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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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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0, 2013 00:42에 작성됨.

 *일단 경고부터 들어갑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소설 속 캐릭터나 작가를 욕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분들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
P랑 같이 거리를 걷던 리카는 어느 가게의 쇼윈도 앞에서 멈춰 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그곳은 웨딩드레스 가게였다. 그것을 보고 P는 웃었다.

“보고 갈까?”
“아니야. 예식장 보러 가던 길이잖아?”
“그러니 상관없지 않아? 당장 사는 것도 아니고 보러 가는 거니깐.”
“음-”

P가 그리 권하자 리카는 잠시 고민을 하며 진열된 웨딩드레스를 보았다. 그 때 방울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점원이 내다보았다.

“리카씨 맞으시죠? 점장님께서 괜찮으시면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그 정중한 태도에 리카와 P는 점원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넓은 가게 중앙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거기서 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둘에게 인사를 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카씨 그리고 P씨. 갑자기 불러 죄송하고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점장은 둘에게 의자에 앉기를 권했고 차와 과자를 대접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초대한 이유를 바로 말했다.

“두 분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와 결혼정장을 소개해드리기 위해섭니다. 전 리카씨의 팬이었고, 두 분의 뉴스를 듣고 꼭 저희 가게의 옷을 대접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그리고 시선을 돌려 쇼윈도의 웨딩드레스를 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저희 가게 앞에서 옷들을 구경하시던 두분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저희 가게의 옷은?”

점장이 다시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며 묻자 리카는 찻잔을 들다가 P를 보았다. P가 웃어주자 리카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점장을 보고 말했다.

“저기, 제가 웨딩드레스를 본 게 저기 쇼윈도에 있는 게 전부지만 굉장히 예쁜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지금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예식장을 알아보러 가던 길이었거든요. 그러다 웨딩드레스가 예뻐서 잠시 멈춰 구경한거구요.”
“후후, 좋은 이야기군요. 그래도 어차피 예식장을 알아본 다음에 웨딩드레스를 알아보러 오신거죠?”
“네, 그렇긴 한데…….”
“그럼 보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안 사셔도 좋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꼭 리카씨에게 저희 웨딩드레스를 꼭 소개시켜드리고 싶거든요.”

점장이 눈을 빛내며 간곡히 부탁하자 옆에서 P도 허락을 했다.

“그러지 않을래? 어차피 웨딩드레스를 미리 봐도 상관없잖아. 게다가 이 분 뉴스에서 본 적 있어. 유명하신 디자이너 분이야.”
“알아봐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후후, 그럼 리카씨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생기있게 빛나는 그 눈은 정말 리카에게 꼭 자신이 만든 드레스를 입혀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 눈을 보고 결국 리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점장은 두 사람이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자 정말 기뻐했다.

“받아들여주시다니, 정말 기쁘군요! 사지 않으셔도 좋으니 입어주시기라도 하세요! 아, 혹시나 몰라 리카씨를 위해 따로 디자인한 스케치도 있는데 보시지 않겠습니까? 만들지는 않았지만 혹 마음에 드신다면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스스로 흥분한 점장은 리카를 일으켜 세우더니 자신의 가게에서 본인이 봐서 제일 좋은 것 같은 옷들을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리카의 팬이라는 건 정말인 듯 했다.
P는 자리에 앉아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리카의 손에 시선을 주었다. 한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다른 손에는 장갑을 끼지 않았다. 두 손 다 흉터가 있어 예전에는 두 손다 장갑을 끼고 있었다. 하지만 프러포즈하면서 결혼반지를 끼어준 날 부터 그 반지를 낀 손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여전히 보기 흉한 흉터가 존재했지만 그 손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해 준 반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점장은 드레스를 소개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팬일 때 산 앨범에도 사인을 해줄 수 있는지 부탁했고, 리카는 흔쾌히 해주겠다고 허락했다. 점장에게 웨딩드레스를 소개받는 리카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정말 결혼하는 건가.”

P는 자신이 프러포즈하고서도 결혼을 하게 된다는 감회 같은 것이 없었다. 아직 날짜도, 식장도 옷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옷을 고르고 있자니 정말 결혼을 하는구나하고 자각을 하게 된다.

“아, 남편분께서는 좀 기다려주시겠어요? 리카씨 옷을 보여드린 후에 신랑옷도 보여드릴게요!”

점장은 신나하며 P에게 그리 말하고서 점원을 데리고 다니며 고른 웨딩드레스를 끌고 다니는 긴 옷걸이에 걸어놓게 했다.

