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데렐라 판타지] 종막의 시작 3화

댓글: 8 / 조회: 521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10-13, 2016 05:51에 작성됨.

"그나저나 누님, 괜찮은겨?"

 

이치노세 박사에게 아이들을 보낸 지 어느덧 수개월이 지난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는 호노카에게 10대 초반의 남자아이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소년의 이름은 카부토 다이고. 서부지방 최고의 군사 명문가, 미시로왕국 초기부터 왕국을 지탱한 4대 귀족 가문 중 하나. 카부토 가문의 차남이었다.

 

"일할 때는 누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니, 아니, 누, 부두목. 원래 오늘 일 하는 날 아니지 않나. 애들 입학식이고 말이제."

 

이치노세 박사의 주도로 만들어진 아직 어린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런저런 교육을 시키는 공공기관이 며칠전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날은 그 공공기관.. 학교라는 곳에 첫번째 학생들이 입학하는 날이었다. 물론 그 학생들 주에서는 호노카가 돌봤던 애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급하게 불렸는걸요. 나 말고 일 할 사람이 없는건지.. 휴가날인데."

 

그렇기에 입학식을 기대하고, 휴가까지 내서 입학식에 참석할 준비를 했었지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는 바람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휴가 중인 호노카 대신에 근위부대 대장이 그 일을 맡아야 되겠지만..

 

"보스가 튀었으니 별 수 없당께. 보스가 없으니 부두목이 지휘하는 수 밖에.."

 

"그 사람, 귀찮은 일은 다 저에게 맡기니까요. 그리고 보스라던가 부두목이라던가 하면 저희가 마치 도적단처럼 생각되는데요."

 

"신경쓰지 말랑께. 이게 입에 익숙해서 그런거니까 말이제."

 

"하아.. 어쨌든 빨리 일을 끝내도록 하죠. 늦더라도 입학식에는 가고 싶으니까요."

 

"아니, 아니. 시간 상 그건 100% 무리랑께. 여서 학교까지 얼마나 걸리는데.."

 

"시작도 안 하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일단 도전을 해봐야죠."

 

일을 빨리 끝마치기 위해서 불타오르는 호노카. 평소의 몇배나 되는 속도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지만 대량의 문건을 한 두 시간에 끝내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입..학..식.."

 

"노력은 해보았지만 역시 무리였당께."

 

"아니, 그 문건을 오늘 하루 안에 다 처리한 건가요? 며칠은 걸릴 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문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남색의 바가지형 단발을 한 10대 중반의 여자애의 모습을 보고 호노카와 다이고는 이구동성으로 소녀의 이름을 외쳤다.

 

"야스하!!"

 

오카자키 야스하. 남부지방 최고 가문. 우사밍, 아야세, 카부오와 함께 4대 명가로 손꼽히는 미시로왕국 최고 귀족가문이자 상업분야에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오카자키가의 삼녀. 그리고 이츠키와 호노카, 다이고의 절친이며 최근에 재무부 서기관에 임명된 소녀였다.

 

"야스하. 아무리 그래도 며칠이 걸리는 양을 한꺼번에 주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탓에 애들 입학식도 못 갔고.."

 

"어쩔 수 없잖아요. 그거 몇 주간 밀린 서류니까요."

 

"하?"

 

야스하의 대답에 두 사람은 어이가 없어져버렸다. 원래 이 문건을 처리하는 건 두 사람의 상관인 근위부대 대장이 할 일이다. 그런것이 몇 주 동안이나 밀렸다는 소리는 가능성은 하나뿐이다.

 

"그 사람!! 이번 달 내도록 놀고 먹은건가요!!"

 

"보스.. 생각 이상으로 답 없는 사람이었구먼."

 

그렇게 근위부대 소속 두 사람이 자신들의 대장에 대해 분노와 한탄을 하고 있을 때, 근위부대 대장 신겐 세이지는 오늘 입학식이 있었던 미시로 학교의 학교장실에서 이치노세 박사와 회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허. 자네도 참 너무하구만. 부하한테 일을 다 떠넘기다니 말일세.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부대장이 아이들을 볼 수 없을텐데 말일세."

 

"그 아이들을 실험체로 삼을 박사님이 누구보고 너무 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나저나 그리 오래 세간의 눈을 피하기는 힘들텐데."

 

"지금 진행중인 실험은 3년이면 충분할세. 그 이후에는 이곳은 문을 닫겠지."

 

"3년이라.. 그 전에 누가 눈치채는 일은 없으면 좋겠는데"

 

"그 때는 부탁함세. 근위대장. 신겐 세이지"

 

"부대장을 상대하는건 조금 힘겨운데. 일단 영원히 모르길 비는 수 밖에 없으려나."

 

세이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학교장실에서 빠져나와 궁성으로 향했다. 이치노세 박사가 학교를 설립해서 모은 수백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이용한 인체실험이 왕국 상층부의 묵인하에 실행되려 하고 있었다. 이 끔찍하고 참혹한 실험은 3년은 커녕, 1년도 안 되어서 호노카에 의해 발견되어버렸다.

