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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출장 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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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2, 2016 21:11에 작성됨.

이전화들

 

코바야카와 가문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 당주의 생일. 교토 전체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역 축제 정도는 되는 큰 행사이다. 화려한 장식과 음악, 산해진미가 조화를 이루며 성 안을 수놓고 한 편으로 당주의 눈에 들고 가문 내 세력 싸움의 장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각지에서 초청된 장인들에게도 권력자의 눈에 들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거나 말거나

 

히이라기는 전혀 관심도 관련도 없다.

애시당초 이런 지역축제 정도에서 도약해야할 정도의 인지도도 아니고 그럴 실력도 아니다. 역으로 몇번이나 이런 초청 따위는 거절해왔고, 히이라기는 어쩌다가 동생 친구랑 잘못엮여서 자원봉사 겸 지역여행 삼아 내려왔을 뿐이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크루와상에만 집중했다. 반죽의 연속인 크루와상을 끝내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축제의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어갈때쯤, 시간은 오후3시였다. 2시간 후, 히이라기는 침대에서 다시 일어났다.

 

“......”

 

채 풀리지않은 피로가 전신을 쑤시고 머리 속에서 울렸기 때문에, 히이라기는 한 손으로 얼굴을 쥐어싸듯 감싸매고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신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었다.

 

그것도 잠시, 히이라기는 욕실로 향했다. 휠체어에서 내려 욕실의 의자에 몸을 맡겼다. 바닥에서 10cm도 떨어지지않은 낮은의자라 히이라기의 몸에는 욕실 바닥의 한기가 불쾌하게 달라붙었다.

 

없는 다리 대신 의자의 바퀴에 몸을 맡겨 욕실에서 온 몸을 뜨거운 물로 씻어내고 나왔다. 말없이 비명을 질러대던 팔근육과 어지러운 머리가 조금은 풀린 듯 싶었다.

 

차라도 한 잔 하면서 동생이랑 담소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하러 온 것이니 어쩌랴 내일의 빵을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시식과 반죽 준비를 하고 나면 분명 밤일 것이고 발효를 기다리며 쪽잠을 자고 빵을 구워가기 시작하면 새벽일 것이다. 축제야 내일 아침에 시작하겠지만, 그 아침까지 음식을 완성시켜 내놓아야할 사람들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준비하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추가요청을 대비해야하니 오후까지는 주방에 붙잡혀있어야하는 것이다.

 

결국 히이라기도 지금부터 주방에 들어가야 내일 또 다시 시작할 축제에 맞출 수 있다.

 

히이라기는 주방에서 밀가루로 시작하는 제빵의 기본 재료를 집어들었다.

 

어제는 크루와상을 극한을 경험했으니 오늘을 조금 가볍게 할 것이다.

 

밀가루와 이스트가 소금과 물을 먹고서 점점 매끈한 반죽이 되어간다. 한참을 반죽하고 나서 반죽을 밀봉한다. 발효되기 까지 몇 시간은 기다려야한다.

 

그 동안에 쪽잠이라도 자면 좋겠지만, 히이라기는 발효기 안에서 다른, 한 참 더 작은 보울을 꺼내든다. 잠에 들기전 미리 발효시켜둔 반죽이다.

 

반죽을 조금 잘라내어 민다. 길쭉해진 반죽을 한바퀴 돌려 도넛처럼 한 가운데에 구멍을 두고 원형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반죽을 접붙힌 곳을 다시 밀어 강하게 붙인다. 그렇게 반죽성형을 하고나면, 30여분 정도를 기다리며 2차 발효를 들어간다.

 

그 사이에 솥에 물을 넣고 끓인다. 오븐은 없다.

 

반죽은 끊는 물 속에서 익다가 떠오른다. 그러면 다시 뒤집어 데친다.

 

도넛은 아니다. 튀기지않았으니까, 매끈한 가죽같은 외면을 가진 도넛같은 외향의 빵. 그것은 베이글.

 

제대로 익은 베이글은 그 물을 한 방울도 먹지않고 흘리며 더운 김을 내놓고있다. 시식용 베이글을 하나 둘 완성해갈 때, 그 즈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난다.

