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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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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6, 2013 21:29에 작성됨.

*오늘은 평화롭습니다.
*이 소설의 리카는 신데마스의 리카가 아닌 소설 오리지날 캐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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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엔가 가을이 다가와 있었다. 거리를 보면 바닥이 노랗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청정한 푸른 하늘 아래 깔린 그 단풍잎거리를 걷는다하면 가을을 밟으며 느끼는 기분이 든다. 가느다란 실 같은 옅은 갈색 머리카락들이 한 가닥, 한 가닥 가을바람에 날린다. 그 머리카락에는 가을이 머물다 떠나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허리 깨에 닿다가 다시 바람에 들썩여 가을의 익은 곡식의 머리처럼 부드럽게 흔들린다. 그 머리카락을 보며 P는 다시 한 번 가을임을 실감한다.

“리카.”
“응?”

자신의 팔짱을 끼고 걷는 여인을 보며 부드럽게 불러본다. 둥그런 검은 눈망울을 굴리며 자신을 볼 때 그 순수한 시선이 좋았다. 자신을 볼 때 자연스럽게 입 꼬리가 올라가 미소 짓는 짙은 복숭아 빛 입술이 사랑스러웠다.
최근 들어 더욱 확실히 느끼고 있다. 자신이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랑해.”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했던 말을 다시 한다. 지금 분위기에 뜨끔 없이 나온 말이기 때문일까, 리카는 평소보다도 더욱 부끄러워하며 오랜만에 얼굴을 붉혔다.

“뭐, 뭐야 갑자기!”

그리고 부끄러워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런 반응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집 안이었다면 무심코 안아줬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리고 결국 끝내 이렇게 동의하며 행복하게 웃으며 자신의 팔을 더욱 끌어안는 그 행동이 너무나 기뻤다. 
많이 아팠던 리카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손의 붕대도 풀었다. 단지, 흉터가 남아 장갑을 끼고 있는데다 가만히 있어도 손은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심하게 떨었다. 간단한 일상생활은 할 수 있지만 정밀한 일은 이제 하지 못한다. 수전증 때문에 물건을 떨어트릴 때도 많고, 밥을 먹을 때 고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이 망가져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던 때에 비하면 좋았다. 
세상이 노랗고 붉게 밝았다. 그것만으로 단순히 공원을 걷는 단순한 산책이었던 데이트가 평소보다도 더욱 좋은 느낌으로 즐거웠다. 
이 따스한 느낌이 좋았다. 이 따스함이 몇 번의 사건 이후로 밖에 나가기를 꺼려하던 리카를 밖으로 인도해준 것 같았다. 리카랑 평화롭게 단 둘이 보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둘은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를 돈 후 근처 노점상에서 꼬치음식을 사 공원 벤치에서 같이 먹었다. 벤치 옆에는 편의점에서 사온 뜨거운 커피를 놓아두었다. 꼬치를 다 먹고서 뜨거운 거에 약한 리카가 후후 종이컵에 든 커피를 불어 김을 날릴 때 벤치 뒤에 있던 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하나 떨어져 P의 종이컵의 입구를 막았다. 은행잎이 컵 속으로 떨어지지 않고 우연히 입구만을 막은 그 모습은 미소를 피어오르게 했다.

“훌륭한 장식이네.”

P가 그리 말하며 가까운 쓰레기통에 다 먹은 꼬치의 나무 꼬챙이를 버리고 돌아와 커피 잔을 집어 들었다. 

“우, 왠지 부러워.”
“하하, 겨우 은행잎 하나인데 뭐. 어차피 같은 커피잖아.”
“하지만 왠지 그 쪽이 더 맛있어 보이는 걸.”
“그럼 바꿔 먹을까? 리카 것도 아직 안 마셨지? 난 어떤거든 좋으니깐.”
“후후, 고마워.”

리카는 바로 대답하며 자신의 커피잔을 P에게 건넸다. 그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수전증은 잠시가 아닌 앞으로 평생을 따라다닐 상처였다. 그런 손을 보고 P는 속으로 다시 한 번 평생 리카를 지켜주겠다고 생각하며 위험하게 흔들리는 리카의 커피를 먼저 받고서 자신의 커피를 건넸다. 리카는 밝게 웃으며 그 커피 잔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뚜껑처럼 닫혀있는 은행잎은 여전히 커피 잔에 놓여있었다.
P가 손을 놓고 리카가 혼자 받아 든 그 순간, 커피잔은 P가 받쳐주지 않아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자 잔에 놓여있던 은행잎도 심하게 떨렸다. 그 순간,
-은행잎은 떨어지고 말았다.
아주 사소한 일이다. 원래부터 고정되어 있던 것도 아니고 은행잎은 가벼워 바람에도 쉽게 날아가니 이렇게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현상만으로 순간 P의 얼굴은 살짝 굳었고, 리카의 밝았던 미소에는 슬픈 빛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내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에이, 뚜껑은 직접 열고 싶었는데.”
“마시려고 하니 자동으로 비켜주네. 은행잎이 배려도 좋은데?”
“후후, 이런 배려심은 P도 배워야 하지 않겠어?”
“난 언제나 리카 생각뿐이라고.”
“흐음- 믿을 수 없지만 믿어드릴게요-”

