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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tory -8- sid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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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7, 2013 00:57에 작성됨.

다음 날, 아침 8시. 어제 있었던 광경을 뇌리에서 잊지 못한 채 눈을 떴다.

P:으...무거...워!

눈을 뜨자마자 몸에 덮쳐오는 중압감에 몸 위를 보니 치하야가 올라타고 있었다.

P:히익...!

난 당황해서 치하야를 어떻게든 떼어놓고 옷을 정리하러 샤워실에 들어갔다.

P:휴우...도대체...역시 술은 절대로 마시면 안 되겠어...

고개를 숙이며 낙담한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P:일단은 이 옷들부터 정리 해야겠군...

젖은 옷을...물론 속옷도 있었긴 했지만...최대한 정신을 가다듬고 차례대로 모아서 물세탁이 가능한 부류와 아닌 걸 분류했다. 물세탁을 할 수 없는 옷들은 바구니에 모아 나중에 세탁소에 갖다 주기로 했다.

P:그럼 치하야도 슬슬 깨워야 되겠고...

난 치하야를 깨우러 내가 누웠던 이부자리로 갔다. 치하야는 세상모르고 자는 중이었다.

P:역시 내가 나쁜 놈이려나...그런 생각이나 하고...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걸 느끼면서 치하야에게 말을 걸었다.

P:어제 술 마신 건 이해한다만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

한동안 깨워봤지만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P:흐음...어쩔 수 없나...

물에 젖은 옷 사이에서 열쇠를 발견했었다. 난 치하야에게 외투를 입히고 머플러를 목에 감싼 뒤 업고서 밖으로 나갔다. 치하야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다.

P:그러고 보니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었는데...깜빡 잊었었네...병원에서 한 소리 듣겠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치하야의 집으로 향했다. 30분 뒤 집에 도착하고 난 외투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전에 왔었을 때보다 제법 깨끗한 편이었다. 그냥 간단히 청소한 정도...일거다. 난 치하야를 침대위에 내려놓고 외투와 머플러는 벗겨서 옷걸이에다 걸어 놨다. 나중에 혹시 외출을 할까 싶어서였다.

P:그럼 가볼까...그러면서...헤헷...

순간 아주 짓궂은 장난이 떠올랐다. 난 치하야의 앞머리를 올린 뒤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치하야는 흠칫 움츠러들면서 몸을 감쌌다.

P:실은 일어나있지? 치하야.

슬쩍 떠봤다. 그러자 눈을 살짝 뜨고 다시 감은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난 가볍게 웃고서 손을 흔들면서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P:그러면...오늘은 병원에 돌아가야 겠군...

병원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5일 후. 병원에서 퇴원 후 새로운 오디션을 한 건 잡았다. 라고 하고 싶지만 765프로 쪽에서 꽤나 많이 참여한다고 하는 시대극에 꽤나 비중이 높은 역으로 캐스팅 되었다. 나중에 감독님한테 물어보니 그 아이가 연기를 하는 걸 꽤나 보고 싶었다고 한다. 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정 후 하루가 지나고 촬영 날이 되었다. 그 사이에 치하야는 나에게 특별한 연락 같은 걸 하지 않았다. 치하야는 나를 보자마자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치하야:며칠 전에...다 알고 계셨던 거에요...?

P:엣헴! 설마 이 프로듀서의 눈을 속이려 했던 건가!

치하야:흐흣...다 알고 계셨다니 굉장해요...그나저나 며칠 동안 연락 못해서 죄송해요...

시대극 톤으로 연기를 하니 치하야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도 실은 하나도 몰랐는데 이렇게 말해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치하야가 몸을 숙이며 사과를 하기에 난 그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P:너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하핫...그나저나 오늘 맡은 역은...장군님?

치하야:장군님이라면...전장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거 맞죠?

P:그렇지...그나저나 이거 위험한 배역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봐.

