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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Square 01 꿈 [프릴드 스퀘어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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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7, 2016 18:28에 작성됨.

둥실, 물속에 떠있는 듯한 이상한 부유감에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안개로 가득한 아무도 없는 거리.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어느덧 부유감은 사려졌고 내 발은 단단한 지면을 밟고 있었다.

 

“또 이 꿈인가.”

 

그날 이후로 눈을 감으면 항상 꾸는 기묘한 자각몽. 매번 반복되는 이 악몽은 나에게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 후회? 절망?

꿈은 생각에 빠져 있는 날 무시하고 내 몸을 자기 멋대로 앞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이 앞으로 걸어가면 무엇이 있는지 알면서도, 아니 알고 있기에 더욱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내 발은 그런 내 명령을 무시하며 묵묵히 앞으로 향했다.

 

얼마 걷지 않아 이윽고 근사한 테라스가 놓인 카페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대로변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검은 실루엣이 나를 발견하고 손짓하였고, 그와 동시에 내 몸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온통 검은 그 실루엣의 몸에서 유일하게 검은색이 아닌 것은 약지에 끼고 있는 내가 선물해준, 내가 끼고 있는 것과 동일한 반지.

 

“...”

“...”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내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앞에서 여러 손짓을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전해지지 않았다.

 

뭔가 재밌는 말이라도 한 듯 습관대로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그녀.

뭔가 재밌는 것이라도 찍었는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가리키며 웃는 그녀.

여전히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갈 염두조차 내지 못하는 나.

 

계속 같은 구간이 반복되는 동영상을 바라보듯 멍하니 악몽이 끝나기를 가만히 기다리던 난, 그녀의 등 뒤에서 지금까지의 꿈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흰 불빛이 빛나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점점 커지는 불빛의 정체는 짐을 가득 실은 거대한 트럭이었다. 차량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안개뿐인 도로 위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던 트럭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를 향해 꺾어져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짐을 챙기던 그녀를 집어삼킨 트럭은 그대로 가게 정문에 들이박혔고, 난 말 그대로 손 하나 까딱 못하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트럭에서 울리는 비상벨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난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그녀가 앉아있었던 곳을 확인해보았지만 그곳에 보이는 건 가게의 잔해들과 내 그림자뿐이었다.

 

그림자?

지금까지 꿈에서 그림자가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순간 그림자가 땅에서 길게 늘어지더니, 그녀의 실루엣으로 변하여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어때? 내 마지막 순간을 본 감상이.”

 

한 달 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에 뜨거운 것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달리 그림자는 검은 눈으로 날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방에 퍽하고, 깔끔하게 머리가 부셔져서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즉사. 시간은 약간 늦은 어정쩡한 시간이라 손님이라곤 나 뿐. 사망자도 한명. 깔끔했네.”

 

너무나 차가운 목소리. 가슴을 메스로 찌르는 듯 한 시린 고통을 가까스로 참아내려 했지만, 내게는 너무 버거웠다.

 

“음, 유일하게 안 좋은 점은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튀어서 주변 상가에 민폐를 끼쳤다는거 정도일까? 후후.”

“... 그만해.”

“뭘 그만해?”

 

빈정거리던 입이 일순간 멈추더니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왜 손님이 나 혼자뿐이었을까? 그리고 왜 하필 이 가게에 있던 걸까?”

“...”

“오, 아무 말도 없이 침묵하시겠다? 잘나셨네, 정말.”

 

이죽거린 그림자는 제 자리에서 벗어나 내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가게의 난장판 가운데서 하얀 반지를 주워든 그림자는 그것을 자기 손 위에서 빙빙 굴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약속시간에 늦은 너의 잘못 아니야?”

“그, 그건...”

“그래 넌 매번 그랬지. 엔터테인먼트 일이란 건 늘 제시간에 끝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침묵하는 날 가만히 바라보던 그림자는 다시 제 위치로 돌아와 이죽거리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핑계는 그게 다야?”

 

마치 공동 한가운데에 있는 것같이 사방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힘이 빠진 난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5분만, 아니 1분만 빨리 왔어도 난 죽지 않았을 텐데.”

“만나자는 약속을 일주일 전에 잡았었는데도 결국 또 늦었잖아.”

“정말 내가 소중하긴 했던거야?”

