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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4장 - 죠가사키 크라이시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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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0, 2016 18:17에 작성됨.

" 저기 리나언니 . "

" 왜 그래 부두목? "

" 울 언니는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 "

 

리카가 재단 1층 접대실의 테이블 앞에 앉아 투덜인다. 전쟁전에는 후원자들, 전쟁중엔 피난민이나 장교들이 머무느라 늘 비어있는 날이 없던 장소였으나 최근에 고아원이 연이어 사건에 휘말리면서 발길이 뚝 끊긴 곳이었다. 항상 재단본부 청소를 해주던 4인1조 청소부들도 저번주를 기해 그만둔 탓에 리나가 청소를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들에는 아직도 먼지가 가득했다.

 

본론으로 돌아가, 죠가사키 미카가 출장을 나간지 사흘이 되었지만, 돌아오기는 커녕 기별조차도 없이 감감 무소식일 따름이었다. 여지껏 그런경우를 겪은 적이 없었던 리카로서는 언니가 아무런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것에 당연히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후지모토 리나는 태연한 얼굴로 앞치마를 두르고, 리나가 양 손에 들고있던 접시를 테이블위에 내려놓으며 자기도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접시에는 수입되어 온 냉동 크라켄과 야채로 끓인 해산물 스튜가 담겨있었다.

 

 

" 글쎄, 그때그때 뒤죽박죽이라 완전 추정불가랄까나 ? "

 

 

애매한 대답에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찡그리며 스튜를 한숱 떠 입에 담는다.

그러자 인상쓰던 표정이 풀린다.

스튜의 맛은 . . 짠맛이 강했지만 그 외에는 밸런스가 잘 잡혀있었다. 용병생활 때 항상 이것저것 섞어 암흑물질로 만들어버리던 요리사신 리나언니가 만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반년이나 지났다.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람은 변할수도 있는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리카는 마음속 단지에 담겨있던 걱정과 의심을 모두 쏟아낸다. 사막국가에서 적응하며 지냈듯이 자기가 적응해나가면 된다, 그것 뿐이었다.

 

 

" 흐음, 그래 ? "

" 응응~ 그렇지뽀요. 어디어디, 스튜는 잘 되었 . . 짜 ! "

 

 

리나가 스스로 만든 스튜를 입에 넣자마자 혀를 내두르며 물통을 가지러 황급히 자리를 뜬다. 리카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막에서 워낙 짠것을 많이 먹었던 덕분인지 리카는 별 무리없이 스튜를 완식했으나, 리나는 몇번이나 물을 타 간을 조절하여 남기고 말았다. 한시간 후면, 재단 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출근하는 아홉시였기에 리나는 빠르게 설거지를 끝마치고 정장으로 도로 갈아입는다. 여분의 스튜는 직원들 점심으로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마지막으로 냄비에 물을 부어 간을 조절하였다.

 

리카는 3층의 자기 방에 들어와 옷장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옷걸이에는 단정한 원피스, 드레스 상하의 등이 가득했다. 아마도 재단의 이사로서 움직일 때 입는 옷들일거라고 추정하며 그녀는 그것들 중 몇 벌을 꺼내 거울앞에 서 몸 앞에 밀착해본다. 그러던 중 소박한 로우톤의 하늘색 원피스를 몸에 대다가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중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 좋았어. 이걸로 결정~☆ "

 

 

표정에 화색을 돌며 복장을 파자마에서 원피스로 체인지한 그녀는 활기차게 방문을 열고 걸어나와 계단에 들어선다. 재단본부의 정문이 열리며, 몇몇의 남자와 여자들이 들어왔다. 대체로 색체가 옅은 단정한 옷에 가슴팍에 죠가사키 용병단의 문양을 수정한 재단의 문양이 박힌 뱃지를 차고 있었다.

그들은 계단위에 있는 리카의 모습을 보고서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살짝 숙인 뒤 각자 일하는 장소로 흩어졌다.

 

리카가 말을 걸려다가 그들의 딱딱함에 시무룩해지며 계단을 도로 내려온다. 옆에서 걸어나오는 리나의 모습은 정장차림이어서 그런지 정적이며, 다소곳하고 차분하여 마치 다른사람인 것 같았다.

