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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Shelter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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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7, 2016 23:54에 작성됨.

※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옵니다.

※ 오리지널 캐릭터와 아이돌의 연애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상의 요소가 불편하신 분은 부디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냐하하, 완전히 젖어버렸네…"
메구미는 자신의 옷을 내려보며 마른 웃음을 흘렸다. 극장으로 향하던 도중 갑자기 내린 비는 어떻게 하나 고민도 하기 전에 온몸을 흠뻑 적셨다. 급한대로 가장 가까운 건물로 들어오긴 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막막함이 메구미를 찾아왔다.
이미 쫄딱 젖었으니 그냥 비를 뚫고 갈까? 잠깐 고민하던 메구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거리지만 지금 내리고 있는 비를 보면 그럴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택시를 기다린다고 해서 빈 택시가 지나갈 만한 장소도 아니었다. 딱히 급한 일이 있는 건 아니라 시간에 쫓기지는 않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일까.
메구미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입구 근처에 있는 입주 점포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극장 주변이 대체로 한적한 분위기인 것처럼 이 건물도 네임 플레이트가 채워져 있는 쪽보다 비어있는 쪽이 많아보였다. 딱히 눈에 띄는 건 없는…
"카페&바?"
메구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가게는 그동안 지나가면서 전혀 본 적이 없는데. 최근에 생긴 건가?
"쉘터(Shelter)…?"
아마도 방공호나 피난처 같은 뜻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들어올 때 간판이 있었던가 생각해봤지만 갑작스런 비 때문에 급히 들어오느라 볼 겨를이 없었으니 알 수 없었다.
상호명을 보며 조금 생각하던 메구미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일단 슬쩍 보고 뭔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도 되니까. 가게는 3층에 있었고, 굳이 꼭대기에 가있는 엘리베이터를 부를 거까지는 없다 싶었기에 메구미는 경쾌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2층을 지나고, 3층이 보이는 층계참에 올라선 메구미는 순간 멈칫했다.
"……어라, 손님?"
한 남자가 서있었다. 목 아래에서 한단 더 내려간 부분까지 단추를 풀어헤친 와이셔츠, 수더분한 머리, 듬성듬성 거뭇한 티가 나는 수염. 전체적으로 너저분한 인상의 남자. 남자는 무얼 하는건지 멍하니 문을 들여다보며 서있다가 인기척을 눈치 채고 고개를 돌렸다.
"에… 저기, 영업 중인가요?"
"응…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들어갈 거야?"
갑자기 수상쩍은 느낌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메구미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당장은 발이 묶인 처지기도 하니까. 메구미의 반응에 남자는 한걸음 물러나며 과장된 몸짓으로 옆의 문을 가리켰다.
"어서 오세요, 바 쉘터에."

 

남자의 그 인사에 한 번 더 돌아갈까 고민한 메구미였지만 아무도 없는 가게에 들어와 카운터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 남자의 이야길 듣자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정식 오픈은 내일. 그런 이유로 메구미가 첫 손님이란 것이다.
"뭐어, 정식 오픈이라고 해도 딱히 앞에 서서 홍보한다거나 행사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지."
웃음을 흘리며 남자는 메뉴를 메구미에게 내밀었다. 메구미는 메뉴를 받아들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뭐, 보통은 안 괜찮겠지만… 딱히 떼돈 벌려고 이 장사하는 것도 아니니 크게 상관은 없어. 아, 그건 바 메뉴. 카페 메뉴는 좀 더 뒤쪽."
"아, 감사합니다."
메뉴를 스윽 훑어본 메구미는 카페라떼를 부탁했고 남자는 느긋하게 움직이며 뒷쪽에 놓인 기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오빠, 나 왔- 어라? 손님? 아니면 헌팅?"
"처음 보는 사람한테 실례다, 인석아. 어쩌다보니 첫 손님."
남자가 혀를 차자 여자아이는 헤헤 웃으며 문을 닫고 들어왔다.
"이야, 이거 감사합니다. 기념할 만한 첫 손님이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 드려요."
"냐하하, 안녕하세요-"
붙임성 있는 서글서글한 태도에 메구미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컵을 메구미에게 내밀었다.
"아, 이따 갈 때도 비가 안 그치면 우산 하나 줄테니 가져 가. 비 피하러 온 거 맞지?"
"엑, 그건 어떻게…"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고도 모르면 그 녀석이 눈치 꽝인 거지. 어차피 갑자기 비 내리면 손님들 드리려고 잔뜩 쌓아놓은 게 있으니까 부담 가질 필욘 없고. 용도대로 쓰이는 거니까."
메구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페라떼를 한 입 마셔보았다. 평소에 자주 찾는 드링크바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맛이었지만, 꽤나 맘에 들었다. 별 거 아닌 대화를 주고 받는 두 사람도 꽤나 괜찮은 느낌이고, 앞으로도 종종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메구미는 느긋하게 커피를 홀짝거렸다.

