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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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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13 04:29에 작성됨.



저녁은 한참 지나고 이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하나 둘 저마다 짝을 이루던, 고독을 즐기기 위해 홀로 오던,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걸치기 위해 찾아오는 늦은시간이다.

넥타이가 삐뚤어진 주름진 인상의 아저씨들과 술기운에 몽롱해진 눈초리의 청년들이 여기저기 산재한 포장마차 안에서 유독 이질적인 요소가 내 앞에 자리잡고 있다.

"너도 술마실래?"

"저 미성년자라구요."

그 이 시간의 포장마차와 어울리지 않는 소녀, 마코토에게 떨떠름하게 물어보자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그치만 표정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것마냥 처량 맞아 보이는게 술 한잔 필요해 보였다만."

"그냥 기분이 좀 좋지 않을 뿐이에요."

하며 자리에 털썩 엎어져 들리지도 않는 옹아리같은 소리를 웅얼거린다.

여간 마음상한게 아닌모양이다.

아니 기분 안좋은건 안좋은거고 대체 왜 여기와서 이러고 있는거야 얘는.

집에 안들어가나?

"여자아이가 늦게까지 밖에서 돌아다니면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친구집에서 놀다온다고 했어요. 그리고 어차피 집에선 절 걱정하지도 않는걸요."

"그럴리가."

"괴한을 만나도 서너명쯤은 가뿐히 제압할거라나 뭐라나요."

……내가 설마하던 것과는 방향이 좀 틀리네.

가정 불화가 아니라 너무 마코토를 신뢰하시는것 같다.

하기야 마코토의 신체능력은 처음 만났을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몇번 보면서 평범한 수준이 아니라는걸 충분히 알게되었다.

듣기론 가라데도 수준급이라는데 그 신체능력에 기술까지 합쳐진다면 어지간한 성인남성도 우습게 고꾸라트릴테지.

다만 눈치를 보아하니 그 말을 그대로 해버리면 상처받을것 같아 마음과는 달리 위로의 말을 건넨다.

"마코토를 믿어주는건 좋지만 그래도 그건 좀 그렇네."

"그쵸? 너무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여자아이인데!"

탕! 하고 큰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몸을 일으킨 마코토에게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고,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마코토가 창피한듯 고개 숙여 사과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역시나 지금 마코토의 기분과 관련된건 언젠가 들었던 그것인 것 같다.

"요컨데 여자아이처럼 대우받고 싶은데 주위에서 남자아이처럼 대하니까 기분이 상했다?"

"우와, 어떻게 아셨어요?

"그 반응을 보면 짐작정도는 할 수 있지."

"역시 점주 씨를 찾아온게 잘한일인 것 같네요."

"그건 또 무슨소리야."

"미키가 그랬어요. 뭔가 걱정이나 고민이 있으면 점주 씨를 찾아가는게 좋을거라고."

그래서 걱정이나 고민이 생긴 지금 날 찾아왔다 이건가.

왜 미키가 그런 말을 했는지 잠깐 생각해보다 예전 일이 떠올라 수긍한다.

전에 한번 아카바네 씨와 미키 사이의 관계를 개선시켜준 일이 있었지.

그때 그것 때문에 날 추천한건가.

"하지만 난 카운셀러가 아닌데."

"그래도 방금처럼 말하지도 않았는데 제 고민이 뭔지 눈치채신걸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은걸요. 그리고 예전에 히비키의 이누미를 찾아준것도 그렇고 아미의 과자의 건도, 아즈사 씨의 미아를 해결해 준 것도 모두 사무소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또 그렇네.

어쩌다보니 본의 아니게 그 사무소의 아이들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준 경우가 많은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성실하게 상담에 임해주기로 한다.

"그럼 자세하게 말해봐. 뭐가 문제인지."

"이미 알고계시잖아요?"

"대충 무슨 일인지는 알았지만 중요한 계기가 있을거아냐."

뜬금없이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불만이 터졌을리는 없다.

쌓이고 싸여서 터지든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든 가장 최근에 일어난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시간에 집에 거짓말 까지 하면서 날 찾아온거겠지.

내 말에 마코토는 잠시 침묵한 채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사실 오늘 아침부터……."

마코토가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키쿠치 마코토는 소녀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여자아이라는 사전적 정의도 그렇고 감성 또한 그렇다.