“설마 저걸 다 입혀볼 생각인가?”

디자인과 색이 다른 웨딩드레스들을 보며 P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지만 그 옷들을 본 리카는 질린 표정이 아니라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후후, 리카씨에게 최고로 어울리는 웨딩드레스를 골라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점장은 의기양양하게 신랑이 될 자신에게 말하고서 옷을 들고 리카와 같이 탈의실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웨딩드레스는 혼자 입기 힘든 것 같았다.

“사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그건 무리일 것 같네.”

이 점장보다 더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리카의 옷을 골라줄 사람이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 그대로 여기서 아예 드레스를 골라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리카의 아이돌으로서의 생활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렇게 좋아해주는 팬이 있다, 그것만으로 아이돌로서 리카는 최고였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그 때 탈의실의 커텐이 살짝 저쳐지며 점장의 웃는 얼굴이 나타났다.

“제 눈에는 보기 좋지만 역시 신랑분이 봐주셔야겠어요. 마음의 준비 해주시겠어요?”
“다 고른 건가요?”

P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대하며 탈의실 앞으로 갔다. 점장은 그가 앞으로 오자 웃더니 곧 커튼을 젖혀주었다.
점장과 점원이 각각 커튼을 잡아당기며 연극의 서막처럼 커튼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리카가 수줍게 웃으며 두손을 모으고 다소곳하게 서있었다.
바닥을 끄는 긴 치마에, 프릴과 레이스, 그리고 가슴 한 쪽에 흰 꽃으로 장식 된 드레스는 민소매였고, 대신 팔꿈치를 넘는 소매길이의 장갑을 쓰고 있었다.

“장갑은 제일 얇고 소재가 부드러운 걸로, 반지를 끼는데 문제없어요.”

그 설명만으로 손이 망가진 리카를 배려했음을 알 수 있었다. P의 시선은 리카에게 박혀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속으로 되물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이 정말 자신의 신부가 되는 것인가?

“저기, P 어때?”   

리카가 부끄러워하며 조심스럽게 묻자 P는 이내 놀랬던 얼굴을 바로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로 아름다워. 나와 결혼해주겠어?”

자신도 모르게 다시 프러포즈를 하고서 이내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리카도 그 모습에 웃었다.

“몇 번이든.”
“후후, 두분 정말 보기 좋으시군요.”

점장은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점원과 같이 다른 드레스들을 가져왔다.

“그럼 또 봐주시겠어요?”
“이걸로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전 이 드레스가 마음에 들거든요. 리카는 어때?”
“나도 그래.”

두 사람이 만족해 그리 말하자 점장이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두 분 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어디까지나 이런 종류의 드레스는 어떤지 물어본 것뿐인데. 드레스의 종류가 정해졌으니 이제는 디자인을 정해야죠. 그 다음에는 그 자료들을 토대로 관상용이 아닌 리카씨만의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고 말이죠. 자, 그럼 리카씨 빨리 다른 드레스를 입어보죠! 아, 오늘 가게는 휴업으로 바꿔줘. 리카씨에게 맞는 드레스를 찾으려면 아무래도 시간내에 부족할 것 같으니깐!”

폭주하며 아예 가게까지 휴업시키는 점장의 모습을 보며 P는 점장을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리카에게 말했다.

“미안 리카, 아무래도 식장은 내일 찾으러 가야겠어.”
“응. P, 우리 드레스는 그냥 여기서 선택하자. 저 분보다 내게 어울릴 드레스를 찾아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나도 같은 생각했어.”

그리고 둘은 살푸시 웃었다. 그날 하루, 열의에 넘쳐 폭주한 점장에 의해 피곤했지만 둘은 최고로 행복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계속 이어질 거란 생각에 더더욱 앞으로를 기대하게 되었다.



[두 사람 다 정말 축하한단다. 우후, 지금 우리 집에 이웃들이 와서 술잔치를 벌여 고생이란다. 글쎄 너의 시아버지 될 사람이 며느리가 너무 이쁘다며 자랑을 얼마나 했는지, 글쎄 이웃 영감들이 질투해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집으로 쳐들어오지 뭐니.]
“에, 그게 죄송합니다.”
[죄송할게 뭐 있니. 둘이 직장은 잡았니?]
“식장은 못 잡았지만 드레스와 양복은 정했어요. 다행히 좋은 분이 계셔서 좋은 옷들을 구할 수 있었어요.”
[좋은 분이라니?]
“제 팬이라는데, 정말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면서 옷들을 찾아주셨어요. 그러고는 디자인을 새로 해서 다 만들면 연락을 주겠대요.”  
[팬이 그정도로 해주다니, 정말 우리 며느리는 사랑받는 아이돌이었구나. 하긴, 누가 프로듀서한 아이돌이고, 누구의 아내인데. 당연한 일이겠지. 그래도 힘들지 않니? 그렇다면 꽤 돌아다녔을 것 같은데.]

