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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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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6, 2016 01:32에 작성됨.

[습작]생일선물

 

 

 

 

업무에 집중이 안된다

무엇 때문일까? 그 근원을 생각해본다.

오늘 저녁에 사 먹은 밥에 문제가 있는가?
나의 책상 오른편에 놓인 커피에 설탕이 들어가서?

아니,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 업무를 방해하는 건 지금 내 책상 정면에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 얼굴을 초롱초롱 밝혀주고 있는
코바야카와 사에(15세,아이돌)때문이겠지. 그런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손을 뻗어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면서 슬쩍 사에를 바라보았는데 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싱그럽게 웃는 게 아닌가? 조금이라도 빨리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손목에 힘이 풀려 커피로 나의 몸을 적셨을 것이다.

 

"프로듀서 씨 커피는 어떠신지요?"

"네,무척이나 달군요"

"프로듀서 씨가 어쩐지 일에 집중을 못 하여 피로가 쌓여 보였기에 설탕을 많이 넣어보았는데 정답이었을까요?"

"오답이네요. 저는 단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 분명히 이렇게 하면 프로듀서 씨가 좋아할 거라고 마유양이..."

 


마유가? 그렇다면 마유는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는다.마유가 자주 커피를 타주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설탕은 넣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왜 마유는 그렇게 알려준 것일까? 잠시 고민을 해보았지만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이런 건 지금 고민할 시간이 없다. 신속히 사에를 보내고 밀린 업무를 처리 해야 한다.
나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요 단지 프로듀서를 바라보고있사와요"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진 않군요"

 

다 큰 숙녀가 다 큰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행위에 어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보았다.
내가 사에의 일거수일투족을 온종일 쳐다만 보는 것이다.

어? 사에 라면 온종일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그저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은데?
더 큰 문제가 생겨버린 것 같아 곤란해졌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사에는 내 곁에 슬쩍 앉아 파일을 잡아 열어보았다.

사에가 내 옆에 앉자 은은한 꽃향기가 코 끝을 간질였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요동치는건 부정맥으로 생각하도록하자

 

"어라 이것은?"

 

사에가 반응을 보이길래 나도 고개를 돌려 시선을 사에가 손에 든 파일 쪽으로 향했다.

 

"프로듀서 씨 이것은 무엇이언지?"


"이번에 사에 씨가 촬영하게 될 웨딩드레스 화보입니다."


"저에게 웨딩드레스를요? 저랑 잘 어울릴지 ...  "


"분명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에 씨는 미인이니까요"

 


그렇게 말하자 사에는 수줍게 고개를 떨구고는 파일로 시선을 돌렸다.
늦은 밤의 어두운 사무실이었지만 붉어진 두 뺨과 기분 좋은 미소를 틀림없이 나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프로듀서 씨 여기 이 남성분은 누구 시언지?"


사에는 파일에 붙여져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에 씨와 같이 화보를 촬영할 분이십니다"

 

 

분명 파트너도 꽤 인기도 있고 인성도 훌륭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로 기억한다.

사에는 이 남성과 같이 예식장에 올라 사진을 찍게된다. 그렇게 생각하여 극구 반대 했지만 ..... 사실 이 일을 거절할 명분이 전혀 없었기에

그저 나는 바라만 볼 수 밖에 없게되었다. 반대라는 이유도 그저 질투심이 나서 한 행동이니 어린아이도 아니고 참으로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확실히 멋진 분이시옵지만... 역시 이 일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사와요"


"예? 갑자기 왜 그러시죠?"


"그야 프로듀서 씨가 원하지 않기에..."


"네?"

 

방금은 내가 잘못들은 것일까? 사에의 말에 당황해 입에서 실 없는 소리를 뱉고 말았다. 내가 사에의 웨딩 화보를 원하지 않는다고?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언이라도 한 것일까? 나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그저 입술만 움찔거렸다.
그런 내가 재미있었던 것일까? 사에는 주먹을 가볍게 쥔 손으로 입을 가려 웃었다.그리고는 웃음 짓던 미소 그대로 말을 이었다.

 

"프로듀서 씨는 제가 다른 분과 이런 화보를 촬영하는 걸 원하고 있지 않지 않사와요?


"하하 ... 저기 사에씨 저는 ... "

 


내가 무언가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순간 사에는 손가락을 치켜세워 나의 입술에 가져다 대고는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벛꽃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덧없이 짧고 화려하기에 그 순간을 놓치면 어쩌면 두 번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만약 원하여 그 화려함에 이끌려 꽃을 탐하려 한다면 그것을 찾았을 때 몸과 마음을 내 던질 필요가 있사와요"


그리고는 천천히 입술로부터 손가락이 멀어져갔고 그 목소리에 취해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무도 없었고 어딘가에 주소가 적혀있는
쪽지 한 장만이 남아 있었다.

 

 

 


업무에 집중이 안된다

무엇 때문일까? 그 근원을 생각해본다.

오늘 저녁에 사 먹은 밥에 문제가 있는가?
나의 책상 오른편에 놓인 커피에 설탕이 들어가서?

아니,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 업무를 방해하는 건 지금 나의 욕구와 호기심에 불을 붙인 코바야카와 사에(15세,아이돌)때문이겠지.


나는 결국 너의 특별한 두 눈 위에서 날고뛰며 기는 어린아이였다.
나는 둔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너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자리가 벅차고 일어나 그저 쪽지를 손에 쥐고
달린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만 탐할 수 있는 꽃을 보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꽃잎에 입맞춤을 하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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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눈팅만하다가 25일만에 쓰는 새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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