둘은 금방의 일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넘기기 위해 농담을 하며 웃었다. 하지만 리카의 손은 수전증으로 떨리던 것보다도 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리카의 정신과 마음은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다. 이런 사소한 일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 예전의 리카라면 이런 사소한 일은 물론, 어지간한 일에도 동요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하자니 왠지 우울해지는 기분임을 느끼고 P는 속으로 이 생각을 지었다.
리카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자신이 요구했던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P의 커피랑 다를 리가 없는 맛이었다. 맛을 돋보이게 해주던 은행잎이 허무하게 떨어졌으니 어쩌면 실망감으로 맛은 오히려 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헤헤, 역시 이쪽이 맛있어.”

거짓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상실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기쁘게 말하고 있는 것임을 P는 알고 있었다. 그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커피를 한 입 마시고서 내려놓은 리카의 입가에는 커피의 액체가 약간 묻어있었다. 그것을 보고 P는 부드럽게 상체를 살짝 숙여 그 입에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리카의 입술만을 살짝 혀로 핥은 후 바로 입술을 떼었다. 커피향의 가벼운 키스였다.

“……정말 같은 커피인데도 이쪽이 더 맛있네.”

그리고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리카도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난 거짓말 하지 않았다고.”

토라진 척, 하지만 어디까지나 장난임을 알 수 있는 장난기 짙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서 다시 커피를 마셨다.
공원을 걷기부터 해서, 커피를 마시기까지 둘의 행동은 너무나 느리고 느긋했다. 지금은 일에 쫓겨 바쁠 일도 없기에 두 사람은 차분하게 지금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리카는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P를 보고 말했다.

“내가 먹은 커피 정말 맛있어.”
“그렇구나. 아, 나도 마시고 싶었는데 아깝다.”

P의 대답에 리카는 놀리기 보다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상태로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기, 그럼 아까처럼 또 맛보지 않을래?”

부끄러워하는 태도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한 P는 웃으며 산뜻하게 거절했다.

“아니, 나중에 또 사먹어 보지 뭐.”

그 대답에 리카는 놀래 눈을 둥그렇게 떴다.

“에……?”
“농담이야.”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바로 무너진 그 표정에 P는 바로 자신의 말을 수정하며 리카에게 키스를 하였다. 리카는 처음에 놀라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다가 P가 자신을 안으며 키스를 하자 이내 자신도 눈을 감고 P를 끌어안으며 그를 받아들였다.
밝은 가을 낮의 야외이기에 둘의 키스는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얼굴이 떨어지자 리카는 이내 토라진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정말 짓궂어.”
“하하, 미안해. 이렇게 사과할테니깐 화 좀 풀어줘.”
“흐음- 글쎄-”
“윽, 뭐든 할테니깐 제발…….”

P가 두 손으로 합창하며 사과를 하자 리카는 쿡하고 웃었다.

“뭘 그렇게까지 사과를 하는 거야. 가끔 P는 너무 오버할 때가 있단 말이야.”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리카는 총총 걸어 쓰레기통으로 가 커피잔과 나무막대기를 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가고 싶은 곳 있다고 하지 않았어?”

P는 리카를 보며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서 티켓 두 장을 꺼냈다. 그러더니 어두워진 얼굴로 리카에게 다가가 건네주었다. P가 건네준 티켓에 한 부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호시이 미키 단독 콘서트!]
호시이 미키. P가 자신의 프로듀서가 되기 전에 소속되었던 765프로의 아이돌이었다. 지금은 인기절정의 톱 아이돌. 자신의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할지도 모른다고 평을 받는 현 최고의 아이돌 중 하나였다. 

“미키양의 콘서트구나.” 

리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P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겠어?”

