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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요이] 어른의 키스는, 어떤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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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7, 2012 00:32에 작성됨.

어느 날 밤. 765 프로덕션의 사무소.

765프로 아이돌의 활동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으며, 탁월한 영업수완으로 불과 1년 만에 그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 9명을 톱 아이돌로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로듀서』는, 지금 미뤄둔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야근인가.)

톱 아이돌이 활동하는 범위는 넓다. 그에 비례해 생겨나는 서류나 연락사항, 그런 것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래서 765 프로같은 영세 프로덕션에선 보통 일에 허덕이게 마련이지만, 다행히 사무직을 맡고 있는 오토나시 코토리라는 여성은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어서, 그녀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일은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처리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는 법. 때문에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조금 나중에 처리해도 되는 일은 미뤄두다가 아이돌들의 휴일이 겹치는 날, 즉 한가한 날에 처리를 끝낸다. 프로듀서는 오늘 이 기회를 노려 야근을 감수하더라도 미뤄둔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끓인 커피에는 거의 손도 못 대고, 프로듀서는 신들린 듯 일을 처리해가고 있었다. 그런 프로듀서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프로듀서~」
「응, 야요이니?」

프로듀서가 슬쩍 돌아보자 거기엔 765 프로의 톱 아이돌 중 한 명, 『타카츠키 야요이』가 서 있었다. 언제나 밝게 웃는, 보면 에너지가 절로 솟아오를 것 같은 매력의 소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의 천진한 웃음은 어디로 갔는지 꽤나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마 뭔가 물어볼 것이 있는가보다, 그렇게 짐작한 프로듀서는 타자를 치고 있던 노트북 화면으로 눈을 돌리고 말했다. 

「뭐 물어볼 거라도 있니? 뭔데?」
「저기, 그게......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아무 생각 없이 계속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고, 지금은 꽤 많이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야요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랑, 키스하실래요?」
 
「푸훕————————!!!!!」

그리고 마시던 커피를 그대로 눈앞에 쏟아냈다.



어른의 키스는, 어떤 걸까요?



잠깐 과거로 되돌아 가보자.

오전 9시. 『키사라기 치하야』는 점심때에 있을 노래 레슨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765 프로 사무소를 찾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온 사무소였지만 사무소 안에는 웬만하면 언제나 사무소에 있는 코토리와 소파에 앉아 끙끙대고 있는 야요이 밖에 없었다.

코토리에게 먼저 인사한 치하야는 그녀한테 차를 한 잔 받은 뒤, 야요이가 앉아있는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 야요이는 치하야가 오니 밝게 인사를 해주었지만 치하야가 짐을 풀고 코토리한테 차를 받을 때쯤에는 다시 처음의 끙끙대던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치하야는 차를 가볍게 홀짝거리며 야요이를 지켜보았다. 야요이가 보고 있는 것은 TV드라마의 대본. 얼마 전에 준주역으로 캐스팅 되어 오늘 처음으로 촬영에 들어가게 된 드라마였다. 그걸 대비해서 지금 열심히 대본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치하야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키사라기 치하야는 타카츠키 야요이를 귀여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행동이 죽은 남동생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치하야의 남동생은 그녀를 엄청 잘 따랐는데, 치하야는 그 시절의 남동생과 야요이가 오버랩 되고 있었던 것이다. 몰래 야요이를 지켜보며 훈훈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치하야는, 문득 지금이 야요이에게 말을 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그녀는 야요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먼저 말을 걸어본 적은 없었다. 자신이 먼저 말을 걸면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걸 남이 어떻게 볼까 혼자 부끄러워서 말을 걸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토리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상태. 거기다 코토리는 업무를 처리하기 바쁜지 정신없이 전화통화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아무도 없다, 이것은 치하야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야요이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치하야는 야요이에게 말을 걸었다.

「타카츠키 양. 지금 뭐보고 있는 거야?」
「후에?」

말을 걸자 끙끙거리며 대본을 보고 있던 야요이는,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치하야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렸는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야요이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대답을 해주었다.

