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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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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3, 2016 23:01에 작성됨.


"...응-차!"


문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코토는 방 문 쪽을 돌아보았다. 치하야가 있는 힘껏 문을 밀어서 열었는지, 틈새로 날아들어왔다. 손에는 종이뭉치를 몇 개 쥔 채. 그 모습에 떠올린다. 아아, 슬슬 수업 시간인가.


"...왔구나. 숙제는 다 했어?"
"네! 여기이─"


환하게 웃으며 들고 온 종이뭉치를 내미는 치하야를, 마코토는 피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종이를 받아들었다.

 

 

 

 

 


"확실히 발음법은 익힌 것 같네. 말하는 연습은 매일 하고 있지?"
"네에, 하고 이써요."


마코토는 자신이 가르치는 이 익인에 대해선 큰 불만은 없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그 지적 능력엔 오히려 만족하는 쪽이었다. 한 번 가르친 것을 두 번 번복해서 말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 습득할 마음도 있기 때문에 시키는 것도 충실히 해 온다. 저번에 시험삼아 인간의 마법 방식 대로 마력의 주파를 움직이는 걸 가르쳐봤지만, 마법에도 제법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마법에 소질이 있다고 해서 주문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코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그러니까 마코토가 오늘 피곤한 것은 치하야 탓이다.
앞 뒤가 안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사실이었다. 마코토는 치하야가 지나치게 지식욕이 높기 때문에, 그리고 <신의 깃>이 나지 않은 특별한 체질이기 때문에 고생을 두배로 하고 있었다. 특히 마법과 주문의 조합이 그렇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은 이걸로 해볼까."
"웅? 뭐, 머어?"


어설픈 발음으로 궁금한 듯 그렇게 물으며 치하야는 그녀의 주변을 파닥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런 치하야는 보지도 않은 채 책장으로 걸어간 마코토는, 이전에 왕궁 도서관에서 치하야에게 적당한 수준이 될 법하다고 생각해 골라놓은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빼냈다.
마법과 주문의 조합.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정말 짜증날 정도로 복잡한 과정이었다. 그녀또한 어디까지나 마족이라는 것 또한 문제. 마족은 인간이 마력의 주파를 맞추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애초에 자연의 주파와 몸 안의 마력의 주파가 맞아 떨어져 태어나는 이들이기 때문에. 주파가 이루어내는 형태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마족이기 때문에, 마치 우수한 것은 열등한 것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듯이 마코토는 인간의 마법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론상으론 이해하지만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므로 직접 실험해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걸 조합할 순 없다. 만약 그녀에게 인간 마법사와의 친분이 없었다면 마코토는 이해하지도 못한 걸 이론만 들고 가르치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해했다고 해서 끝나는 일도 아니다. 그 조합 공식은 밤을 새워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자아. 여기. 소리내어 읽고..."
"─재상님."


치하야에게 책을 보여주며 말하던 마코토는 말을 끊고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문 밖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들어와."


그리고 마코토는 온 몸을 습격하는 불안감에 설마 하며 이를 으득 갈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열린 문 틈으로 고개를 내민 하인이 마코토를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집무실에 폐하께서 안..."
"진짜 죽일까..."
"...예?"


그리고 하인이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마코토는 그렇게 욕설을 씹어뱉었다.

 

 

 

 

 


눈 앞에 써인 왕의 서류를 보며, 마코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마코토를 마주 보며 치하야는 눈을 깜빡였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치하야의 수업 시간이다. 마코토는 치하야를 가르치는 일에만 신경쓰면 된다. 하지만 하루카의 외출로 인해 하루카가 처리할 서류가 마코토에게 넘어와 버려서 마코토는 치하야를 신경쓸 수 없었다. 서류와 치하야를 번갈아 보던 마코토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선 말했다.


"그 책. 전부 읽고서 내용을 요약해봐. 종이랑 펜은 있는 곳에 있으니까 알고 있겠지?"
"우웅. 저기?"
"그래."


