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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11월 11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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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1, 2012 18:50에 작성됨.

1. D-2

오늘도 나는 책상앞에서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만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분명히 리츠코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건만, 석 달이 지나도록 우리 사이에 아무런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와 가까워지기 위해 무언가 하려고 할 때마다 리츠코는 얼굴을 붉히며 피하고는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1시간 동안 설교를 한다. 지난번에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으려 했을 뿐인데......

"프, 프로듀서! 여기가 어딘줄은 알고 스킨십 하시려는 거에요?"

라면서 설교를 시작, 리츠코의 최장 설교기록을 깨려는 순간 코토리가 찾아와서 진정시키면서 겨우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리츠코가 나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느냐 묻는다면 뭔가 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거 같긴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답하고 싶다. 지난번에 우리 유닛들 댄스 트레이닝 하러 스튜디오에 갔다가 우연히 류구코마치 멤버들이 리츠코에게 무언가 손발이 오그라들거 같은 장면을 연습을 시키는 광경을 보게 되엇는데, 이게 나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어보고 싶기는 한데 했다간 이오리에게 신명나게 욕만 들을 거 같아 접었다.

이렇게 서로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손도 한 번 못잡아보고 질질 끌다보니 765프로 아이돌들이 붙인 나의 별명은 바로 '쑥맥 프로듀서' 였다. 그리고 이 별명을 누군가 말할때마다 나는 가슴 속 깊은데서 우러나오는 굴욕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특히 미키와 후타미 자매가 말할 때는 더더욱.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언가 큰 이벤트를 열어, 리츠코하고 나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물어봤자 메아리도 안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최소한 코토리씨라도 있다면 좋을텐데.

'에이! 몰라! 밖에 나가서 라디오나 들어야지'

라는 생각을 끝내기 무섭게 내가 가지고 있는 은빛 직사각형 모양의 라디오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주파수를 요리조리 돌리다 보니, 물건너 국제방송에서 하는 일본어방송이 나온다. 오늘은 문화뉴스를 틀어줄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선 다가올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라고 해서 젊은 커플들이 빼빼로라는 과자를 나눠주며 서로간의 애정을 확인하는 날이라고 한답니다."

"네, 하지만 요즘 빼빼로데이가 순수하게 사랑을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지나친 상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빼빼로데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호, 빼빼로를 이용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라...... 그래!"

리츠코와 나의 사랑을 확인할 방법(?)을 깨닫게 된 나는 급하게 계단을 내려와 컴퓨터를 켜서 빼빼로데이를 검색해보았다. 그 결과, 빼빼로는 포키와 똑같은 것이라는 점과 11일까지 오늘 밤을 포함해 앞으로 2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계속 검색해보니 몇몇 사람들은 손수 빼빼로라는 걸 만들어서 준다던데, 시간과 능력은 내게 손수 무언가를 만들어 준비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흠, 포키인지 빼빼로인지는 할 수없이 사야겠고, 데코레이션은...... 아! 그래!'

난 즉시 전화기를 꺼내 평범한 여고생이자 내가 담당하는 유닛의 메인 멤버인 하루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하루카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다.

"여, 여보세요오오오......"

"나야 하루카, 혹시 시간있으면 나 좀 도와주면 안될까?"

"에에? 쑥맥 프로듀서씨? 무슨 일이신데요?"

"응, 내가 이틀 뒤에 좀 중요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쁘게 데코레이션 된 바구니가 필요해서 그래!"

"네에에? 누군데요? 누군데요??"

"몰라도 돼.... 아, 아니,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제발 좀 도와줘!"

"알았어요! 쑥맥 프로듀서씨가 해달라는건 해드려야죠! 그럼 내일 뵐께요!"

"근데 그놈의 '쑥맥' 이라는 말은 좀 빼주면 어디 덧......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기를 와이셔츠 포켓에 넣고 대충 정리한 뒤 사무실을 나가면서 빼빼로 바구니와 편지를 받고 기뻐할 리츠코가 행복해 할 모습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고봐라! 765프로 아이돌들! 내가 더 이상 쑥맥 프로듀서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지!

2. D-1

좋아, 빼빼로는 포키로 대체해서 잔뜩 사뒀고, 이제 남은 것은 편지와 데코레이션 바구니 뿐! 오늘 하루카와 만나서 데코레이션 바구니만 고른 뒤에 이쁘게 장식해서 리츠코에게 주기만 하면 리츠코와 나는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 쑥맥이란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겠지. 흐흐흐......

"쑥맥 프로듀서씨!!"