감독님한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P:저기 감독님. 오늘 맡은 역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감독님:무슨 소릴 하는 건가? 정 그러면 자네도 끼워주지. 실은 여자였던 장군을 옆에서 몰래 사모하는 남자 부하로써 말이야.

P:우와아아아앗!!!

내가 깜짝 놀라면서 큰 소리를 지르자 치하야가 이 쪽을 보며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난 진정하고 다시 감독님한테 물어봤다.

P:그럼 제가 옆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단 겁니까?

감독님:뭐 그렇지. 그럼 오늘 하루 열심히 수고해주게. 아 참, 원래 그 역에는 대사가 있으니 참고하라고. 자 대본 여기 있네.

난 황당해하며 조심스레 물어봤다.

P:저기...대사를 꼭 해야 됩니까?

감독님:그럼 물론이지. 좋은 연기 기대하고 있겠어. 프로듀서 씨?

난 낙담한 채 대본을 들고서 치하야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치하야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에게 물어봤다.

치하야:괘, 괜찮으신 거에요?

P:뭐, 그럭저럭...이 아니고 실은 나도 역할을 맡게 돼버렸어...

치하야:무슨 역할이에요?

P:널 옆에서 보조하는 남자 부하. 알겠지. 그것도 몰래 사모하는 역할이야...아하하...

치하야:.....

치하야는 내 말을 듣고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P:뭐,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뭐 짧으면 금방 죽어버리지 않겠어?

치하야:그, 그렇게는 놔두지 않을 거에요!

정색하는 치하야를 보며 당황하며 말했다.

P:아, 그냥 해본 말이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라고. 어차피 몸도 다 나았고 이제 치하야를 지켜줄 부하 1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치하야:한마디로 보디가드란 거네요.

P:거기까지는...하하핫...

눈을 감고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치하야를 잠시 놔두고 다른 세트장을 둘러봤다. 고성에다 민가까지 꽤나 자세하게 만들어져있었다.

P:으음...그나저나 시대극이라...어렵지는 않으려나...?

그 때였다. 누군가 내 뒤에서 나를 꽈악 안았다. 난 물컹거리는 뭔가에 놀라면서 뒤를 돌아봤다.

미키:다행이야...! 얼마나 걱정했는데...

미키가 날 안고서 내 등에 얼굴을 비벼대고 있었다. 치하야는 미키를 떼어내며 말했다.

치하야:아 미키, 안녕.

미키:치하야 씨도 안녕! 그나저나 이렇게 참여하게 되다니 우연인거야.

치하야:그러게...그나저나 미키는 무슨 역할을 맡고 있어?

치하야와 미키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주변의 다른 세트를 좀 더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P:흐으...꽤나 넓다...

역시 시대극이라 그런지 다른 곳에 있는 세트장은 엄청나게 컸다. 난 한숨을 한 번 쉬고 치하야와 미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P:치하야, 미키! 나 왔어.

그러나 그 곳에는 미키는 없고 치하야만 뾰로통한 얼굴로 서있었다.

P: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런 표정을 해서는...

치하야: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난 볼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P:거짓말. 미키랑 싸웠구나? 사실대로 말한다면 용서해주겠소!

치하야:프로듀서...실은 미키가 나도 저런 프로듀서가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기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P:여하튼...미키가 날 빼앗아 갈까봐 무서웠던 거야? 걱정 마, 평생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챙겨줄 테니까.

내 말을 듣고 치하야는 내 품에 안기면서 말했다.

치하야:다행이다...

나도 안긴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P:다행이긴...당연한 건데. 맹세한 게 있으니까...하하핫...

치하야:갑자기 왜 웃으시는 거에요?

P:그냥. 이렇게 안아주고 있는 걸 생각하니 진짜 장군을 지키는 부하 같아서 말이야. 저기 치하야.

치하야:....?

어리둥절한 치하야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P:오늘 이걸 드라마에 넣어달라고 부탁해볼까? 어차피 난 무명 연예인도 아닌 단순한 프로듀서니까 너한테 평가가 안 좋아질 염려도 없고.

