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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8- sid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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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2, 2013 00:33에 작성됨.

다음날 아침.

어제 마신 술이 완전히 다 깨지는 않았는지 머리가 살짝 아픈 채로 눈을 떴다. 프로듀서는 어딘가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나는 어느 샌가 프로듀서가 누워있던 자리에 누워있었다.

치하야:....?!

난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욕실에서 뭔가 짜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가 날 깨우려고 다가왔다. 그러더니 프로듀서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P:역시 내가 나쁜 놈이려나...그런 생각이나 하고...

그러고 나서 나를 깨우려고 말을 걸었다.

P:어제 술 마신 건 이해한다만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

난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P:흐음...어쩔 수 없나...

그러고 난 뒤 1분 정도 지난 뒤 내 목과 몸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윽고 내 몸이 들리고 프로듀서에게 업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P:그러고 보니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었는데...깜빡 잊었었네...병원에서 한 소리 듣겠다...

역시...프로듀서는 뭔가 부족하지만 그게 오히려 장점인 것 같다. 난 속으로 웃으며 프로듀서가 업어주는 대로 계속해서 갔다.

꽤나 시간이 흐른 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푹신한 감촉과 함께 내 몸에서 따뜻한 느낌이 사라졌다. 난상황이 궁금해서 아주 살짝 눈을 떴다. 눈을 뜨자 프로듀서는 머플러와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놓고 있었다. 난 재빨리 눈을 감고 다시 상황을 기다렸다. 이윽고 인기척이 가까워지고 프로듀서가 웃으면서 말했다.

P:그럼 가볼까...그러면서...헤헷...

쪽.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내 이마에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난 당황해서 움츠러들었다. 

P:실은 일어나있지? 치하야.

어떻게 안 거지...란 생각을 하며 살짝 눈을 떴다 감았다. 잠깐 뜬 그 사이에 보였던 프로듀서의 모습은 날 보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프로듀서가 내 집에서 나갔다. 난 일어나서 프로듀서가 입맞춤한 이마에 손을 댔다.

치하야:가, 갑자기...하아앗...!

부끄러워서 침대에 다시 쓰러지듯이 누워 베개로 내 얼굴을 가렸다.

치하야:저, 정말이지...!

프로듀서...정말 친구가 없었던 게 사실인가란 생각까지 문득 들었다.

치하야:큿...

그로부터 3일 후 프로듀서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오토나시 씨한테 전화를 거니 조금 더 안정을 취해야 되니 이틀 정도는 집에서 더 쉬어야 된다고 했다. 난 조금 아쉬워하며 이틀 후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틀 후. 

프로듀서에게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전화의 내용은 드라마에 발탁됐으니 얼른 현장으로 오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촬영 현장에 도착하여 프로듀서를 보자마자 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치하야:며칠 전에...다 알고 계셨던 거에요...?

P:엣헴! 설마 이 프로듀서의 눈을 속이려 했던 건가!

부끄러운 마음은 프로듀서의 어설픈 시대극 연기톤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치하야:흐흣...다 알고 계셨다니 굉장해요...

난 웃음을 멈추고 몸을 숙이며 프로듀서에게 사과했다.

치하야:그나저나 며칠 동안 연락 못해서 죄송해요...

프로듀서가 몸을 숙인 나를 향해 손을 잡으면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P:너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하핫...그나저나 오늘 맡은 역은...장군님?

아무래도 프로듀서...오늘 연락을 받은 모양이다. 오늘 내가 맡은 역할도 제대로 알아두지 못한 눈치가 보였다. 나는 그런 프로듀서의 실수를 눈감아주며 물어봤다.

치하야:장군님이라면...전장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거 맞죠?

P:그렇지...그나저나 이거 위험한 배역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봐.

칼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프로듀서가 안절부절 못하며 감독님한테 달려갔다.

10분 뒤...프로듀서가 대본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돌아왔다. 손에 든 대본은 내 것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똑같은 대본이 하나 더 들려있었다. 난 걱정스러워 하며 물어봤다.

치하야:괘, 괜찮으신 거에요?

P:뭐, 그럭저럭...이 아니고 실은 나도 역할을 맡게 돼버렸어...

난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러더니 프로듀서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P:널 옆에서 보조하는 남자 부하. 알겠지. 그것도 몰래 사모하는 역할이야...아하하...

사모...그 단어를 듣고 고개가 자연스레 푹 숙여졌다.

P:뭐,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뭐 짧으면 금방 죽어버리지 않겠어?

프로듀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나한테 말했다.

죽어버린다니...그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프로듀서를 향해 정색하며 크게 소리쳤다.

치하야:그, 그렇게는 놔두지 않을 거에요!

P:아, 그냥 해본 말이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라고. 어차피 몸도 다 나았고 이제 치하야를 지켜줄 부하 1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프로듀서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치하야:한마디로 보디가드란 거네요.

