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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카에데x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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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5, 2016 00:20에 작성됨.

 

「같이 죽읍시다.」

 

미유는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그 한마디에 얼어 붙어버렸다. 

「무슨 말이에요 카에데씨」

「.......」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에요 술을 마셔서 그런지 헛소리가 나오네요. 신경쓰지 말아요」

「혹시 나쁜 생각하는거 아니죠? 그러지마요」

「미유씨를 놔두고 제가 어디 갈리가 없잖아요.」

「카에데씨...」

「밤도 늦었는데 이만 쉬어요 미유씨」

「네 카에데씨도 술 그만 마시고요..」

「후후 이 한잔만 마시고요」

「정말이지」

카에데는 미유 볼을 부풀린 불만 가득한 표정이 전화기 넘어로 보였다.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왜 이리 웃음뒤에 한숨이 따라오는걸까 미유에게는 그 한숨을 숨기고 싶었다. 

「그럼 이만 끊을게요」

「네 정말이지 그 잔만 마시고 그만 마셔야해요」

「네네」

「저기 카에데씨..」

「네?」

「보고싶어요..」

「저도 그래요」

전화기를 내려놓은 카에데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손에는 오로지 생수가 담긴 물잔 그리고 수면제를 한 움큼 쥐고 있었다. 카에데는 수면제 수십알을 내려다 보았다. 새햐얀 알약....미유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윽고 손에 쥐고 있던 수면제를 화장실 변기에 쏟아버렸다. 그리고는 물을 내렸다. 수면제가 알알이 쓸려내려갔다. 자신들의 상황도 이렇게 쓸려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을 나온 카에데는 주저 앉았다.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유씨..」

같은 시간에 전화를 끊은 미유는 카에데가 걱정되었다. 목소리가 또렷했다. 전혀 술에 취한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더 묻지 않는것도 배려라고 생각했다. 밖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창가에 쳐진 커튼은 두꺼웠다. 그리고 그 커튼을 걷어제치고 바깥을 볼수 없었다. 어디에 파파라치들이 숨어있는지 몰랐다. 창이랑 창은 모두 가리워져 있었고 현관문은 단단히 잠겨있었다. 미유는 카에데에게로 달려가고 싶었다. 벌써 못본지 며칠이 지난지 몰랐다. 하지만 꽤나 오랜 시간을 못본것이 확실했다. 미유는 카에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보고싶고 보고싶은 만큼 걱정되었다. 카에데는 어른이고 여유로와 보여도 꽤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걸 자신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이 걱정되었다. 혹시나 나쁜생각 할까봐...미유는 손을 들고는 손가락을 보았다.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반지가 이뻤다. 지금 카에데도 이 반지를 끼고있을것이다. 같은 방향의 손 같은 자리의 손가락에 말이다. 미유는 전화기를 들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프로듀서, 카에데씨가 걱정되서요...네...죄송해요 부탁할게요...」

 

카에데는 한참을 고개를 파묻고 울고 있었다. 현관에서 차임벨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저에요 카에데씨..괜찮으신거죠?」

「아...프로듀서...」

카에데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프로듀서도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레 현관으로 들어왔다. 카에데는 곧 문을 단단히 잠궜다.

「무슨일이세요 프로듀서」

「별일 없으신거죠?」

「별일 없어요 차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오랜만에 보는 사람인데」

「여기서 차한잔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워낙 기자들이 많이 깔려있어서」

「후후 오히려 프로듀서랑 스캔들 나는게 낫지 않나요? 회사 입장에선」

카에데는 그런말을 하면서 쓰게 웃었다. 프로듀서의 표정이 슬퍼졌다.

「그런 농담하지마요 카에데씨...」

「후후 프로듀서 너무 슬퍼하지마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카에데씨」

프로듀서는 카에데의 손을 확 낚아챘다. 손을 돌려 손목을 보았다.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프로듀서」

「괜찮은 척하는 카에데씨는 언제나 걱정되요..」

「별일 없다고 했잖아요. 여기요 차」

「일단 감사합니다.」

차를 홀짝이는 프로듀서를 카에데는 바라보았다. 프로듀서도 많이 수척해 보였다. 

「저희들 때문에 고생이 많아요...」

「고생이랄것도 없어요. 신경쓰지마요」

「수습하시고 계신거죠..?」

「...수습이랄까......뭐랄까..」

카에데는 그런 프로듀서의 눈을 마주치고 물어보았다.

「까놓고 이야기 해주세요 상황은 어떻습니까...」

프로듀서는 찻잔을 내려다 놓았다. 카에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찻잔속 잎을 바라봤다. 나지막히 말을 꺼냈다.