그런 나의 말에 치하야는 실망한 듯 말했다.

치하야:싫어요. 이, 이런 건 둘만의 비밀로 해도 상관없잖아요?

P:하핫...뭐 치하야라면 딱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줄이야. 고마워, 치하야.

치하야:....부끄러워...요...

나는 안았던 포즈를 풀고 웃으면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는 포즈로 말했다.

P:그럼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오, 장군!

치하야:....하핫...! 그, 그럼 잘 부탁 한다네 부하여.

스태프:키사리기 양과 기타 엑스트라 여러분들 모두 촬영장에 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내가 맡은 역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여장부인 치하야를 사모하는 부하 1의 역이다. 몇 번의 NG가 반복되면서 치하야도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감독:스타트!

와아아아아아아!!!!

치하야:모두 앞으로 전진 하여 적을 해치워라!

워어어어어어어어!!!!

치하야의 기합과 함께 모두가 달려나갔다. 나는 그 사이에서 치하야의 옆에서 딱 달라붙어 있었다.

치하야:전쟁은 힘들지 않나?

치하야가 나에게 대사를 걸어왔다. 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P:괘, 괜찮습니다! 언제나 키사라기 장군님 밑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으니까요.

치하야:그런가? 그럼 다행이군...그나저나...

그 때였다. 소품용 화살이 치하야의 복부를 정확히 겨눠 날아왔다. 날아온 화살은 치하야의 복부에 정확히 박혔다.

치하야:....으억...!

P:자, 장군님!

감독:좋았어, 컷! 다음 장면으로 들어가지.

다음 장면은 성 안에서 촬영하는 신이었다.

P:괜, 괜찮으십니까?

치하야:나, 나는 괜찮네...그나저나...자네 의원을 좀 불러주게나...

의원 역할은 미키였다.

미키:아후우...오늘은 또 무슨 일인 거야...?

P:의, 의원님! 자, 장군님을!

미키:아후우....

그 때였다. 미키가 어디선가 칼을 꺼내 손에 쥐고 있었다.

미키:아후우...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어.

P:안 돼!

난 대본과는 다르게 무심코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소품용 칼은 내 등에 박혔다. 치하야가 깜짝 놀라면서 감독한테 사인을 보냈다.

감독:컷, 컷! 괜찮은가?!

칼날이 무뎠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날카로웠다면 큰일 날 상황이었다. 결국 내 등에 새빨간 흔적이 남고 말았다.

P:아야야...

미키:바보...!

아파하는 나를 보며 미키는 바보라고 하고서 뛰쳐나갔다. 

치하야:바보라니...그나저나 움직일 수 있겠어요?

P:으...응!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결국 미키는 반 강제로 촬영장에 끌려와 촬영을 끝냈다. 그 컷이 끝나자마자 미키는 담당 프로듀서와 함께 촬영장을 빠져나가버렸다.

감독:하여튼...미키 양은 너무나도 고집이 세다니까...뭐 그쪽은 아직 촬영분량이 남아있으니까 계속 남아있게.

시나리오가 조금 수정되어서 미키의 칼날에 내가 다치고 치하야는 겨우겨우 살아서 나를 치료해주는 시나리오로 바뀌었다.

치하야:아프지는 않은가?

P:괘, 괜찮습니다...그, 그나저나...키사라기 장군님...

치하야:무슨 일인가?

P:시, 실은...키사리기...아니 치하야 장군님...여성이시지 않습니까?

치하야:하하...들켜버렸던 건가. 맞네, 어릴 때 워낙 선머슴처럼 키워져서 이렇게 돼버렸지.

P:실은...치하야 장군님이 여성이란 걸 알았을 때...저에게는...

치하야는 내 대사를 듣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눈에 띄었다.

치하야:그, 그만 말하시게!

P:그만 말하시라고 하더라도 계속 말할 겁니다! 저에게는 치하야 장군님이 정말로 특별한 존재입니다!

