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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무도회(武道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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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4, 2016 22:56에 작성됨.

프로듀서로부터 명함을 받았던 시부야 린. 그녀가, 346 프로덕션의 앞에 우뚝 섰다.

 

"여기가 346 프로덕션."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장소.

 

그녀는 단순히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 최강의 숙녀를 추구하는『아이돌』이 되는 거다.

 

본관에 들어가자 안내인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출입증을 건네 준다. 자신을 알고 있는 건 아마도 프로듀서가 말했던 것이라 생각하며 신관으로 걸어들어가는 린.

 

만나기로 약속한 상층에 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그 엘리베이터의 앞에는 자신 말고도 두 명의 소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오, 너도 처음 보는 얼굴인데, 혹시 우리들과 같은 신참이려나?"

 

부드러운 분위기의 꽃 같은 장발 소녀와 활발한 분위기의 단발 소녀가 먼저 인사를 해오자 린도 적당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사를 받아준다.

 

"신참이라는 건, 프로듀서로부터 스카우트를 받았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응? 그거 외에 다른 게 있나? 그러고보니 자기 소개가 늦었네! 나는 혼다 미오! 잘 부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혼다 미오.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은지라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는 시부야 린.

 

딱히 외톨이인 건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사람들이 먼저 호의를 품고 다가오고는 하지만 시부야 린은 기본적으로 사교성이 넘치는 성격이 아니다.

 

"시부야 린. 잘 부탁해."
"아, 시부야 씨로군요! 그 이름, 저도 들어본 적 있어요!"

 

장발 소녀가 린의 이름을 들어보았다고 말하며 인사를 해 온다.

 

"시마무라 우즈키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시부야 씨!"
"...아, 그래."
"그리고 저기...기왕이면, 이름으로 불러도 될까요?"
"뭣...?"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이름으로 부르는 건 린에게 있어 제법 허들이 높은 것이었다.

 

"오우, 그러면 나는 미오짱이라고 불러도 된다구, 시마무."
"시마무는 제 별명인가요? 미오짱, 센스가 있으시네요."
"하하하핫! 그런 이야기 많이 듣고는 하지! 시부린도 시부린이라는 걸로, 괜찮지?"
"어? 아, 응."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버리고 만 린.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지 못 하다.

 

'이 녀석들...나하고는 사는 세계가 다른 건가.'

 

그녀는『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자신과 달리 보통의 '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소녀들인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린의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찌릿찌릿한 투기(鬪氣)를 감지할 수 없다. 딱히 원해서 그런 기세를 발산하는 건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지만, 그녀만큼이나 호승심이 있고 싸움에 관련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녀에게 다가와 결투를 벌이고는 한다.

 

그러게 먼저 덤벼들어온 사람들과 싸우고 이겨가면서, 어느새인가 린에게는 푸른 투견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우즈키, 라고 불러도 되겠지?"
"네!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주세요!"

 

방긋 미소짓는 우즈키. 그 밝은 미소는 마치 독처럼 린의 마음을 좀 먹어 간다.

 

'귀엽다. 역시 아이돌이라는 건 이런 이미...아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정신을 다잡고서, 린은 묻는다.

 

"내 이름을 들어보았다는 건...역시『그 쪽』에 관계된 이름을 들은 거겠지?"

"예, 뭐...그런 셈이죠..."

 

살짝 말끝을 흐리는 린. 이상한 반응도 아니다. 싸움꾼과 일반인은 보통 부딪힐 만한 일이 없으니까. 소가 닭 보듯 하는 관계라고 할까. 이렇게까지 가까이 하게 되면, 두려움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일방적으로 두려움을 사, 거리를 두는 것도 제법 신경을 건드리는 일이기에 린은 오해를 정정해 두기로 결정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그렇게 과격한 사람이 아니야. 그 소문과 관련된 것들은 어디까지나 그쪽에서 먼저 다가온 거지. 물론...그걸 거부하지 못 하는 성향이, 나에게 있는 건 확실하지만...아무에게나 이빨을 드러내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아,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린짱.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뭐...라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와 린짱이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려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는 린. 우즈키는 언제나와 같이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답한다.

 

"단순히 소문만 듣고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구요? 지금 제 눈에 비추어진 린짱은 분명 날카로운 칼날 같지만, 흉악한 별명을 연상시키는 느낌은 없어요. 오히려, 먼저 오해를 정정하기 위해서 말을 꺼내시는 걸 보면 묘하게 믿음이 간다고 할까요. 그러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린짱!"
"오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초면인 사람이라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라면 나도 그렇게 해 볼까. 나도 잘 부탁한다구, 시부린!"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압박을 걸어온다고 착각할 만큼의 친화성. 하지만, 이 낯간지러운 느낌도, 은근히 싫지만은 않았다.