비록 타고난 외모가 중성적이고 가정환경이 마코토를 소녀보단 소년에 가깝게 자라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소녀인 마코토의 마음은 대다수의 다른 여자아이들과 같이 섬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집에선, 정확히는 마코토의 아버지는 마코토를 소녀답게 기르는데 관심이 없었다.

인형놀이 보단 운동을, 프릴이 달린 하늘하늘한 옷보단 거칠고 세련된 남성복을 사주었고 
그 바람이 어느정도 통한건지, 천성이 어느정도 있던건지 마코토는 어지간한 소년들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강하고 멋있게 자랐다.

그것이 불만인 것이다. 마코토는.

아무리 그렇게 교육받고 또 자라왔어도 자신은 소녀라는 마음을 떨칠 수 가 없다.

옷장에 바지가 가득 들어있어도 입고싶은건 치마고, 또래의 소녀들이 남자아이들은 제쳐두고 온갖 기념일마다 초콜릿이나 러브레터를 잔뜩 보내오지만 정작 바라는건 아직 찾지못한 왕자님의 달콤한 속삭임이다.

그래서 아이돌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돌이 된다면 분명 일 때문에라도 이것저것 귀여운 옷을들 잔뜩 입어 볼 수 있을테고 그러한 차림에 걸맞는 역할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성년자 이기에 계약 과정에서 당연히 부모님의 승인이 있어야 하니 이야기를 했을 땐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극구반대가 있었으나, 평생에 한번 없었던 마코토의 사정사정에 결국 자식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이번만 한발 물러난 것으로 아이돌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아이돌일은 어째 생각과는 달리 진행되었다.

마코토의 젠틀한 매력을 알아본 사무소의 사장님과 프로듀서는 그런 이미지를 무기로 밀고나가기 시작했고 과연 그들의 눈은 틀리지 않아 연신 상승세로 한층 인기를 누려가고 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이미 팬들이 바라는 마코토의 이미지는 보이쉬한 이미지이니 이제와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걸 바꿀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아이돌로 성공해 간다는 기쁨 한켠에 씁쓸함을 남긴다.

거기다 집에서도 여전히 아버지는 여전히 아이돌일이라는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여러모로 고충이 크다는 것이 마코토의 사정.

"전 여자아이라구요. 저도 팔랑팔랑 하고 귀여운 옷도 입고 일을 하면서도 귀여운 역할도 맡아보고 싶은데 집에선 아이돌일을 허락한 것 만으로도 많이 양보한거라며 그런건 허락하지 않으시고 사무소에서는 또 항상 스포츠 상품 광고 같은 종류의 일만 받아오시고……."

언제나 활기차고 당당하던 마코토의 눈가에 물기가 배어든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한번 머리를 긁곤 마코토에게 질문을 한다.

"내일 모레 시간되냐?"

"네? 내일 모레요?"

눈가를 슥 문지른 마코토가 스케쥴을 따져보는건지 곰곰히 생각에 빠진다.

"모레는 일이 없어요.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요."

"잘됬네. 그 날은 나도 휴일이니까 나랑 좀 만나자."

뜬금없는 내 말에 마코토가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통보한다.

시간은 아침이 조금 지난 오전에 장소는 근처에 있는 커다란 패션지구.

"갑자기 거긴 왜…?"

"같이 좀 다니자고. 나도 봄옷 몇벌 사야하고."

"잠깐만요, 휴일에 남녀가 같이 옷같은걸 사면서 돌아다닌다는건 혹시 데이트 아닌가요?"

"나오기 싫으면 관둬도 좋아. 어쩔래."

"에, 엑?! 너무 갑작스럽다구요?! 갑자기 그런말 하시면…."

두 손가락을 마주하고 우물쭈물 망설이던 마코토에게 한번 더 묻자 이번엔 대답이 돌아온다

"조, 좋아요!"

"그럼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이만 집에 들어가고 그때 보자고. 바래다 주고 싶지만 나도 일이 있으니까. 뭣하면 아카바네 씨라도 불러줄까?"

이 시간에 부르는건 폐이긴 해도 아무렴 소속사 아이돌 일인데 오지 않을리가 없으니까.

"괜찮아요. 프로듀서를 귀찮게 하긴 싫고, 아깐 너무하다고 했어도 괴한을 만나도 문제없는게 사실이니까요."

하곤 마코토가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시 한번 나에게 확인한다.