「아 이거는요~ 오늘 처음 촬영하는 드라마 대본이에요. 전 처음 연기하는 거라 잘 못할까봐 조금 걱정이 돼서...... 미리 대본을 보며 연습해보려고요. 에헤헤.」

그렇게 말하고 부끄러운 듯 웃는 야요이. 그걸 보며 치하야는 『귀, 귀여워...!』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헤벌쭉해졌다. 그렇지만 겉으론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연기는 처음인데 힘들겠네. 하지만 힘내, 타카츠키 양.」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힘차게 말해주는 야요이를 보며 치하야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치하야는 곧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화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하야는 급히 머리를 굴렸지만, 야요이와 대화를 나눌 접점이 별로 없었다. 야요이는 아직 순진무구한 눈으로 치하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언제 다시 대본으로 고개를 돌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말을 걸기 껄끄러워지겠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날려버릴 순 없었다. 『생각해내, 치하야! 생각을!』그렇게 고민하던 치하야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저... 그... 그러니까... 여, 연기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말해. 이래봬도 연기를 한 건 내가 먼저니까. 뭐든지 물어봐.」

망했다! 이건 완전히 자랑하는 거잖아! 하필 이런 말을! 그렇게 생각한 치하야는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하지만 마음속은 꺼멓게 타오르고 있었다) 야요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야요이는 전혀 고깝게 생각하지 않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치하야 씨? 다행이다,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요. 감사합니다!」

아, 야요이가 착해서 다행이야.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치하야는 야요이가 잘 읽지 못하는 한자라던가 전문용어, 감정 처리법 등을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말해주었다. 야요이는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치하야는 야요이와 이렇게 긴 시간 이야기해본 건 처음이라 소소한 감동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서로 간의 유익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야요이는 계속 대본을 읽어가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치하야에게 질문했다.

「치하야 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치하야는 야요이가 내민 대본을 받아들었다. 야요이가 가리키는 부분은 여주인공이 첫사랑과 사랑했던 과거회상부분이었다. 거기서 여주인공은 첫사랑과 키스를 하면서 나레이션으로 독백이 흐르는데, 대사는 다음과 같았다.

『■■ : (무덤덤하게) □□ 씨의 그 갑작스런 키스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어른의 키스였다. 어른의 키스. 그건 너무나도 강렬했고 짜릿했다.』

다 읽고 나서 치하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 파트도 아닌 이 부분에 궁금할만한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치하야는 야요이에게 물었다.

「이 부분이 뭐가 궁금한 거야?」
「그게 말이죠~ 음~」

야요이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어른의 키스란 건, 어떤 걸까요?」


「에...?」

치하야는 순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의 키스가 뭐냐니,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뜻이야?」
「아, 그러니까~. 드라마나 TV같은 걸 보면 어른의 키스—가 굉장히 멋진 거라고 그러잖아요. 근데 그게 무슨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치하야 씨는 혹시 아시나요?」
「아니, 어... 그건...」

치하야는 야요이의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 
17년 인생을 노래를 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낸 치하야는, 연애경험이 전혀 없었다. 자신을 다그쳐가며 노래라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노력했던 그녀는 연애 같은 하찮은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주위사람도 스스로도 자신이 연애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치하야는 연애관련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럴 때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내성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그저 모르겠다고 넘겨버리면 그만이지만, 상대는 귀여운 야요이다. 뭐라도 대답해주고 싶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말하자니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고 말 안하자니 야요이에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애매한 딜레마에 싸여 치하야는 고민하고 있었다.
치하야가 한 10초정도 말을 끌며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들어온 건 같은 765 프로 소속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였다. 치하야는 마치 구원자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냥한 하루카는 분명 어떻게든 해줄 거야...! 치하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코토리는 5통째의 전화가 길어지는지, 하루카에게 손만 흔들어주었다. 거기에 고개를 숙여준 하루카는 소파에 앉아있던 치하야와 야요이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야요이, 치하야. 오늘은 둘 다 빨리 왔네?」
「웃우~ 안녕하세요! 하루카 씨.」
「아, 안녕. 하루카.」

인사를 마친 하루카는 탁자에 놓여있는 대본을 보고, 아, 라며 손뼉을 팡치고 야요이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야요이, 오늘 드라마 첫 촬영이구나. 축하해.」
「에헤헤. 고맙습니다.」
「뭘.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 조금 있으면 나가야하지만 가능한 한 대답해줄 수 있으니까.」
「아뇨. 지금까지 치하야 씨가 알려주셔서요. 이제 모르는 건 없을 정도예요~ 그쵸, 치하야 씨?」
「에? 응... 뭐...」

남의 눈이 생겨서인지 또 말수가 적어진 치하야는 간신히 대답을 했다. 그걸 본 하루카는 쿡쿡 웃었다.