치하야는 부끄러운지 아까의 당당한 말투는 어디가고 진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치하야:그, 그럼...어떻게 할 건가 자네...?

P:제가 이 전투에서 살아남는다면... 저와 결혼 해주십시오!

치하야:그래...그런가...하핫...

치하야는 부끄러운지 더 이상 말을 잇기가 힘들어 보였다.

P: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치하야 장군님에게는 일개 병사에 불과하니까...

치하야는 화를 내며 나에게 말했다.

치하야:일개 병사라니! 나에게는 부하 한명 한명이 정말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좋다, 그 청혼 받아들이지!

감독님:분위기 좋아! 조금 더!

감독님의 요구 때문에 다음주에 할 분량까지 미리 찍게 되었다...

그리고 간 곳은 으슥한 침소가 준비 되어있는 세트였다. 나와 치하야는 순간 당황했다.

P:저, 저기 감독님. 방송에 나오는 데 이런 걸 찍으면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치하야:....

감독님은 한번 크게 웃고서 말했다.

감독:그냥 부상당한 키사라기 양을 치료해주는 거야. 다음주에는 키사리기 양이 전투에서 크게 다치는 신을 촬영할 예정이었거든. 참고로 거긴 설정 상 키사리기 장군이 쉬는 침소고. 

그렇게 하더니 감독님은 치하야에게 윗도리를 벗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치하야는 황당해하며 감독님에게 대들었지만 이내 원래 각본에 있다는 걸 알고 잠잠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치하야가 탈의실에서 나와 가릴 곳만 가리고 나에게 등을 보여줬을 때 나는 당황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사를 이어갔다.

P:괘, 괜찮겠습니까...?

치하야:무, 물론...! 내가 자네의 등을 치료해 준 것처럼 자네도 나에게 등을 치료해줄 의무가 있다네!

P:그럼...

나는 붕대를 들어 치하야의 등에서부터 한 바퀴를 돌려 붕대를 감았다. 치하야는 부끄러운 듯이 날 쳐다봤다.

P:이, 이걸로 되셨습니까...?

치하야:......돼, 됐다네...그나저나...남자한테 내 등을 맡기다니...이런 건...자네가 처음....일세.

감독님:좋아, 거기서 키스!

P:키....스?!

치하야:우아앗!!!

감독님의 지시에 당황했다. 나는 감독님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그냥 치하야를 껴안았다.

감독님:역시 무리 일려나? 뭐, 어쩔 수 없지. 컷!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그림이니까. 좋아 오늘은 이걸로 끝이야. 집에 돌아가서 쉬도록 해.

감독님은 아쉽다는 눈치를 하며 대본을 어깨에 두드리며 우리 둘에게 말했다.

돌아가는 길에 치하야는 불만이 가득 찬 표정으로 나에게 투덜거렸다.

치하야:미키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이상한 생각만 하는 건지...!

P:진정해...

난 치하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치하야는 내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치하야:키스를 한다면...좀 더...그럴 듯하게 하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니까...프, 프로듀서도 그렇게 생각하죠?

P:응, 그렇다고 생각해. 솔직히 나도 아직 여자친구도 못 사귀어봤고...키스도 못해봤으니까.

치하야는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치하야:정말이요...?

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P:아아, 그렇지. 어릴 때부터 친구와는 인연이 없었으니까. 여자친구도 없던 게 당연하지. 치하야는 키스해 본적 있어?

치하야는 얼굴이 빨개져서 나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치하야:변태!

P:아야야...! 아파, 치하야! 잘못했어! 봐, 봐주라!

처음 알았다. 치하야의 주먹은 은근 맵다는 것을...난 얼굴이 빨개진 치하야를 보며 말했다.

P:나중에...맹세를 지키면 그 때, 우리 둘이서 분위기 좋은 데에...놀러가서...하자...부, 부끄러워! 역시 이런 건 나랑 전혀 안 맞는 대사잖아..! 역시 만화나 영화 같은 건 믿을 게 못 돼!