그리고 마코토의 말을 들은 치하야는 낑낑대며 책을 들고 마코토의 책상에서 날아올랐다. 원랜 소리내서 읽게 시켜 읽는데에 잘못된 법과 발음을 좀 더 확실하게 책과 함께 가르칠 생각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오늘만은 독학을 시킬 수 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서류를 집어올렸다.
돌아오면 반드시 죽일테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이를 갈았다. 요즘 잠잠해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더니 그 틈을 이용해서 냉큼 나가? 얌전히는 못 보내준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깃펜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쥔 채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손은 멈췄다.


피곤하다. 살다살다 서류 작성이 피로해서 못하겠다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며칠을 밤을 새면서 인간의 마법에 대해 연구하고, 하다하다 못하겠어서 자존심을 꺾어가면서 알고 있는 마법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고 둘이서 주문과 마법을 붙잡고선 그 것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 연구. 따지자면 일주일에 두시간도 자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을 어디까지 부려먹을 생각이냐.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펜을 놓고 눈을 감쌌다. 눈이 아파올 정도였다. 요즘 조금 무리를 했는가. 어깨도 조금 아파오는 것 같다. 최근 책에서 고개를 든 적이 없었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파오는 눈을 잠시 감고 있었던 마코토는 눈을 떠 치하야 쪽을 바라보았다.
치하야는 시선도 떼지 않고 열심히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궁의 기술자가 만든 작은 펜을 손에 쥔 채로, 간혹 고개를 끄덕이거나 읽어가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있는지 갸웃갸웃 하면서 한참을 멈춰있을 때도 있다. 너무 쉬워도, 어려워도 안된다. 그 때문에 성의 왠만한 동화책을 독파했으니, 교재의 수준이 적당하다는 그 정도 보답은 해줘야겠지.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다시 펜을 들고 서류를 바라보았다. 치하야가 저걸 전부 요약해 낼 때까진 꽤 반복해 읽어야 하니 시간이 걸릴거고, 자신은 그 때까지 여기 있는 것들을 모두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 하필이면 하루카가 외출했을 때 즉시 결제해야 할 중요한 서류가 올 게 뭐냐.


"확실하게 머릿속에 정리해. 내용에 어긋나는 게 있으면 안돼."
"네~"


마코토가 던진 말에, 치하야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그리고 마코토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서류를 바라보았다.
방에는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와, 간혹 사각거리는 펜의 소리만이 울렸다.

 

 

 

 

 

 


"다 해써요!"


환하게 웃으며 치하야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마코토를 돌아본다. 마코토는 진작에 서류를 끝냈는지, 펜을 놓고 있었다. 그런 마코토에게 날아 다가가 다 했다고 다시 한 번 말하려고 했던 치하야는 책상에 앉아있는 마코토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자-?"


그렇게 말해보지만, 마코토는 반응이 없다.
잔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치하야는 눈을 깜빡이며 조금 더 내려가 마코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로한 듯한 표정으로, 마코토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던 치하야는 책상 위에 앉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한 건 검사맡아야 하는데.


"후아암..."


그렇게 생각하며 잠들어 있는 마코토를 바라보던 치하야는 자신도 하품을 했다.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자신도 졸려왔다. 그리고 치하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잘 때 이불을 안 덮고 자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 알겠지, 치햐?」
언젠가 마미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치하야에게 있어서 마미는 의사나 다름 없는 존재였고, 그런 마미가 말하는 건강에 관련된 지시를 치하야는 쉽게 무시할 수 없었고, 한참을 둘러보던 치하야는 방을 반으로 나누고 있는 커튼에 시선이 갔다. 그 건너편엔 마코토의 침실이 있었을 것이다.
날아가서 무거운 커튼을 힘겹게 잡아당긴다. 기억대로 그 건너편에 있는 깔끔한 침대의 모습을 보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자려고 했던 치하야는 마코토를 돌아보았다. 마코토는 책상 위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도 않은 채 자고 있었다.


