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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출장편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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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6, 2016 21:43에 작성됨.

달이 밤의 중심을 고즈넉하게 차지하고서 달빛은 은은하게 시나브로 흘리고 있었다. 달빛을 받은 바람이 푸른 정원을 사뿐사뿐 걸어다니었고 그에 맞추어 풀잎이 흔들렸다. 이윽고 방 안으로 들어온 바람은 히이라기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그 귀에 풀벌레의 소리를 두고서 사라졌다.

 

히이라기는 창문을 열고 코바야카와 성의 마지막 밤을 즐기고 있었다. 창문이라기보다 벽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거대한 문을 밀어내자 밤하늘의 보름달을 중심으로 달빛 아래서 조화롭게 펼쳐진 정원의 고요한 한때가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간 제빵에 바빠 즐기지 못했던 성의 경치를 간만에 즐기고 싶었기에 히이라기는 홀로 앉아있었다.

 

테이블에 박하차를 조금 담아낸 찻잔과 머핀을 두고서 경치를 즐겼다. 첫날 누군가에게 시식을 부탁받았던 머핀이었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자하려면 고즈넉한 달빛의 밤이 가장 좋았다. 낮은 요란하고 시끄러워 집중할 수가 없다.

 

고요하면서도 가슴이 안정되는 달빛의 밤이 가장 좋았다.

 

히이라기의 손끝에서 위태롭게 바스러지듯이 머핀이 박살나면서 떨어져나갔다. 손끝에서 묘하게 끈기가 느껴졌다. 입안에서는 머핀의 거친 표면이 격하게 느껴졌다. 겉표면에서 옅은 가죽느낌을 받고서 이내 단 맛이 느껴졌다. 초콜릿머핀이니 초콜릿 맛이다. 입 안에 별로 많이 넣은 것 같지도 않건만, 머핀의 뻑뻑함이 주는 무게감이 한 가득 느껴졌다. 밀가루 반죽을 한껏 입에 욱여넣은 기분이었다. 화과자 하나를 통째로 넣어도 이것보다는 기쁘리라. 어찌되었건 씹어씹어 보았으나 영 감흥이 없다. 곰곰히 씹어보자 단 맛 뿐이다. 그 사이로 초콜릿들이 우득-하고 조금 다른 식감이 가끔 느껴졌다. 그러나 그뿐, 밀가루에 한껏 끼얹은 코코아향과 초콜릿의 무식한 단맛이 입안에서 끝도없이 느껴질 뿐, 빵에서 느낄 만한 것은 없었고 씹히면서 우러나올 무언가도 없었다. 이빨에 눌리고 침에 섞여 그나마 부드러운 덩어리들이 되었을 때, 목을 움직여 뒤로 넘겼다. 목근육이 위에서 아래로 크게 요동치고 목입구에서는 아직도 남아있던 머핀의 거친 촉감이 느껴졌다.

 

입 안에서는 아직도 진한 단 맛과 머핀의 부스러기들이 돌아다니며 약간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차를 들어 곱게 입안으로 넣었다. 소나무 숲 한 가운데 내던져진 것 같은 상쾌한 향이 코를 열어 머리를 깨웠다.

 

뜨뜻한 온기 속에서 한 줄기 반가운 상쾌함이 느껴졌다. 입 안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있던 머핀의 흔적들이 씻겨져 나간다.

 

몇 번을 마시자, 이내 입 안에는 한여름 중의 바람과도 같은 향이 가득해졌다.

 

차와 마시니 나쁘지 않았다라는 말을 내일 전하자고 생각하고서 히이라기는 머핀을 한 쪽으로 살며시 밀어 치워내고는 경치를 즐겼다.

 

자칫 차가울지도 모를 밤의 공기는 손에 쥐어진 한 잔의 차에 밀려 사라졌다.

 

고요하다.

 

풍성하게 들린다.

 

모두가 잠들고 인적없는 밤 중에서 들린다.
바람이 풀잎들을 훝으며 스치는 소리, 풀잎들이 흔들리며 서로 부딪치는 소리, 조그맣게 자신을 알리는 풀벌레의 소리. 낮에는 사람 소리에 파묻혀 들릴 일 없는 사소한 소리들이 밤에는 들린다.

 

히이라기는 이런 밤이 좋았다. 이런 조화로운 소리로 가득한 고요한 밤이 좋았다. 밤을 이루는 모든 것들은 제 분수를 알고 조화를 알기에 좋았다.

 

달빛은 밤의 어둠을 해하지않고 어둠은 달빛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대지에서 들리는 소리도 밤이 가지는 고요함을 해하지않는다. 사람의 손을 타지않은 자연의 순수한 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들이 침묵하여 만드는 고요함은 마치 팽팽하게 늘어나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실을 연상케한다. 제 숨소리마저도 이 침묵을 깨는 무언가는 아닌가하는 불안이 엄습하고 이 침묵이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하다.