혼자서 자폭하는 나를 보며 치하야는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치하야:귀여운 변태...!

P:우아아앗...또 변태 취급 받았다...우울해지기 시작했어...우우...

분위기가 가라앉은 나에게 치하야가 바짝 붙으며 말해줬다.

치하야:이렇게 들러붙는 것도 제가 무명일 때나 가능하니까 충분히 들러붙어 두라고요!

난 치하야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P:그런 대사는...역시 치하야 답지 않다고 해야 되나...? 뭐, 이렇게 계속 붙어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하...

치하야:그러게요...하핫...오늘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프로듀서와도 오랜만에 만났고...

P:내가 없어서 외로웠던 거야...?

난 갑자기 서며 치하야에게 물어봤다.

치하야:당연하죠...외로웠다고요...흐응...에취!

P:으아...치하야, 감기 걸린 거야? 하기야...거기 세트장 꽤나 추웠었지...자!

난 치하야에게 머플러를 둘러주며 말했다.

P:아이돌이 감기 걸리는 건 절대로 안 되지! 내가 감기 걸리는 건 별 상관없겠지만.

치하야는 머플러의 반쪽을 나에게 씌우며 말했다.

치하야:프로듀서도 저만큼 소중한 존재이니까 감기 걸리게는 안 놔둘 거에요.

P:고, 고마워...

치하야:으음....여기 있다.

치하야는 가방 속에서 MP3를 꺼내 거기다 이어폰을 꽂고 나에게 한 쪽을 빌려주었다.

치하야:자 여기요.

P:응, 고마워! 그나저나 무슨 곡이야?

치하야는 작게 속삭였다.

치하야:relations...

P:으응...근데 이거 가사가 꽤나 의미심장하다...꼭 오늘 미키와 치하야가 날 갖고 싸운 걸 그대로 옮긴 듯한 가사인 걸?

치하야:우연이에요...우연.

그런 말을 하며 웃는 치하야에게서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헤어지는 길...

치하야:고마웠어요...그, 그리고 미키랑은 사과...해야겠네요...같은 사무소의 아이돌끼리 싸우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P:응, 그래야겠지...응?

미키:흐응!

그 때였다. 미키가 치하야의 뒤로 지나가며 콧방귀를 뀌었다. 난 재빠르게 뛰어가서 미키의 팔을 붙잡았다.
 
미키:뭐야! 어차피 치하야 씨 랑만 신나게 놀아줄 거면서! 

치하야:미키...! 

미키:치하야 씨는 정말 부러워! 미키도 저런 프로듀서 갖고 싶단 말이야! 미키가 좀 더 사랑해 줄 수 있는데!

P:미, 미키....?

미키:치하야 씨의 프로듀서는 너무 물러 터졌어!

난 조금 열이 받아서 큰소리로 외쳤다.

P:뭐가 물러 터졌단 거야? 난 치하야의 담당 프로듀서니까 그런 거라고!

미키:흥이다! 메롱!

P:미키! 이 녀석...! 아까도 그랬었어, 감독님이 너보고 고집만 부린다고 하더라!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남의 의견은 다른 귀로도 안 듣는다고!

미키:나 갈래.

가려고 하는 미키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P: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난 서류를 뒤져서 오디션을 볼만한 곳을 찾아서 미키에게 보여줬다.

미키:이게 뭐야?

P:보면 모르냐. 며칠 뒤에 열리는 스페셜 페스티벌의 예정이다! 

치하야:그만 진정하세요,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날 끌어당기며 말했다.

P:치하야는 톱 아이돌이 되고 싶다 했지? 그렇다면 미키 정도는 실력으로 누를 수 있잖아?

치하야:진정하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치하야가 처음으로 나한테 격렬하게 화냈다...난 어안이 벙벙해져서 가만히 서있었다.