걱정스럽게 P의 어머니니 전화기너머로 묻자 리카는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고개를 저으며 행복함을 미소로 나타냈다.

“그렇지 않아요. 아주 행복해요. 곧 P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 실감 나거든요.”
[아주 좋은 일이구나. 사람들 중에는 이때부터 마음이 맞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도 많아. 하지만 너희들은 그렇지 않은 듯해 아주 다행이야. 날짜 정해지면 알려주겠니? 피곤할테니 내려올 필요는 없고 전화로만 알려주면.]
“아니에요. 날짜 정해지면 P랑 같이 내려가서 직접 말씀 드릴게요.”
[에이, 피곤할텐데 그럴 필요는…….]
[뭐야, 며느리 전화야? 그럼 빨리 말해주지! 에, 며느리야 언제…….]
[주정뱅이는 그냥 누워서 자요! 피곤한 애 더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애야, 그럼 다음에 또 전화하자구나. 푹 쉬렴!]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기는 급히 꺼졌다. 리카는 그 갑작스러움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헤헤.”

그 때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나온 P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기분 좋아보이네. 누구랑 전화했어?”
“어머니랑.”
“에, 아직까지 한거야?”
“응. 날 너무 이뻐해주셔서 기뻐.”
“리카는 실제로 이쁘니깐.”

그러고는 살짝 허리를 안아주고서 키스를 해주었다. 거실의 낮은 테이블에는 웨딩드레스 가게의 점장이 새로 디자인한 웨딩드레스 스케치 복사본이 있었다. 그 옆에는 세트로 디자인한 남자정장도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리카는 감회에 젖어 말했다.

“이제 결혼하는구나.”
“아직 정할게 많지만 말이야.”
“빨리 날짜를 잡았으면 좋겠어.”
“내년 3월 정도가 좋겠지?” 
“응. P와 처음 만난 가을에 하고 싶지만, 그러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하니깐. 그러니깐 새로 시작하는 봄에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응. 그 날짜에 맞는 식장을 찾아보자.”

그러고 P는 리카와 같이 식탁으로 갔다. 이제 요리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P가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둘이 같이 식사를 만들기로 하였다.

“식장도 오늘 점장처럼 좋은 분이 해주면 좋겠는데.”

리카가 그리 중얼거리자 P는 확신에 차 대답해주었다.

“그럴 거야. 리카는 정말 사랑받는 아이돌이니깐.”
“지금은 그만두었는 걸.”
“그렇지 않아. 오늘 점장을 보고 확신했어. 아이돌은 은퇴해도 팬들의 사랑은 계속 돼. 오늘 점장처럼 말이야. 물론, 그 사랑이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해주는 분들은 계속 기억하고 사랑해줘.”

리카는 P의 말에 오늘 만난 점장을 다시 생각했다. 그녀 때문에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기뻤다. 자신을 정말 좋아해주고, 자신의 일을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며 같이 옷을 골라주고 만들어주기로 했다.

“……나 아이돌이 되서 다행이야.”
“나는 그런 아이돌을 프로듀스해서 다행이고 말이지.”

둘은 그리고 작게 웃고서 식사를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 같다면 그 긴 기간은 정말 즐겁고, 기대를 가지며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워 P.”

식사를 마치고서 둘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P가 먼저 눕힐 수 있는 소파에 기대고, 그 몸 위에 리카가 눕듯이 기대 안겨있는 형태였다. 그 상태여서 리카가 뜨끔없이 감사 인사를 했다.

“뭐가 고마워?”

살짝 리카의 어깨에 턱을 괴며 P가 묻자 리카는 그 볼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P가 프러포즈해준 후 매일매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이게 다 P덕분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거기다 그 일은 나 혼자 무리였어.”

그 프러포즈 장소는 미키의 단독콘서트장이었다. 자신의 행동은 미키에게 민폐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키와 프로듀서인 리츠코는 허락해주었고, 그녀의 팬들도 진심으로 두 사람의 프러포즈를 축복해주었다.

“날짜를 정하면 제일 먼저 P의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미키씨와 리츠코씨에게 알려줄 거야.”
“응, 그렇게 해야지. 두 사람에게 정말 큰 빚을 졌어.”