 

히이라기가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사에 양?”

 

히이라기가 부른 사람은 아니었다.

 

“평안하신가요? 히이라기 님”

 

사에는 평화로운 미소를 짓고 한 쪽 손을 올려 옷깃으로 살그머니 미소를 가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축제에서 크루와상의 평이 좋았기에 그것을 전하면서 잠깐 담소를 나누고자 합니다.”

 

히이라기는 베이글이 놓인 곳을 잠깐 돌아보고 문 너머를 살짝 살폈다.

 

그리고는 휠체어의 한 쪽을 안으로 돌리며 사에를 맞이했다.

 

“마침 잘 되셨습니다. 내일 내놓을 베이글을 마침 완성한 참입니다. 한 번 들어보시지요”

 

“어머? 제가 중요한 때에 들러 결례를 범한 것인가요?”

 

“아니요. 어차피 손님을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시식용으로 만든 것이니까요.”

 

“그럼 잠시 기다렸다 같이 하도록하겠습니다.”

 

사에는 우아하게 의자에 앉았다.

 

“송구하지만, 주방에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방주인은 히이라기 님이신걸요-”

 

히이라기가 주방에 들어가 베이글을 마저 조리해내며 분주히 식기와 크림치즈를 꺼내고 있을 때, 사에는 한결같이 주방 쪽으로 눈길을 향했다. 하나의 방이지만, 주방 쪽은 분리되어 잘 보이지않았지만 사에는 그저 마냥 주방을 바라보며 그 안에 있을 히이라기의 모습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고있었다.

 

“오빠?”

 

그 와중에 문이 열리면서 아직 어리지만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손님이 미치루 양이셨나요?”

 

“사에 씨도 같이 있었네요? 어라...무슨 이야기라도 하고계셨나요?”

 

미치루가 예상치 못한 사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빠를 찾았다. 한 발 먼저 여동생을 찾아 챙기는 오빠 덕에 가려진 사실이었으나 미치루 역시 자신의 오빠를 많이 의지하고 좋아했기에 그런 것이었다.

 

“왔나요? 미치루?”

 

쟁반 위에 윤기가 넘치는 베이글과 크림 치즈를 올린 히이라기의 휠체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베이글!”

 

미치루의 눈이 베이글만큼이 커지고 송곳니가 빛나면서 베이글을 반기고있었다.

 

“오빠는 눈에도 안 들어오나요...”

 

히이라기가 살짝 입술을 삐죽거리며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고 히이라기는 베이글을 잘랐다. 베이글은 마치 곱게 포장된 느낌이다. 균열이나 흐트러짐 하나없이 하나의 가죽과 같아보이기까지한다. 베이글을 잡고서 손가락에 힘을 주어도 쉽사리 형태가 흐트러지지않는다. 조금 더 힘을 주자 그제서야 매끈한 표면에 균열이 일어나고 약간 회백색이 느껴지는 속살이 드러난다.

 

부스러기 하나 떨어지지않고 속살마저도 서로 찢어지지않기위해 늘어나고 있다. 매끄러운 베이글을 조금 잘라내어 히이라기는 사에에게 먼저 권했다.

 

사에는 손을 내밀어 베이글을 받아들었지만 속은 실로 엉망진창. 폭발할 것 같은 회로와 같았다.

 

‘여동생분보다저를먼저챙겨주셨어요직접손으로잘라서미소지으면서직접손으로잡으셔서저에게이렇게가까이정면에서이렇게가까이미소를우아아아아-’
(여동생 분보다 저를 먼저 챙겨주셨어요 직접 손으로 잘라서 미소지으면서 직접 손으로 잡으셔서 저에게 이렇게 가까이 정면에서 이렇게 가까이 미소를 우아아아아-’)

 

그러나 도무지 히이라기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지라 사에는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는 조심스럽게 입안에 베이글을 넣어 조금씩 조금씩 씹어보았다.