치하야: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사과하겠다고...같은 사무소의 아이돌끼리는 사이좋게 지낸다고...

그렇게 말하고서 치하야는 미키의 앞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치하야:미키, 미안...하지만...이 프로듀서는 나의 담당 프로듀서야...미안해...

P:치하야...

미키:역시나야! 미키 역시...사람을 잘 본 거 같아!

치하야의 사과가 끝나자마자 미키가 씨익하고 밝게 웃었다. 그리고 골목에서 히비키와 타카네가 나왔다.

P:너, 너희들...어째서...?

치하야:....?

어안이 벙벙한 우리들을 향해 미키와 히비키가 크래커를 터트리고 타카네가 직접 쓴 글씨가 적힌 족자를 내리며 가볍게 웃었다.

[축! 퇴원 몰카 성공!]

P:....설마!!!!!

미키:응, 몰카였어.

치하야:....정말?

히비키:응! 본인이 먼저 하자고 제안했었거든!

타카네:사람의 무너짐을 본다는 것도 때로는 나쁘지는 않군요...후훗...

난 순간 정신이 붕괴돼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P:으아아아하하하하하!!! 말도 안 돼!

치하야:그렇다면 오늘 나간 것도...?

미키:그 때는 미키도 조금 질투 했었어. 하지만 치하야 씨를 향한 프로듀서의 본능이 정말 치하야 씨만 바라보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프로듀서 씨...미안! 아까는 일부러 하려던 건 아니었어...미안!

거듭 사과하는 미키를 보며 나는 주저앉은 채 허탈한 듯 웃었다.

히비키:그렇게까지 충격이었던 거야? 헤헤...이거 완전히 성공인데?

타카네:귀하는 정말로 정신력이 약하시군요...

난 그 두 녀석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P:다음에 또 하면 진짜 화낸다아아아아아아아아!!!!!

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타카네,미키,히비키:응! 다음에는 절대로 안할게. 오해하게 해서 미안!

치하야:그나저나...미키...연기력이 엄청나...

미키:괜히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게 아니란 말씀인거야! 치하야 씨에게도 연기선배로써 미키가 많이 가르쳐줄게!

치하야 씨:미키...고마워! 그나저나...프로듀서...어!

치하야가 내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줬다. 난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해서 웃고 있었다.

치하야:아무래도...

미키:프로듀서 씨...충격이 컸나봐...

치하야는 미키 일행과 인사를 하고 나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치하야:이제 정신 좀 차리세요...

P:후우...정말...하하핫...우우...

우울함과 허탈함이 교차 되었다. 난 조금 정신을 차린 뒤 치하야에게 말했다.

P:나....멍청해 보였지?

치하야:아뇨, 전혀요.

치하야는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걸을 수 있게 되자 손을 꼭 잡고 나에게 들러붙었다.

치하야:정말 좋아해요...!

P: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치하야는 왠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치하야:연애 드라마에 참여한다면 이런 연기를 하게 되겠죠...?

P:뭐야...그런 거였어? 그렇다면 그렇겠지. 왜?

치하야:아뇨...그냥 말해봤어요...그나저나 프로듀서...

P:응, 왜 그래?

치하야:역시 아니에요...그냥 나중에 말하고 싶어요. 조금 유명해지면 말이죠...

P:참 싱겁긴...지금 말해도 상관없는데.

난 손을 풀고 폼을 잡으며 치하야에게 말했다.

P:내 입술을 빼앗는 자는 과연 누구냐! 이 천하무적 프로듀서 절대로 한 여자에게만 입술을 내줄테니! 어서 빼앗아봐라! 하하하하하하!!!

치하야는 다소 황당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치하야:역시 연기는 어색하시네요...하핫...그나저나 한 여자라면 누구...?

난 뒤를 돌아보고서 말했다.

P:비밀이야.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난 웃으면서 달려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치하야에게 인사를 했다.