 

" 부두 . . 아니, 이사님. 지금부터는 근무시간이니까 너무 막다니면 안돼뽀요. "

 

내려앉은 침착한 말씨로 뽀요라고 하자 리카가 다시한번 웃음보를 터뜨린다. 그 순간, 정문너머로 소리가 들렸다.

 

 

" 우편물 왔습니다. "

 

 

종전 이후에 다시 밥벌이를 하기위해 달리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우선지원한다는 그 직업, 우체부. 그들 중 하나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대문이 다시금 열리다가 . . 조금만열린 채 멈추고 리나가 슬며시 손을 뻗어 편지 몇장을 받은 뒤 도로 닫는다. 리카의 눈에, 리나가 편지를 받을 때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던 것 같이 느껴졌다.

 

 

" 뭐야뭐야 ? 누구한테서 온거야 ? "

" 아, 이거 두ㅁ. . .이사장님한테 온거당. . 부두목은 보면 안돼~! "

" 에에 - ? 나도 보여줘어 - . 그리고 부두목이라 했어. "

 

' 정말?! ' 이라며 당황하는 사이, 편지들 중 한장을 맹수처럼 잽싸게 콱 집어당긴다. 미처 반응하지 못한 리나의 얼굴이 새파레진다.

 

" 헤헤~ 뭘까요 ? "

" 안됀다니깐 - ! 돌려줘! 돌려, 줫 - ! "

 

리카의 몸을 붙들고 억지로 손아귀의 편지를 잡아당겼다. 제 아무리 리카라 하여도 평소에 힘으로 리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후지모토 리나는, 재단설립 이전, 용병생활을 하기 전부터 현상금 사냥꾼일을 해왔었으며 그쪽 일을 하게 된 이유도 힘이 센 덕이었다. 아이돌로서 개화했어도 그녀의 능력만으로는 싸움에 한계가 있었기에 능력발휘 이후부터 전투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것이 바로 리나 자신의 피지컬이었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여전했고, 리나가 방심하여 빼앗긴 것 처럼, 리나의 완력과 악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방심한 리카가 역으로 편지를 빼앗겼다.


" 후우 . . 안돼는건 안돼뽀요 ! "

" 치이 - . "

 

단호하게 자르는 리나를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에 리카는 계단으로 다시 올라간다. 향하는 곳은 3층, 본인의 방.

솔직히 이대로 밖에 나와있어봤자 돌아온지 하루밖에 안된 리카로서는 몇개월동안이나 운영되어온 재단의 방식을 공부해야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리카가 방 안으로 돌아와, 리나가 아침식사를 끝마치며 언급하였던 책상위의 두꺼운 책을 응시하다가 곧 집어들었다.

 

옆에있는 핑크색 용지에 적힌 내용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잠자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사실을 상기해냈다.

 

" 맞다! 언니의 향수 . . !! 어떻게든 언니가 오기 전까지 해결해야되 . . ! "

 

리카는 다시금 떠오른 중대문제에 머리를 감싸고 고뇌에 빠져갔다.

 

 

 

한 편.

 

리카가 방 안으로 들어간걸 확인하고 로비가 조용해지자, 리카에게서 되찾은 우편을 바라본다. 잠깐의 몸싸움으로 구겨진 종이를 손으로 몇번 다려서 핀다음 봉투를 뜯었다. 밀랍인장은 왕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성 모양이 세겨져있었다. 두 번 접혀있는 종이를 펼쳐 내용을 훑으면서, 리나의 낯빛에 점점 그림자가 드리워져갔다.

하나를 뜯고 또 하나를 뜯고 . . 내용을 보면 볼수록 그녀의 표정은 심각해져가다가, 해탈한듯한 나른한 얼굴로 돌아온다. 읽은 편지들을 모두 펼쳐서 한겹으로 쥐고서 계단을 올랐다.

