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데렐라의 무도회(武道會)

댓글: 5 / 조회: 802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10-13, 2016 23:09에 작성됨.

소녀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지상 최강의 숙녀.

『아이돌』이란 지상최강의 숙녀를 삶의 목표로 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소녀들을 위한 성 안의 사교 파티.

신데렐라의 무도회(武道會).

*

"아이돌? 춤추고 노래하는 일이었지? 크게 관심 없는데?"
"──적어도, 명함 만이라도..."

시부야 린은 자신의 앞에 선 거구의 남성을 조용히 올려다 보았다.

자신을 프로듀서라 자칭하는 남자. 겉보기만으로도 경찰을 부를 것 같은 험악한 얼굴에 양복을 입고 있어도 근육이 드러나는 체형이었다.

"......"

정성을 봐서라도 한 번쯤은 받아줄까 싶어서 명함을 잡을 때였다.

'응...? 빠지지 않아?'

힘을 주어도 명함은 빠지지 않는다. 린은 정색하며 남자를 응시한다. 남자는 어느 때와 같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린은 좀 더 손에 힘을 주고서 잡아당긴다. 남자도 그에 대응하듯 힘을 주며 버틴다. 두 사람의 손 사이에 끼어있는 명함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기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흐응─. 날 시험하고 있는 거구나?"

예상 외의 전개에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린. 호승심이 자극당한다. 투쟁심이 불타오른다. 설마 자신을 상대로 이 정도까지 버티는 남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으니까.

"...죄송합니다. 이게 일인지라..."
"조건은, 이걸 빼앗으면 되는 걸까?"
"그렇습니다."

고고고고고──하고 비장한 긴장감이 내려앉는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들의 몸에서 발산하는 기백에 밀려 애써 무시한 채 지나가거나, 잠시 후 벌어질 일에 기대를 보이며 지켜본다.

그런 그들의 곁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다가온다.

"이봐요, 당신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일종의, 테스트입니다...저희가 발탁하고자 하는『아이돌』은, 단순히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이 아니니까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아아, 그런 건가."

경찰은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명함에 쓰여 있는『346 프로덕션』이라는 문구를 읽고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그런 사정이구만. 이해했다구. 하지만, 길거리에서 대놓고 그러면 불법인 거 알지? ──입회인으로 경찰이 끼어 있는다면 또 모를까."

경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있었다. 린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바로 목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 투견처럼 프로듀서를 응시하고 있으니까.

"배려에...감사 드립니다."
"그래도 유혈사태가 벌어지질 않을 정도로만 끝내달라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말서 감이거든."
"흐응...싸움을 방치하겠다는 거야?"

그제서야 경찰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깨달은 린이 입꼬리를 이죽거리며 말한다.

"민중의 지팡이도 닳고 닳았네. 당신, 그러고도 경찰이야?"
"유감스럽게도 경찰 이전에 투쟁을 좋아하는 짐승의 한 사람인지라 말이지. 직업이 경찰이어도 피할 수 없는 업보라고나 할까."
"헷, 재밌네."

경찰은 모자의 챙을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올리고서 말한다.

"지금부터 입회인의 자격으로 심판 역을 담당하지. 승리 조건은 명함의 탈취. 패배 조건은 먼저 명함을 놓는 것. 명함이 찢어질 경우에는 무승부다. 명함을 빼앗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명함으로부터 지금 붙잡은 손을 떼지 말 것. 이 정도 규칙이면 납득하나?"
"──예, 물론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프로듀서의 대답에 린은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 린은 오른손 하나로만 명함을 붙잡고 있으며, 프로듀서는 양손으로 명함을 잡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양 팔을 전부 봉하고서도 린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기 말이야, 프로듀서. 시부야의 푸른 투견이라고, 들어 보기는 했어?"
"......과연. 범상치 않은 분위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이거 대어(大魚)로군요."

린의 왼쪽 다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표적은 프로듀서의 관자놀이. 일격에 기절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만, 상대방과의 신장 차이는, 조금 신경 쓰셔야 하는 게 아닌지?"
"......칫, 역시 보통은 아니라는 거네."

프로듀서는 그 공격을 까치발을 살짝 들고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으로 받아낸다. 린의 정강이는 프로듀서의 어깨에 가로막혀 더 이상의 진입을 허용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그럼, 이건 어때?"

프로듀서의 다리 사이. 남녀공통의 급소인 고간을 노리고 오른쪽 다리를 휘두르는 린. 그 공격조차도, 프로듀서가 먼저 왼발로 오른쪽 정강이를 꾸욱 누르는 것으로 막아낸다. 하지만, 그 행동은 페이크.

'진짜는 이거다!'