 

그러나 밤은 그렇지 않다. 마치 넓은 비단이 허공에 여유롭게 펼쳐진 듯하다. 밤 중에 소리나는 것들은 그 비단에 올려진 조각들과 같다. 조각이 작고 가벼우면 다른 조각에게도 자리가 있을 것이고 비단이 꺼져 무너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조각이라도 욕심을 부린다면 비단은 무너지고 그 위 조각도 어지러이 날아다니겠지.

 

그런 걸 마음에 품고있는 히이라기는 밤의 조화를 흐트리지 않기위해 휠체어에 앉아 조용히 차를 비워가며 아무말없이 밤을 즐겼다.

 

차를 두세잔을 비워가는 즈음, 히이라기의 뒤편에서 나무바닥이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아니 주무십니까?”

 

히이라기가 뒤를 돌아 자신을 찾아온 사에에게 되물었다.

 

“가슴에 들어앉은 것이 너무나 무거워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

 

히이라기는 휠체어를 돌리고서는 의자를 하나 옆에 두었다.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히이라기님이기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사에는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달빛을 받는 모양새였다. 사에는 머핀을 발견하고 손가락을 조금스레 내밀었다.

 

“드시지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에는 잠시후 히이라기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입으로 깨닫고 머핀을 밀어두었다.

 

“저도 한 잔 받을 수 있습니까?”

 

히이라기는 박하차를 사에에게 한 잔 건내었다. 입안을 가득차우고 가슴으로 들어가는 상쾌함과 온기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몇 번이나 다시금 새기고 사에는 결연한 얼굴로 물었다.

 

“히이라기 님, 결혼하십니까?”

 

“큽-!”

 

히이라기는 한 손으로 차을 막 머금었던 입을 막았다. 히이라기는 필사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삼키고는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가 나눈 사담이 성을 시끄럽게 했습니까....사죄드리겠습니다. 장인이 제 실력을 장난스럽게 칭찬하는 말일 뿐입니다.”

 

“정말이십니까?”

 

“예”

 

결연한 얼굴로 물었던 사에는 지금은 연한 복숭아빛을 얼굴에 띄우고 미소를 지으며 연신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사에는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달을 쳐다보았다.

 

“방금전까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달이....지금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십니까.”

 

“제가 어릴 적에는 눈물로 흐려져 일그러져 보였습니다.”

 

사에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어딘가 더 먼곳을 응시하는 눈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 담장들, 그리고 문. 이 성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제게는 참으로 높고 두터웠습니다. 그래서 이 안에만 갇혀있었지요. 갇혀서 울기만 했습니다. 저너머를 동경하고 소망하면서...”

 

사에는 뒤를 돌아 히이라기를 바라보았다. 달빛을 받아 그 미소가 한결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히이라기님 이곳이 어딘줄 아십니까?”

 

대답을 못하고 갸웃거리는 히이라기에게 사에는 대답했다.

 

“히이라기님이 울던 저를 달래주신 곳입니다.”

 

‘그곳이 방이었던가?’

 

히이라기가 자신의 기억과 많이 다른 경치에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사에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날도 할아버님께 맞고서 울던 저를 달래주셨고 제가 저 너머로 나갈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지금도 그 기억을 그려보며 힘든 것을 이겨내고 때때로는 이곳에 와 그 날의 추억을 지하게 그려봅니다. 시간이 멈춘 듯, 히이라기님과 함께 봤던 그 경치를 간직하고 있는 이 방에서...”

 

사에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헌데, 최근들어서는 그조차도 힘이 되지않습니다. 오히려 절 괴롭게합니다. 히이라기님은 분명 제 앞에 보이는데, 그렇게 가까운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히이라기님을 멀리서 바라보며 추억을 그리는 것 뿐 입니다.”

 

사에의 눈에 물기가 차오르다가 울컥-하고 넘치려고하고 있었다. 히이라기는 조금 다가가 사에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내지른 사에의 외침에 움찔하며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왜-! 도대체 왜! 저는 그토록 선명하게 보이는 히이라기님을 앞에 두고 이렇게 있어야할까요. 그 날, 단 하루에서 단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날이 추억이 선명하기만 합니다. 당장이라고 눈 앞에 실재하는 것 같은데도, 손을 뻗으면 스치는 것은 허공뿐입니다. 아니라고 착각이라고 되뇌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추억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괴롭습니다. 한숨이 몇 번이고 나오다가 가슴 속에서 열이 치밀어오릅니다. 울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이 방에서 생각했는지 아십니까. 히이라기님이 속삭이던 그날 밤을, 그리고 이렇게 자란 저에게 다시 속삭여주는 날을. 어느쪽이든 너무나도 생생하고 사실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몰아닥치는 공허함이 그만큼 절 괴롭히고 쓸쓸하게 합니다.”