 

" 자꾸 이렇게 그만둬버리면, 정말 위험할지도 . . . "

 

편지들의 마무리문장은 다들 비슷했다. ' 정말 미안합니다. ' , '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

하지만 불만을 토로한 시간은 없다. 리나에게는 이사로써 왕실의 전후 복구사업 지원에 관한 안건을 처리해야만 한다는 의무가 있다.

곧 있으면 다른 이사들도 도착할테니, 그전에 자료를 정리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쪽의 나라와 이어져있는 적당한 해발을 가진 산이 하나 있다. 그곳의 해발 600m정도의 위치에 있는 자연동굴은 크기가 정말 크고 위치도 절묘해서 산 한가운데에 누가 인위적으로 뚫었나 싶을 정도의 위치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동굴은 산을 올라 직접 찾지 않고 바깥에서 보면 무성한 숲과 나무에 가려서 존재 자체가 들키는 일은 없었다.

천해의 장소인 그곳에, 한 때 죠가사키 용병단의 소굴이 존재했다. 내가 한때 이끌었던 그룹의 본거지 . .

왕국에 해명하면서도, 용병단을 해체하면서도 본거지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동굴을 아는것은 용병단원들 뿐이다.

 

우리들이 함께했던 장소 라고 한다면 분명 그곳 뿐이었다.

 

나는 재단본부로 돌아가는 대신 우회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결착을 위해 . .

.

.

.

 

산이 있는곳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찍이 떨어져있어 전화(戰火)가 닿을 일 없어,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손길도 거의 닿지 않았을 터이다.

당연하게도 산은 자라난 숲으로 더 무성해져서 그나마 보였던 길의 흔적마저도 완전히 다 가린 자연 그대의 모습처럼 보였다. 간만에 등산로를 밟는다. 혁명이 끝나고 용병단을 해체한 이후로 한번도 와본 적 없다. 걸음을 타고 오를때마다 용병단시절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추억도 많았지만 . . 지금와서 되세기면 기억하고싶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주로 의뢰에 관한것들 . . 나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돈을 위해서.

그저 돈이 많아진다면, 아무도 우리를 얕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온갖 일들을 수주하며 악착같이 재산을 모았었다.

 

지금와서는 모은 돈들이 전부 복지재단 설립과 운영에 소비되었으니 속죄한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멀었다고 여기고있다.

용병단 생활에 관해 좋은기억 나쁜기억들을 정리해갈 무렵, 산 중턱에 다다라 있다는걸 깨닫게 됬다.

짙은 쇳내음이 코를 틀어막는다. 단순히 짐승이 짐승을 잡아먹어 나올 정도의 피냄새가 아녔다. 분명 앞에 뭔가가 있다. 그 증거로 가는 길가에 핏방울들이 고여있다. 손아귀에 쥐고있는 채찍을 펼쳤다. 올라가면 갈수록 바닥의 황토빛 흙길은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명백하게 부자연스러웠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동굴이 보인다.

모든것이 뚜렷해지길 바라면서, 나는 걸음을 계속해서 옮겨갔다.

 

 

 

' 바보구나~ 떠들며 놀던 모두에게 등 돌린게 ~ '

 

 

 

귀여운 목소리에 어울리는 음색이 아리따운 가사를 흘리고있다. 삼박자의 조화가 동굴 깊은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안타까워서 눈감고 한숨을 내쉬어~ '

 

 

어디선가 항상 들었던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어온다.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어도, 동굴에 가까워질수록 확신으로 변해갔다.

동굴에 들어서면서 내딛은 발에 참방거리는 소리가 나와 동굴 안으로 퍼진다. 발바닥에는 농밀한 혈액이 뚝뚝 떨어진다. 동굴 안쪽의 빛이 닿지 않는쪽까지 주욱 뻗어있는 핏줄기들은 어둠속에서 흥얼이는 멜로디에 이어진 5선들의 모임이었다. 어둠 속에서, 질퍽이는 소리가 노래와 부조화를 이루며 음정을 깨다가 . . 이윽고 노랫소리도 멈춘다.

 

정적, 그리고 정적 속에서 내게 향하는 한쌍의 비취색 빛.