자신의 전 소속사 아이돌. 단순히 그렇다면 문제없었다. 하지만 리카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몇 명의 765소속사의 아이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던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지금 손도 심하게 망가졌다. 그 점 때문에 P는 현재 765의 아이돌들과 연락을 끊고 살고 있었다. 모두와 연락을 끊는 것은 괴로웠지만, 누가 리카를 괴롭혔는지 모르기에 아예 모두와 연락을 끊은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범인은 현재 치하야 단 하나 뿐이었다.
왜 그 착한 아이들이 리카를 괴롭혔는지는 모른다. 자신이 기억하는 그 아이들은 결코 그런 심한 짓을 할 아이들이 아니었다. 특히 치하야가 리카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순간 흥분해 그 자리에서 치하야의 뺨을 때린 것에 후회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은 것이 P의 기분이었다. 믿었던 만큼 반대로 그 아이들이 원망스러웠다.

“괜찮아. 미키씨라면.”

리카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미키는 리카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연기 도중의 사고로 리카가 다친 것에 자신이 죄책감을 느껴 자주 찾아왔던 것이 계기였다. 리카의 태도를 보자면 미키의 태도는 진심이었다. 아마 리카에 대해 의지할 수 있는 자신의 유일한 지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콘서트 티켓을 보내온 것도 미키 쪽이였다.
P는 그러다 순간 그 때의 사고가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그 때의 그 사고 정말 스테프의 실수로 일어난 우연한 사고였을까? 이내 찜찜한 생각을 털어버리고 P는 리카에게 물었다.

“그럼 오늘 그 콘서트에 같이 가주겠어?”
“좋아. 거기다 내 뒤를 이을지도 모를 후배라는데, 그 실력을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둘은 티켓에 쓰여진 장소를 보았다. 일단 리카가 걱정이었기에 같이 상담하기 위해 P도 자세히 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쓰여 진 장소를 보고 둘은 이내 크게 눈을 뜨고 말았다. 

“도쿄돔이라고!?”
“으윽, 거기는 나도 딱 한 번, 그것도 우리 프로덕션의 아이돌들과 합동공연을 해서 겨우 성공한 곳인데…….”

일본 최고의 콘서트장 중 하나인 도쿄돔. 그곳은 톱 아이돌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아이돌만이 겨우 공연할 수 있는 아이돌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인 곳이었고, 세계적인 가수도 가끔 콘서트장을 꽉 채우지 못해 굴욕을 당하기도 하는 곳이었다. P도 765의 프로듀서를 할 때 자신의 아이돌들을 꼭 저 무대에 세우자고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리카의 말을 들어보면 리카 본인도 그곳에서의 공연이 힘들었다는 것 같다.
나중에 리카에게 물어보니 당시에도 톱 아이돌이었지만 전성기 때의 인기보다는 좀 부족한 수준으로 도쿄돔을 꽉 채우기는 힘들었을 거란 예상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기회가 생겨 결국 소속사의 아이돌들과 합동공연을 해 겨우 좌석을 모두 채웠다는 것이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그것도 단독으로 공연하다니, 미키씨 정말 대단해!”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면서 매진되기 전에 표를 빼나서 다행이라고 말해 그냥 평범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미키의 말을 들어보면 결국 도쿄돔에서 단독콘서트를 그것도 미리 매진을 시켰다는 것이었다.

“미키씨 정말 엄청나게 성장했구나…….”
“너도 미국까지 다녀온 다음에 다시 도전했음 훨씬 성공적으로 콘서트를 진행했을지도 몰라.” 

말하다가 P는 리카의 표정을 보고 이내 입을 다물었다. 리카가 아이돌일 때 도쿄돔의 콘서트는 잡혀있었다. 그 콘서트 날짜는 리카의 은퇴날.
화려하게 도쿄돔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하고 아이돌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려고 계획했던 것이다. 그리고 P는 모르지만 그 때 리카는 그곳에서 P에게 프러포즈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만약’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리카는 좋지 않은 일로 아이돌을 은퇴식도 못하고 은퇴를 해버렸고, 이제는 다시 아이돌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나 이 콘서트 꼭 보고 싶어.”

리카는 강하게 말했다. 그 말투 속에서 P는 리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은 포기해버린 아이돌 일. 하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라면 거짓말일 것이다. 리카는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만큼 그 만큼 아이돌 일에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의도치 않게 안 좋은 일로 그만두고, 거기에 트라우마도 생겨 한 때는 아이돌에 관한 소식은 일체 듣지도 않고 피해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친한 친우인 미키가 자신을 대신해 국내, 그리고 세계에 도전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무대를 리카는 꼭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럼 미키에게 전화할게. 가게 되면 전화한다고 말했거든.”
“부탁할게.”
“응, 그럼 잠시 여기서 기다려 주겠어?”

P의 말에 리카가 의이한 표정을 지었다.

“핸드폰 안 갖고 왔어?”
“그게 아니라 미키에게 따로 부탁할게 있어서 말이야.”
“……나에게 비밀로?”
“지금은 일단 비밀이라는 걸로…….”