"정말 그날 만나는거 맞죠? 데이트 신청 하신거에요?"

"글쎄 그렇데도."

다만 그말 어디가서 함부러 하지마라. 내가 사회적으로 말살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거든.

기쁜 얼굴로 나가는 마코토를 배웅하다 걱정이 돼 한숨쉰다.

같이 돌아다니는걸 보고 원조교제 아니냐고 의심받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네.



이틀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마코토와 약속한 당일이 되어 약속시간 보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기다린다.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자고 마음먹긴 했다지만 평소 이용하지 않아 익숙치 않은 대중교통이기에 혹시나 늦을까 싶어 빨리 나온게 너무했던 모양이다.

장사 때문에 다른 곳을 다닐일이 없어 내 차를 타고 이동하는게 전부였다만, 예의 캠핑카라는게 그 모양이다보니 이런 개인적인 일에 끌고나오기엔 마땅치가 않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마코토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있을테니 잠깐 편의점에라도 들려서 커피라도 사올까.

심심하게 그냥 있는것보단 뭐라도 마시자고 생각해 약속장소 근처에 마땅한 자판기나 편의점이 있나 둘러보는데 인파들 사이에서 익숙한 인형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지나간 모습에 미간을 좁히고 그쪽 방향으로 집중해보자 과연 내 눈이 틀린게 아니었는지 내가 아는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지는것이 보인다.

"여기다 마코토."

"아! 점주 씨!"

검은 야구모자에 마찬가지로 검은 색 위주에 녹색이 어우러진 자켓, 청바지를 입은 마코토의 모습에 무심코 잘생겼구나 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임을 숨기기 위해서 모자도 눌러쓰고 옷도 무난하게 입고 온것 같은데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훌륭한 매력은 다 숨겨지지 않아 과연 저 아이가 아이돌임을 실감하게 한다.

다만 이쁘다기보단 잘생겼다고 느낀게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이 이야기도 마코토에게 했다간 아웃일테니 속으로 삼키고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찍 나왔네."

"그러는 점주 씨도요."

나야 그러려고 했다기보단 실수한거지만 마코토는…….

"어지간히 설렜나보구만."

"아, 아니거든요!"

붉어저선 부정하는 마코토 모습에 웃음이 나와 그 머리 위에 손을 덮는다.

"그래그래. 그보다 우선 돌아다닐까. 사람 많으니까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라."

"점주 씨는 제가 어린애로 보이시나요."

"물론. 귀여운 아이로 밖에 안보여."

나이로 비교하면 나에 비해 한참 애지. 

무심하게 그런 생각을 해보곤 앞서 걷다 문득 마코토가 따라오지 않는다는걸 알아채고 뒤돌아본다.

얼굴을 숨기려는듯 푹 숙인 마코토가 뭐라 중얼거리긴 하는데 내용은 잘 들리지 않네.

대충 짐작은 간다만.

"뭐해? 안 따라와?"

"가, 가요!"

내가 재촉하자 마코토가 서둘러 쫓아온다.

한 발 뒤에 서서 따라오는 마코토의 모습에 옆으로 와 같이 걸으라고 끌어당기자 못이긴척 붙어서 오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목적지에 도착해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곳은 한 의류가게.

간판과 내부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던 마코토가 의아해한다.

"여긴?"

"뭐해. 빨리 들어와."

망설임 없이 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마코토가 이상하다 생각 하면서도 일단 따라 들어온다.

안을 훑어보자 여기저기 화사한 빛깔의 옷들이 눈에 들어온다.

몇몇 옷은 아직 추운 요즘 날씨에 맞지 않은 얇은 옷감으로 하늘하늘하게 디자인 되어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오렌지 빛의 리본으로 장식된 옷을 매만지며 머릿속으로 이 옷을 입은 그림을 그려본다.

물론 내가 입을건 아니지.

"저기 점주 씨. 여긴 여성복 매장인 것 같은데요?"

"알아."

"그치만 점주 씨 옷사러 온다고 했었잖아요?"

"살꺼야 이따. 그보다 너도 한번 돌아봐. 마음에 드는게 있는지."

만지던 옷을 내려놓고 다른 쪽으로 가 이번엔 붉은 계열의 가디건를 들어 마코토에게 대본다.

그러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마코토.

"에, 에?!"

"이건 좀 아닌것 같고."