"어? 하루카 왔구나! 여기야 여기! 그나저나 오늘 라디오 드라마는 어땠어?"

"최고였어요! 쑥맥 프로듀서씨! 근데 프로듀서씨에게 질문이 있어요"

"흠! 오늘은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노 코멘트입니다! 그리고 잘 부탁드릴께요!"

나도 모르게 하루카에게 잘 부탁한다며 고개숙여 인사해버렸다. 갑작스럽게 인사를 받은 하루카는 얼굴이 홍당무로 변함과 동시에 고개를 저으며,

"에? 에? 하지마세요 쑥맥 프로듀서씨, 부끄럽잖아요......"

"자! 그럼 제 차에 타시죠 하루카씨, 오늘은 하루카씨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헤헷~ 감사합니다! 쑥맥 프로듀서씨! 근데, 이 차말고 다른 차로 바꾸면 안될까요? 아무리 그래도 픽업트럭은 좀......"

"하루카가 나한테 차 바꿀 돈을 50%이상 보태주고 쑥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한 번 생각해볼께."

"우으으....."

나는 하루카가 원하는 곳을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한 20분 정도 갔을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조그마한 서양식 아케이드 쇼핑몰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쇼핑몰로 걸어가면서 하루카는 넌지시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에 이쁜 악세사리같은 걸 많이 팔아요. 학교 끝난 뒤나 쉬는 날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오곤 해요."

"그렇구나, 우와......이쁘게 잘 꾸며놨......"

"쑥맥 프로듀서씨! 멍하니 계시지 말고 저기 한 번 가봐요! 이쁜 바구니가 있어요!"

"하루카! 꼭 이런데서까지 쑥맥이라고 불러야겠냐?!"

"죄송해요 쑥맥 프로듀서씨! 데헤뻬로~"

하루카가 내 팔을 잡아끌고 하루카가 정해놓은 가게로 나를 끌고가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하루카에게 모든 것을 부탁하기로 한 나는 하루카가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내가 봤을 땐 이쁘고 좋은 바구니가 많았음에도 하루카에겐 그렇지 않았던지, 수십 곳을 돌아다녔다. 끌려다니는 나는 죽을 거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하루카는 너무 행복해보였다. 그렇게 힘든 스케줄을 보냈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따스한 미소를 짓는 하루카를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리츠코도 맨날 화만 내지 말고 저렇게 따스한 미소로 날 봐줬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하루카는 내가 말한 '중요한 사람'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그렇게 끌려다닌 지 1시간이 지났다.

"프로듀서씨, 저 힘들어요......"

"그래? 그럼 하루카가 여기서 자주 들르는 카페로 가자. 내가 한 턱 쏠께!"

"정말요?"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거 봤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루카는 내게 다가와 팔짱을 끼고 자신이 자주 가는 다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카가 팔짱을 끼우고 찰싹 붙어서 걷기 시작하자 왠지모를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루카, 근데 꼭 이렇게까지 붙어다녀야 하니?"

"괜찮아요! 쑥맥 프로듀서씨! 그리고 오늘은 저보고 잘 부탁한다면서요!"

누가 보면 두 사람을 커플처럼 볼 수도 있을법한 자세지만, 설마 리츠코가 여기 오기야 하겠냐는 생각에 나는 불안감을 접고 하루카가 끌고가는 대로 이끌려갔다. 하지만 하루카의 미소와 리츠코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하루카가 자주가는 카페의 문 앞에서 와장창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프로듀서씨!"

문 앞에는 수많은 쇼핑백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가게를 막 나가기 시작한 리츠코가 서있었다.
리츠코의 표정은 어둡게 변해가기 시작했고 눈가는 젖어오기 시작했다, 내 옆에 바짝 붙어있던 하루카도 얼굴이 창백해지며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물론 나도 무슨 말부터 먼저 해야할 지 모를 정도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리츠코...... 저기......"

"드.....듣고싶지 않아요. 지금은 프로듀서씨가 하는 어떤 말도 듣고싶지 않아요. 그냥 갈께요."

리츠코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가게를 나서기 시작했다. 손으로 눈가를 만지고 있는 리츠코를 바라보며 나는 하루카와 리츠코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거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

"프로듀서씨 죄송해요....."

"괜찮아. 일단 진정하고 바구니 사서 돌아가도록 하자."

<계속>

<Comment>


제가 구상하고 있는 작품의 설정 중 11월 11일 분위기에 맞게끔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도 좋지 않겠나 싶어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아이마스넷에 올리는 첫 작품이라서 그런지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즐겁게 봐주세요! 그리고 11일 끝나기 전까지 2편을 올리도록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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