P:거기까지는...하하핫...

눈을 감고 살짝 상상해봤다. 

P:위, 위험합니다!

치하야:....!

P:흐어...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쿨럭!
 
뭐...더 이상 상상해봤자 의미도 없기에 그냥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방금 전까지 있었던 프로듀서가 없어져 있었다. 난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며 주위를 살펴봤지만 역시 프로듀서는 보이지 않았다.

치하야:그나저나 프로듀서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난 고개를 돌리는 걸 그만두고 발로 직접 세트장을 뛰어가며 프로듀서를 찾았다. 한 세트장에서 프로듀서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미키를 발견했다. 난 달려가서 프로듀서의 등에 붙어있는 미키를 떼어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치하야:아 미키, 안녕.

미키:치하야 씨도 안녕! 그나저나 이렇게 참여하게 되다니 우연인거야.

미키는 내 억지웃음에도 별 신경을 안 쓰는지 평소와 같이 웃으면서 나에게 아침인사를 했다. 난 기분이 조금 언짢아진 채로 물어봤다.

치하야:그러게...그나저나 미키는 무슨 역할을 맡고 있어?

미키:미키는 의원 역할인거야. 뭐,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할만은 해!

내가 대화를 하는 사이 프로듀서가 가는 게 보였지만 일부러 말을 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프로듀서가 가자마자 조금 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미키를 노려보며 말했다.

치하야:그나저나 미키, 너한테는 이미 담당 프로듀서가 있잖아?

나의 그 질문에 미키는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키:있긴 하지만 역시 치하야 씨의 프로듀서가 왠지 모르게 순진...이 아니라 귀여워! 그래서 왠지 모르게 더 달라붙고 싶어지는 거야!

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치하야:설마 내 담당 프로듀서를 원한다던가...뭐 그런 거야?

미키:그런 소리는 안했...

난 미키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치하야:네 담당 프로듀서가 있는데 왜 남의 소중한 사람을 뺏으려 드는 거야?

미키:그, 그런 소리 안했어! 치하야 씨야말로 프로듀서에게 너무 집착하는 거 아냐?

치하야:지, 집착이라니...! 그, 그런 소릴 하다니...

미키는 화를 내며 나에게 말했다.

미키:그래! 솔직히 미키도 치하야 씨의 프로듀서 같은 사람이 담당 프로듀서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지금 치하야 씨의 얼굴은 하나도 안 예뻐!

치하야:뭐, 뭐라고!

미키:됐어! 미키는 이제 갈래! 치하야 씨는 그 마음씨 좋은 프로듀서랑 결혼이나 해버려!

치하야:미키! 기다려!

미키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갔다. 난 화가 나서 바닥을 한 번 찼다. 얼마 뒤 프로듀서가 나에게 인사를 하며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뾰로통한 상태였다.

P: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런 표정을 해서는...

치하야: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요.

침통한 내 표정을 보고 프로듀서는 웃으면서 내 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P:거짓말. 미키랑 싸웠구나? 사실대로 말한다면 용서해주겠소!

그런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누그러져서 나는 조금 조용히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실은 미키가 나도 저런 프로듀서가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기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P:여하튼...미키가 날 빼앗아 갈까봐 무서웠던 거야? 걱정 마, 평생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챙겨줄 테니까.

웃으면서 나에게 말하는 프로듀서를 보며 왠지 모르게 서러워서 그대로 프로듀서의 품에 안겼다.

치하야:다행이다...

프로듀서는 안긴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P:다행이긴...당연한 건데. 맹세한 게 있으니까...하하핫...

진지한 말투 끝에 갑자기 웃는 게 이상해서 난 물어봤다.

치하야:갑자기 왜 웃으시는 거에요?

P:그냥. 이렇게 안아주고 있는 걸 생각하니 진짜 장군을 지키는 부하 같아서 말이야. 저기 치하야.

난 어리둥절 해서 프로듀서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P:오늘 이걸 드라마에 넣어달라고 부탁해볼까? 어차피 난 무명 연예인도 아닌 단순한 프로듀서니까 너한테 평가가 안 좋아질 염려도 없고.

살짝 웃으면서 귀에 속삭였다...나는 조금 실망감이 생겨서 뾰로통하게 말했다.

치하야:싫어요. 이, 이런 건 둘만의 비밀로 해도 상관없잖아요?

P:하핫...뭐 치하야라면 딱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줄이야. 고마워, 치하야.

프로듀서는 아무래도 장난으로 말한 듯 했다. 나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더 깊게 파묻었다.

프로듀서:야핫!

프로듀서가 순식간에 안겨있던 나를 풀고서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을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P:그럼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오, 장군!

어설픈 사극톤에 맞받아치며 나도 말했다.

치하야:....하핫...! 그, 그럼 잘 부탁 한다네 부하여. 