P:오늘은 그럼 이만 여기서 안녕이야! 그리고 오늘 치료 고마워, 정말 큰 도움이 됐었어! 그리고 잘 자!

치하야:어....?! 프, 프로듀서 어디 가시는 거에요!

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치하야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물어보았다.

P:어딜 가긴, 내 집에 가는 건데?

치하야:그, 그렇구나...하기야...제 집에 너무 많이 초대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 보이겠죠...?

P:이제 넌 아이돌이야. 자기 처신은 자기가 잘 해야 된다고? 나 같은 어리숙한 숙맥이 계속 따라붙으면 나중에 이미지에도 안 좋을 테니까. 그럼 몸 관리 잘하고, 다음주에 보자!

치하야:다음주라뇨...!

P:응? 어차피 오디션 날에만 만나면 되잖아? 아까도 말했다시피...

치하야는 화를 내며 말했다.

치하야:저와의 맹세...잊어버린 거에요...?!

P:그렇지만...그건 나중에 일이잖아...

치하야의 표정이 변한 그 순간 난 뭔가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난 황급히 치하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P:미, 미안! 나, 나도 모르게 편안한 감정에 휩싸여서 중요한 걸 잊을 뻔 했어...!
 
난 치하야의 양손을 꼭 잡은 뒤 미안해하며 말했다.

P:내가 한 맹세...어쩌면 자주 못 만나는 것도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걸지도...모르겠네. 미안했어, 경솔한 말을 해서...

치하야는 살짝 삐진 듯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치하야:제가 말하고 싶었던 게 그거라고요! 다음에는 절대로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P:하하...이거 또 치하야에게 한 방 먹었네...그럼 내일 놀러가자. 가까운 데라도 좋으니까.

치하야:놀러갈 틈이 없긴 하지만...그래도 기분전환 겸 가는 건 괜찮겠죠.

난 웃으면서 치하야의 볼을 찌르며 말했다.

P:그럼...오늘 밤은 파자마 파티 하자! 다른 애들도 부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역시 치하야만 하는 게 나으려나?
 
나의 말에 치하야는 하품을 한번 한 뒤 눈을 감으며 말했다.

치하야:그냥...평범하게 자고 싶은데...오늘 조금 피곤하거든요...놀러가려면 체력도 필요하고...파자마 파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해요...

P:역시...너무 분위기가 방방 뜨는 것도 별로 좋지는 않으려나...? 뭐, 치하야가 자고 싶다니 난 내 집에나 가야겠다.

치하야가 내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치하야:그냥 같이 자면 안 돼요...?

P:응석꾸러기네...치하야...하하핫...좋아. 뭐, 전에 우리 집에서 재워줬으니 그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 그건 그렇고 내일 놀러갈 거니까 짐도 챙겨야 되고 하니 집에서 짐만 다 챙겨서 갈게. 기다려줘!

그렇게 해서 내 집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옷가지와 기타 필요한 것들을 재빨리 여행용 캐리어에 넣고 치하야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치하야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치하야:네, 프로듀서!

난 숨을 가파르게 쉬며 말했다.

P:헉,헉...뛰어왔더니 숨이 차네...

치하야:수고 많으셨어요. 근데 그 짐은...?

치하야가 내 거대한 캐리어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봤다.

P:아, 이거 챙기다보니 짐이 많아져서 하핫...! 그나저나 어디 가지...?

치하야:바다...가볼까요?

P:바다라...아직 날이 쌀쌀해서...괜찮겠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치하야:네, 괜찮아요. 그나저나 사람이 없는 겨울바다라...왠지 분위기가 로맨틱하지 않아요?

난 치하야의 이마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치며 말했다.

P:로맨틱이라...생각도 안 해봤는데 하핫...뭐, 일단 잠이나 자두자. 다음 날을 위해서 말이야. 파자마 파티를 못하는 대신에 이런 걸 준비해왔지만 하핫.

내가 꺼낸 건 고양이 잠옷이었다. 치하야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치하야:서, 설마! 그거 저보고 입으라는 거에요?!

