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오오하라 베이커리 출장 3일째

댓글: 19 / 조회: 1007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10-13, 2016 21:40에 작성됨.

베이글로 축제의 아침을 담백하게 알린 히이라기는 다음날을 분주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원심분리기에서 뽑아낸 크림을 보울에 넣고 쉼없이 휘젓고 있었다.

 

꿀과 설탕을 넣은 노른자를 중탕하며 거품을 내어 반죽으로 만든다. 고운 벌꿀주같은 빛깔과 유연함을 자랑하는 반죽으로 완성된다.

 

거품기에 휘저어지는 흰자는 설탕과 엉켜가며 점점 단단해져간다. 팔이 어딘가 망가지지않았을까 생각되는 고통 이후, 끝끝내 뒤집어진 보울에서도 흰자가 흘러내리지 않는다. 이렇게 완성된 머랭과 노른자, 박력분을 넣고서 다시금 휘핑을 시작한다.

 

은은하게 벌꿀색이 울려퍼지는 흰색 반죽을 넓게 펴서 오븐에 두고 굽기 시작한다.

 

그 사이, 또 다른 보울에서 크림과 설탕은 거품기에 의해 섞여가고 있었다. 거품기가 경쾌하게 보울을 때리면서 한 방향으로 휘돌고, 그에 따라 생크림 위에서 생기던 소용돌이의 흔적이 진해지고 속도가 서서히 느려진다.

 

크림을 냉장고에 두고 울리는 오븐에서 빵을 꺼내어 실온에서 식힌다. 크림을 휘감쌀 빵은 차가워야하는 법이다.

 

그제서야 히이라기가 휠체어에 등을 기대고 한 고비를 넘겼다는 듯 숨을 몰아내쉬었다. 땀을 잠깐 훔치고 히이라기는 다시 반죽과 크림 생산을 위한 휘핑에 돌입하려고 했으나

 

“다 들었다아아아-!”

 

나무로 된 문이 부서졌다. 제 역할을 다하여 방을 막고있었기에 거친 발에 으스러져 문이 그대로 명을 다하였다.

 

“여보게! 사위! 어찌하여 이 장인어른 빼놓-”

 

히이라기를 거칠게 찾던 시오미 씨는 후두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충격을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시끄러....”

 

히이라기는 만든지 3일 된 바게트(흉기)를 곱게 던져두고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시오미 씨야 어떻게든 살 남자였으니 별 관심은 없었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나 중천의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릴 즈음, 시오미 씨는 눈을 떳다.

 

“슈코오오오-!”

 

“기상소리 한 번 괴악하시네요.”

 

“헛?! 슈코는?!”

 

“없어요”

 

“맙소사! 분명 슈코는 히이라기의 아내-”

 

히이라기의 실눈이 열려 마왕의 마력이라도 한 껏 담은 듯한 보라색 눈동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주위의 공기가 서서히 불길하면서도 압박적인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그 오른편에는 바게트가 들려있다. 시오미 씨의 눈에 그 휠체어가 마왕의 옥좌로 비치기 시작하자, 발언을 철회하였다.

 

“일리가 있나! 여고생이 무슨 결혼을...하하하..”

 

“네 뭐 그렇죠.”

 

‘죽을 뻔 했다...!’

 

히이라기의 오오라가 사라지고 눈도 다시금 감고서야 시오미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 어제 다과회에서 왜 빠트렸냐고 물으신다면, 그 혼담이 듣기 싫었습니다.”

 

“....안 한다고 하면 오늘은 줄거냐?”

 

“아뇨.”

 

“너무하네! 정말!”

 

깔끔하게 무시하고 휠체어를 돌리려는 찰나, 문턱에서 소리가 났다. 배에서 울리는 빈 소리가

 

“오빠야아아아...”

 

“미치루?!”

 

어딘지 핼쓱해져서 기운없이 들어오는 미치루를 보고 히이라기는 깜짝 놀라서 미치루를 조심스럽게 잡아 부축했다.

 

“빵이 모자라아아....”

 

평소라면 오빠가 해주는 빵을 원없이 먹어야겠지만, 히이라기는 작업 중이고 잔치에서 원없이 먹자니 눈치가 조금 보이는지라 미치루는 참았던 것이다. 끝내는 못 참고 오빠에게 본능적으로 와버렸지만 말이다.

 

“잘 됬네요 미치루. 마침 오빠가 생크림롤을 만들었답니다.”

 

히이라기가 더없이 착한 오빠의 미소를 지으며 미치루를 조심스럽게 침대위에 눕혔다. 그걸 가만히 보면 시오미 씨는 무언가 억울하다는 듯 히이라기를 불러보았다.

 

“야-!”

 

“시오미 씨가 미치루 만큼 귀여우면 빵을 드리겠습니다.”

 

“.....”

 

그러나 히이라기에게는 별 효과가 없는듯하다.... 강력한 시스콤이 히이라기를 둘러싸고있어 공격이 먹히질 않는다!

 

냉장고에서 예쁘게 손질된 나무가 연상되는 갈색 롤이 그 자태를 드러내었다. 그 위에는 수줍게 피어오른 눈꽃처럼 슈가파우더가 올라가있었고 단면으로 보이는 것은 벌꿀색 카스테라가 솜털같이 연약해보이는 크림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칼로 지그시 누르자 롤이 맥없이 잘려나가고 크림은 그 잠깐의 스침으로 녹아내리고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지만 크림의 찰기는 줄어들지않고서 칼에 붙어 약간 늘어나고서야 칼에 한껏 크림을 묻힌 채 떨어져나갔다.

 

“자, 미치루. 오빠가 주는 빵은 원없이 먹어도 좋답니다.”