나의 말을 끝으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치하야:모...두 앞으로!....?!

감독:컷! 뭐, 뭐하자는 거야?! 이 신은 제대로 찍지 않으면 세팅하는데 30분이나 걸린다고!

이런 실수를 반복했지만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어느 샌가 자신감 넘치게 외치는 내가 있었다.

치하야:모두 앞으로 전진 하여 적을 해치워라!

워어어어어어어어!!!!

나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모두가 달려 나갔다. 단 한사람만 빼고. 난 그 한사람한테 말을 걸었다.

치하야:전쟁은 힘들지 않나?

프로듀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사를 했다. 물론 그다지 멋진 연기는 아니었다.

P:괘, 괜찮습니다! 언제나 키사라기 장군님 밑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으니까요.

치하야:그런가? 그럼 다행이군...그나저나...

나의 마지막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살이 날아와서 복부 보호대를 하고 있는 나의 복부에 정확히 맞았다. 일단 맞았기에 나는 그대로 쓰러지기로 했다.

치하야:....으억...!

P:자, 장군님!

감독님의 컷 사인과 함께 프로듀서가 내 손을 잡아 일으켜주며 말했다.

P:잘했어, 하핫. 내 연기 어땠어?

치하야:뭐, 그럭저럭 이에요. 그래도 못하지는 않았어요.

P:그렇구나...아차, 다음 촬영 장소로 가자.

그리고 다음 촬영 장소는 성 안이었다. 그것도 이부자리가 깔려있는 세트였다. 옷을 갈아입고 복부에 붕대를 감고서 누웠다. 

감독님:큐!

사인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P:괜, 괜찮으십니까?

치하야:나, 나는 괜찮네...그나저나...자네 의원을 좀 불러주게나...

문 밖에서 미키가 미닫이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손에는 보따리가 들려있었다. 미키는 앉아서 하품을 하며 대사를 했다.

미키:아후우...오늘은 또 무슨 일인 거야...?

P:의, 의원님! 자, 장군님을!

미키:아후우....

그 순간 미키의 소매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반짝이는 물체의 정체는 커다란 칼이었다. 미키는 나를 보며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가차 없이 칼을 내 복부에 꽃아 넣으려 했다. 연기였지만 마치 연기가 아닌 듯한 느낌까지 들어 순간 섬뜩해졌다. 

미키:아후우...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어.

그 때였다.

P:안 돼!

푸욱!

프로듀서의 등에 소품용 칼의 칼날이 제대로 박혔다. 물론 소품용이라 인체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라고는 하지만...매우 아파보인 건 사실이었다...프로듀서는 칼이 박히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치하야:괘, 괜찮아요?! 미키!

난 프로듀서의 등에 있는 칼을 뽑아냈다. 감독님도 놀랐는지 컷 사인을 보냈다.

P:아야야...

미키:바보...!

아파하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며 미키는 분한 듯이 외치며 나갔다. 난 놀라면서 프로듀서의 등을 어루만졌다.

치하야:바보라니...! 그나저나 움직일 수 있겠어요?

P:으...응! 괜찮은 것 같긴 한데...

난 미키를 조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로 말이다.

얼마 뒤 미키가 스태프와 프로듀서의 손에 끌려와서 강제로 촬영을 실시하였고 촬영이 끝나자 미키는 뒤도 안돌아보고 그대로 촬영장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촬영이 끝나자 감독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감독:하여튼...미키 양은 너무나도 고집이 세다니까...뭐 그쪽은 아직 촬영분량이 남아있으니까 계속 남아있게.

미키가 나가고 프로듀서가 나를 지켜주다 다쳐버려서 어쩔 수 없이 시나리오가 약간 수정돼서 내가 살아서 프로듀서를 치료해주는 걸로 바뀌었다. 아까와 동일한 세트장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다.

치하야:아프지는 않은가?

P:괘, 괜찮습니다...그, 그나저나...키사라기 장군님...

치하야:무슨 일인가?

P:시, 실은...키사리기...아니 치하야 장군님...여성이시지 않습니까?

치하야:하하...들켜버렸던 건가. 맞네, 어릴 때 워낙 선머슴처럼 키워져서 이렇게 돼버렸지.

대사가 끊기지 않고 이어가다 프로듀서가 조금 부끄러운지 뜸을 들인 뒤 대사를 말했다.

P:실은...치하야 장군님이 여성이란 걸 알았을 때...저에게는...

나는 부끄러워하는 연기를 했다. 하, 하지만 사실은 연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순간 들긴 했었다. 나는 진심 반 연기 반을 섞어 당황하며 대사를 말했다.

치하야:그, 그만 말하시게!

P:그만 말하시라고 하더라도 계속 말할 겁니다! 저에게는 치하야 장군님이 정말로 특별한 존재입니다!

치하야:(프로듀서...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말하는 것 같아...)