 

" 아핫☆ 드디어 와줬구나 ? "

 

" 설마 . . "

 

" 어서와~ 대~장~. "

 

" 아, 아아아 . . . ! "

 

 

비취색뿐이던 어둠 속에서 불이 밝는다. 예전 소굴로 사용할때 쓰던 횃대로 추정되는 위치에서 불이 피어올랐고, 주변을 밝힌다.

차라리 밝히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불들은 일절의 숨김없이 밝혀주었다. 동굴의 양 옆을 비추는 횃대들 아래에 짐승과 짐승이 아닌것들의 내용물들이 뒤섞여 무더기로 쌓여 바닥에 쓸린 핏자국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본적 없는 검은 갑주를 입은, 익숙한 금발의 여자가 나를 보며 비취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번뜩인다.

 

동굴 벽에 닿은 손가락은, 벽에서 타고 내려온 혈흔에서 이어져 뭔가 그리고 있었던 듯이 보였다.

 

 

" 유이 . . 인거야 . . ? "

 

 

오오츠키 유이. 죠가사키 용병단원 . . 리나와 함께 용병단의 행동대장이었다. 언제나 착했고, 고분고분했지만 신데렐라 혁명이 일어날 때, 동생을 볼모로 잡은 카에데에게 가는 길을 막았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망설임 없이 내쳤었다. 동생을 구해야겠다는 일념때문에 . .

이후에 혁명이 끝나고 단원들을 수습할때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그대로 도망쳐버린 줄 알고 있었다.

 

 

" 네가 . . 네가 이렇게 한거야 ? "

 

 

 

웃는다. 그녀가 웃는다.

 

 

" 여태까지 그 모든 일들 . . 아이들을 모두 . . 네가 저지른 거냐고 !! "

 

" 응. 수박깨기, 재밌었어. "

 

" 너 . . 너어어어어 !!!!! "

 

 

소름끼칠정도로 천진난만한 태도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한 얼굴로 그녀는 응답했다. 수박깨기 ? 군데군데 흩뿌려져있는 두상의 조각들과 비교해 연상하니 역거움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제정신을 유지하기 너무나 힘들었다. 그녀는 한껏 웃었다.

뺨에 붙어 응고된 피딱지를 피뭍은 손으로 흘기며 싱글벙글 하는 얼굴에 적응 할 수가 없다. 주변에 널부러진 것들, 그녀의 모습, 모든것이 부자연스러웠도 끔찍하고 혐오스럽기 짝이없는 것들 뿐이었다.

 

 

" 여태까지 . . 아주 많이 기다렸어. 메세지를 틈틈이 남겼었는데, 대장은 찾질 못했지. "

" 뭐 ? "

 

" 그래서, 메세지를 남길 새로운 장소도 찾고 유흥거리도 챙길 겸 돌아다녔어. 수박깨기하러. "

 

 

뭉게진 더미에서 반밖에 없는 얼굴을 집어들어 ── 쥐어서 터뜨린다.

터뜨리고 부들거리는 손아귀의 진동이 내가 서있는곳까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방긋웃는 얼굴과 반대로, 손아귀는 모종의 감정때문에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나 역시 격양되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다.

 

 

" 그 아이들은 대장때문에 죽은거야. 대장이 죽인거야. "

 

" 아니 ! 네가 ! 죽인거야 !! "

 

 

저도 모르게 언성이 커지고 만다. 화가 터져나왔다. 그거에 반응했던것인지, 비취색 눈동자도 격양하면서 소리지른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 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 !! 대장은 우리를 배신한거야 ? 왜 배신한거야 ? "

 

" 무슨 소리를 . . ! "

 

" 채찍 . . 너무 아팠어 ! 하지만 가슴은 찢어질듯이 더 아팠어 ! 괴롭고 괴로워서 . . ! 어째서 대장이 우리를 . . 나를 버린건가 되뇌었어. "

 

" 지금와서 그런 소리 해봤자 . . 잘도 ! "

 

" . . 내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낫지않아. 대장은, 값을 치뤄야되. "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채찍을 펼쳤다. 그리고 힘껏 휘둘렀다. 머릿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 차올라서 복잡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사슬의 끝부분을 붙잡힌다. 몸은 여지껏 경험해온 실전경험에 따라 움직인다.