 

조심스럽게 롤케익을 내려놓은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조심조심 일으켜세워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없어요”

 

“에~아저씨도 같이 드세요~ 오빠 빵을 앞에 두고 못 먹는 건 너무해”

 

“역시 우리 미치루는 마음씨도 곱네요”

 

방금전까지 쌀쌀맞게 굴던 히이라기는 어린 동생의 한 마디에 미소를 지으며 시오미 씨에게도 롤케익을 조심스럽게 잘라주었다.

 

“...이 놈이....”

 

그러나 시오미 씨가 중얼거렸던 불만은 입에 들어간 롤케익에 녹아내려버렸다

 

입에 넣은 순간, 확신했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크림은 거짓이다. 서늘한 감촉이 혀에 붙는 순간, 그 미열을 견디지 못하고 크림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녹아내려 입안으로 퍼진다. 아슬아슬하게 형체가 유지되던 것이 그대로 입에서 퍼져 온 안을 덮어버린다. 이것이 ‘크림’ 우유가 수줍게 모여 앉은 ‘부드러움’의 상징. 꿈에 그리던 천사의 깃털이라든가, 여인의 살결이라든가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혀로 살짝 만나는 이것만으로도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입을 느리게 움직이며 맛을 음미하려고 해도 입 안에서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크림이 안타까워,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고 입을 재촉하게 되고 만다.

 

입을 조금씩 오물거리면서 빵을 씹어보려고 하면, 그 미세한 움직임에도 크림은 요동을 친다. 요동치면서 더,더, 퍼지고 녹아간다. 끝내는 그 혀가 크림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 빵을 이미 흠뻑 젖었다. 이로 씹을 것도 없이 지그시 눌러주면 빵은 힘없이 풀어지는 리본처럼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그때쯤, 목 뒤에서 ‘스르륵’이라는 소리가 소리없이 고요하게 울려퍼지면서 크림이 저너머로 흘러가고 작별인사처럼 단맛이 조금 풍긴다.

 

남은 빵은 크림의 향을 머금고 촉촉하게 입에서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크림에서 느끼지못한 무게함이 느껴지는 식감이 이에서 살그머니 느껴지다가 크림의 느끼함이 올라오기 전, 빵은 그 달콤한 카스테라의 촉촉한 달콤함을 흘리며 같이 사라진다.

 

입 안에서는 여리디 여린 섬세한 식감으로 입과 혀를 춤추게 만들면서 마지막의 마지막에서는 달콤하지만 전혀 다른 달콤함을 흘리고만다.

 

이 생크림롤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나쁜 점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다. 입 안에는 그 어떤 자국도 남아있지않다. 크림에 젖고 잘게 씹힌 그 빵은 그 부스러기 조차 남지 않았다.

 

목 안 쪽 뒤가 간지럽다. 살짝 두근대는 것도 같다. 목 뒤에서만 살그머니 느낄 수 있던 단맛이 감촉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애처롭게 마지막에 나누었던 애인의 작별인사처럼 그 롤의 맛이 계속 아른거리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않은 아쉬움이 끝없이 남아 한숨을 내쉬게한다.

 

“이거 엄청나구만...”

 

시오미 씨가 움찔하면서 놀랄 때, 히이라기도 조금씩 숟가락으로 입에 넣고서 만족한 얼굴을 띄웠다.

 

“에헤헤헤헤...”

 

미치루는 생크림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미소로 만족감을 표현하고있었다. 롤케익은 손을 대지않고서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히이라기, 역시 넌 내가 인정한 아이다.”

 

시오미 씨는 진지하게 히이라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말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장인대 장인으로서의 발언이었다. 히이라기는 그런 시오미 씨를 보며 역시 진지하게 말했다.

 

“결혼 안 합니다.”

 

“쳇”

 

“나이차이가 말이죠..”

 

“우리 슈코는 여고생이어도 어른보다 매력적인 아이란 말이다! 내가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딸을 너에게 허락할 때는 울면서 감사의 절을 해야지!”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 매력적인 아이가 너와 함께해서 오순도순 화과자도 만들기 시작하면....어흐흑! 이런 완벽한 딸이 어딨니!!”

 

“그나저나 왜 제가 있으면 화과자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도출되죠?”

 

“그거야...”

 

시오미 씨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잠시간 허둥대면서 어색한 침묵을 지키다가 아무렇지않은 척 히이라기를 몰아붙였다.

 

“네가 빵을 매일 만드는 놈이니까!”

 

“?!”

 

“아무튼 결혼해라-!”

 

“거절합니다”

 

히이라기는 정신없이 들이닥치는 시오미 씨의 혼담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미치루의 귀엽디 귀여운 후고후고를 놓치지않으면서 볼살을 말랑거리면서 가장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있었다.

 

 

 

 

 

 

“결혼....?”

 

그래서 문밖으로 소리가 나가는 것도 문밖에서 흘러나오는 꽃향기도 눈치채지 못 했다.

 

===

 

여러분 롤케이크드세요. 롤케이크

 

오늘은 도지마롤! 생크림롤케잌입니다만

 

크림이 얼마나 섬세한지 손으로 잡는 것도 조심조심, 입 속에서도 아이스크림보다 더 빨리 훅하고 녹아내리더군요.

 

음 아무튼 맛있었습니다.

 

히이라기 마왕설. 그러나 진짜 최종보스는 미치루.

 

미치루 푸치돌보고싶네요. 쪼르르 돌아다니면서 후고후고 거리는 조그만 미치루가 머리위에 붙어있으면....오오

 

이번 주말에 올라가는 출장편의 마지막화를 기점으로 저는 수능까지 휴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