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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여어, 프로듀서.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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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6, 2016 19:31에 작성됨.

 

중2병 주의

 

 

...뭐야, 또 커피인가. 에스프레소는 아니겠지? 그 고통을 다시 한번 느끼는 건, 조금은 싫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야.

 

아아, 그거라면 괜찮아. 그거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 잠시 기다려줄래?

 

 

맛있네. 역시 단맛이란건 대단해... 아, 웃지 말아줬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노골적인 비웃음은 참고 넘어갈 수 없어.

 

...사과했으면 됐어, 괜찮아. 2번 질책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지. 그보다 궁금한게 있는데.

 

 

지금 프로듀서가 손에 들고 있는 그것, 오늘의 운세...라는 잡지인가?  프로듀서도 그런 걸 믿고 다니는구나. 별나네.

 

...별나지 않은 건가. 다른 아이들도 갖고 다닌다─라, 흐응. 뭐라고 적혀있는데?

 

금전운 최상? 복권 당첨의 기회? ...프로듀서, 설마 그걸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니지?

 

...하아...

 

 

 

 

프로듀서. 갑작스럽겠지만, 지금 이 공원에는 드래곤이 있어─ ...아니, 그렇게까지 놀라면 살짝 깨는데. 조금은 의심하는 척이라도 해보라고.

 

못 믿겠어? 이거 아쉬운데. 나는 분명 프로듀서라면 믿어줄 거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여줄 거라고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한거라고. 조금은 인정을 베풀어도 괜찮지 않아?

 

 

─아아, 그렇겠지. 분명 프로듀서에게는 보이지 않겠지. 미안하지만 그 드래곤은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에게만 보이는 드래곤이거든. 안타깝게도 프로듀서는 단순한 일반인이었나봐. ...절망하지마. 내가 괜히 미안해지잖아.

 

전혀 뜨겁지 않다고? 모르고 있었겠지만, 그 드래곤은 불을 뿜지 않는 드래곤이야. 그런 종류 있잖아? 특성을 같지 않는, 노말 타입 드래곤이라던가. ...멋지지 않다...라.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원래 그런 걸 어떡해.

 

응? 프로듀서, 지금 뭐하는... 아아, 그런 건가. 이렇게까지 뛰어다녔는데 왜 부딪치지 않냐-인건가. 아쉽게 됐네, 프로듀서. 그 드래곤은 너무나도 수줍어서 프로듀서가 다가가는 순간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려. 아이들 같지 않아? ...아니, 드래곤에게 모에해도 나는 뭐라 말할 수가 없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기술이 있어. 움직일 때도, 날아다닐 때도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는 기술이. 대단하지?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원래 그런 드래곤이야. 자기 자신의 몸무게를 조절해서 길을 다닐 때도 발자국이 남지 않도록 할 수 있어. ...도둑 같다고? 듣고 보니 그런 느낌도 있네. 뭐, 남에 집 드나들 때는 쓸만 할지도.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날갯짓을 안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보다 이 드래곤은 날개를 펼치지 않아도 날 수 있다구. 모든 비행물체의 상위호환, 멋지지 않아?

 

어라... 그건 뭐야. ...아키하가 만든 생명 관측기? 잡히지 않는다고? 당연하지. 이 드래곤은 온갖 기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니까. EMP같은 걸까?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겠네.

 

 

더 질문할 거리는 없어? 나는 전부 설명해줄 수 있는데. 남은 커피라도 마시면서 기다릴까?

 

...아아, 그렇지. 프로듀서도 이젠 믿어볼까-같은 느낌인 걸까? 애매하다고? 다행이네. 그럼 더 진행해볼까?

 

더 진행해봤자 똑같다고? 그렇겠지. 무엇을 질문해도, 나는 그에 맞는 대답을 가져올테고. 문답은 끝나지 않을거야.

 

...슬슬 뭐가 문제점인지 알겠어? 후훗,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인걸까.

 

 

맞아. 나 자신에게는 아무 증거도 없이, 프로듀서의 질문에 적당한 대답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이 드래곤이 실재한다는 걸 믿으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다른게 뭘까? 지금 이 상황에서, 이 드래곤이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다른게 뭘까?

 

어느 쪽을 믿을지는 프로듀서의 자유야. 어떤 사람들은 '증거가 없다'-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그저 '니노미야 아스카는 모든 의문을 반박했다' 는 시덥잖은 이유만으로 드래곤을 믿기도 하지. 프로듀서도 그럴거야?