 

그래, 그것은 BC 850년 7월 17일의 일이었다.

 

그 날은 우연히 들어온 소문이 발단이었다. 제국의 첩자들이 어느 장소에 모인다는 소문이었다. 단순한 헛소문.. 혹은 일부러 흘린 거짓정보일 가능성이 워낙에 높았지만 호노카는 극소수의 부하와 함께 그 소문의 장소로 조사를 하러 떠났다. 혹시나 모를 일말의 가능성을 대비하여서.

 

하지만 이 조사가 제국의 첩자를 잡는 것 보다 더욱 더 커다란 진실을 손에 넣게 될 것이라고는 이 때의 호노카 본인은 전혀 알지 못 했다.

 

"부두목. 잠깐 휴식하는 게 어떤겨?"

 

"그렇네요. 점심도 먹어야 하고.. 좋아요. 잠깐 쉬도록 하죠."

 

호노카의 말에 병사들은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 호노카만을 제외하고.

 

"다이고, 저 잠깐 자리 비울테니까 혹시 1시간이 지나도 안 오면 본부에 긴급지원 요청해두세요."

 

"알겠당.. 잠깐 혼자 어디 가는겨?!!"

 

다이고가 그렇게 외쳤을 때에는 이미 호노카의 모습은 사라진 상태였다.

 

"정말이제.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인지 모르겠당께."

 

그렇게 다이고들과 떨어진 호노카는 어느 장소에 멈춰서더니 양손으로 박수를 한번 쳤다. 그와 동사에 어디서 튀어나온건지 아야메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아야메. 여기에 있는 발자국 일부 말인데요."

 

"조사를 해보니까 몇개의 발자국이 도중에 끊겨있었습니다, 닌. 아무래도 숨겨진 공간이 있는게 아닐지."

 

"역시 그렇군요. 혹시 모르니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저는 다이고들을 부르러.."

 

그 순간 호노카의 발은 바닥에 놓여진 조그마한 돌맹이를 잘 못 밟았고, 그 상태로 균형을 잃어 넘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아까까지는 없었던 구멍이 넘어지는 호노카의 앞에 나타났고 호노카는 그대로 구멍속으로 떨어져버렸다.

 

"아가씨?!!"

 

아야메가 뒤따라가서 들어가려고 할 때 이미 구멍은 사라져 버린 뒤였다.

 

"아야야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지금 풍겨오는 냄새는 아무래도 약품냄세인데.. 연구실같은 곳이려..."

 

호노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호노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 앞에는 수십구의 시체더미가 있었다. 머리가 없거나 하는 등. 누군지 알아보기 힘든 시체였지만 신체의 크기로 추정해볼 때 전부 어린아이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 일어서는 호노카의 귓가에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2년전만해도 자주 들었던 목소리. 누구보다도 소중했던.. 자신에게 제자같았던. 동생같았던 아이들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어째서 여기에서 들리는 걸까 생각하며 호노카는 고개를 돌렸다.

 

호노카의 눈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투명한 용기가 보였다. 그리고 그 용기 안에 둥둥 떠 있는 구체형 물체까지도.

 

"너..희들.. 그 모습은.."

 

구체.. 얼굴부분만 남은 아이들의 모습에 호노카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 호노카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지 아이들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답하였다.

 

"박사님이 해주셨어요. 선생님과 같이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어요."

 

"박.. 사..님??"

 

"이치노세 박사님 말이에요. 저기, 저기 선생님. 저희 이 나라에 도움이 됬나요??"

 

호노카는 뭐라고 답해야할지 순간 고민했다. 이 순수한 아이들은 지금 자신들이 어떤 짓을 당했는지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오히려 자신과 같이 나라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뻐할 뿐이었다.

 

이치노세 박사에 대한 분노.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 이런 상태로라도 살아있다는 기쁨 등 상반되고 겹치는 수많은 감정을 뒤로 숨긴 채 호노카는 평소만큼.. 아니, 평소보다도 활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한쌍의 눈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 - - - - -

4대명가

미시로 왕국 초창기부터 왕실을 떠받친 4개의 최고위 가문. 농업, 상업, 학문, 군사 등 각 분야에서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업적을 달성한 가문으로 북의 아야세, 동의 우사밍, 남의 오카자키, 서의 카부토가 존재한다. 허나 왕가가 미시로가문에서 우사밍가문으로 바뀔 때에는 아야세가문의 호노카와 우사밍 가문의 이츠키 두 사람만 남았고, 호노카마저 사라진 뒤에는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진 명칭이 되었다.

 

- - - - - - - -

충격적인 현실을 목격했지만 의외로 침착(?)한 호노카양입니다. 이제 슬슬 호노카의 난으로 돌입이랄까 대충 쓰고 빨리 우사밍혁명을 써야 할텐데 말이죠.  근데 지금 생각해 놓은 대로먄 호노카 비중이 너무 크다는 문제점이..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