「사무소측에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막막합니다 지금까지 오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정황상 너무....명백해서」

「미안해요...」

「이런일이 처음이기도 하고...차라리 다른 외간 남자랑 열애설이 터져버렸으면 더 수습하기 쉽지 않았을까 생각도 합니다.」

「그렇겠죠...최고 인기를 달리는 탑아이돌 두명의 열애설, 같은 사무소에 소속된 아이돌인 두사람」

「.........」

「그것도 같은 성별인 두사람의 열애설이라...확실히 제가 프로듀서여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하물며 사진이라도 안찍혔으면 모르쇠 일관 할 수라도 있지」

「정말 드릴말씀이 없네요....프로듀서...」

「인터넷은 안들어가보시죠..?」

「네...」

「잘하셨습니다. 안들어가보는게 나아요 SNS에 정말 금수 만도 못한것들.....그런식으로 조롱하고 욕하고...」

「....」

「카에데씨와 미유씨의 활동사진에 속속히 여러 정황들을 찾아서 올려버려요 네티즌들이...상당수가 억지로 끼워맞추기 식이지만...」

「지만...?」

「가끔씩 정말 등골이 서늘한 내용들이 올라오곤 하죠.....지금 당장 카에데씨 손가락에 반지라던가요...요새 카메라 성능 좋다구요? 공연장 저 멀리 2층에서 찍어도 카에데씨 손가락의 반지에 새겨진 이니셜과 하트문양이 선명하게 보일정도에요?」

「정말이지 과학의 발전이 무섭네요..」

「뭐 그것만은 그렇다 쳐요 그래도 그때 파파라치 따라 붙은건 몰랐습니까..?」

「아 그 사진 찍혔을때 말인가요?」

「네 두사람이 입 맞추고 있는 사진......」

「몰랐네요...둘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정말 미안해요 폐를 끼쳐서」

「휴...이미 퍼진일 나무래서 뭐합니까... 그래도 제게 미안해 하지마요 카에데씨.. 두사람이 잘못한건 없으니까요...」

「프로듀서..」

「카에데씨와 미유씨는 잘못한게 아닙니다...죄를 지은게 아니라고요..죄인이 아니니 자책하지마세요...」

「그래도...」

「다만 사회의 인식이....당신들을 죄인으로 만드는거겠죠..」

프로듀서의 주먹쥔 손이 떨렸다. 카에데는 두손을 모으고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실 그래요...당신들을 소재로 한 여러 팬픽, 그리고 여러 동인지 등등 동성연애에 대해 정말 가볍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있어요...그런것들..」

「저도 검열 요청 차원에서 본적 있는데 정말 평범한 사랑처럼 보이죠 귀엽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보고있고요」

「후후 그렇게 느끼셨나요..」

「놀리지 마세요....뭐...가볍게 다루는게 문제라고 말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오히려 맘에 들지 않는건 그런 2차 창작이 아닌 실제로 이런 일이 터졌을때 사람들의 반응이죠...」

「애초에 2차창작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국한된 내용이니까요..」

「그렇긴합니다만...그래도...당신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의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그런데 인터넷상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당신들을 매도하고 비난하고 욕하고 헐뜯고 지금 기독교 협회까지 물타기를 하는것 아십니까?」

「네..?」

「종교의 미명아래 당신들을 격렬히 사탄의 무리로 매도 하고 있단 말입니다. 대중을 위해야하는 종교가!」

「진정하세요...프로듀서..」

「더 맘에 들지 않는건 이렇게 힘든 당신들을 두고 여성 인권 단체든지 여러 페미니스트들은 힘들어하는 당신들의 처지를 어떻게 헤아려 볼까 생각하는것 보다 당신들을 이용해, 이런 스캔들을 이용해서 기득권을 만들려고, 자신들의 권력을 다져 놓으려고 이용한다는겁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죠...그저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만 있고 당신들을 마음 깊이 지지해주는 사람은....보이지 않아요..」

프로듀서는 찻잔에 이미 식어버린 차를 꿀꺽 꿀꺽 마셨다. 찻잔을 놓았을때 탁자 한구석에 수면제통이 보였다.

「카에데씨 이건...」

「그..그건...」

「설마...」

「아니에요. 요새 잠을 제대로 못자서...그런거에요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그런건...아니에요..」

「....」

프로듀서는 약통을 손에 쥐었고 카에데는 눈도 못마주치고 고개를 푹숙였다.

「이건 제가 가져갑니다..」

「네...」

「그렇게 순순히 주시는걸 보니 아주 안좋은 생각이 없었던건 아닌가 보네요..」

「프로듀서...」

카에데는 고개를 숙인채 울먹였다.

「힘들어요...저 너무...집에서 나가지도 못하는것도 힘들고, 아이돌 활동 못하는것도 힘들고, 동료 아이돌 못만나는것도 힘들고 제일 힘든건....미유씨를 못만나는것....그게 제일...미유씨 맘 약한 사람인데 혼자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오고 미안하고 걱정되고...보고싶어요」

「카에데씨..」

「보고싶어요 너무 지금 대체 며칠째 못봤다고 생각하시나요? 얼마나 이렇게 아니 언제까지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하나요...딱 잘라서 말해주세요 10년? 20년? 차라리 딱잘라서 말해주면 기다릴게요. 언제든지 기다릴게요 그런데 이렇게 정해지지 않은 시간을 불안에 떨어야하는건.....너무 가혹해요...」

프로듀서는 울고있는 카에데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안아주는건 자신의 역할이 아니다. 