 

 

 

 

...당연하겠지. 내가 말해줬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살짝 이야기를 틀어볼까? 프로듀서, 저기 길바닥에 놓여있는 커다란 가방을 하나 치워볼래? 아아, 누가 버리고 간 모양이야. 상관없으니까 빨리.

 

 

...어때? 보였어? 그게 무엇인 것 같아?

 

 

그래. 발자국이야. 내가 방금 전에 말했던 그 드래곤의 발자국. 정말로 우연찮게도 하나가 찍혔나봐. 뭐, 드래곤이라도 실수할 수 있지. 자,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내 쪽에서 증거가 하나 생겼으니, 프로듀서는 이제 믿어줄거야?

 

...하나로는 아직인건가. 괜찮아. 프로듀서, 눈을 감고 귀를 살짝 기울여볼래?

 

소리가 들리지? 무슨 소리게?

 

 

움직이는 소리야. 드래곤이 드디어 움직이는 소리야. 그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다행히도 이번에는 기술을 쓰지 않을 생각인가봐. ...뭐, 어차피 우리 인간들 따위는 신경도 안쓰고 있었겠지만. 어때? 믿을만해?

 

최소한 3개는 있어야 한다고? 끈질기네... 상관없지만. 프로듀서, 그 아키하가 만들 었다는 생명 관측기, 시험해볼래?

 

 

 

잡히지? 무언가 잡히고 있지? 분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가 렌즈를 들이댔는데,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 자, 이제 어떻게 할거야? 믿을거야?

 

...아아, 아직인건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이 방금 내뱉은 말을 꼭 지켜야한다는 룰은 없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말야, 프로듀서. 전화 한 통을 걸어보자.

 

 

란코? 나야. 니노미야 아스카야. 방금 집에 들어갔지? 그 그림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어, 고마워. 드래곤 녀석도 자신이 그렇게 그려졌다는 걸 알면 꽤나 기뻐할거야. 응. 그런데 말이야 란코...

 

프로듀서가 못 믿는 것 같더라고, 그 드래곤을? ...그렇지, 분명 우리한테는 보이는데 말이지. 안타깝게도 프로듀서는 일반인이라서. 그래서 말인데 란코, 조금 프로듀서를 설득해주길 바라. 그 드래곤이 분명 실재하고 있다고.

 

자, 프로듀서. 받아. 란코가 기다리고 있어.

 

 

 

* * *

 

 

 

어때? 설득당한 걸까?

 

...혼란스럽지? 후훗. 그 모습도 꽤나 귀엽네, 프로듀서는. 아아, 놀린게 아니니까. 오해하지마.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방금 전과 다르게 나에게는 증거가 있고, 증언도 있어. 하지만 프로듀서는 반증할 방법이, 드래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지. 이제는 믿을만하지 않아? 솔직히 이렇게까지 했으면 믿지 않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

 

 

 

...대답 없음, 인가. 힘들지 않아? 큭큭. 답을 알려줄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거. 뭘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는 거야.

 

아니, 평범하게 생각하라고. 이 세상에 드래곤 같은게 실존할 리가 없잖아. 어딘가의 이세계라도 되는 거야?

 

발자국? 푸흡. 아아, 그 공원 표식 말이지? 단순히 프로듀서가 착각한 것 뿐이야. 드래곤, 드래곤 하니까 무의식적으로든 뭐든 프로듀서에게 영향을 준게 아닐까.

 

움직이는 소리? 이거 안 보여? 가방을 치우는 동안 스피커를 조절해놨지. 이거는 조금이라도 의심할 거라 생각했는데.

 

측정기에 잡힌거 말야? 렌즈를 한번 봐봐. 벌레가 붙어있지? 프로듀서가 눈 감고 있는 동안 붙여놨어. 아, 불쌍하니까 그만 떼어줘.

 

란코는 이제 알겠지? 미리 언질을 해놨다고. 마침 그걸로 이야기하고 헤어진 참이었으니까... 연기력은 역시 믿을만 하네, 응.

 

 

프로듀서. 사람은 이렇게 속는 거야. 조금만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고 다니지. 우스꽝스럽지 않아?

 

종교, 미신, 괴담이 왜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되는 것들이, 어째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퍼져있는 걸까?

 

지금 프로듀서 옆에 놓여져 있는 그 잡지, 다른 아이들도 보고 다닌다고 했지? 그 아이들 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찾아와 방금 전에 말한 드래곤을 믿으라고 한다면... 프로듀서는 어떻게 할거야?