하지만 난 아랑곳 없이 이번엔 순백의 원피스를 들어 다시 마코토에게 대본다.

"괜찮을 것 같은데."

"저, 저기 점주 씨?"

"장식이 잔뜩 달린걸 좋아한다는걸 알겠지만 이런 수수한 분위기의 옷도 충분히 여성스러워보여. 그러니까 한번 입어보고 나와봐."

"입어보라구요?"

"그래. 마음에 들면 사줄테니까."

떠밀듯 마코토에게 옷을 넘기고 점원에게 안내를 부탁하자 마코토는 난감하게 날 돌아보더니 이내 탈의실로 들어간다.

그 사이 난 다시 매장을 돌아보며 다른 어울리는 옷이 있을까 찾아보는 사이 옷을 다 갈아입은 마코토가 탈의실에서 나온다.

마코토가 사람들 앞에 이런 옷차림을 한 것이 어색한건지 쭈뼛대며 다가온다.

"이, 입어 봤는데요."

짧은 반소매에 가슴 께에 하얀 끈으로 묶여 장식되어 있고 다른색은 일체 없는 하얀 색으로 차려입은 마코토에게서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좋네."

"……."

담백하게 소감을 말하자 마코토가 부끄러워 하면서도 기쁜눈치다.

"그런데 아직 잘 이해를 못하겠는데요. 지금 이게 대체…?"

"여자아이 처럼 생각되고 싶다며. 이런 옷 입어보며 기분 내보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마음에 들면 사줄테니까."

"그, 그치만."

"데이트라고 기대했으면서도 그런 옷을 입고 온걸 보면 정말 집에 여자다운 옷이 없거나 있어도 밖에 입고 나갈만큼 집안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는다는거겠지. 그러니까 사양말고 나와서라도 잔뜩 입어봐."

옷을 사가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입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충 보아하니 몰래 사다 혼자 입어보긴 할 것 같은데. 여차하면 거울보고 자기만족이라도 하면 되니까.

"무서울정도로 잘 아시네요."

"안봐도 척이지."

그 말은 정말 거울 앞에서 몰래 사온 여자옷을 입고 보면서 좋아한다 이말이렸다.

"아, 아아~! 그건 넘어가고요! 그럼 정말 제 마음대로 입어보고 싶은것 전부 입어봐도 되는거죠?"

"그래. 그 전에 이것도 한번 입어봐."

"앗, 제 취향이에요 그 옷!"

그 뒤론 옷을 갈아입는 마코토보다 옆에서 골라주고 지켜보는 내가 먼저 지칠때 까지 질리도록 매장도 몇개나 건너가며 잔뜩 쇼핑을 해버렸다.

그중 정말 마음에 드는건 구입도 했고 마코토와 내 손엔 옷이 가득 담긴 쇼핑백이 들려있다.

"내가 들어준다니까."

"사주시는것도 고마운데 이런것 까지 전부 드는건 너무 죄송하다구요. 사실 옷도 제 돈으로 사고 싶었는데."

"휴일에 불러낸건 나니까 이정도는 해줄 수 있어."

"그치만 점주 씨도 휴일인건 마찬가지 잖아요. 엄연히 따지면 저 때문에 나오신거고."

마코토는 원하던 옷을 잔뜩 입고 또 샀다는 사실에 행복한지 나에게 감사하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이미 그 마코토의 차림은 처음의 멋있지만 여자아이 답지 않던 옷이 아닌 아까 전 매장에서 구입한 여성복으로 갈아입혀져 있다.

연두빛의 그 옷을 보며 확실히 봄 옷이 이쁜게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기가 이르다 보니 아직 많진 않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는 시기이니까 정말 예쁜 옷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워낙 마코토의 옷걸이가 좋다보니 어지간한 옷을 입혀놔도 어울리네.

그러던 사이 너무 쇼핑에 몰두한 나머지 어느덧 점심 때가 지나 출출함을 느끼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자리잡는다.

"배고픈것도 모르고 신나있었네요."

밝은 얼굴로 마코토가 입고 있는 옷을 만지작 거리며 행복에 잠기다 음식이 나오자 행여나 옷에 묻을새라 조심스럽게 식사를 시작한다.

"맛있지만……역시 점주 씨의 요리가 최고네요."

"뜬금없는 칭찬 고맙다."