나의 생각과는 별개로 그 대사가 너무나도 화끈거려서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부끄러워하며 말을 했다.

치하야:그, 그럼...어떻게 할 건가 자네...?

P:제가 이 전투에서 살아남는다면... 저와 결혼 해주십시오!

화끈...!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프로듀서도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정신을 겨우 바로잡고 대사를 이어갔다.

치하야:그래...그런가...하핫...

부끄러워서 말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프로듀서가 애드리브로 나에게 말했다.

P: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치하야 장군님에게는 일개 병사에 불과하니까...

난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안 그러면 프로듀서가 그냥 일개 병사라고 하는 게 화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프로듀서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며 말했다. 

치하야:일개 병사라니! 나에게는 부하 한명 한명이 정말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좋다, 그 청혼 받아들이지!

나도 모르게 애드리브로 즉석에서 말하고 말았다...그 때였다. 컷 사인이 들리고 감독님이 말했다.

감독님:분위기 좋아! 조금 더!

그렇게 해서 다음주 분량까지 찍게 된 나와 프로듀서는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다른 세트장으로 갔다. 감독님이 데리고 간 세트장은 아까보다 더욱 더 으슥해 보이는 더 자세히 말하자면 밀담을 나누는 것 같은 장소였다. 난 순간 당황했다. 물론 옆에 있던 프로듀서도 마찬가지로 당황하며 감독님에게 말했다.

P:저, 저기 감독님. 방송에 나오는 데 이런 걸 찍으면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감독:그냥 부상당한 키사라기 양을 치료해주는 거야. 다음주에는 키사리기 양이 전투에서 크게 다치는 신을 촬영할 예정이었거든. 참고로 거긴 설정 상 키사리기 장군이 쉬는 침소고.

감독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감독님:키사라기 양, 위에 옷을 좀 벗어주겠나?

난 처음에는 그냥 윗도리만 벗었다. 그랬더니 감독님은.

감독님:조금 더 벗어줘야 된다네. 부상을 치료하는 컨셉이니 옷을 완전히 벗지 않으면 안 돼.

난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겨서 있는 대로 말을 했다.

치하야:무,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장난 치는 것도 아니고! 왜 당신이 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데요?!

감독님:그, 그럼 뭐 어쩔 수 없나...그냥 중요부위에 붕대만 반창고만 붙여서 나와.

치하야:마, 말도 안 돼! 그런 것도 부끄럽다고요!

감독님:그럼 뭐 어떡할 거야? 등에서 가슴 부분을 붕대로 감는 장면이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해야 되는데.

치하야:그, 그럼...어쩔 수 없...

난 결국 포기하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나왔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맨살에 손으로 가릴 것만 가린 후 상처를 표현하기 위한 분장을 하고 이불 위에 앉았다. 내가 뒤를 슬쩍 돌아보자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감독님:큐!

촬영이 시작되고 프로듀서가 붕대를 들고 오면서 대사를 말했다.

P:괘, 괜찮겠습니까...?
 
치하야:무, 물론...! 내가 자네의 등을 치료해 준 것처럼 자네도 나에게 등을 치료해줄 의무가 있다네!

사실상 엄청 부끄러워서 제대로 말도 안 나올 정도였지만 나는 억지로나마 대사를 이어갔다.

P:그럼...

프로듀서가 떨리는 손으로 붕대를 쥐어 나의 등의 날개 뼈에서 가슴 부분까지 붕대를 있는 힘껏 감았다. 감는 동안 너무 세게 감는 탓인지 살짝 아팠지만 이윽고 손 떨림이 멈추고 붕대를 다 감은 프로듀서가 보였다. 하지만 부끄러운 게 사라지지는 않아서 나는 얼굴을 붉히며 프로듀서를 쳐다보았다. 

P:이, 이걸로 되셨습니까...?

치하야:......돼, 됐다네...그나저나...남자한테 내 등을 맡기다니...이런 건...자네가 처음....일세.

그 때 갑자기 감독님이 큰 소리로 한마디를 외쳤다.

감독님:좋아, 거기서 키스!

프로듀서도 당황해서 감독님에게 되물었고 나도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프로듀서는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감독님:역시 무리 일려나? 뭐, 어쩔 수 없지. 컷!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그림이니까. 좋아 오늘은 이걸로 끝이야. 집에 돌아가서 쉬도록 해.

감독님의 컷 사인과 함께 오늘 촬영이 모두 끝났다. 

촬영이 끝나고 프로듀서랑 같이 돌아가는 길. 나는 오늘 촬영장에서 있었던 불만을 프로듀서에게 털어놓았다.

치하야:미키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이상한 생각만 하는 건지...!

P:진정해...

그렇게 말하고서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잡은 프로듀서의 손을 나는 더욱 더 꼬옥 잡았다. 그렇게 하고선 부끄러워하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키스를 한다면...좀 더...그럴 듯하게 하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니까...프, 프로듀서도 그렇게 생각하죠?