「미안해요 카에데씨...도움이 되지 못해서..」

「아니에요...프로듀서..」

「그래도 전 언제나 당신들의 편입니다....이만 가볼게요 몸조심해요..」

프로듀서는 수면제통을 쥐고는 현관으로 나섰다. 현관에 선 프로듀서의 뒷모습에 카에데가 말했다.

「프로듀서...미유씨도 한번 찾아가주세요...걱정되요...」

프로듀서는 몸을 돌려 카에데를 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두사람은...닮았군요...」

카에데는 프로듀서를 보낸뒤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켰다. 자신의 사무소에 소속된 다른 아이돌들이 나왔다. 그런 아이돌들은 스캔들 이후 자신에게 많은 걱정과 안부 문자를 보내주었다. 멍하니 티비를 보고만 있었다. 해가 점점 기울다가 밤이 찾아왔다. 휴대폰에서 문자 착신음이 들렸다. 문자를 보았다. 프로듀서였다.

「카에데씨, 미유씨를 만나뵙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미유씨는 조금 수척해 보였지만 괜찮았습니다.」

카에데는 휴대폰 화면을 눌러 답신을 보냈다.

「고마워요 프로듀서.....항상 우리편이 되어주어서」

문자를 보내자마자 프로듀서에게서 답장이 왔다. 

「저는 당신들의 프로듀서이니까요..」

카에데는 그런 프로듀서가 고마웠다. 편견없이 자신들을 봐주고, 세상의 가혹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편이 되어 주는 사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스캔들은 잠잠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공중파에서도 사회적 이슈로 다룰 정도로 뜨거웠다. 공중파 3사 뉴스거리로 시국의 심각한 문제가 우선시 되지 않고 한낯 아이돌들의 문제가 왈가왈부 되는 꼬라지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미유와 카에데는 만날 수 없었다.세상의 시선이 매서웠다. 가끔 프로듀서를 통해 두사람의 안부를 확인하고 전화 통화, 문자를 통해서 밖에 연락할 수가 없었다. 카에데는 미유가 보고 싶었고 미유는 카에데가 보고 싶었다. 오늘도 카에데는 미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미유는 목소리가 축 쳐져 있었다. 

「무슨일이라도 있어요 미유씨..?」

「아니에요 별일 없어요..」

「목소리가 안좋아요」

「피곤해서 그럴지도..」

「하하...지금 우리는 일도 안하고 집에만 있는데 피곤하다뇨, 안즈가 들으면 화낼거에요?」

「카에데씨..」

카에데는 밝은척 농담을 던졌지만, 미유는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에데씨......」

「네?」

「카에데씨..」

「네...말하세요」

「카에데씨...흑...」

미유는 카에데의 이름을 연신 되뇌이더니 눈물을 터트렸다. 그런 미유에 모습에 카에데의 마음도 아파왔다. 

「무슨일이에요 미유씨..」

「카에데씨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미....유...씨...?」

「당신도 저란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왜 그런말을 하는거죠 미유씨..」

「우리는 서로 만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그런..」

「우리는 서로를 너무 힘들게 하잖아요. 당신과 만나서 저의 모든게 부셔져 버렸어요... 당신도 저를 만나서 모든걸 잃었고요..」

「아니에요..」

「남은 인생이 더 힘들지 몰라요. 우리는 정말이지 서로에게 나쁜사람이네요..」

「미유씨...흐..흑...」

카에데는 오열했다. 미유의 목소리도 갈라져갔다. 

「정말 그런데도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정말 이런데도 당신이 너무 좋은걸 어떻게 할까요...」

「저도 그래요..미유씨가 너무 그리워요..」

전화기와 전화기 사이에는 눈물 흐르는 소리만 오고갔다. 미유가 말을 꺼냈다.

「우리...죽을까요...같이..」

「하아...미유씨...,」

「언제까지고 카에데씨를 못보는건 싫어요..」

「저도...미유씨를 못보는건 싫어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다면...다른 세상에서 봐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미유씨..? 미유씨!」

전화가 끊겼다. 

카에데는 망연자실해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이윽고 결심을 하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식칼을 쥐었다...그리고는 짧게 그었다...

 

프로듀서는 바닷가에 서있었다. 두눈엔 슬픔이 가득했다. 짠내나는 바람이 불어왔다. 흰장갑을 끼고 무언가의 가루를 바닷가에 뿌리고 있었다. 조금씩...조금씩 천천히 최대한 멀리 날아가도록 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멀리 멀리... 

「이 땅에 당신들이 행복할 장소는 없을것 같네요...멀리가세요 다시는 이 더러운 흙 밟지 않게... 멀리 멀리, 이 땅을 떠나가서 두사람 행복하게 살아요... 두 사람만이 행복한 그곳에서 영원히....」

바닷물이 철썩....철썩... 부딪히는 소리 조용히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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