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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바람 속을 걷는 프로듀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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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16 01:25에 작성됨.

 

=====

 한가로운 오후 시간. 치히로는 초조하게 어쩔 줄 몰라하며 초조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사무실의 벽시계는 1시를 가리키기 몇 분 전이었다. 그때 거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 발걸음 소리를 듣고 치히로가 사무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문이 쾅 하고 요란하게 열리며 타케우치가 다급하게 들이닥쳤다.

 

치히로          프로듀서님, 늦으셨어요!

 

 타케우치의 눈은 사무실 테이블로 향했다. 거기엔 아직 치우지 않은, 누군가가 마시다 만 찻잔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타케우치        치히로 씨, 그 분은?

치히로           좀 전에 카페로 가셨어요. 빨리 그 쪽으로…!

타케우치        감사합니다. 잠깐 아이돌 분들의 일정 체크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오              이욧! 안녕 프로듀…? 으앗!

타케우치        죄송합니다. 혼다 양.

 

 급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타케우치는 미오와 부딪힐 뻔 했다. 미오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기색이 아직도 역력한 치히로의 표정을 살피고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눈치챘다.

 

미오                음~ 이 미오쨩의 레이더가 경고음을 울리려고 하는데? 무슨 일이에요?

치히로             아… 일과 관련해서 엄청 중요하신 분이랍니다. 미오 쨩, 오늘 오프인데 어쩐 일이에요?

미오                아아!! 옷이랑 가방이랑 놓고 나와서.. 헤헷. 그럼 이만~!

 

 어제 놓고 나왔던 자신의 짐을 잽싸게 챙기고는 타케우치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미오의 얼굴엔 장난기가 한껏 가득했다. 

 

===

 타케우치의 걸음은 성큼성큼, 그러면서도 빨랐다.

 잡지사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잘 풀리는 것 까진 좋았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몰두해버린 나머지 이후의 일정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다시 없을 기회니까 잘 부탁하네]

 이마니시 부장으로부터 온, 재차 당부하는 문자가 아니었으면 까맣게 잊어버릴 뻔했다. 부랴부랴 미팅을 정리하고 346 프로덕션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아슬아슬한 시각. 이미 약속시간인 정각을 지나긴 했지만 상대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라 아직은 기회가 있었다.

 회사 내의 카페로 향하면서 복도 여기저기서 프로듀서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들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일 만큼은 조용히 진행하고 싶은 타케우치였지만 그러기엔 보는 눈도 많아 숨기기도 어렵고 저렇게 주변에서 수근 거릴 수 밖에 없는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

 

타케우치        아…

 

 큰일이었다. 카페엔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 거리던 타케우치는 서빙을 하던 중인 아베 나나를 불러세웠다.

 

타케우치        아, 안녕하십니까 아베 씨. 혹시 그…

나나              아... 네! 발코니 쪽으로 가셨어요! 프로듀서 님, 그 분 혹시...

타케우치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타케우치는 바로 카페를 나가버렸다.

 열심히 그 뒤를 미행해 온 미오는 나나의 어깨를 톡 하고 건드렸다.

 

나나                꺄핫!!! …아, 미오 쨩.

미오                우사밍~ 무슨 일이길래 프로듀서가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나나                그게 말이에요! 떴어요 떴어! 아와와와- 뭐라고 하지 그... 아우우…

미오                흐응~~ 뭔가 아는 듯한 모양인데 이 명탐정 미오 님에게 감추지 말고 다 털어놔 보시라!

나나                뭐랄까 하우우… 그래요, 전설이에요 전설!

미오                오호? 그럼 누구지? 카에데 씨를 능가하는 전설의 아이돌 그런 건가!?

나나                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미오 쨩?

 

 신나서 카페를 뛰쳐나가는 미오. 나나는 뭔가 부가설명을 해보려 했지만 워낙 빠르게 사라져버린 탓에 그러지도 못하고 한숨만 푹 내쉬었다.

 

[미안, 잠깐 안부 좀 물어보러 간다.]

 

 카페 바로 근처의, 정원이 위치한 발코니. 타케우치는 대리석 벤치에서 자신에게 남긴 듯한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타케우치        하아…

 

 건너편 수풀을 방패삼아 몸을 숨긴 미오는 뭔가 쪽지를 보더니 한숨을 쉬는 타케우치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미오                이런- 시부린이 알면 큰일 나겠는 걸?

