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흑백 정원의 마술사 chapter 1 (2)

댓글: 2 / 조회: 67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0-18, 2016 13:30에 작성됨.

보통, 한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업계인들과 자주 마주치는 직업인 만큼, 좋은 인상을 주기위한 단정한 정장, 혹은 꼭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복장.  실제로 프로덕션에 새로운 프로듀서가 온다는 소식을 아이돌들이 들었을 때, 연상한 모습은 저랬을 것이다.  아이돌들이 생각한 모습을 들은 타카가키 카에데는 쓴 웃음을 지었지만, 딱히 입을 열 필요를 못 느낀 그녀의 침묵으로 인해, 사실상 새로운 프로듀서의 모습은 저렇게 고정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미지였는지는 둘째 치고, 최소한 지금 시마무라 우즈키의 눈 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과는 달랐다.

위로 치켜진 사나운 느낌의 삼백안과, 앞으로는 눈썹까지, 뒤로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헝클어진 곱슬 머리.  애석하게도 그 머리에 눈은 가려지지 않은 지라, 이미 충분히 사나우면서 음침한 느낌이었겠지만, 거기에 덤으로 입고 있는 옷은 전부 우중충하고 음침한 색상.  그나마 밝은 색상이 짙은 남색의 청바지였으니, 색상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 그가 입고 있는 자켓의 후드는 쓰지 않은 덕에, 눈가에 그림자로 인해 음침함이 배가 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충분히 수상하고, 어쩌면 무서워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히끅!”

그런 무서워 보이는 남자가 프로덕션 건물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런 상황 앞에, 우즈키의 머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해석하려 노력했다.   아니, 노력만 했다.  그 남자는 우즈키를 보자 마자, 갑자기 담뱃불을 끄고 땅에 던져 밟아버리더니, 우즈키에게 다가 왔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더니 쓰레기통도 아니고 땅에 던져 밟아버린 불량하고 무서운 남자가 다가온다.  그런 상황에 우즈키의 머리는 상황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부질 없게도,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 채 주변에 있을 친구의 이름을 외쳤다.

“린짱!!!”

“..저기?”

무슨 상황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진정시키려 팔을 뻗은 남자와, 아직도 겁먹고 몸을 움츠린 여자.  누가 봐도 오해할 상황에서 뒤에서 두개의 발 소리가 들린다.

“우즈키, 무슨 일이야!”

“시마무!”

프로듀서가 된 첫날, 그게 신입 프로듀서와, 뉴 제너레이션의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아침의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십 수분이 걸렸다.  린이라는 흑발의 소녀가 무슨 짓이냐고 프로듀서에게 따지고, 미오라는 단발머리 소녀가 우즈키를 달래는 상황에서, 상황 파악이 안된 프로듀서로서는, 다가온 상황이 황당할 뿐이었다.  그나마 우즈키 쪽이 진정하고 린을 설득했으니 망정이지, 아침부터 일어나는 재수 없는 사건의 연속으로, 프로듀서 쪽도 꼭지가 돌아갔으면 사건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것이다.  특히, 린과 프로듀서의 성격을 생각하면, 절대로 쉽게 안 끝났겠지.

“죄, 죄송해요.”

이래서 애들은 싫어.  멋대로 오해하고, 멋대로 행동한다.  속으로 푸념을 내뱉은 뒤,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세 소녀를 프로듀서는 바라봤다.  되도록이면 그냥 재수 없는 경험 취급하고 넘어가고 싶지만, 이런 장소로 온 것을 보면, 이 프로덕션의 연습생, 아니면 아이돌 밖에 없을 거다.  싫어도 앞으로 마주치게 될 사이라는 점에 있어서, 그리 좋은 첫인상은 아니었다.  프로듀서는 천천히, 세 소녀를 흩어본다.  물론 삼백안 때문에 안 그래도 나쁜 인상이 더 기분 나빠졌지만, 그녀들이 고개를 들어 자기 표정을 보기 전에, 대충 분석은 끝낼 수 있을 거다.  우즈키가 다시 그 표정을 봤다가 겁 먹는 일은 또 일어나지는 않겠지.

‘아직 세공은 덜 된 원석인가?’

나쁘지 않다.  그게 프로듀서가 처음 받은 인상이었다.  세공은 덜 되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원석.  적합한 세공 방식을 몰라서 몇 년 정도 삽질했다는 느낌을 주는 아이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오히려 괜찮다.  그건 역설적으로 기본기 만큼은 충분히 훈련했을 거라는 말이니.  다른 둘은 그보다는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았다는 느낌이었다.  대충 가늠할 수 있는 실력을 볼 때, 아직 연습생 정도로 보이지만, 자신이라면, 1년 내로, 정상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거다. 

“뭐, 오해가 풀렸으면 괜찮은 거지.  신경 쓸 필요 없어.”