P:응, 그렇다고 생각해. 솔직히 나도 아직 여자친구도 못 사귀어봤고...키스도 못해봤으니까.

나는 며칠전에 있었던 일에 조금 놀라며 프로듀서에게 물어보았다.

치하야:정말이요...?

P:아아, 그렇지. 어릴 때부터 친구와는 인연이 없었으니까. 여자친구도 없던 게 당연하지. 치하야는 키스해 본적 있어?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으면서 조금 멋쩍게 말했다. 다른 건 괜찮았지만 마지막 문장에 나는 얼굴이 화끈해져서 프로듀서에게 화를 내며 프로듀서를 주먹으로 아프지 않게 때리며 말했다.

치하야:변태!

P:아야야...! 아파, 치하야! 잘못했어! 봐, 봐주라!

얼굴이 빨개진 나를 보며 프로듀서는 조금 진지해하며 말했다.

P:나중에...맹세를 지키면 그 때, 우리 둘이서 분위기 좋은 데에...놀러가서...하자...부, 부끄러워! 역시 이런 건 나랑 전혀 안 맞는 대사잖아..! 역시 만화나 영화 같은 건 믿을 게 못 돼!

분위기가 좋았지만 자폭하는 프로듀서를 보며 역시 프로듀서도 전에 했던 그 입맞춤은 우연이었던 거 같다. 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난 화낸 걸 잊어버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치하야:귀여운 변태...!

P:우아아앗...또 변태 취급 받았다...우울해지기 시작했어...우우...

침울해하는 프로듀서의 곁에 팔짱을 끼며 프로듀서에게 웃으며 말했다.

치하야:이렇게 들러붙는 것도 제가 무명일 때나 가능하니까 충분히 들러붙어 두라고요!

프로듀서는 그런 내말이 영 시원찮았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P:그런 대사는...역시 치하야 답지 않다고 해야 되나...? 뭐, 이렇게 계속 붙어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하...

치하야:그러게요...하핫...오늘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프로듀서와도 오랜만에 만났고...

나의 그 말을 듣자마자 프로듀서는 갑자기 멈춰선 채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P:내가 없어서 외로웠던 거야...? 

치하야:당연하죠...외로웠다고요...

갑자기 몸에 한기가 돌더니...

치하야:흐응...에취!

재채기가 나와 버렸다...

P:으아...치하야, 감기 걸린 거야? 하기야...거기 세트장 꽤나 추웠었지...자!

프로듀서는 당황하며 나에게 머플러를 둘러주었다.

P:아이돌이 감기 걸리는 건 절대로 안 되지! 내가 감기 걸리는 건 별 상관없겠지만.

치하야:프로듀서도 저만큼 소중한 존재이니까 감기 걸리게는 안 놔둘 거에요.

난 프로듀서의 말에 조금 반박하며 머플러의 반을 다시 프로듀서에게 둘러주었다. 프로듀서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치하야:으음....여기 있다! 자, 여기요.

난 가방에서 MP3를 꺼내 이어폰의 반쪽을 프로듀서의 귀에 끼워주었다. 내가 고른 곡은 relations였다. 가사의 내용은 요약하자면...실연을 당한 여자애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P:응, 고마워! 그나저나 무슨 곡이야?

프로듀서의 밝은 목소리에 대조되듯이 난 자그맣게 속삭이며 노래제목을 말했다.

치하야:relations...

P:으응...근데 이거 가사가 꽤나 의미심장하다...꼭 오늘 미키와 치하야가 날 갖고 싸운 걸 그대로 옮긴 듯한 가사인 걸?

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치하야:우연이에요...우연.

음악을 한동안 듣고 난 후, 헤어지는 길. 나는 조금 아쉬움을 표하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고마웠어요...그, 그리고 미키랑은 사과...해야겠네요...같은 사무소의 아이돌끼리 싸우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P:응, 그래야겠지...응?

그 순간 프로듀서의 뒤로 미키가 지나가며 콧방귀를 꼈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프로듀서도 바로 뒤에 있는 미키를 쫓아가서 팔을 잡았다.

미키:뭐야! 어차피 치하야 씨 랑만 신나게 놀아줄 거면서! 
 
치하야:미키...! 

미키:치하야 씨는 정말 부러워! 미키도 저런 프로듀서 갖고 싶단 말이야! 미키가 좀 더 사랑해 줄 수 있는데!

P:미, 미키....?

그런 프로듀서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미키:치하야 씨의 프로듀서는 너무 물러 터졌어!

그 말을 듣자 프로듀서가 화를 내며 미키에게 소리쳤다.

P:뭐가 물러 터졌단 거야? 난 치하야의 담당 프로듀서니까 그런 거라고!

미키:흥이다! 메롱!