 

"...응, 나도 잘 부탁할게."

 

린도, 조금이지만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

 

"어서오십시오. 세 분 모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집무실에, 프로듀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원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보아하니, 서로 자기 소개는 이미 끝내놓으신 것 같군요. 그럼 이야기가 빨라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연습생 신분으로, 한달 간의 레슨 기간을 거쳐서 데뷔 무대를 가지게 될 겁니다. 솔로로 데뷔할 수도 있고, 유닛으로 묶여 데뷔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검토 중이니, 오늘부터 레슨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옆에 있던 사무원이 작게 미소지으며 세 개의 음료수 캔을 꺼내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346 프로덕션 특제 에너지 드링크에요. 레슨에 들어가기 전에 마셔주세요.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는 레슨을 받으면 아무래도 체력의 한계가 빠르게 올 테니까요."

 

린은 에너지 드링크를 들어올리며 생각한다.

 

'체력이 중요한 건가. 같은 반복이라도 몇 시간 동안이나 반복하는 거라면 나 같은 싸움꾼이라도 한계가 있지. 애시당초 레슨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힘들지도 모르겠고. 우선 원기 보충이라는 의미와 어떤 맛인지도 궁금하니 한 번 마셔볼...어?'

 

보통 시부야 린의 싸움은 단기결전으로 결착이 난다. 보통 싸움이라는 게 패싸움이 아닌 이상 빠르게 끝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캔을 응시하던 린은 곧 무언가 위화감을 눈치챘다.

 

'이『캔』...입구가 없어?'

 

앞도, 뒤도 꽉 막혀 있다. 어떻게 뜯거나 따서 마시라는 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때,

 

"에잇, 에잇!"
"와아, 미오짱! 대단해요!"
"...?!"

 

미오는 손가락의 힘만으로 캔에 구멍을 뚫어, 직접 입구를 만들어 내고 마시기 시작했다!

 

"미오...설마, 너도『아이돌』을 목표로 하는 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시부린? 우리들은 모두 아이돌 연습생이잖아? '아이돌'을 목적으로 346 프로덕션에 들어왔으니까, 당연한 건 아니야?"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대화의 엇갈림이 있었지만, 린은 그걸 눈치채지 못 했다.

 

'이 정도가 최저한도...!! 여기서는 이게 일상이라는 건가!!'

 

씨익, 하고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재미있어...단순히 아이돌을 꿈꾸는 게 아니라『아이돌』을 목표로 한다면, 그 정도는 가볍게 해보이라는 거겠지? 좋아, 받아주겠다고. 이 정도로 호승심을 자극하는 것도, 당신의 노림수인 거겠지?'

 

말 없이 프로듀서를 응시하는 린. 프로듀서는 묵묵부답하며 그녀가 캔을 따고 내용물을 마시길 기다리고 있다.

 

"에잇."
"아아아?! 시부린, 뭐하는 거야?! 그거, 내용물은 탄산음료라고?!"

 

다른 두 사람보다 먼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미오가, 캔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드는 린을 만류하지만 그녀는 듣지 않는다. 오히려 잔뜩 흔들어 둔 캔을 위로 들어올리고, 콰직! 하고 악력으로 찌그러 뜨린다.

 

압력을 견디지 못 한채,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오는 음료수의 용액. 입구 부분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쏟아져 나오는 음료수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입 안에 원 샷으로 털어넣는 린.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게 아니라 린의 입쪽을 향하여, 한 방향으로만 터져나오게 하는 건 그녀의 기예인지, 아니면 단순한 운인지 알 수 없지만.

 

톡톡 찌르는 듯한 탄산이 입 천장과 목구멍 안쪽을 괴롭히지만 그 정도는 간단하게 참아낸다. 싸움을 할 때 느끼는 육체의 고통에 비하면, 이런 건 새발의 피조차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맛있네. 다음에도 같은 걸로 부탁한다고. 그..."
"센카와 치히로라고 해요."
"아, 그래. 센카와 씨."
"치히로 씨라고 부르셔도 된 답니다."
"......그럼 치히로 씨로."

 

멋있게 음료수 한 캔을 가볍게 비워버린 건 좋았으나 역시 이런 분위기는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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