유이와는 몇번이고 실전에 가깝게 맞붙었던 경험이 있었다.

 

 

" 값을 치뤄야 하는건 너야 !! "

 

" 헛소리. "

 

 

어울리지 않는 침착한 목소리 . . 그리고 동시에 몸이 힘껏당겨짐과 함께 격렬한 복통을 느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역겨움에 한번 역류했던 것들이 입 밖으로 쏟아졌다. 몸이 가눠지지 않는다.

 

 

" 대장은 나를 버렸지만, 그분께선 . . . .그분께선 나를 거둬주셨지. 상처입은 나를 . . 그리고 감싸안아주셧어. 내 탓이 아니라고 했어. 그분은 모든것이 대장의 탓이라고 했어. 세상이 잘못한거라고 했어. "

 

" 크 . . 허억 . . ! "

 

" 그분은 또 말씀하셨어. 아아, 지금도 속삭이셔. 더 많은 공물 . . 더 많은 대가가 필요하다고 하셨어. 그래야만 내 응어리가 사라질거라고 말씀하셨어 !! "

 

★(유이 시점)

 

나는 너를 믿었어.. 너를 존경했어.

대장은 우리들의 희망이었어.

 

내 마음은 저주로 가득 차올랐다.

 

그래, 우리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았던거야. 우리들의 삶과, 우리들의 믿음은 안중에도 없었던거야.

우리들은.. 용병단은 그녀에게 아무래도 좋은 존재였던 거야.

 

 

널부러져있던 용병단들은.. 모두 죽었다.

미카가 직접 죽인건 아니었을 수 있지만, 화재가 났었고, 그 연기를 기절한 채로 들이마셔 모두 질식했었을 것이다.

내 걸음은 너무 무거웠다. 그녀의 '도키메키 하트'는 적으로 생각하는 자에게 용서가 없었다.. 내 몸은 이미 너덜너덜했다.

 

마음도.

 

그 때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불타고 있는 궁성 안에서, 타들어가는 시체들을 가로지르며..

배신당한 마음이 너무도 아파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아픔은 마음속에서 구멍이 된 것 처럼, 나를 괴롭게했다.

 

동시에, 새로운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내 머릿속으로 울려왔다.

 

── 이리 오렴.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저, 목소리가 이끄는대로 걸었다.

불타는 왕성의 어딘가로 통하는 지하 통로... 기억의 단편 단편이 서로 이어지지 않아서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아무튼, 어둑하고 음습하여 차마 화마가 닿는 장소는 아녔던 것 같다.

 

 

── 너의 아픔을, 더 가까이서 느끼고싶어.

── 자, 어서. 이곳으로.

 

 

 

거울에서 .. 목소리가 울렸다..

음습한 지하실은, 해골들만 무성하여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이었는데.. 나는 그런 의문점을 하나도 품지 않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거울을 향해 다가갔을 뿐이었다. 거울에 내 모습이 확연하게 비친다. 이상했다. 낡은 거울인데.

 

 

 

나도 모르게 손바닥을 거울에 댔다.

 

 

그 순간...

 

 

── 보여, 너의 아픔이..

 

─ 느껴져.. 너의 괴로움이..

 

─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있었구나. 너 역시..

 

" ... ? "

 

그리고 거울은 왜곡되었...

 

되었..

 

 

 

 

지 않았다.

 

 

거울은 '나'를 비추고있었다. 그랬다. 그것은 '나' 였다. '나'.

 

 

 

── 나는 이해할 수 있단다. 너의 아픔을.

 

 

 

─ 나 또한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했으니까.

 

 

 

── 그리고 너와 나는 같아.

 

 

 

── 왜냐하면 너는 '별의 후손'..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별의 후손.. 그래, 그것이 '나' 다. 몸과 마음의 아픔도, 고통도.. 괴로움도.. 모두 그곳까지 다다르기 위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 너무나도, 아파요... " 라고 울먹였었다.

 

 

 

─ 이해 할 수 있어.

 

 

 

" 너무 고통스러워서..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아요.."