-이렇게 해줬으니 두 사람 꼭 행복해야한다고요. 둘을 위해 포기한 미키를 위해서도 말이에요.
리츠코의 그 말이 다시 귀에 들려오는 듯 했다. 미키는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또한 슬퍼했다. 그 마음이 어떨지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키의 행동이 얼마나 힘든 결정이고, 또한 대단한 일인지는 알 수 있었다.

“리카, 우리 꼭 행복해지자.”
“헤헤, 솔직히 말해 자신 없어. 이 이상 어떻게 더 행복해져야할지.”

리카는 헤헤 웃으며 고개를 들어 거꾸로 P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P는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둘이 노력하면 가능할거야. 같이 노력하자.”
“응.”

그리고 말없이 P는 리카를 뒤에서 껴안고, 리카는 그런 P의 품에 파묻혀 TV를 보았다. 방송에서는 아이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리카는 더 이상 아이돌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자 방송이 끝나고, 이번에는 연예뉴스가 나왔다. 유명 연예뉴스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리카와 자신의 결혼 소식이 제일 처음에 나왔다. 방송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다른 방송에 비해 늦게 전달하게 된 것 같았다.
방송에서 자신의 프러포즈 장면이 나오자 P는 채널을 돌리려했다. 하지만 그것을 리카가 막았다.

“왜 돌려?”
“내가 한 일이지만, 이렇게 다시 보려니 부끄럽거든.”
“난 좋은데?”
“난 부끄러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 그것도 도쿄돔에서 그런 프러포즈를 했던 건지 당사자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당시에는 리카를 위해 용기를 낸 것이지만, 다시 한 번 하라면 자신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부러워해졌어.”
“그래?”
“응. 전화도 많이 오고, 메일도 오고. 팬들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써서 축하해주기도 했어. 뉴스의 리플들에도 그런 글들이 많았고.” 
“그럼 아까 리카 말처럼 더 행복해지기는 무리일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줘서 행복한거니깐 말이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니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몰라.”
[리카씨, 그리고 P씨 축하하드리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첫 뉴스가 끝나자 MC는 웃으며 차분하게 인사를 하고서 다음 뉴스로 넘어갔다. 타이밍이 기묘하게 맞아 떨어져 리카는 웃으며 크게 대답했다.

“네! 꼭 행복할 게요! 고마워요 카에데씨!”

어쩐지 리카의 대답에 방송 속 카에데란 아이돌이 대답을 들은 것처럼 웃는 것 같았다. 

“우연이겠지. 음.”

P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여러 일도 많았어.”
“그렇네.”  

P의 말에 무심코 대답하다가 리카는 순간 지난 날이 떠올랐다. 자신을 괴롭힌 아이돌. 치하야라던가, 하루카. 이오리. 
치하야와 이오리를 생각해내자 리카의 얼굴에는 웃음이 지워졌다. 의원과의 일이 떠올랐다.

“욱!”
“왜 그래 리카? 괜찮아?”

몸을 떨자 P가 안심시키려는 듯 몸을 더욱 잡아당겨 더욱 자신의 품에 안았다. 자신은 이미 P를 배신했었다. 그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다른 남자와 몸을 섞었고, 그 일로 방송을 얻어버렸다. 그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그를 배신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돌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않고, 그러기 위해 더욱 노력해왔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그를 배신했다.
연인으로서, 아이돌로서. 
이 사실을 이오리와 치하야는 알고 있다. 그 아이돌이 자신을 위해 그 사실을 숨겨줄 리가 없다. 아니, 이 사실은 숨겨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숨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제 말해야하는 걸까?
최고로 행복한 지금 이 순간에 이 사실을 말한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웠다. 거기다 그런 순간이기에 그에는 더욱 충격이 클 것이다. 그래도 말해야한다. 결혼하기 전에 말이다.

“……P.”
“응?”
“나 당신에게 용서를 빌어야하는 일이 있어. 하지만 이일을 말한다면 당신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당신을 배신한 일이니깐.”
“……무슨 일인데? 널 용서하지 못할 일이라니, 그게 뭔지 모르겠어. 난 너를 사랑하니깐.”
“그게…….”

그 때 P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갑자기 누구지? 미안 리카, 전화 좀 받을게. 이야기는 있다가 계속 할 수 있을까?”
“……응. 기다릴게.”

P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 거기에 놓아 둔 자신의 핸드폰을 받았다. P가 자신의 곁을 떠나자 리카는 스스로 몸을 감싸안았다.
말하기가 두려웠다. 너무나 떨렸다. 지금의 행복이 이 고백으로 깨져버리면 어떻게 하지?