 

아무런 첨가물이나 토핑, 양념이 느껴지지않는 순수한 밀가루의 향. 오븐에서 구워져 고소해진 빵냄새만이 진하게 풍긴다. 마치 흙으로 빚어져 불길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뜨거운 화덕이 연상되는 투박함이기도하다.
크루와상은 부드러움과 결들이 살아있는 식감. 그리고 버터와 우유가 진하게 느껴지는 달달함이 매력이다. 결들이 아슬아슬하게 서로 붙어 그 텅 빈 공간을 이루어 부드러움을 만들지만 베이글은 다르다. 일단 부드럽지않다. 곁면은 조금 질겨 완고하다는 표면이 어울리고 속살은 부스러기 하나 없을 정도로 찰기가 있다. 그 속은 구멍이 없다. 촘촘하게 치밀한 구성이라 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백설기를 연상케하는 모습이다. 그 식감도 입 안에 가득한 풍성함과 크루와상은 주지못한 묵직함이 특징이다.

 

때문에 씹어도 덩어리가 잘리지않는다. 겉면에서는 구운 빵 겉면에서 느껴지는 고소함. 불이 속에 채 닿기 전에 속살의 보호하고 자신은 갈변함으로서 보리나 밀가루를 그대로 씹는 듯한 고소함이 느껴진다.

 

조금지나 겉면이 허물어지고 속살이 밖으로 나왔을 때 쯤이면, 속살이 이에 사알짝 달라붙는 느낌의 쫄깃한 식감과 동시에 중후한 느낌의 단 맛을 내놓는다.

 

겉면이 씹히면서 속살이 안 씹힐리는 없다. 그저 그 맛이 처음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겉면이 다 사라질 때 쯤에는 속살을 입 안에서 충분히 씹히고 녹말은 분해되어 단 맛이 묘하게 섞인 고소함을 내놓기 시작할 때 쯤이다.

 

입 안을 괴롭게 하는 단 맛이 아니라 빵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고소한 맛이다. 씹는 행위에 맞춰 맛의 농담이 달라진다. 몸의 리듬에 맞춰 움직는 듯한 맛이다.

 

크림치즈를 조금 자르듯이 떠내어 베이글에 넣어둔다. 크림치즈는 크림이라는 이름과 다르게도 베인 단면만이 조금 녹아내렸을 뿐 베이글 속에서도 무너지지않고 있다.

 

크림치즈의 발효된 맛, 약간 시큼한 맛이 상대적으로 심심한 베이글 위에 얹어져 혀에 자극을 가한다. 약간의 수분이 베이글 속으로 들어가 약간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입이 조금은 편해진다. 크림치즈가 목 뒤로 한 발 빨리 넘어가 목을 매끄럽게 칠하고 시큼한 맛이 다하고 나면 이미 고소한 단맛을 내놓기시작한 속살이 있다. 속살에도 이미 스며들어 부드러움와 우유의 단 맛을 더하여준다.

 

“괜찮으신가요?”

 

히이라기는 전혀 걱정없어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사에가 그 소리에 히이라기를 바라보며 입을 열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크루와상도 오늘 호평이었습니다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빵임에도 그 호평은 내일도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대로 사에는 고개를 숙여 가렸다.

 

히이라기는 미소를 그리며 만족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4년 전 달빛이 아슬아슬하게 둘을 얼굴을 내비치게 해주는 밤중의 대담이후로는 이렇게 가까이 정면에서 히이라기의 미소를 단독으로 사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던지라 사에는 그대로 기절할 듯이 흥분해버렸고 얼굴을 달아오른 것이 사에 본인에게도 느껴졌다.

 

“사에 양?”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잠깐...잠깐...”

 

사에가 다급히 손사래를 쳐가며 히이라기를 말렸다. 아직 이런 걸 들켜버리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않았던 탓이다.

 

“그러십니까...”

 

“후고후고 어라? 후고후고 사에 씨?”

 

미치루가 입에 베이글을 가득넣고서 고개 숙인 사에를 부르자, 히이라기가 미치루의 볼을 쿡쿡 찔러 주의를 돌렸다.

 

“후고후고 왜에-?”

 

“쿡.”

 

히이라기가 장난스러우면서도 흐뭇하게 웃으며 미치루의 잔뜩 부풀어오른 볼을 쿡쿡 찔렀다.