 

 

 

─ 네 고통에 공감한단다. 불쌍한 아이.

 

 

 

" 그리고... 너무나도 화나요.. "

 

 

 

─ 네 분노는 지극히 옳아. 참지 말렴. 내가 너에게 도움을 줄테니.

 

── 너는 '별의 후손' 그렇기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나니.

 

 

 

─ 너의 아픔은 힘이되고, 너의 괴로움은 활력이 될것이고.. 너의 분노는 우리의 적을 찌르는 칼날이 될거야.

 

 

 

" 아, 아아... 고맙.. 습니다..! 정말.. ! "

 

 

 

오열했다. 나를 이해해주고, 내게 동정해주고, 나를 도와주는 은혜의 목소리에..

 

 

 

 ◆ (미카시점)

 

 

그 분? 공물 ? 무슨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니기리교 광신교도라는것은 대략적으로 알았지만 자세한 내부사정은 알지 못했다.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 . 미친 사람처럼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태세를 가다듬고 몸을 일으켰다. 복부가 아직도 격하게 욱씬거렸지만, 채찍을 다시금 세게 부여잡았다.

 

 

" 아 - 그분, 나의 어머니는. 내게 이 타고남이 깨어나길 바라셨던거야. 아아 . . "

 

" 유이 -!! "

 

 

" 어 ? " 사슬채찍으로 몸을 휘감았다. 팔을 꺼낼 틈따위 주지않고, 힘껏 휘저었다. 동굴 사방으로 처박았다. 용병단때의 안좋은 기억과 함께,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참살을 끝내고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암석이 무너지는 소리, 더미들이 뭉게지며 터지는 소리, 피튀는 소리들이 섞여 불쾌한 화음처럼 귀를 어지럽혔다.

 

몇번을 휘저은건지 . . 이미 피떡이 되어 형체가 온전치 못했을 단계까지 휘두르고 나서야, 정신이 그나마 이성을 붙잡은 것 같은 빠릿한 감각이 들었다. 피로 그려진 벽화가 있던곳에 유이는 깊숙이 박혀있었고, 사슬을 거둔 후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내심 마음 한켠으로 안도했었다.

 

 

이 죽음으로 제발 끝이길 - .

 

 

 

 

 

 

" 이걸로 끝난거야 ? "

" ?! "

 

 

말도안돼. 분명히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갑주와 함께 찌그러져서 휘둘리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어떻게 . .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와 웃고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에게 치유능력이 존재 할 리가 없었다. 그럴리가 없다.

 

" 어머니가 내게 은혜를 줬어. 거룩한 . . "

 

" 치잇 . . !! "

 

 

' 파캉 ! ' 쇠가 찢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세게 때린다. 휘두른 채찍의 끝부분이, 검은 건틀릿에 닿기 무섭게 사방으로 터져 흩어졌다. 사슬의 파편들이 벽과 바로 앞 바닥에 파고들어갔다. 사슬을 끊을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리가 없다. 그녀, 오오츠키 유이가 내 사슬을 부술만한 힘을 가지고있을리가 없었다.

 

 

" 자~ 대장. 이제 다시 내 차례야. "

 

산뜻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유이가 있던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되었다.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뒤통수에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두개골이 크게 울리는 것 같은 감각때문에 시야도 흐릿해졌다.

 

뒤쪽으로 희미하게, 돌부스러기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 아핫 ☆! 나 굉장히 강해졌다구 ? 대. 장. "

 

 

복부에 다시한번 아픔이 전해져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하물며 얼굴을 덮고있는 건틀릿을 떼어내기도 버거웠다. 끝없는 바다속에 빠지는 것 처럼 몸을 허우적대는것이 고작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손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복부를 감쌌다. 속이 뒤틀린 것 같은 감각이 계속됬다. 아마도 내장이 파열되었다면, 위험했다.

 

 

" 어때 ? 예전 대련할 때와 비교하면 완전 다르지 ? "

 

 

손에서 놓친 채찍을, 흑색의 그리브에 짓밟히는걸 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밟는것에서 끝나지조차 않았다 . . 채찍이 발에 밟히자, 순간 부풀어오르는 것 처럼 보였다가, 곧이어 파열음을 내면서 터져버렸다. 몸에 닿은것을 . . 터뜨린다 ? 