 

동질감과 집단사고를 배제하고 본다면 말야─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저만큼의 사람들이 하나씩 왜 저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가 답이야. 나참,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니까?

 

방금 말한 드래곤, 증거도 없이 믿으라고 했던 내 말 기억나? 앞에서 말했다시피, 그 단계에서 믿는 사람들도 존재해. ...하지만 조금더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겠지. 증거를 내놓으라고.

 

그래서 선례...라고 해야할까, 방금 전의 나처럼 정말로 증거를 내세우는 사람들 있지? 유령의 증거를 찾았다는 사람들을 보면, '나홀로 숨바꼭질을 하다가 갑자기 TV가 꺼졌습니다-'라던가, '폐가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불이 전부 꺼지고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라던가. 영상들도 첨부하면서. 그걸 보는 사람들은 또 '오오...' 하면서 덜컥 믿어버려. 증거가 있으니까, 논리로 해결이 안되니까.

 

그런데 말이야, 조금만 의심해볼까?

 

유령의 존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밖에 없을까? 관심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험에 나서는 사람들로 범위를 좁혀봐도, 최소 수만, 수십만 명은 되겠지? 그 사람들이 전부 그런 경험을 했어? 아니지. 그 사람들은 고작해야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백인종처럼 끔찍하게 낮은 확률 안의 사람들 뿐이야. ...틀렸다고?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중심을 둬야한다고?

 

관점을 바꾸자는 거지. 그 정도의 사람들이라도 경험을 한다-가 아니라, 그정도로 적은 사람들 뿐만 경험을 하는데, 혹시 그 사람들의 실험에서 잘못된 점, 또는 우연이 발생하지 않았나.

 

여기서 과학은 대부분을 해결해줘. 몇 십만 명이 TV를 보면 그중 몇 명은 전선 문제로 TV가 꺼질 수도 있다-던가, 또는 오랫동안 전기가 가동되지 않던 폐가에 들어가면 언젠가는 고장날 수도 있다-던가. 새벽에 하는 나홀로 숨바꼭질은 판단력, 또는 집중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던가.

 

그래도 해결되지 않았다...라는 건, 아직 우리가 제대로 의심해보지 않은게 아닐까. 몇 년, 또는 몇 십년 후에 밝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적어도 유령의 존재를 믿는 것─보다는 훨씬 더 건전한 사고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데.

 

 

...뭐, 어차피 그런 걸 믿고 말고는 사람들의 자유야. 종교 같은 건 실제로 믿기보단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는 이유도 있고 말이지. 그래서 손해보는 건 그 사람들의 책임이고, 내 알바 아니니까.

 

거기다 이렇게 장황하게 말은 해놨지만, 한계도 존재해. 실제로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0%는 아니니까...아, 내가 지금 말하는 건 유령, 귀신 같은 초 비상식적 이야기가 아니라, 로또에 2번 연속으로 당첨된다던가, 번개를 7번 연속으로 맞는다던가 하는 그런 비교적 현실적인 이야기야.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이런 회의론을 들이대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기를 친게 분명하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어.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만, 어디까지나 실제로 벌어졌을 때의 이야기야.

 

선을 정하는게 중요하단 말야. 어디까지가 현실적인 거고, 어디부터가 비현실적인 건지.

 

하지만 말야─ 언제나 그런 것들을 믿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단 말이지. 실제로 옳은지 아닌지는, 역시 잘 모르겠지만.

 

 

 

...바-보, 라고.

 

 

커피도 이젠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네. 어때, 프로듀서. 조금은 내가 하려는 말이 이해가 가려나?

 

응? 아아, 그렇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소문은 믿지 않는다... 그것도 그런 종류의 이야기야. '의심'을 좀 더 철저히 하기 위해서. 내가 확인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같은거지.

 

 

 

...에? 내 운세?

 

하아... 프로듀서는 내가 지금까지 한 말을 뭘로 들은거야? 단순한 중학생의 궤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프로듀서를 존경하고 있던 나에게는 조금 실망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마음대로 해. 어차피 믿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내가 정할거야.

 

...

 

 

 

 

연애운 최상...이라고...

 

...

 

아, 잠깐, 어딜 가는...

 

데이트?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내가 그런 걸 다닐 이유가─

 

...

 

 

 

 

 

 

...뭐, 나쁘지...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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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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