「그랬구나~ 정말, 치하야는 야요이한테만 친절하다니깐.」
「그, 그런 거 아냐 하루카.」
「네이네이.」

허둥지둥 변명하는 치하야에게, 하루카는 다 안다는 듯이 흘려 넘겼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야요이는 치하야가 말해주지 않은 질문을 다시 하루카에게 했다.

「에엣? 어른의 키스?」
「네. 방금 전에 치하야 씨한테도 물어봤던 건데요... 하루카 씨는 어떤 건지 아세요?」
「에, 그게, 그러니까, 음......」

하루카도 치하야와 마찬가지로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치하야는 그 옆에서 몰래 하루카를 응원하고 있었다. 『제발 대답해줘, 하루카! 제발!』 하지만 하루카는 결국 대답하지 못하고 포기를 선언했다.

「미안, 야요이. 잘 모르겠어. 나는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정말 미안.」
「그런가요~ 아쉬워요......」

야요이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치하야는 야요이가 실망하는 얼굴을 하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뭐라고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려는 찰나———— 하루카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야요이. 그건 여자아이한테 엄청나게 중요한 거야. 그런 키스는 여자아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하는 멋진 것이라고 생각해...... 랄까나~」
「멋진 것......」
「뭐, 나도 잘난 듯 말할 순 없지만 말야. 에헤. 조금은 도움이 됐니?」
「네! 고마워요 하루카 씨! 자요, 하이 터—치!」

꺄아꺄아 웃으며 둘이서 하이터치를 하는 야요이와 하루카. 그런 둘을 보며 치하야는 살짝 미소 지었다. 이걸로 이 사태는 일단 마무리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소녀————『시죠 타카네』는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팬들도 주위의 지인들도 그것엔 모두 동의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당당한 태도. 그 고고함은 그녀가 『공주님』이라고 불릴 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지금은 꽤 많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어른의 키스———— 말입니까.」
「네. 타카네 씨라면 알지 않을까~ 하고요.」

타카네의 말에 대답한 소녀는 맞은 편 소파에 앉아있는 야요이. 지금 그녀는 타카네에게 「어른의 키스라는 게 과연 뭘까요~?」라고 질문한 차였다.
하루카와 치하야는 노래 레슨을 하러 떠나고, 그녀들과 교체되어 들어온 건 오후 스케줄이 여럿 있는 타카네였다. 각자 스케줄에 들어가기 전 얼마 안 되는 휴식시간에, 활동장소는 달랐지만 시간대가 겹친 두 사람은 사무소에서 다과를 먹으며 소소한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야요이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사실 야요이는 아까는 『중요한 문제군요~』라며 그냥 납득해버렸지만, 생각해보니 그다지 해답이 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타카네와 대화를 하다 보니 타카네의 대답도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 질문을 한 것이다.
타카네는 상당히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윽고 침착함을 되찾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평온하게 말을 꺼냈다.

「유감스럽지만 저는, 지금까지 연애경험이 한 번도 없습니다. 때문에 야요이가 바라는 대답은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질문한 걸요. 그렇게 고개를 숙일 필요는......」

고개를 숙이는 타카네에게, 허둥지둥 다시 대답하는 야요이를 보며 타카네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커피와 녹차를 제각기 홀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야요이는 이 침묵이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다시 대화를 끌어낼 계기를 찾고 있었다.

「그, 그러고 보니 타카네 씨!」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네?」

갑작스런 타카네의 말에, 뭔가 얘기를 꺼내려던 야요이는 그대로 정지했다. 하지만 그런 야요이의 모습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타카네는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연애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키스라는 건 여자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ㄴ, 네...... 하루카 씨도 그렇게 말하셨어요......」
「그랬나요? 아무튼, 야요이는 좋아하는 남성분이 있나요?」
「네? 아, 아뇨......」
「그런 소중한 행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필시, 정말정말 달콤한 것이겠지요. 모든 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거기서 말을 끊은 타카네는, 잠시 커피를 홀짝거렸다. 야요이는 타카네의 말을 되새겨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골똘히 생각해보고 있던 야요이에게, 타카네는 다시 말했다.