프로듀서는 미키의 팔을 더욱 세게 잡으며 소리쳤다.

P:미키! 이 녀석...! 아까도 그랬었어, 감독님이 너보고 고집만 부린다고 하더라!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남의 의견은 다른 귀로도 안 듣는다고!

미키:나 갈래.

프로듀서의 손을 뿌리치고 가려는 미키를 프로듀서가 다시 손목을 잡아 저지했다.

P: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프로듀서는 거칠게 잡고 있던 손을 풀고 가방 안에서 서류를 꺼내 미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미키:이게 뭐야?

P:보면 모르냐. 며칠 뒤에 열리는 스페셜 페스티벌의 예정이다! 

치하야:그만 진정하세요, 프로듀서!

난 프로듀서를 진정시키려고 프로듀서의 팔을 잡았다. 프로듀서는 잡은 팔을 풀고 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P:치하야는 톱 아이돌이 되고 싶다 했지? 그렇다면 미키 정도는 실력으로 누를 수 있잖아?

난 프로듀서에게 내가 낼 수 있는 화를 모두 내서 소리치며 말했다.

치하야:진정하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프로듀서는 내가 이렇게까지 화낸 걸 처음 봤는지 멍하게 서있었다.

치하야: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사과하겠다고...같은 사무소의 아이돌끼리는 사이좋게 지낸다고...

난 프로듀서의 곁에서 떨어져 미키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인 채 울먹이며 사과했다.

치하야:미키, 미안...하지만...이 프로듀서는 나의 담당 프로듀서야...미안해...

P:치하야...

그 때였다. 고개를 숙인 나의 위에서 언제나처럼 밝은 미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키:역시나야! 미키 역시...사람을 잘 본 거 같아!

내가 허리를 들자 미키는 아까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골목 뒤에서 가나하 씨와 시죠 씨가 나왔다. 프로듀서는 당황한 듯 물어봤다.

P:너, 너희들...어째서...?

치하야:...?

빠앙! 빠앙!

크래커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가나하 씨와 시죠 씨가 각자 손글씨가 적혀져있는 족자를 웃으며 내렸다. 족자에는...

[축! 퇴원 몰카 성공!]

이렇게 적혀있었다...프로듀서는 경악하며 말했다.

P:....설마!!!!!

미키:응, 몰카였어.

치하야:....정말?

나도 다시 한 번 물어봤다.

히비키:응! 본인이 먼저 하자고 제안했었거든!

타카네:사람의 무너짐을 본다는 것도 때로는 나쁘지는 않군요...후훗...

가나하 씨와 시죠 씨의 말을 듣자마자 프로듀서는 미친 듯이 웃으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난 오늘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도 살짝 물어보았다.

치하야:그렇다면 오늘 나간 것도...?

미키:그 때는 미키도 조금 질투 했었어. 하지만 치하야 씨를 향한 프로듀서의 본능이 정말 치하야 씨만 바라보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프로듀서 씨...미안! 아까는 일부러 하려던 건 아니었어...미안!

주저앉아서 허탈하게 웃고 있는 프로듀서를 보며 가나하 씨는 이상해하며 물어봤다.

히비키:그렇게까지 충격이었던 거야? 헤헤...이거 완전히 성공인데?

타카네:귀하는 정말로 정신력이 약하시군요...

프로듀서는 그 두 사람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P:다음에 또 하면 진짜 화낸다아아아아아아아아!!!!!

타카네,미키,히비키:응! 다음에는 절대로 안할게. 오해하게 해서 미안!
 
프로듀서의 일갈에 가볍게 웃으면서 사과한 세 사람을 본 후 나는 미키에게 놀라면서 말했다.

치하야:그나저나...미키...연기력이 엄청나...

미키:괜히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게 아니란 말씀인거야! 치하야 씨에게도 연기선배로써 미키가 많이 가르쳐줄게!

치하야 씨:미키...고마워! 그나저나...프로듀서...어!

난 허탈해서 계속해서 웃고 있는 프로듀서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치하야:아무래도...

미키:프로듀서 씨...충격이 컸나봐...

치하야:그럼 내일 보자. 미키 그래도 오늘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미안했어. 가나하 씨도 시죠 씨도 집에 무사히 돌아가세요!

난 인사를 한 뒤 걷기 힘든 프로듀서를 받치고 집으로 향했다.

치하야: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P:후우...정말...하하핫...우우...

프로듀서는 그 후 한동안 말이 없다가 아까 몰카에 당한 충격이 조금 가셨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P:나....멍청해 보였지?

치하야:아뇨, 전혀요.

난 고개를 저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고선 프로듀서의 손을 꼭 잡고 들러붙으며 말했다.

치하야:정말 좋아해요...!

나의 진심이 담긴 말...하지만 아직은 말로밖에 할 수 없는 그저 형식적인 말이었다. 나의 그 말에 프로듀서는 놀라면서 나에게 말했다.