 


남자- 마츠하라 테츠야는 바깥에서 신중하게 가게의 동정을 살폈다. 항상 들고 다니는 휴대용 재떨이는 그동안 피운 꽁초로 가득했다. 점심시간은 지났고, 아직 저녁시간이 되긴 이른 애매한 시간. 확실히 손님은 적어보였다. 그럴거라 예상하고 온 거긴 하지만.
하지만 그러고도 테츠야는 쉽사리 가게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참동안이나 간판을 보며 여러번 한숨을 내쉬던 남자는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결심한 듯이 가게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게의 간판에는 사타케 반점, 이라는 글자가 유려한 한자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래, 이제 돌아온 거냐?"
"네. 이 동네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인사는 드려야겠다 싶어서… 죄송했습니다."
"죄송할 거까지야 있나.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제 뭐하냐? 취직?"
"아뇨, 조그만 바를 하나 차렸습니다. 그동안 이래저래 좀 배운 것도 있고해서. 동생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섰구요."
"흐응, 그렇구만. 그래, 잘해봐라.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라도 하는 게 낫지."
"감사합니다."
테츠야는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사장은 괜히 입맛을 쩍쩍 다시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거냐?"
"네?"
"모른 척하기는. 미나코 말이다."
"…그러네요."
사실은, 사타케 반점에 발을 들여놓는 걸 가장 망설였던 이유가 다름 아닌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쯤 고등학생이 되어있을까.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기 전에 사장님에겐 그만둔다고 하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미나코에겐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지고 슬퍼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 미나코에게 사정을 설명하기엔 자신이 너무 지쳐있었고,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다.
"혹시 미나코에게 얘기하신 건… 있나요?"
"아니. 미나코는 아무 것도 몰라. 얘기한다면 자네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겠죠."
테츠야는 무거운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여기 온 이상 미나코를 만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미나코 역시 분명히 과거에 연결되었던 인연이고 자신이 풀어야 할 매듭이라고 생각한다.
"끄응…"
"미나코 녀석, 네가 그렇게 갑자기 잠수 타고 엄청 울었었지 아마."
"…안 그래도 부담 되는데 허들 높이지 마시죠."
"자업자득이겠지? 내 딸내미 눈물 뽑은 거 생각하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라고."
"할 말 없네요. 하아…"
테츠야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자 그렇잖아도 부스스한 머리가 더 엉망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장은 껄껄 웃을 뿐이었다.
"엇차, 미안하군. 갑자기 전화가."
사장 앞에 놓인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흘러나오자 사장은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연결했다.
"어어, 무슨 일…? 응? 사고? 갑자기 무슨… 몸은 괜찮아? 응, 응.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니아니, 그건 내가 알아볼테니 일단 오늘은 푹 쉬게. 응, 그래."
"…?"
"이거 골치 아프게 됐는데… 미안, 잠시."
사장은 심각해진 얼굴로 몇 군데 전화를 돌리더니 한층 더 굳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큰일났군. 오늘 주방 볼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네."
대충 사장이 얘기하는 내용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파악하고 있던 테츠야는 걱정스런 표정으로사장을 보았다.
"여전히 주말엔 특히 바쁘죠?"
"아무래도 그렇지… 휴일인 사람들 중에 주방 볼 줄 아는 녀석들한테는 연락해봤는데 나올 수 있는 녀석이 없네."
"허어, 큰일이네요."
"큰일이지… 곤란하게 됐구만, 이거. 혼자서는 오더가 꽤 밀리지 싶은데 어디 주방 볼 줄 아는 녀석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으…"
"……?"
사장의 말꼬리가 늘어지더니 시선이 자신과 눈을 마주친 테츠야에게 고정되었다. 테츠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내 사장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

 

"으아아아아, 그렇다고 갑자기 저를 주방에 넣는 게 말이 됩니까!! 손 뗀 지 벌써 몇년인데!!"
"잘하는구만 뭘. 시급은 넉넉하게 쳐줄테니 걱정 말라고, 하하."
"그런 문제가 아니잖-"
"-오더 들어갑니다! 탄탄멘 둘, 츠케멘 둘! 전부 차슈 추가로 부탁드려요!"
"주문 접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하네."
"…조건반사라고 아세요?"
그 정도로 불평은 접어둔 테츠야는 부지런히 냄비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방의 구조나 레시피는 자신이 알바로 일할 때와 거의 변한 것이 없기에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오히려 몸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걸 느끼며 테츠야 본인이 놀랄 정도였다.
결국, 5시부터 시작된 러쉬는 9시 즈음이 되어서야 오더가 끊기며 종료되었다. 테츠야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사장은 껄껄 웃으며 수고했다며 테츠야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이 정도면 이제 나 혼자서도 주방은 어떻게든 될 거야. 아, 잠시만 기다려주게. 오늘치 시급은 레지에서 꺼내올테니."
"하하… 감사합니다. 잠깐 담배 한 대 태우고 올게요."
"그려, 그려."
앞치마를 벗어서 주방 한 쪽에 걸어둔-이것도 예전 그대로였다-테츠야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가게의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흠칫했다. 자기가 힘을 주기도 전에 가게의 문이 드르륵하고 열린 것이다. 아마도 밖에서 누가 문을 연 거겠지.
"아, 죄송합니…다……"
"앗, 죄송…."
바깥에서 문을 연 사람도 바로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흠칫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이내 테츠야의 얼굴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버렸다.
"……테츠야 오빠?"
"…오랜만이네, 미나코."
테츠야는 어색하게 웃으며 간신히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끝내주는 타이밍으로, 테츠야와 마주친 것은 다름 아닌 미나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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