 

사에의 눈에서 눈물이 달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올랐다. 사에는 그런 눈물은 신경쓰지도 않고 붉게 달아오른 눈시울과 입술로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 가문에서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오직 히이라기 님만이 절 봐주시고 제 꿈을 응원해주셨습니다. 오직 히이라기 님 뿐입니다.”

 

달이 아름답게 밤하늘에 떠오른 날 사에는 히이라기를 앞에 두고 입을 열었다.

 

“저, 코바야카와 사에는 오오하라 히이라기를 연모하고있습니다.”

 

오오하라 베이커리 출장편 완결

 

========

 

오오하라 베이커리가 완결이 아닙니다!!!

 

오늘은 위꼴이 아닐 듯

 

이 놈의 머핀은 파는 곳이 없네요.

 

아메리칸 머핀과 컵케이크?

 

둘은 생김새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빵입니다.

 

1. 용도가 다릅니다.
아메리카 머핀은 아침식사용 빵입니다. 그러나 컵케이크는 디저트입니다.

 

2. ‘재료’가 다릅니다.

컵케이크는 중력분 또는 그 이상이지만, 머핀은 박력분을 사용합니다. 컵케이크는 위에 여러 토핑을 올리지요 ‘레드 벨벳 케이크’라고 해서 거기에 들어가는 붉은 가루 등 케이크의 기법이 컵케이크에 많이 적용됩니다. 머핀은 그냥 빵입니다. 아침식사용이라 팍팍하고 달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름 떡칠을 해서 카스테라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밀가루는 빵의 쫄깃함을 가르는 글루텐 함량을 기준으로 구분을 합니다. 크게 가르면

 

강력분: 약 12~14% 제빵용
중력분: 약 10% 국수, 면, 만두피 등
박력분: 약 8~10% 케이크 및 쿠키 등 제과용
(준강력분을 따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제과제빵 전문글도 아니고...내부 단백질의 질로 등급을 가릅니다. 회분량에 따라 가르지요.)

 

밀가루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쿡*가대표’ 9화에서 엿볼수있습니다. 중력분으로 알고 만두피를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강력분이어서 밀대로 밀어도 도무지 펴지지않고 오므라드는 모습이 나옵니다. 만들고나서 식감은 딱딱하다고 했지요. 근데 이거 육안으로도 촉감으로도 구별 못 합니다....

 

참고로 국내산을 밀은 제빵에 적합하지않다고 합니다. 태생적으로 수분이 많고 찰지기 때문인데 빵을 만들면 식빵 등에서 나타나는 구멍과 결대로 찢기는 모습이 아니라 떡이 나온다고 합니다. 내부 기공도 떡 뺨치는 희미함과 밀집도.... 수제비에는 적합하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머핀?

 

‘행복의 나라’가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파는 ‘맥머핀’에 사용하는 빵. 요즘은 브런치로 자주 보이기도 하는 그 빵도 ‘머핀’입니다. 잉글리시 머핀이지요. 베이글, 식빵, 바게트처럼 다른 재료와 조합을 이루어먹는 빵입니다. 제작 난이도도 비교적 낮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비스킷’이라고도 명명한답니다. 저희들이 흔히 생각하는 작고 딱딱하고 달콤한 과자인 ‘비스킷’은 영국의 것이고 ‘스콘(K*C의 비스킷)’, ‘잉글리시 머핀’등을 미국에서 ‘비스킷’이라고 합니다. ‘스콘(K*C의 비스킷)’은 진짜 ‘스콘’과 조오금 다르지만.. 어차피 한국과 일본에서 본토 빵 찾기는 단챠로 쓰알 뽑기입니다.

 

 

좌측이 아메리칸 비스킷(빵)/우측이 잉글리쉬 비스킷출처

 

 

잉글리쉬 머핀

 

두 머핀사진의 출처

 

아메리칸 머핀

 

 

컵케이크 출처

 

 

진짜 아메리칸 머핀은 코스*코에서 팝니다.

 

아무튼 독자 분들이 무엇을 기대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아메리카 머핀으로 상정하고 썼습니다. 그리고 머핀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파*바게트’와 ‘퍼킨도너츠’는 그냥 이름만 비슷한 디저트용 과저 파는 뎁니다.

 

아, 돌아다니다가 머랭을 구워서 파는 곳을 봤습니다. 머랭을 이용한 빵은 봤지만 머랭을 그대로 구워서 파는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능 치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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