일본 아이돌이라 하면 전부 수준 미만이라고 생각했던 프로듀서였지만, 이 정도 인재풀이라면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인상이 나쁘다고, 쓸 만한 원석들을 버릴 수는 없는 법이란 것이겠지.  별 일도 아닌 일에 신경 써서 괜히 나쁜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프로듀서는, 그냥 이번 일은 웃어 넘기기로 한다.  뭐, 삼백안의 음침한 남자의 웃는 표정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어색한 기류가 오간 뒤, 분위기 파악이 제일 빠른 듯한 미오의 제지로, 대강 상황은 정리되었다.  같이 프로덕션으로 들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같이 들어가 버리기엔 미오한테 미안한 느낌이었다. 어차피 지금 들어가 봤 자, 할 일도 딱히 없고 말이지.  셋에게 인사를 한 뒤, 프로덕션으로 들어가는 그녀들을 바라본다.

“쓸 만한 원석이 셋이라..”

재수 없는 줄 알았더니, 나름의 행운도 있군.  나름대로 기분이 풀렸는 지, 프로듀서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갑을 다시 자켓 안주머니에 넣는다.  어차피 금연 중이었으니, 방금 핀 한대는 그냥 변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 했다.  안주머니에서 담배 대신, 금연용 사탕을 꺼내고, 그것을 입에 문다.

 

 

 

아무리 끓는 점이 높고, 쉽게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이라도,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있는 법이다.  하물며, 제멋대로고, 성격이 더러운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금 눈 앞에 앉아 있는 사촌 동생을 보며, 그가 표정도 구기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뉴 제너레이션의 프로듀서, 이정아는 안심했다.  안 그래도 어릴 때부터 성격이 좋지 않았던 동생이, 몇 차례에 걸쳐 안 좋은 일을 겪고, 일본으로 넘어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걱정은 되었는데, 그래도 몇 년 사이에 성격이 많이 바뀐 듯 했다.

정문 앞에서 헤어진 처음보는 남자가 프로덕션까지 따라 들어왔다.  충분히 착각할 만한 상황이었고, 만약 사촌 동생이 늦길래 잡으러 나온 누나와 마주치지 않았다면, 말재주 없는 동생이 상황을 좋게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거다.  예전 같았으면 누가 말린다고 멈추기는 커녕 멱살이나 안 잡으면 다행이었는데, 그냥 웃으면서 괜찮다고 끝내는 모습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사회성이 늘은 건지, 그냥 참고있는 건지..’

오해가 풀린 뒤에 공항에서 여기로 바로 오는 바람에 제대로 씻지 못했다며 동생이 샤워실로 갔지만, 잠깐 스친 표정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확실히 짜증으로 가득한 표정.  최소한 예전에 정아가 그 표정을 봤을 때는, 이미 동생에 입에서는 욕설이 물 흐르듯 나오는 상황이었으니 화 좀 식히려 샤워실로 갔다가 씻고 돌아온 정도는 양반이지만, 왠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그래서 프로듀서?  이분이 그..”

그런 담당 프로듀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부터 소란을 일으킨 주범, 우즈키가 입을 연다.  제일 소심한 우즈키 쪽에서 입을 먼저 연건 의외라 생각될 수도 있었지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새로운 프로듀서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던 우즈키였다.  지금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새로 온 프로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런 우즈키를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던 사람들인 만큼, 살짝 놀랄지 언정, 딱히 의외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담당 프로듀서 입장에서 새로운 프로듀서를 기대하는 담당 아이돌이 좀 서운한 지 정아는 좀 쓴 웃음을 지었지만 말이다.

“그래, 이번에 새로 온 프로듀서야.”

정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장본인이 먼저 대답했다.  도대체 뭔 이야기를 했길래 날 알고 있는 거야? 라고 묻는 듯한 시선을 그는 자신의 누나에게 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쓴 웃음 뿐.  그 인간이 말했군, 재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의 삼촌의 모습은 연상 한 뒤 한숨을 내쉰 그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삼인방을 바라봤다.  

“그래서, 나에 대해 대략적으로 들었나 보지?”

“네!  그게, 3년쯤 전에 카에데씨를 스카우트 하셨다고 들었어요.”

뻣뻣한 자세로 우즈키가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최소한 방금에는 겁을 먹어서 그랬다면, 지금은 앞에 있는 사람을 만나 긴장했다는 이유인 만큼 대화는 방금보다는 통하겠지만, 너무 자신에 대해 과대 평가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타카가키 카에데의 입지가 상당히 대단하다는 것은 들었던 그지만, 겨우 스카우트 하나 했다고 이런 시선을 받자니 부담스러웠다.  아무래도 우즈키는 조금 진정 시켜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둘로 대화 상대를 옮긴다.

“다른 둘은, 나에 대해 들은 건 없어?”

“그게, 보는 눈이 상당히 좋으시다고..”

역시 미오 쪽이 제일 사교성은 좋은 지, 짧은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그와는 대조되게, 린 쪽은 아직 아침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지 당황하고 시선을 피해버렸다.  미오 쪽도 상당히 무리하고 있는 듯한데, 아무래도 이렇게 대화를 더 진행해도 딱히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을 듯했다.