“아, 칸자키사장님? 그러지 않아도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765프로의 사장과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765가 생각나자 더욱 그 아이돌들이 생각났다. 숨길 수 없었다.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연인에게 전해야했다.
그 때 자신의 전화가 울렸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에 화면을 보고 리카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었다. 핸드폰 액정에는 키사라기 치하야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여보세요?”
[후후, 리카씨. 저랑 좀 만났으면 하는데요.]

그 목소리는 웃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차가웠다.



P는 난폭하게 운전을 해나갔다. 통화를 하고 거실로 나왔을 때 리카는 없었다. 잠시 슈퍼에라도 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아 걱정을 하고 찾으려 나가려 했었다. 그 때 자신의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으니 처음 듣는 남성의 전화였다.

[도쿄병원입니다. 지금 리카씨가 교통사고로 이곳에 실려 오셨습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해 일단 응급조치를 했는데, 제대로 시술을 하려면 보호자의 수술 동의서가 있어야합니다. 빨리 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전화로 일단 수술을 부탁하고서 급히 그곳을 향해 차를 몰아가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차문도 제대로 못 잠그고 수술실 앞으로 갔다. 그곳에 가니 수술은 한창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안내 받은 수술실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무슨 일인거지? 자신을 놀리는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그래, 그럴 것이다. 아마 자신의 지인, 그래 765프로덕션에서 자신을 놀래 키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꾸미고 있는지도 몰랐다. 방금 칸자키 사장과 통화도 하지 않았던가? 그 사람은 다른 의미로 사람을 놀래키기 좋아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런 것이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하게 웃던 리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행복해했는데 이럴 리가 없었다.
그 때 한 의사가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동의서를 내밀었다.

“P씨 맞으시죠? 일단 부탁하셔서 수술은 시작했지만 동의서를 작성해주셔야겠습니다”

P는 의사에 말에 멍하니 동의서를 쳐다보다가 사인을 했다. 가슴이 너무나 불안했다. 
장난이 아닌 것인가? P는 의자에 주저앉아 멍하니 수술중이란 램프를 올려다보았다.

“저기, 리카는?”
“수술 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는 뭐라 드릴 말씀이…….”

의사는 어쩐지 땀을 흘리고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불안함이 잠식한 상태로 시간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때 수술중이란 램프가 꺼지고 한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P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의사에게 다가갔다.

“리카는, 리카는 어떻게 되었죠?”
“그게…….”
“말해주세요!”

그렇게 뜸을 들이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너무나 불안했다.

“죄송합니다.”

그 첫마디에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진 의사의 말은 예상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산모는 살릴 수 있었지만 아이는…….”

……산모라고? P는 순간 그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산모라니요?”

P의 반응에 의사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간호사를 시켜 자료를 갖고 오게 하더니, 그것을 보고서 곧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산부인과 기록이 없는 것을 보니 산모도 몰랐던 것 같군요. 리카씨는 임신한 상태셨습니다. 4개월정도 된 것 같더군요.”

임신……하고 있었다고? P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임신했다는 것은 결혼까지 약속한 상태에서는 아주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산부인과가 아니고, 눈앞의 의사는 그쪽 관련 의사가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 리카는 출산을 위해 실려온 것이 아니었다.

“…….”

P가 충격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의사는 안쓰럽게 쳐다보면서도 보호자에게 환자의 사태를 알려야하기 때문에 잔인하게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출혈도 심했고, 수술은 필수였을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산모는 무사히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아는……. 정말 죄송합니다.”
“……하하, 하하.”

행복해하던 리카가 생각났다. 리카가 예전에 했던 말도 생각났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돌로 키우고 싶다던 말이.

“그리고…….”

뭐야,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거야? 이 이상 더 안 좋은 소식이 있는 거야?
리카는 살았다했다. 무리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기를 잃은 것보다도 더 나쁜 소식이 있을 수 있는 거야? 혹시 평생 다리를 못 쓴다거나, 어디가 망가졌다거나.
안좋은 예상을 했지만, 의사의 말은 또한 P의 안 좋은 예상을 안 좋은 쪽으로 넘어섰다.

“자궁이 망가졌습니다. 그곳도 수술을 했지만. P씨, 잘 들으세요.”

의사는 어쩐지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P의 어깨를 잡고 그 안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산모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P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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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더욱 심해지니 보실 수 있는 분들만 보세요!
비축분이 끝나가는군요. 하나 씩 올려야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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