가만히 마코토를 바라보던 치하야는, 휙, 침대 위의 이불을 잡아 끌어당겼다. 이불은 힘없이 치하야의 손에도 끌려왔다. 그 이불을 질질 끌며 마코토가 있는 책상 쪽으로 날아간 치하야는, 후우, 하고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낑낑대며 마코토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감기에 걸리는 건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미끄러지는 이불을 다시 붙잡아 덮어주는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한 치하야는 겨우 만족스럽게 마코토에게 이불을 덮어줄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만족한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엎드려 자고 있는 마코토의 옆에 누워 이불의 끄트머리를 잡아당겨 덮었다.


"후암..."


저절로 하품이 쏟아졌다. 마코토가 자고 있어서 졸린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는 눈을 감았다. 엄마- 하루카는 언제쯤이나 돌아올까. 얼른 왔으면 좋겠는데. 자고 일어나서도 아까 요약했던 거 모두 기억하고 있을 수 있을까. 기억 못해서 마코토에게 혼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그런 사고를 진행하는 사이에도, 의식은 점차 흐릿해져갔다. 그리고 치하야는 이불을 꼭 붙잡은 채 마코토의 옆에서 같이 잠들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야 들어온 하루카는, 자신이 없던 중에 급한 서류가 올라왔다는 것을 듣고서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마코토가 곧장 자신을 쫓아오지도 않는다는 것에, 치하야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직접 찾아오라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마코토의 방으로 향했다. 방 앞에서 겁먹어 조심스레 안 쪽을 엿들었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치하야쨩, 마코토...?"


그리고 한참을 서성이던 하루카는 결국 결심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며 그녀들의 이름을 불렀다. 문이 열렸지만 안 쪽에서는 호통도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 호통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던 하루카는 생각보다 조용한 안 쪽에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보면 해도 져 가는데 불도 켜져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안 쪽을 들여다본다.


"...어라라?"


그리고 하루카는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엔 절대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마코토가 서류 처리 중에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자고 있는 모습을.


자신이 보고 있는게 진짜인가 싶어서 눈을 껌뻑이며 한참을 바라보던 하루카는 치하야도 그 옆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불을 덮은 채로.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생각하던 하루카는, 결국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루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옆에 쌓여있는 서류를 챙겨들었다. 그런데도 마코토는 깨지 않았다. 놀랄 정도로 예민한 그녀가 그렇게 깨지 않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깨울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저 정도로 잘 자고 있다면 깨우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옳은 선택인 것 같았다. 그런데도 반 이상 처리되어 있는 서류를 보며 솔직히 감탄한 하루카는 조심스레 방을 빠져나갔다.
조용히, 소리도 없이 방문을 닫는다.


"여왕님? 재상님은..."
"쉿. 서류는 제가 얼른 마무리해서 건네줄테니까, 마코토의 방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아, 예."


서류를 찾으러 온 것인지, 방을 나서는 순간 마주친 왕궁에서 일하는 하인에게 그렇게 말한 하루카는 싱긋 웃고선 방 앞을 떠났다.


그 방 안에는, 따뜻한 주홍빛의 석양이 길게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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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올리려고도 했지만 걍 다 쓴 김에 쓴 날에...

어차피 복귀날이 다가올수록 싱숭생숭해지니까 조금이나마 정상일 때 올리는 게 좋겠죠 ^호^

그나저나. 원래대로라면 슬슬  다른 걸 써보고 싶어서,

휴가나오기 전부터 집에 있던 책 하나 보고 아이디어나 좀 얻을 생각을 하고 있었죠.

집에 와보니 아버지가 그 책을 포함해서 책을 대량으로 버리셨네.

4년전쯤에 받은 생일 선물이었는데 말이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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