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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정원의 마술사 chapter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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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7, 2016 16:35에 작성됨.

신데렐라,

그 귀에는 눈을 뜨게 할 마법의 속삭임을,

사랑을 말할 그 입가에는 달콤한 거짓을,

난 그대의 비어 버린 심장을 다시 채울 아름다운 환상과,

그대를 무대로 이끌 호박마차를 준비하고,

마법을 완성시킬 유리구두를 그대에게 바친다.

 

신데렐라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마법을,

그리고, 멈춰버린 나의 시계 바늘만이 외로이.

 

원하던 끝은 이게 아니었을 지 모른다.

 

기억을 도려낸다. 추억을 덮어씌운다. 그리고, 꿈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내 시계 바늘은 멈춰버렸다.

 

“미안해.”

동정과 연민이 내 톱니바퀴를 옭아맸었고,

“하지만, 다음에 라도..”

“아니, 사과할 필요 없어.”

녹 슬은 태엽은 스스로 부서트렸다.

“다음은 없을 테니까.”

그게, 올바른 선택이었으니까.

 

당황했는지 다급하게 어떤 말이라도 하려는 그들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한 때 내가 원했던 열기로부터, 등을 돌린다. 내게 내민 손까지 뿌리치고, 더 이상 닿지 못할 높이에서 고개를 돌린다.

저건 이제 내게 있어서 독이다. 이 거리에서는 아직 그저 열기일지 모르지만, 더 다가가면 날 태워버릴 불꽃. 더 이상 다가가면 그 때는 화상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내게는 이제 저 불꽃에 다가갈 마법 따위는 없다.

출구가 가까워지는지, 차가운 겨울 바람이 뺨에 스친다. 정말로 나를 지탱하던 열기가 사라졌다는 실감이 피부에 닿는다. 어쩌면, 마지막 미련으로 뒤를 돌아보는 것은 허락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도려낸다. 추억을 덮어씌운다. 꿈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후회를 남긴다.

 

“너희라면, 나 없이도 괜찮아.”

잠시 멈춰서, 날 따라오는 그들에게 말함으로 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마지막 미련이, 더 이상 서로를 옭아매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뇐다.

그 말을 마치고,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는지, 그들이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손잡이에서 냉기가 느껴진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손잡이를 아래로 내린다.

내가 있어야할 곳은 이 밖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 나간다.

 

외투를 입었음에도, 냉기는 마치 나를 환영하듯, 온 몸을 파고든다. 겨울의 품 안에서 야, 날 옭아맸던 열기에서 벗어났다는 왜인 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으니, 고개 정도는 돌려도 된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인가? 한 차례 작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살짝 돌린다.

“잘 있어.”

나를 믿어준 친구들에게, 나의 옛 꿈에게 전하는 작별인사.

 

“..춥네.”

20살의 겨울, 내 시계 바늘은 멈춰버렸다.

 

 

시간은 흐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추억은 그 자리에 영원히 남아, 마음 속을 맴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때를 회상하며, 사람은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

추억에 붙들려 있는 삶은, 후회를 반복 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후회를 멈추지 못한다.

 미련 만으로 가득한 부질 없는 삶이라도, 바꿀 수 없을 지라도,

난 이자리에서 추억과 함께 맴돌고 싶다.

공허하기 보다는, 차라리  추억 속에서 미쳐 있고 싶다.

 

나의 신데렐라,

그게 내가 네 옆에 있을 수 없는 이유야.

 

 

사람의 마음은 추억 속에 가둬질 지라도, 시간은 가둬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년이 흐르고, 내 삶의 모든 것인 것 같았던 그 과거는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법이다.  비록 불합리했을 지라도, 현실은 그런 사정을 하나하나 반영하지 않는다.  뒤 돌아 봤을 때, 이미 내가 있던 자리는 너무 멀어졌고, 또 내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합리했던 만큼, 후회는 차고 넘쳤다.

“재미 없는 농담이네요.”

“내가 지금 농담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만 몇 년을 이렇게 살다 보니, 문득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을 지 모른다 생각했다.  조금 더 멀리 돌아갈 지라도, 조금은 다르게 다시 만날지라도.  어차피 불가능한 방향을 백날 바라보고 있어봐야,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불합리한 현실 앞에 서 체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쩐지 점차 이런 결과가 납득이 되었다.  언젠가, 누군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걷게 되는 그런 길.  언젠가는 자신 또한 예외였을 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소한 남들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내게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은 내게 도움이 되었을 지 언정, 내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한 번 넘어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다른 길을 걷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누군가와 비교하면, 내 삶은 나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조금은 불만족스러울지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방향. 