「아직 납득하지 못한 것 같군요, 야요이.」
「네...... 뭐......」
「야요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직접 경험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맞겠지요. 아니면...... 실제로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네?! 경험이요?」
「네. 그런 분을 찾아 부탁을 드려보는 것이 어떨까요. 예를 들면———— 프로듀서라던가.」
「에, 에에엣? 프로듀서 씨요?」
「그분이라면 분명 친절하게 야요이에게 가르쳐줄 것입니다. 상냥하시니까요.」

이런, 출발할 시간이군요. 라며 타카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카네는 아직 뭐가 뭔지 얼떨떨해하는 야요이를 보고 싱긋 웃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대가 되는군요. 그런 생각을 남기며 타카네는 사무소를 나갔다.

그날 밤, 생애 첫 드라마 촬영을 마친 야요이는, 사무소로 복귀했다.

첫 촬영에서는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가 중점이었기 때문에, 현재 여주인공의 지인인 그녀가 찍을 신은 얼마 없었다. 자신 몫의 신을 전부 찍고, 그녀는 문제의 그 키스신을 구경해보았다. 나름 알려진 배우 두 사람은 정말,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이 어른의 키스인가요...... 굉장해요』야요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촬영장까지 프로듀서가 차로 마중을 나와 주었다. 촬영장에서 사무소로 가는 길, 야요이는 프로듀서를 몰래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아까 타카네가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분이라면 분명 친절하게 야요이에게 가르쳐줄 것입니다. 상냥하시니까요————』

막상 말해보려니 왠지 모르게 엄청 부끄러웠지만, 한번 생긴 호기심을 없앨 수는 없었다. 이미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한 문제였으니, 그 끝을 알고 싶었다. 야요이의 마음속에는 오빠로 여기던 사람에게 묘한 것을 부탁하는 부끄러움, 뭔지 모를 애틋한 마음, 호기심, 두근거림이 뒤엉켜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걸 프로듀서 앞에서 억지로 억누른 채, 그들은 사무소에 도착했다. 프로듀서에게서 내일의 일정을 들은 다음, 야요이는 조금 대본을 읽고 간다고 하고 사무소 소파에 앉았다. 대본을 손에 들기는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야요이는 언제 프로듀서에게 말을 꺼낼지 살짝살짝 프로듀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아무래도 일을 하는 게 바빠 보였고, 그건 아침부터 내내 일에 시달리고 있던 코토리도 마찬가지였다. 우우, 오늘은 안 될까요...? 라고 야요이가 살짝 낙담하려던 찰나, 코토리가 야식을 사오겠다고 일어섰다. 지금이야말로 기회예요! 라고 야요이는 생각했다. 이제 언제 아무도 없는 곳에 두 사람만 남게 될지 몰랐다. 그래서 야요이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프로듀서에게 걸어가 당당히 말했다.


「저랑, 키스하실래요?」라고.

「콜록, 콜록, 쿨럭쿨럭!」
「괘, 괜찮으세요, 프로듀서!?」

나는 사레가 들려 미친 듯이 콜록댔고, 야요이는 당황해하며 내 등을 쓸어주었다.
사레가 어느 정도 멎은 나는 커피에 홀딱 젖은 노트북을 허둥지둥 닦으며, 날아갈 듯 뒤집힌 목소리로 야요이에게 다시 질문했다.

「야, 야, 야요이↗?? 갑자기 나랑 너랑 키스를 하자고? 무슨 소리야!?」
「에? 아, 저 그게 아니라!」

이제야 자신이 한 말의 파괴력을 깨달았는지, 야요이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변명을 했다.

「저기, 오늘 어른의 키스라는 게 궁금해서! 에, 저기, 그 다른 분들한테도 물어보긴 했는데! 그러니까! 그게... 우우~ 죄, 죄송해요......」

결국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숙이는 야요이.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나는 겨우 진정했지만, 그 이상으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궁금하다니, 뭐 무슨 소린지는 알겠지만 말야. 너무 갑작스럽지 않니?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다니.」
「네, 그렇죠...... 죄송해요 프로듀서......」

또다시 울먹거리며 고개를 숙이는 야요이를 보며, 나는 곤혹스러웠다. 야요이 입장에서는 분명, 겨우 용기를 내어 내게 말해준 걸 텐데. 나의 어른스럽지 못한 반응으로 야요이를 상처입히고 만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죄악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단 어떻게든 달래주려고 야요이를 내 옆의 의자에 앉혔다. 그러곤 차분히 야요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갑자기 키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니? 라고 말이다.
그러자 야요이는, 떠듬떠듬,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듯 간신히 말을 꺼냈다.