아닌척 하고 있었지만 마코토를 에스코트 하는 사이 엄청 지치고 배고팠으니까 맛은 관계없이 에너지 보충을 위해 음식을 입으로 넣는다.

식사는 금방 끝이 나고 디저트로 마들렌과 커피를 즐기다 말을 꺼낸다.

"영화 좋아해?"

"영화요?"

"예매한 영화가 있거든. 관심있으면 보러가고 지쳤다면 억지로 보지 않아도 좋아."

영화표를 꺼내 보여주자 영화제목을 확인한 마코토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예매한 영화는 요즘 절찬리 인기인 멜로물.

철저하게 '소녀 마코토'를 위해 준비한 오늘이니까 액션이나 코미디가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던 영화표를 샀지만 잘한 일인 모양이다.

"엄청 보고싶었던 영화에요."

"그럼 가는걸로?"

"네! 저, 체력은 자신있으니까요!"

아까 잠깐 보인 지친 기색은 어디론가 사라진 마코토의 활기찬 대답을 듣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영화관으로 향한다.

점심이 늦다보니 여유로울거란 처음 예상과 달리 도착하자 마자 바로 상영관에 입장에 자리에 앉는다.

십여분의 광고가 지나고.

상영관 안의 불이 꺼진 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의 영화는 이제 거의 끝날 무렵이 되어 전개가 절정에 달한다.

상당히 슬픈 내용이다보니 여기저기서 울음을 참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다만 난 처음의 무표정 그대로 그저 팝콘을 씹고 콜라를 마실 뿐이지.

글쎄 난 우락부락한 것들이 나와서 다 때려부수던가 웃긴 영화가 아니면 상종을 안한다니까.

감성이 메마른건 아니지만 굳이 영화보고 감정 이입해서 가슴먹먹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영 멜로영화와는 안맞는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영화는 분명 잘만들었다만 역시 난 별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마코토를 위해 예매한것이니 그 마코토의 반응을 보고자 슬쩍 옆자리로 눈을 돌린다.

언제 꺼내 들었는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마코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은 청순하고 가련하다.

소녀네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시간동안 하던대로 팝콘으로 심심함을 달래던사이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에 불이 들어온다.

뻐근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켜고 마코토를 돌아본다.

"영화는 괜찮았어?"

"너무 슬펐어요."

아직도 눈물이 나는건지 함빡 젖은 손수건으로 발개진 눈가를 훔친다. 

그리곤 상영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오랜시간 자리에 앉아있던 탓인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마코토가 앞으로 쓰러지듯 넘어간다.

다행히 바로 앞에 내가 있던 덕분에 넘어지진 않고 안기듯 내 품에 들어온다.

가볍게 받아들며 상태를 확인하자 마코토가 두 뺨을 붉히며 괜찮다며 황급히 나에게서 빠져나간다.

"그럼 우리도 나갈까."

"…네."

작게 대답한 마코토와 함께 영화관을 빠져나와 하늘을 바라보자 이제 슬슬 해가 지려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전 마지막으로 근처 공원에 들린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빼들고 먼저 벤치에 앉아 기다리던 마코토에게 건내곤 나도 그 옆에 앉는다.

"즐거웠어? 오늘."

"엄청요. 아마 이만큼 즐거웠던 날은 여태껏 산 날중에서도 손에 꼽을거에요."

그리 말하는 마코토의 얼굴은 더없이 환하다.

저 얼굴을 보니 오늘 내 노력도 헛된 것같지 않아 기쁘네.

이걸로 '소녀 마코토'의 기분은 한껏 냈겠지.

"그럼 이제 아이돌 마코토로 돌아갈 시간이야."

내 말에 마코토에게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지고 어둠이 자리잡는다.

"그래야겠죠. 내일부터 다시 아이돌 일을 시작해야하고 집에선 이런 모습 허락하지 않으실테니까요."

"그래. 분명 네가 좋아하고 또 바라는 모습은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일테지만 사람들이 아이돌인 널 좋아하는 모습은 멋있고 보이쉬한 분위기니까."

점점 흐려지는 마코토의 표정을 지켜보다 나직하게 그 이름을 불러본다.

"마코토. 넌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싫어?"

"그렇진 않아요. 분명 여자아이로 생각되고 싶고 그런 이미지로 어필하고 싶지만 그래도 팬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제 모습을 싫어하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론 그것보단 여자아이다운 이미지가 좋다 뿐이라구요."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 없잖아."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는 마코토와 눈을 마주한다.