나나                큰일이요?

미오                히익!

나나                이런데 숨어서 뭐하고 있는 거에요?

미오                조… 조용히 좀 해 우사밍! 명탐정 미오 님의 수사활동이란 말이야. ...어? 사라졌다.

 

===

 

-시부야 린의 꽃집-

 

린                으응? 어쩐 일이야 프로듀서?

 

 오프날이었지만 부모의 꽃집 일을 돕고 있던 린 앞에 타케우치를 보고 물었다. 워낙 급하게 뛰어왔는지 이마엔 땀방울이 가득 맺힌 걸 보고는 목에 걸치고 있던 수건을 건네줬다.

 

린                여기, 땀부터 닦아.

타케우치        감사합니다.

 

 타케우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땀을 닦아냈다.

 

타케우치        수선화 한 다발 부탁드립니다.

린                수선화? 잠깐 기다려봐.

 

 린은 가게 한쪽에 있는 수선화를 꺼내 능숙한 솜씨로 꽃다발을 하나 만들어냈다.

 

린                여기있어. 신기하네, 좀 전에도 수선화를 사간 사람이 있었거든.

                   요즘 잘 팔리진 않았지만.

타케우치        그렇습니까…

 

 타케우치가 꽃값을 계산하고 나서려는 찰나 린이 불렀다.

 

린                프로듀서.

타케우치        네?

린                가져갈 거야?

타케우치        네? 뭐를…

린                수건.

타케우치        아, 죄송합니다. 워낙 경황이 없어서 깜빡할 뻔했군요.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린                괜찮아. 나야말로 뭐 소득이 있으니까.

타케우치        무슨 말씀인지?

린                아, 아냐! 잘 가.

타케우치        그럼 이만.

 

 타케우치가 자리를 떠나자 린은 그에게서 돌려받은 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고 그 수건을 얼굴에 갖다 대려는 찰나

 

미오             시부린!

린                우왓!

 

 엄청난 리액션으로 화들짝 놀라는 린. 그녀의 옆엔 어느샌가 나타난 미오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린                미...미오! 나 나나 난 아직 아무것도…!

미오             지금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 프로듀서 방금 꽃 사간 거야?

린                으, 응...

미오             오호! 그렇구나. 알았어.

 

 타케우치가 사라진 방향으로 미오가 뛰어가려고 했으나 이내 린이 어깨를 확 잡아챘다.

 

린                무슨 일이야?

미오             어? 아… 아무 것도 아냐.

린                무슨 일인데?

미오             아, 아무 것도 아니라구!

린                지금 뭐 숨기는 거 있지?

미오             아냐! 숨기는 거라니? 좀 전에 그 수건을 킁킁거리려고 했던 시부린이야말로…

린                무.슨.일.인.데?

미오             히익! 알았어 말할게 말할게!

 

 미오는 순간 싸늘하게 변한 린의 눈빛을 보고는 잔뜩 겁을 먹고는 지금 자신이 추측하고 있는 걸 모조리 말해주었다.

 요약하자면,

  1. 프로덕션에 누군가 찾아왔다.
  2. 프로듀서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급하게 달려왔다.
  3. 아베 나나로부터 전설이라는 말을 들었다.
  4. 꽃을 사갔다. 분명 전해주려는 거겠지.
  5. 상황을 종합해 보면 아마 전설로 불리던 아이돌 일지도?

 

린                흐응~ 뭐 그렇게 볼 수 있겠네.

미오              그… 그렇겠네. 헤헷.

 

 미오는 너무 많은 걸 불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시부린이 푸른 기운을 뿜어대고 있으니까.

 

린                고마워. 나도 같이 따라가봐도 되겠지?

미오             아냐~~!! 이 명탐정 미오 님께 맡겨 두시라구.

린                아니, 나도 궁금해졌는 걸?

미오             그냥 추측이라고 추측!

린                나도 그 사람이 누군지 한 번 봐야겠어. 안.내.해.

미오             아! 알았다구. 그럼 시부린 조수는 조용히 날 따라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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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기간 눈팅만 하다가 뭔가 팅 하고 와버려서 창작 글판에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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