 

 

" 네 능력 . . 어떻게 된 . . 커헉 ?! "

 

 

등에 강한 무게감과 충격이 동시에 전해져 목이 메였다. 아마도 반대편 발에 밟혔으리라.

 

 

" 어머니께서 나를 깨워주셨어. 그분은, 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셨지. "

 

 

아프다. 고통스럽다. 당장 일어나서 저항하고싶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고통을 감내하느라 온 몸에 스테미너를 전부 써버린 것 같이 느껴졌다. 위로 얼핏 보이는 입가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 사실은 여기 불러내서 대장을 죽여버리려고 했지만 . . 생각이 바뀌었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대장은 . . 대장은 더 대가를 치뤄야해. "

 

 

퍽! 퍽 !

 

 

" 윽 . .! 칵! 크하악 . . ! "

 

" 그래야지 . . 맞다~ 부대장도 있고 . . 그리고 그 아이가 있었지 ? 부대장 다음으로 대장이 제일 아끼는 애가 . .   "

 

" 으극 . . 설ㅁ . . 카학?! "

 

" 대장은 조금 조용히해줬으면 좋겠는걸 ? 순서를 어떻게 할지 지금 유이가 생각하고있는중인거야. "

 

 

 

 

리카와 . . 그 애 만큼은 . .  . . 안돼 . . ! 안ㄷ ──── ' 퍼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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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가사키 재단 >

 

죠가사키 미카가 용병생활을 청산하며 이후 모았던 재산으로 만든 복지재단. 대민지원을 비롯한 대체적인 분야 전반에 참여하지만, 고아들을 위한 복지가 주 사업이다. 용병생활을 하며 정말 악착같이 모았던 덕인지 그녀의 재산은 왕국 예산의 3할가량에 다다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으며 이 자금력으로 아스트라의 기술 일부를 독자적으로 수입하여 왕국 각지에 고아원을 세웠으며, 전쟁이던 그 어떤경우에서든지 생겨난 고아들을 구분없이 받아들여 보살폈다. 그러면서 악명높던 용병대장 미카의 이미지는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갔었다.

 

고아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본부로부터 봉급을 받는 직원들이며, 이는 고아들을 위한 투자라고 여기며 이사장인 미카가 봉사자 모집이 아닌 정직원 채용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채용에 관해서는 엄격하며, 아이돌이나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만을 모집했었다.

 

그렇게, 혁명 이후로 복지사업에 전념하던 중 전쟁이 벌어지면서 왕국의 동원령으로 재단의 재산이 전선지원을 위해 많이 사용되었으나, 여전히 재단은 건재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 전후복구사업에도 막대한 자금을 기여했었다.

 

하지만, 본편 시작 시점부터 각지의 고아원에서 벌어지고있는 끔찍한 사건때문에 흉흉한 분위기가 퍼져 직원들의 숫자 또한 급속도로 줄어들며, 이는 용병을 고용하는 등으로도 해결되지 못하여, 역으로 용병들조차 재단에 고용되길 거부하기 시작해 . . 사건이 끝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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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말하는거지만 사실 패션사이드 주인공은 아카네로 하려고 했습니다 . . 하지만, 유이와 아카네가 엮일만한 떡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스토리를 갈아엎어야 했죠. 그러던 중 미카가 후보에 올랐지만, 미카는 신데메이션의 영향도 있고 이미 "완성된 인물" 이라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더군요.

그러던 중에 별다른 설정을 짜놓지 않았던 리카가 떠올랐고 이거라면 되겠다 ! 했지요. 미카도 공동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고말이죠.

 

아무튼간에, 스토리 전개로 돌아와 유이는 미카를 직접 없애버리는 대신 주변의 것들을 더 철저하게 망가뜨리기로 결심하게됩니다.

 

리카와, 미라카 리카 다음으로 아끼는 어느 아이는 과연 어떻게 될것인지 . . .

 

 

 

자 ! 여러분도 이 딥다크한 세계에 참여해보세요~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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