"둘 다 가지고 있으면 돼. 뭘 하나만 고르려고 하는거야. 소녀 감성의 마코토도, 어지간한 남자아이 뺨치게 잘생기고 멋진 마코토도 다 네 매력이야. 필요할 때 마다 원하는 매력을 끌어내 어필하면 되는거잖아?"

사람의 매력이라는건 꼭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이랬다고 생각한 사람이 알고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매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거고 여러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건 하나도 없다.

더욱이 정상을 노리는 아이돌이라면, 그리고 '소녀'라면 그 정도 쯤은 해줘야지.

뭐, 남자인 내가 할말은 아니다만.

어찌됬든 팬들이 원하는 매력이 남성적인 마코토라면 그걸 십분 발휘해 더욱 빠져들게 만들면 되는거고 언젠가 찾아올 자신의 왕자님에겐 지금의 누구보다도 더 소녀같은 마코토를 보여줘 헤어날 수 없게 만들면 된다는거지.

내 말에 마코토는 잠자코 생각에 잠긴다.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의 전 남자답고 멋있는 이미지 인데 이런 절 보고 소녀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요?"

"있어 분명히. 오늘 단 하루만으로도 난 네가 어느 다른 아이 못지않게 여자아이 답다고 느끼게 됬어. 게다가 애쓰지 않아도 넌 평소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히 귀여워."

꼭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마코토를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테지.

마코토가 내 말에 넌지시 물어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귀엽다고 말하시는거 일부러죠?"

"티났냐?"

하긴 좀 너무 대놓고 들이대긴 했지.

몇번이고 말하지만 모처럼 마코토를 위한 오늘이니까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듣지 못했지만 듣고 싶었던 말과 행동을 해주기로 했었으니까.

기분 상했다면 미안하다며 사과하자 마코토는 고개를 젓는다.

"기뻐요. 정말 감사했어요 오늘."

그래놓곤 말과 다르게 표정을 어둡게 흐린다.

"그치만 앞으로 또 이런 날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글쎄? 언제라도 나중에 또 오늘처럼 기분내고 싶다면 찾아와도 좋아. 뭐, 솔직히 또 이런 아저씨한테 억지로 끌려 돌아다니는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만."

"그렇지 않아요!"

갑자기 버럭 소리치는 마코토에게 놀란다.

"점주 씨는 절 위해서 오늘 이렇게 힘내주셨잖아요. 몇번을 같이 다녀도 절대로 기분 나쁘거나하지 않아요."

"그거 고맙네."

날 신경써주는 말에 감사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래도 빨리 멋진 왕자님 찾아 그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편이 더 좋겠지. 그 전이라면 얼마든지 어울려줄 수 있으니까."

뉘엿뉘엿 저가는 해를 보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바래다줄게. 집에서 보는 눈이 있을테니 집 앞까지는 무리겠지만."

"저기, 옷은 다시 갈아입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냥 촬영장에서 급하게 오느라 입고왔다고 해버려. 산 옷들은 일 때문에 협찬받은거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여차하면 내가 관계자라고 말하고 전화해 내가 적당히 말 맞춰 줄테니까."

사실 협찬받은 옷을 집으로 들고 가는지 어떤지는 나도 연예계쪽 일은 잘 모르니까 알지 못하지만 그건 마코토의 아버지도 마찬가지 일테니 속일 수 있을테지.

마코토는 내 짖궃은 장난과도 같은 말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럼 마지막까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내가 손을 내밀자 마코토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난다.

그 꽃이 만발한 들판마냥 화사한 미소를 보며 생각한다.

소녀다. 키쿠치 마코토는.



그냥 일기.

데이트, 라고 해도 좋으려나. 기뻐하고 또 슬퍼하는 마코토를 보며 마코토의 아버지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좋아하는 마코토를 보니 아이돌 일은 어쩔 수 없다쳐도 집에서 만큼은 풀어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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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마코토의 차례입니다. 개인적으로 단발머리가 취향이라서요. 마코토도 참 좋아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765 아이돌 중에 싫어하는 아이가 있겠냐만은요.

ps. 시험이 끝나지 않아요. 다른건 다 끝나고 종강했는데 딱 한과목이 끝까지 붙들고 놓질 않네요. 이번달 말이나 되야 완전히 방학을 할 것 같습니다. 힘들어 죽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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