‘이 이상 대화해봐야 의미는 없을 것 같고, 아무래도 좀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직접 보는 편이 낫겠네.’

뭐, 그 정도만 알았으면 굳이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말한 그는 눈을 가늘게 뜬 뒤 우즈키를 바라본다.  무언가를 원하는 눈.  불안, 기대, 그리고 다른 무언가 섞인 듯한 눈빛.  꽤나 마음에 든 눈빛인지, 살짝 미소를 짓는다.

“뭐, 그럼 누나.  삼십 분 뒤에 레슨이라고 했지?”

“따라오려고?”

“애초에 아직 할 일도 없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준은 봐 둬야 하지 않겠 어?”

한 없이 깊은 검은 빛의 눈동자.  수년간 잠들어 있었지만, 전혀 그 때와 다를 바 없는 검은 불꽃.  그 눈동자가 주는 느낌은 한 없이 오만하게,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에 놓아 선별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아 보였다.  

물론,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 눈빛을 다시 보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말이다.

 

 

 

레슨실에서 조금 떨어진 복도.  뉴 제너레이션의 레슨이 막 끝나고, 그녀들이 씻고 있는 사이, 갑자기 동생 쪽에서 누나를 불렀다.  이 정도 거리라면 그녀들에게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 지, 멈춰선 그는 자신의 누나에게 용건을 말했다.

“..넘겨.”

“뭐?”

그래, 그 지랄맞은 성격이 변할 리 없지.  한 없이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인 그 성격.  자신의 사촌 동생에 대한 평가가 맞는 지 의심 갈 만큼 가차없고 부정적인 평가였지만, 어찌되었든 그 좋지 않은 성격을 정면에서 상대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족이란 이유로 좋은 평가를 내려주고 싶지는 않은 듯했다.

거기다 정아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나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던 동생이, 레슨이 끝나고 잠깐 대화하는 동안 기분이 급격히 변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카에데에게 끌려가 마시고도 싶지 않은 술을 마시는게 일상인 그녀였지만, 오늘이라면 이 동생 덕분에 오히려 자신이 카에데를 끌고 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귀 먹었어?  저 셋, 나한테 넘기라고.”

“뭐가 문제인데?”

누나에게 대하는 태도 이전에, 예의 따위는 옛적에 던져버렸 단 태도에, 그녀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뉴 제너레이션?  참나, 신세대 좋아하네.  이래가지고는 쓰레기지.”

아마 상대가 그의 성격에 적응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미 싸움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 급격히 가라앉았다.  오히려 그가 지금까지 얌전했던 게 이상했던 거였다.  그렇게 생각 할 수 있기에, 언성이 높아졌을 지라도 대화는 이어져갔다.

“네 기준에 모든 것을 놓지 마.  저 아이들도 노력하고 있어.  충분히 더 발전 할 수..”

“발전을 틀어막고 있는 게 누구인데!”

방금까지는 그저 오만한 제안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분노에 가까웠다. 

“저 상태에서 데뷔를 시켜?  연습생인 줄 알았는데, 미쳤어?  저 정도의 원석들을?  한 번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줄 몰라?  빌어먹을, 8개월이면 충분 할 줄 알았는데, 1년은 걸리겠군.”

속사포로 질문들을 쏟아 부은 그는, 대답을 들을 마음도 없다는 듯이,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네가 원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나라고 아이돌을 안 키워본 줄 알아?  카에데를 찾은 건 너일지 몰라도, 그녀를 키운 건 나라고!  뉴 제너레이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까 내보낸거고!”

“지랄 하지마!  애초에 타카가키씨는 괴물이니까 누나 밑에서도 그 정도 까지 올라가는 게 가능했다고!  빌어먹을 정도로 수준 낮은 판에서 노니까, 그 정도면 내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세공도 안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쓰레기장에 던져 놓고, 옆에 것들보다는 괜찮으니 잘한 것처럼 느껴져?”

서로 이 이상 말해봐야 평행선일 것을 느꼈는 지, 둘 사이에서는 딱히 그 이상의 말은 오가지 않은 채, 서로를 노려 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몇 초, 상대가 넘겨줄 마음이 없다는 걸 확인한 그는, 고개를 돌리고 출구 쪽으로 향한다.

“..원석이 셋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까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

“넘길 맘 없으면, 아이돌 놀이 잘 해봐.”

 

----------------------------------------------------------------------------------------------------------------------------

다음 화에 더 자세히 들어나겠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두 P의 지향점의 차이가 대충 들어났네요.

한국돌vs일본돌 같은 것은 착각입니다(..)  일단은 누나 쪽이 전형적인 P에 가깝다면, 주인공 쪽은 네?  전형적인 P?  그거 씹어먹는 건가요 수준(..)

앞으로 뉴제네도 자주 등장하긴 할겁니다. 

 

여튼 이제 뛰쳐나간 주인공이 길거리 캐스팅을 시전할 때가 왔네요.  다음화에 카렌 등장합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