어느새인가 바닥에 내려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던 왼쪽 발에 힘을 주고 뛰어올라 몸을 옆으로 튼다. 왼쪽 무릎은 정확히 프로듀서의 늑골에 직격한다. 콰직 하고 들려오는 타격음이야말로 그 공격이 통했다는 걸 증명한다.

'들어갔다!'

늑골으 심장과 폐등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를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뼈이기 때문에 견고하다. 고작 이런 안정되지 못 한 자세에서의 공격 따위로 부러지는 일은 없겠지만 무릎으로 찍힌 이상 상당히 고통스러울 터. 이대로 명함을 놓아버릴 것이라고 린은 예상했었다.

"어...?"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몸이 팽이처럼 핑그르르 돌아가기 전까지는. 스스로도 간신히, 라고 생각할 만큼 아슬아슬하게 명함을 붙잡고서 견디며 두 발로 지면에 착지하는 린.

'큭, 왼쪽 옆구리가 얼얼해.'

린은 프로듀서를 노려본다. 그는 놀랍게도 린의 공격을 견디면서, 동시에 구두의 앞부분 끝으로 린의 옆구리를 찍어서 그녀의 몸을 회전시켜 버린 거다.

체중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공중에서는 회피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아예 몸을 회전시켜 버린 건 대단한 기예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뒷밤침되는 힘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그러면서도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니...체격에 비해, 제법이잖아. 힘과 맷집으로 몰아붙이는 타입이 아닌 건가.'

마치 영리한 곰과 싸우는 감각이다. 한 손을 사용할 수 없다는 핸디캡이 있다고는 해도, 상대방은 아예 두 손을 사용하지 못 한다. 특히나, 두 손으로 공손이 내미는 형태인지라 발을 휘두르기도 불편한 자세를, 그는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대단해. 당신, 정말로 대단해. 여태까지 싸웠던 사람들 중에 당신보다 강한 사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일개 프로듀서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과찬 같은 게 아니야. 당신은 '진짜배기'라고."

핸디캡을 지고 있는 게 안타까울 정도이다. 지금 당장, 이 남자와 전력으로 혈투를 벌이고 싶다고,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빠짐 없이 전부 외쳐댄다.

"그런 당신을 위해서, 한 번쯤 보여주도록 할까. ──내 전력을 다 한 일격. 받아낼 수 있겠어?"
"아이돌이 되실 분의 일격이라면, 사양 않고, 정면에서 대응해 드리겠습니다."
"......터프한 걸?"

그리고 왼쪽 주먹이 빠른 속도로 내질러진다. 팔을 잡아당기고, 방향을 정해서, 앞으로 내지른다는 중간과정을 생략했다고 착각이 들 정도의 빠르기.

그러나, 그것은 대충 내질른 주먹이 아니다. 진심으로, 전력을 담은 일격이 프로듀서의 명치에 꽂힌다.

쿵! 하고 묵직한 타격음이 울리고 지면에 닿아있던 프로듀서의 말이 지직 하고 뒤로 살짝 밀려난다.

"헷...이 일격으로도 발을 지면에서 띄우지 못 한 건가."
"아니오...이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일격입니다. 설마 저를 뒤로 밀러나게 할 줄이야. ──당신 같은 사람은, 여태까지 제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도 몇 없었습니다."

직후, 프로듀서는 명함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렸다. 그 행동에, 린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뭐야, 이거? 나는 아직 당신으로부터 제대로 명함을 빼앗지 못 했어. 지금, 나를 동정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아니오. 테스트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웃기지 마...! 당신은 몰라도, 나는 아직 납득하지 않았...!"

결과에 납득하지 못 하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린을, 프로듀서는 한 마디로 멈춘다.

"이보다 더 한 강자들이 있는 곳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으십니까?"
"......"

우뚝 하고, 린의 움직임이 멈춘다.

"당신 같은 사람은, 많이 만나 보았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주변에 호적수라고 칭할 만한 강자가 없어 권태로움을 느끼고 계셨겠지요."

그의 말대로, 시부야 구에서 그녀 이상의 상대방은 없다. 호적수 또한 없다. 지루함이라는 이름의 늪이, 그녀를 발밑에서부터 삼켜갔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당신이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면, 한 번 빠져보지 않겠습니까? 그곳에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겁니다."
"......그 말, 지킬 수 있겠지?"
"물론, 허언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린은 피식 하고 작게 웃으며 주머니 속에 명함을 넣고 등을 돌린다.

"다음에 따로 연락하겠어.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나서 만족할 만큼 누린 다음에는──당신의 목을 물어 뜯어주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멀어져가는 소녀와 가만히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인사를 하는 남자.

경찰은 좋은 걸 봤다는 듯 주변의 구경꾼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번역란의 신데렐라 dogs ~푸른 투견~이라는 걸 보고 써보았습니다.
격투 만화는 재미있죠!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