P: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역시 프로듀서답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치하야:연애 드라마에 참여한다면 이런 연기를 하게 되겠죠...?

P:뭐야...그런 거였어? 그렇다면 그렇겠지. 왜?

치하야:아뇨...그냥 말해봤어요...그나저나 프로듀서...

아까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진심이란 걸 말하고 싶었다.

P:응, 왜 그래?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스러져버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치하야:역시 아니에요...그냥 나중에 말하고 싶어요. 조금 유명해지면 말이죠...

P:참 싱겁긴...지금 말해도 상관없는데.

아직 나의 마음을 전하기엔 너무나도 프로듀서가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프로듀서는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오늘 찍었던 시대극에 나오는 장수처럼 폼을 잡으며 말했다.

P:내 입술을 빼앗는 자는 과연 누구냐! 이 천하무적 프로듀서 절대로 한 여자에게만 입술을 내줄테니! 어서 빼앗아봐라! 하하하하하하!!!

난 조금 황당해서 프로듀서를 보고 말했다.

치하야:역시 연기는 어색하시네요...하핫...그나저나 한 여자라면 누구...?

프로듀서는 뒤로 돌고서 고개만 뒤로 돌리고 나에게 말했다.

P:비밀이야.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그렇게 말하고선 프로듀서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마 프로듀서의 마음도 나와 같은 걸까...아까 느꼈던 거리감이 다시 좁혀지는 것 같았다. 달려가는 도중에 프로듀서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큰소리로 외치며 말했다.

P:오늘은 그럼 이만 여기서 안녕이야! 그리고 오늘 치료 고마워, 정말 큰 도움이 됐었어! 그리고 잘 자!

치하야:어....?! 프, 프로듀서 어디 가시는 거에요!

난 프로듀서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프로듀서를 애타게 불렀다. 프로듀서는 조금 달리다가 내 목소릴 듣고 다시 돌아보며 이상한 듯이 나에게 물어왔다.

P:어딜 가긴, 내 집에 가는 건데?

치하야:그, 그렇구나...하기야...제 집에 너무 많이 초대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 보이겠죠...?

나는 조금 아쉬운 눈치로 프로듀서를 보며 말했다.

P:이제 넌 아이돌이야. 자기 처신은 자기가 잘 해야 된다고? 나 같은 어리숙한 숙맥이 계속 따라붙으면 나중에 이미지에도 안 좋을 테니까. 그럼 몸 관리 잘하고, 다음주에 보자!

프로듀서가 한 말은 다 맞는 말이긴 했다...하지만 조금이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 울먹이면서 프로듀서에게 소리쳤다.

치하야:다음주라뇨...!

P:응? 어차피 오디션 날에만 만나면 되잖아? 아까도 말했다시피...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었다...프로듀서가 날 그렇게 생각할 줄이야...난 화를 내며 프로듀서에게 소리쳤다.

치하야:저와의 맹세...잊어버린 거에요...?!

P:그렇지만...그건 나중에 일이잖아...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프로듀서도 나의 표정을 보고 뭔가 잘못 됐다 싶어서 다급히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P:미, 미안! 나, 나도 모르게 편안한 감정에 휩싸여서 중요한 걸 잊을 뻔 했어...!

프로듀서는 울먹이는 나의 손을 꼬옥 잡고 사과했다.

P:내가 한 맹세...어쩌면 자주 못 만나는 것도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걸지도...모르겠네. 미안했어, 경솔한 말을 해서...

난 눈물을 닦고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치하야:제가 말하고 싶었던 게 그거라고요! 다음에는 절대로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P:하하...이거 또 치하야에게 한 방 먹었네...그럼 내일 놀러가자. 가까운 데라도 좋으니까.

놀러가자...니...? 하지만 이내 그런 의문은 지워버리고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놀러갈 틈이 없긴 하지만...그래도 기분전환 겸 가는 건 괜찮겠죠.

프로듀서는 부풀어 있는 나의 볼을 쿠욱 찌르며 웃으면서 말했다.

P:그럼...오늘 밤은 파자마 파티 하자! 다른 애들도 부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역시 치하야만 하는 게 나으려나?

솔직히 오늘 더 이상 뭘 하는 건...다음 날 체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 같았기에 나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치하야:그냥...평범하게 자고 싶은데...오늘 조금 피곤하거든요...놀러가려면 체력도 필요하고...파자마 파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해요...

P:역시...너무 분위기가 방방 뜨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으려나...? 뭐, 치하야가 자고 싶다니 난 내 집에나 가야겠다.

난 다급히 프로듀서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치하야:그냥 같이 자면 안 돼요...?

P:응석꾸러기네...치하야...하하핫...좋아. 뭐, 전에 우리 집에서 재워줬으니 그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 그건 그렇고 내일 놀러갈 거니까 짐도 챙겨야 되고 하니 집에서 짐만 다 챙겨서 갈게. 기다려줘!