「저, 그게...... 그러니까...... 저는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 연애라는 것을, 조금 동경하고 있었어요. 그치만 저는 저만 믿고 따라주는 동생들도 있고...... 저희를 위해 일하시는 부모님도 있고...... 그래서 연애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어본 적도 없었어요...... 아, 무, 물론 가족들을 원망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도 조금 부러운 마음이 있기는 했어요. 보통 가정집처럼 마음 편하게 남자아이와 만나 친구로도 지내보고 연인도 되어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말이에요. 그런데 키스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해보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프로듀서에게 부탁한 거예요...... 하지만 저기, 죄송해요...... 억지로 이런 부탁을 해서. 프로듀서가 저를 아껴주신다는 건 잘 알지만, 여, 역시..... 『키스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겠죠...? 죄송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런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에게 난 무슨 말을 하게 만드는 건지. 어른으로서, 오빠로서 정말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야요이의 오빠로서,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가장 친한 남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야요이에게 말했다.

「야요이, 잠깐 눈 좀 감아봐.」
「에? 눈이요?」
「응. 잠깐이면 돼.」
「아, 네......」

내 말에 순진하게 눈을 감는 야요이. 나는 그런 야요이의 입에 내 입술을 맞추었다.

「————————!!!!!」

야요이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촉촉한 입술은 놀라움에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럼에도 나는 입술을 떼지 않았다. 코로 야요이의 향기를 맡으며, 나는 10초정도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입술을 떼자 야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이 보였다. 귀여웠다. 나는 진심을 담아 웃으며 야요이에게 말했다.

「어른의 키스로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걸로 참아줘.」
「네... 에...?」

야요이는 목이 메었는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조금 멋쩍어진 나는 둘러대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 그러니까! 키스란 건 엄청 소중한 거긴 하지만! 야요이가 너무~너무 조르니까 어쩔 수 없이 퍼스트 키스는 내가 받아가기로 한 거야! 나머지는 좋아하는 사람과 하도록! 이상!」

황급히 말을 덧붙이고는 나는 왠지 모르게 차렷을 하고 경례를 했다. 나 나름대로 당황스런 감정을 숨기기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야요이는 잠시 가만있더니, 이내 웃으며 마주 서서 경례를 해주었다.

「웃우~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그렇게, 이번 소동은 일단락된 것 같았지만......

다음 날 아침.

「허니! 미키한테도 키스해줘!」
「이 변태! 야요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프로듀서! 어째서 야요이하고만!」

코토리 씨를 까맣게 잊고있었다. 나는 훗날 그렇게 독백했다.
다음 날 스케줄이 있는 아이들이 사무소에 모였을 때, 그녀들은 헤벌레하고 있는 야요이를 발견한 것 같았다. 평소와 다른 야요이의 행동에 다들 의아해하고 있었을 때, 코토리 씨는 다 들리라는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럴까. 설마 남자하고 키스한 건 아닐 텐데.』

검은 병아리의 강림에, 눈치 챈 여러 아이들은 내게로 득달같이 달려왔고, 설명을 요구했다. 야요이가 상처받을까봐 거짓말을 할 순 없었던 나는 우물쭈물 대답을 회피했고, 확신을 얻은 그녀들은 내게 마구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근데,『의외네요.』라니, 무슨 소리야 타카네.

「이건...... 그거지?」
「그거네, 하루카.」

하루카와 치하야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그렇다. 이건 그거였던 것이다.

후일, 후타미 자매에 의해 『야요잇치 어른의 키스에 도전하다! ~오빠 로리콘 각성편~이라 이름 붙여진 사건은, 리츠코의 함구령에 의해 765 프로덕션의 영원한 비밀로 남게 되었다.

=======후기=======

타입문넷에 쓴 단편입니다.

야요이는 긔엽긔!

앞으로 아이마스 신작은 여기다 올리게 될 것 같군요. 뭔가 채워야 번성하겠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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