버려서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 정말 엄청나게 혼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가 두려워하는 순간부터 이미 교육의 주도권은 하루카가 아니라 마코토에게 넘어가 있다는 증거였지만.


"뭐, 좋아.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치하야를 데리고 내 방으로 오도록 해."
"응? 나도?"
"네가 확인해줘야 할 일이 있어서야. 치하야 관련이기도 하고. 난 내 방에 있을테니까."


딱 할 말만 하고, 다시 몸을 돌려 방을 나가는 마코토를 굳은 표정으로 웃으며 배웅한 하루카는 쾅, 하고 문이 다시 닫히자마자 한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옷장 틈새에 숨어있는 치하야를 돌아보고선 조용히 말했다.


"치하야쨩, 들었지? 이제 돌려주지 않을래...?"
"......"


그 말에 치하야가 다시 날개를 움찔했지만 아직 생각은 없는 듯 인장을 꼭 끌어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치하야도 마코토를 무서워 하고 있고, 조금만 더 설득하면 아마 돌려줄 것이다─


"아, 그리고."
"네, 네이?!"


그 생각에 말을 이으려던 하루카는 벌컥 문이 열리며 다시 들리는 마코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마코토는 냉담하게 말했다.


"정오까지야. 늦으면 하루카도 가만두지 않겠지만..."
"......"
"치하야도, 내준 숙제를 다섯 배로 늘릴테니까 각오해."


그렇게 말하는 마코토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진 건 자신의 착각이었을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 땀을 흘린 하루카는 마코토가 문을 다시 닫고 나가고서 조용히 뒤를 향해 말했다.


"치하야쨩... 우리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화해하자, 응?"
"...여기요."


그리고 옷장 틈새에서 조금 기어나와 얼굴을 내민 치하야는, 하루카를 향해 인장을 내밀었다. 그 인장을 받은 하루카는 손을 뻗어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치하야는 눈을 잠시 꼭 감았다가 깜빡였다.


"화내서 미안해. 자아, 그런 곳에서 나와. 먼지 때문에 지저분하잖아."
"...응"


하루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치하야는 날개를 파닥여 하루카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약간의 '소동'으로 조금 밀린 서류를 보며, 조금 한숨을 내쉰 하루카는 다시 전투 태세로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정오까지 모두 다 끝내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이요 치하야도 큰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연락한 건 나지만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마코토는 방에 널린 책들을 둘러보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마치 책장이 쓰러져 버린 것 마냥 책장 앞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책들 중 한 권을 집어 살펴보며, 여성은 답했다.


"실로, 재미있어 보였기에"
"재미있을거야. 여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게 될테니까."
"거기다 마계는 처음이고..."
"색다르겠지?"
"그렇사옵니다."


그렇게 말하며, 옅은 미소를 띤 채 책을 넘긴다. 사락거리는 소리가 단조롭게 울렸다.


"마계어는 천천히 배워. 일단 난 인간의 '마법'에 대해서 알아야겠고... 타카네는 우리들의 '주문'을 배우는 것부터 먼저 하지."
"....그 둘, 잘 합쳐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타카네의 질문에, 마코토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마코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인간답지 않은 조용하고 고요한 그 눈동자가, 인간치곤 꽤 마음에 들었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답했다.


"내가 한 일 중엔 안 되는 일은 없게 할 생각이야니까. 그러니까 널 여기까지 부른거야 타카네. 가능할까, 가 아니라 가능해야 해."
"...그렇습니까."


거기에 타카네는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진지하게 궁금했었을 뿐이겠지. 마코토도 그녀의 그런 성격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시계를 보면서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슬슬 시간이 됐는데."
"안 늦었습니다!!"


그 말에 타카네가 시선을 들어 마코토를 바라보는 순간 벌컥하고 마코토의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거의 미끄러지다시피 뛰어들어온 하루카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곤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마코토, 제 시간에 맞춰 온 것 맞지?!"
"정확하네. 치하야는?"
"어지러어..."


하루카의 어깨 위에서, 하루카가 뛴 탓에 어지러운 듯 비척대는 치하야까지 확인 한 마코토는 가볍게 발걸음을 돌려 타카네를 돌아보곤 말했다.


"타카네, 이 쪽이 우리의 여왕. 8대 마계왕- 하루카야."
"응? 저 쪽은... 인간 아니야?"


마코토의 소개에도 타카네는 별 대답을 하지 않고 하루카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오히려 하루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마코토에게 그렇게 물었다. 타카네의 무반응은 별로 당황할 일도 아닌 듯, 마코토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예전에 좀 인연이 닿아서 알게 된 인간이야. 시죠 타카네라고 하지."
"인간의... 마법사인가?"
"그래. 치하야에게 가르칠 마법과 주문의 조합 연구를 위해서 협력해주기로 했어. 그러니까, 네가 타카네의 마계 영주를 허락해줬으면 해서 부른거야. 타종족의 영주는 왕의 허락이 없으면 안되니까."
"으응.. 나야, 치하야쨩에게 도움을 준다는데 영주 신청을 거부할 이유야 없어. 얼마든지 환영이야."
"뭐, 그럴 줄 알았어. 정식 서류는 나중에 올리지. 그럼 치하야."
"네에?"


하루카의 어깨 위에서 멀미를 참고 있던 치하야는 마코토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마코토를 바라보았다. 마코토는 옆에 있는 타카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네 마법 수업은 여기 타카네가 담당하게 될거야."
"에... 응─"


그 말에, 치하야는 타카네를 빤히 바라보았다.
엄한 걸로 따지자면 마코토보다 못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런 인상을 받은 치하야는 한숨을 후우, 하고 내쉬었다. 그 모습에 하루카가 쿡, 하고 짧게 웃었지만, 치하야는 그 웃음소리를 못들은 척 하고 말했다.


"웅, 잘 부탐..부탁,해요!"
"저야말로."


치하야의 말에, 타카네는 그렇게 짧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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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of proposal 한번 쓰니 오늘의 날씨에 대한 귀차니즘이 상승..ㅋ...ㅋㅋㅋ..

빠른..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어찌됐든 어떤 식으로든 끝내야겠시유.

 

타카네가 나오긴 했지만, 하루마코치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의 분량은 대화에 한번 이름이 나오거나 하면 짧은거고

한편에서 초반부터 끝까지 나오면 많은 거죠 (._. 타카네도 뭐 많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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