프로듀서는 웃으며 나한테 그렇게 말한 뒤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나도 프로듀서가 둘러준 머플러를 더욱 더 깊게 덮어쓰고 집으로 향했다.

5분 뒤, 내 집에 도착했다. 나는 머플러와 외투를 벗어놓고 집을 청소했다. 청소라 해봤자 간단하게 쓰레기를 정리하는 정도였지만. 40분쯤 지나서 프로듀서가 문을 두드렸기에 문을 열어줬더니 거대한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헉헉대며 도착한 프로듀서가 서있었다.

P:헉,헉...뛰어왔더니 숨이 차네...

치하야:수고 많으셨어요. 근데 그 짐은...?

P:아, 이거 챙기다보니 짐이 많아져서 하핫...! 그나저나 어디 가지...?

치하야:바다...가볼까요?

나는 겨울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광경을 상상하며 말했다.

P:바다라...아직 날이 쌀쌀해서...괜찮겠어?
 
프로듀서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치하야:네, 괜찮아요. 그나저나 사람이 없는 겨울바다라...왠지 분위기가 로맨틱하지 않아요?

내 말을 듣고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은 뒤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말했다.

P:로맨틱이라...생각도 안 해봤는데 하핫...뭐, 일단 잠이나 자두자. 다음 날을 위해서 말이야. 파자마 파티를 못하는 대신에 이런 걸 준비해왔지만 하핫.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고서 캐리어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고양이 잠옷을 꺼냈다. 타카츠키 씨한테 잘 어울릴 듯한 흰색 바탕에 갈색 점박이의 고양이 잠옷이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걸 나에게 입히려는 줄 알고 당황하며 말했다.

치하야:서, 설마! 그거 저보고 입으라는 거에요?!

P: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이건 내 건데. 요새 잠옷을 입을 틈이 없어서 얼마나 아쉬웠는데...혹시 이거 입고 싶은 거야? 자, 줄게 입어봐. 치하야라면 분명 잘 어울릴 거야.

한동안 망설이다 나는 프로듀서의 손에 들려있는 잠옷을 가로채며 말했다.

치하야:프, 프로듀서가 주는 거니 이. 입어 보기는 하, 할게요...

방에 들어가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거실로 나갔다. 프로듀서는 얼굴을 가리며 놀란 듯이 말했다.

P:귀, 귀엽다...! 치하야에게 주고 싶은 걸 이거. 나는 어차피 하나 새로 사면 되니까. 하핫.

치하야:주, 주실 거에요?

난 조금 기뻐하며 물어봤다. 프로듀서는 내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P:주고 말고. 원한다면 잠옷 하나 정도는 치하야가 기뻐한다면 기꺼이 줄 수 있어. 나중에 살 때는 치하야의 머리 색깔에 맞춘 파란 고양이 잠옷을 사는 게 낫겠다. 그걸 입으면 진짜 고양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핫...

치하야:프로듀서...!

난 아기 고양이처럼 프로듀서에게 달려들어 바짝 들러붙으며 말했다.

치하야:너, 너무해요! 저는 고양이가 아니라고요...!

P:읏쌰!

팔을 풀고 프로듀서는 순식간에 나를 양팔로 안아서 들었다. 프로듀서는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P:이러고 있으니 진짜 아기 고양이 같아. 하핫! 귀여운 아기 고양이 씨 우유라도 한 잔 따라드릴까요?

난 정말로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치하야:정말이지...

P:읏쌰!

프로듀서가 조심스레 나를 내려놓고 웃으면서 말했다.

P:자 이제 자야겠다. 내일 가려면 일찍 자야겠지. 아기 고양이 씨도 잘 자요.

프로듀서의 말에 난 정말 고양이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말했다.

치하야:우우...아기 고양이라 왠지 불리면 불릴수록 부끄러워...

P: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그 잠옷을 입을 때만 부를 건데. 아기 고양이도 나쁘지 않은 별명이라 생각하는데?

난 계속해서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프로듀서에게 괜시리 심술을 부리며 말했다.

치하야:돼, 됐어요! 자, 잠이나 잘 거에요! 말리지 마요!

그렇게 말하고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장난치려고 해도 부끄러워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난 그냥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잡설공간====

귀차니즘 때문에 계속 미뤄왔었던 편이네요.
뭐, 한 번 잡으니까 계속해서 써졌다는 게 다행이지만요.

뭐 치하야의 속마음 조금. 진심 조금.
이번편의 전부겠네요.

P사이드에서 나오지 않았던 미키와 치하야의 대화도 이번편에서 나왔습니다. 
미키는 일부러 그런 걸까요...과연?
뭐 앞으로 쓰는 사람인 제 마음대로겠지만요.

이번 편은 번외편이랑 이어집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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