P: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이건 내 건데. 요새 잠옷을 입을 틈이 없어서 얼마나 아쉬웠는데...혹시 이거 입고 싶은 거야? 자, 줄게 입어봐. 치하야라면 분명 잘 어울릴 거야.

웃으면서 건네준 잠옷을 치하야는 쭈뼛쭈뼛하다가 결국 입었다. 흰색 바탕에 갈색 점박이의 고양이 잠옷은 치하야에게 딱 맞았다. 조금 헐렁하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헐렁해서 조금 더 귀여워 보였다.

P:귀, 귀엽다...! 치하야에게 주고 싶은 걸 이거. 나는 어차피 하나 새로 사면 되니까. 하핫.

치하야:주, 주실 거에요?

치하야의 질문에 난 웃으면서 대답했다.

P:주고 말고. 원한다면 잠옷 하나 정도는 치하야가 기뻐한다면 기꺼이 줄 수 있어. 나중에 살 때는 치하야의 머리 색깔에 맞춘 파란 고양이 잠옷을 사는 게 낫겠다. 그걸 입으면 진짜 고양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핫...

치하야는 고양이처럼 나에게 들러붙어서 투정을 부렸다.

치하야:너, 너무해요! 저는 고양이가 아니라고요...!

P:읏쌰!

치하야가 붙잡고 있는 팔을 풀고 그 상태로 다시 치하야를 양팔로 들었다.

P:이러고 있으니 진짜 아기 고양이 같아. 하핫! 귀여운 아기 고양이 씨 우유라도 한 잔 따라드릴까요?

치하야는 나를 보며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치하야:정말이지...

P:읏쌰!

다시 치하야를 내려놓고 난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P:자 이제 자야겠다. 내일 가려면 일찍 자야겠지. 아기 고양이 씨도 잘 자요.

치하야:우우...아기 고양이라 왠지 불리면 불릴수록 부끄러워...

P: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그 잠옷을 입을 때만 부를 건데. 아기 고양이도 나쁘지 않은 별명이라 생각하는데?

치하야:돼, 됐어요! 자, 잠이나 잘 거에요! 말리지 마요!

치하야는 집에 들어가는 아기 고양이처럼 이불로 쏘옥 들어갔다. 나도 불을 끄고 이불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잡설공간====

드디어 8편.

지난 번외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해서 이번에는 장군님 치하야가 나왔습니다.
감독님은 역시 뭔가 이상한 게 분명합니다...!
그냥 연기를 보고 싶어서 뽑았습니다...라니!

뭐...이번 화에는 감독님 파라다이스!
키스 떡밥도 막 날리는 감독님. 역시 감독님이야! 우리들은 꿈도 못 꿀 일을 태연하게 저지르지! 그런 면이 짜릿해! 동경하겠어어!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키와의 싸움도 있었지만 결국은 히비키가 꾸민 몰카!
relations도 치하야가 미키에게 프로듀서를 빼앗기기 싫어서 일부러 들려준 곡입니다.
그러나 헛수고...하핫;; 그나저나 프로듀서의 멘탈은 두 번 박살났습니다(...)
하지만 조금 질투했다는 미키의 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양이 치하야는 한번 보고 싶습니다. 어떨지가 참 궁금하다는 게...
아기 고양이 치냐앙~인건가...몰카로 부서진 프로듀서의 멘탈도 치하야의 고양이 잠옷으로
심신 정화(...) 그나저나 적다보니 얼떨결에 프로듀서는 고양이 잠옷을 입는 사람이 되어버렸군요...ㅎㅎ;

치하야 편이 끝나고 9편은 바다에 가는 이야기. 뭐 당일치기인지 1박인지는 결정이 안됐지만...일본에 바다로 유명한 데가 어딘지 아시는 분은 댓글로 좀 가르쳐 주셨으면 감사합니다 ㅎㅎ; 

뭐, 그럼 치하야 편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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