 

“우우우~”

 

“말랑말랑하네요. 미치루 다람쥐 같아요.”

 

“먹고있는 입을 건드리다니이~”

 

“미치루가 귀여운걸요.”

 

“오빠야-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는걸?”

 

“개는 안 귀엽지만 미치루는 귀여워요.”

 

“우우웅~”

 

“말랑말랑~”

 

한창 히이라기가 미치루를 귀여워하며 바라보고있을 때, 사에가 살짝 일어날 조짐을 보였다.

 

“벌써 가시나요?”

 

“아, 오늘 조금 바쁘게 있었더니 몸의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사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서 손을 옷깃을 숨긴 채 방밖을 나섰다. 히이라기는 그런 사에의 등을 보며, 자신이 결례를 범했나 살며시 고민했다.

 

“오빠야-”

 

그 고민의 와중에 옆에서 미치루가 오빠를 불렀다.

 

“네?”

 

“볼 그만 주물러줘어-”

 

다른 곳을 보며 고민을 하는가 싶어도 그 손은 여전히 미치루에게 향해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있었고.

 

“....흠..알았어요.”

 

“조금 아픈 것 같아아..”

 

미치루가 볼을 쓰다듬자 히이라기는 미치루를 안아들고서 자신의 위에 앉혔다.

 

“우아-?”

 

“그럼 안고있을래요.”

 

“오빠야아아-!”

 

“싫.어.요.”

 

히이라기는 새벽간의 고생도 없다는 듯한 만사 행복한 얼굴로 미치루를 안고있었다. 적어도 미치루가 빵을 다먹을 동안에는 그러고 있었다.

 

한편,

 

사에는 비틀거리듯 방에 간신히 돌아갔다. 아무도 들어오지않을 그녀 개인만의 공간에서 그녀는 쓰러지듯 바닥에 누워-

 

“우아아아아앙-! 나도 볼 찌르기 당하고싶어! 볼 만지작거려지고 싶어요!!!”

 

버둥거렸다.

 

“히이라기님! 제 볼로 말랑말랑합니다! 제 볼도 맛있다구요!”

 

히이라기는 볼을 먹지는 않았지만 사에는 그런 것 따위 안중에도 없이 버둥거리며 히이란기의 이름을 연신불렀다.

 

“훌쩍...히이라기 니이임....”

 

그러다가도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방금 전 히이라기의 미소를 생각해보면 다시 가슴이 행복과 연심으로 달아올라 미소가 참을 수 없이 흘러나왔다.

 

“아아아...히이라기 니이임...반드시 반드시...”

 

눈이 물기와 욕망으로 타오르기 시작하고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무엇인가를 잡으려듯 몇 번을 허우적거리다가 가슴을 붙잡는다. 마치 그 안의 열기를 못 이기는 듯 사에는 몸을 뒤틀며 히이라기의 이름을 교태롭게 중얼거린다.

 

소녀의 연정은 달밤아래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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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베이글 드세요

 

베이글로 시작하는 굿모닝 라이프

 

베이글의 기원은 설이 분분하지만 이스라엘/아랍 지방에서 사람들이 너무 바쁜 나머지 반죽을 물에 넣고 데쳐 버린 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팬케이크가 서부지방의 개척자들이 간편하게 먹으려고 만들어진 거랑 비슷하려나요.

 

참고로 베이글이 데쳐서 몸에 좋다니 뭐라니 하는데 칼로리가 아무것도 안 발라도 200~300kcal정도이며 식빵 약 15장에 해당합니다. 크림 바르면 어이구 세상에. 당연한 소리지만 칼로리의 양으로만 건강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지는 않습니다.

 

본격 사에항 캐붕

 

히이라기의 마음을 얻는 법: 여동생으로 다시 태어나자.

 

오늘 베이글을 또다시 사먹었습니다. 도대체가 소설 하나 쓰겠다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베이글을 찾고 먹고 하는게 무슨 짓인지 싶다가도 빵이 맛있으니 괜찮습니다.

 

빨리 아스카 등장시키고 시프다.

 

보고싶은 빵이 있으시면 적어주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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