그런 만큼 이런 길도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선택은 과거에 얽매여 미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

“다시 기회를 주겠다고 불렀으면서, 그딴 제안이나 하면 퍽이나 먹히겠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도 자원 봉사는 아니어서 말이지.”

그렇지만 이기적이고 싶었다.  한번쯤은 다시 바보가 되어보고 싶었다.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한번 미쳐볼 자신은 있었다.  그렇기에 눈 앞의 미소가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단물이 죄다 빨린 호구 더 빨아먹어 보겠다는 그런 미소. 사업가에 대한 편견일지 모르지만, 그걸 감안해도 역시 마음에 안 든다. 

“그렇지만 나쁜 조건은 아닐 텐데?  지금의 너가 가진 리스크는 너무 커.  겨우 이정도 조건으로 리스크를 감수한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조건도 안 받아줄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거절한다면요?”

“거절할 수 있겠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방금이 상대를 공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조금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애송이를 바라본다는 느낌.  애초에 나이 차와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쪽이 더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

“겨우 예전에 실패했던 목표 하나를 위해, 외국까지 온 네가?”

“…!”

“여기에 왔다는 것 자체가, 포기할 수 없다는 거 아니야?”

살짝 입술을 깨문다.  이미 기회를 잡기 위해 일본까지 왔을 때부터, 이 인간의 제안은 거절이 불가능 했던 거다.  아마 표정 관리도 안되고 있을 거다.  이미 입술을 깨물고 이를 갈고 있는게 느껴지고, 눈빛도 떨리고 있겠지.  완전히 읽히고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다는 거다.

“아주 삼촌이라는 인간이 조카 인생 가지고 놀고 잘하는 짓입니다.”

사소한 반항.  이런 한마디라도 안하면 열불이 나 죽을 거 같다.  빈정대는 말투일지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마자, 저 막장 삼촌은 조카를 이겼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배알 꼴리는 미소를 짓는다.  손에 들고 있는 서류 몇 장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는 건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예의는 아닐 거다.  앞으로는 상사일 텐데 말이지.

“뭐, 조금 돌아가지만, 어차피 원래 돌아가야 했으니, 잠깐 빡 세게 하고 끝낸다 생각해. 이제 겨우 22살인데, 이 정도면 돌아갈 만 하지 않겠 어?”

“네, 네.  알겠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어차피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뒷이야기는 내 정신을 살살 갉을 이야기 뿐이겠지.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게 놔두기는 배알이 꼴린다.  읽어봐야 할 서류만 집어 든 뒤, 의자에서 일어난다.

대충 내 기분을 이해했는지 쓴 웃음을 짓고서 가라고 손짓하는 삼촌을 뒤로 하고, 사장실 밖으로 나간다.

 

“아이돌 프로듀싱이라..”

자켓의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낸다.  몇 달을 끊었던 담배인데, 이제 다시 피게 생겼군.  하필 미성년자가 넘치는 아이돌 프로덕션인만큼 흡연실을 기대하기도 힘든데, 꽤나 고생 좀 하겠다. 

“애 보는 것은 질색인데 말이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분명, 공허했던 마음 속이 채워 지기 시작해야 할 기회일 텐데, 마치 담배 연기가 폐를 감싸듯, 그 느낌이 달갑지 만은 않았다.

 

꽤나 재미있지 않아?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마술사는 모든 사건을 해결해주지만

정작 얻은 것이 없어.

모두가 행복해야 할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의 끝에서,

마술사의 행복은 뭐 였을 거라 생각해?

 

꿈을 꿔야 하는 것은 신데렐라.  마술사가 아니야.

꿈을 가진다면, 너는 더 이상 마술사일 수 없지.

그러면, 너는 이 이야기에서 무슨 역할을 가지지?

마술사가 아닌 채로, 이 이야기에 개입하면, 더 이상 이 이야기는 신데렐라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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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 정리 후 리메이크 시작!

반쯤 기존거 복붙이긴한데, 어차피 첫화니까요!  달라진게 별로 없죠 뭐!

담당 아이돌들은 선별 끝에 카렌, 카나데, 미호, 안즈, 마유, 아냐, 주니, 아스카로 결정하긴 했습니다.

근데 얘네 다 언제 등장시키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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