“넌 매번 늦었지. 아, 그 덕분에 혼자 살아남은 기분이 어때?”

 

“그만해!!”

 

사랑했던 목소리가 내뱉는 끔찍한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자, 그림자는 내게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잡고 날 뒤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내 손을 옆으로 쳐내고, 내 귀에 붙어 분노를 잔뜩 억누른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너를 저주할거야. 니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지 말이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몸은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악소리도 내지 못할 만큼 빠르게 떨어지던 내 몸을 받아낸 건 연약한 나뭇가지들이었다.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치이며 천천히 아래로 향하던 몸은 잡초가 무성히 깔린 축축한 바닥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멈췄다.

 

등이나 팔, 다리가 빠질 듯 아파왔지만 맨바닥에 그대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내가 떨어져 내렸던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안개가 가득 낀 거리라든지 사고 현장 같은 게 아닌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하늘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동안 꿔오던 악몽은 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끝을 맞이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한층 더 괴롭고 예측불능이라, 지금 상황도 악몽의 연장선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아 아름답기보단 오히려 겁부터 났다.

 

몸을 일으키기 위해 손으로 땅을 짚자, 손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진흙과 이름 모를 잡초의 촉감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보통 꿈에서 이렇게 복잡한 촉감이 느껴졌던가? 그리고 피부에 느껴지는 눅눅한 공기와 살짝 달착지근한 냄새까지...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데.”

 

나는 주변을 좀 더 확실히 둘러보기 위해 내가 떨어져 내린 나무 기둥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는 것에 맞춰 길어지는 내 그림자를 보고 잠시 움찔했지만, 다시 튀어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었다. 분명히 난 1월 9일에 열릴 로열 스퀘어 라이브를 진행하고자 늦게까지 사무소에 남아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숲속이라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아 머리만 복잡해지는 와중에 뒤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 있으신가요?”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어깨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뒤로 한데 묶은 여자아이가 나무들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앞머리는 옆으로 시원스레 넘긴 채였는데, 그 아래에 드러난 호박색 눈동자가 나를 보고 놀랐는지 일순 커졌다. 

 

“아야세?!”

 

아야세 호노카. 내가 스카웃했고, 지금까지 프로듀스 하고 있는 아이. 그리고 그녀와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아이. 이름이 같다고 하자, ‘그럼 직장에서 오해할 수도 있으니 이름으로 부르면 안되겠네.’ 라고 말했었지.

... 이러면 안되지.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딴생각은 하지 말자.

 

“아. 프로듀서님!”

 

날 보고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던 아야세는 이내 안심했는지 표정을 풀며 내게 다가왔는데, 거친 풀숲을 헤치고 나온 그녀는 곧 있을 라이브 의상을 입고 있었다.

 

푸른색의 원피스와 그 위에 하얀 긴팔 재킷을 걸친 복장이었는데, 중간 중간 포인트로 들어간 금색이 의상을 더 화려하게 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원피스는 과감하게 가슴골이 파여져 있었는데, 이 부분이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번 의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흰색 재킷은 목 부분이 푸른색의 보석으로 여며져 있었고, 허리까지만 오는 앞과는 달리 뒤는 발 언저리까지 내려가 있었다. 재킷의 보라색 안감이 화려한 스타킹의 무늬를 잡아주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조절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허리춤에 멋들어진 장식줄이 달려 있었는데, 금색 비즈들 사이로 흰색 비숍 체스말이 달려있었다.

 

“휴, 다행이네요. 프로듀서님은 평소 그대로시네요.”

“평소 그대로라니?”

“그, 저희를 성으로만 부르는 점이나, 또 언제나의 정장차림인 것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아야세는 햇살만큼이나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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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드 스퀘어 관련 글을 써보자! 했는데, 첫글 막바지가 되어서야 겨우 한명 등장했네요 ㅋㅋ 내용은 좀 어둡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누가 죽고 그런 장면은 절대 나올일 없으니 안심해 주세요~ 제가 저번에 꿨던 꿈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 되었습니다.

 

프릴드 스퀘어 애들, 무척 정감이 가는 애들 뿐이에요. 다만 제가 그런 면모를 제대로 나타낼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요..

글 쓰는 재주도 미흡할 뿐더러 쓰는 속도도 느리지만, 즐겁게 봐줬으면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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