P가 곤란해하며 말하자 리카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 두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깐.”

그 미소에 P는 안심하고 웃었다.

“고마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아마 금방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천천히 알려줘도 괜찮아.”

리카의 말에 P는 뭔가를 꾸미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빨리 알려주고 싶어. 그럼 잠시만…….”

P는 그대로 리카를 두고 잠시 멀리 걸어갔다. 하지만 리카의 시선에서 사라지지는 않고 목소리만 닿지 않는 곳에서 통화를 시작했다. 그 표정은 리카에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굉장히 긴장되어 보였다. 무언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전 아이돌의 콘서트니깐, 직업병이 도지기라고 했나?”

자신이 아이돌 일을 그만두면서 같이 그만두었지만 P또한 프로듀서로서는 상당히 인정을 받았던 사람이었다. 미련이 남아도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아니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자 이내 우울해졌다. 자신이 그의 아이돌이 아니고, 연인이 아니었다면 P는 여전히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당신 덕분에 프로듀서씨는 불.행.해.지.고. 말았다고요.]

하루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정말로 자신은 그를 불행하게 만드는 여자인걸까? 이만 욕심을 버리고 그를 보내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자신은 더는 톱 아이돌이 아니다. 그 뿐 아니라 손도 이래서 앞으로 계속 그에게 폐를 끼치고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과 결혼한다고 말해줬지만, 그 진심이 언제까지 계속 갈지 모른다. 어쩌면 사랑이 식어도 죄책감에 의해 힘들어도 자신의 곁에 남아있으려 할지도 모른다.
시원하게 느껴지던 가을바람이 갑자기 차가웠다. 손에 끼고 있던 검은 장갑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은 심하게 망가졌다. 여기저기 보기 흉한 흉터가 생겼고, 손은 가만히 있어도 알콜 중독자의 손처럼 심하게 떨렸다.
거기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정신이 많이 불안하다. 작은 일에도 불안함을 느끼고, 울고 싶어질 때가 많았다. 실제로 많이 울어 P를 곤란하게 하기도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은 P를 곤란하게 만들기만했다. 어쩌면 하루카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생각을 했더니 다시 울고 싶어졌다.

“리카 괜찮아?”

혼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P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꼬옥 안아주었다.

“괜찮아.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나보다. 볼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응.”

리카는 방금까지의 생각을 지우고 이내 마음 그대로 P에게 안겼다.



도쿄돔에는 차가 밀릴 것 같아 택시를 타고 가 근처에서 내렸다. 미키의 콘서트 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았다. P는 리카를 데리고 사람들을 비해 도쿄돔의 직원들만이 들어가는 입구로 갔다. 그곳에서 안전요원이 막아섰지만 곧 P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곧 안쪽의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그대로 들여보내주었다.

“이래서 인맥이 좋은가봐.”

그 말에 미키가 미리 말해났음을 리카는 알 수 있었다.

“허니! 그리고 리카씨, 와주셔서 정말 기뻐요!”

미키는 대기실에 두 사람이 찾아오자 정말 기뻐했다. 미키는 옛날 P가 프로듀스 할 때와는 많이 변했다. 풍성했던 긴 금발은 짧게 자른데다 갈색으로 염색하고 있었고, 성격도 여전히 활발했지만 재능에 비해 열정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보기에도 그 열기가 엄청났다. 재능이 있는데다 노력까지 하고 있는 지금의 미키는 아이돌로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도쿄돔이라니, 정말 놀랐어. 대단해 미키.”

P가 그리 칭찬하자 미키는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기뻐했다.

“헤헤, 허니가 칭찬해주니 정말 기쁜 거야! 하지만 리카씨도 이곳에서 공연하지 않았어?”
“전 단독콘서트가 아니었던 데다 미키씨처럼 금방 매진 시키지는 못했어요. 정말 대단해요.”

두 사람의 칭찬에 미키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가다니 이내 헤헤 하고 웃었다.

“사실 미키는 여기가 그렇게 대단한 곳인지 몰랐어. 두 사람이 말해주니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대강 알 것 같아.”

미키의 그 태평한 말에 P는 이런이런하고 웃고 말았다. 미키는 많이 변했다 생각했지만 여전했던 것이다.

“정말 여전히 태평하구나.”
“그래도 미키 예전처럼 많이 자지 않는 거야!”
“그래그래, 그럼 준비하느라 바쁠테니 우린 자리로 가 있을게. 예약해줘서 고마워.”
“허니와 리카씨니깐 당연한거야.”
“그럼 오늘 콘서트 꼭 성공하길 빌게요!”

손을 흔들며 응원해주며 떠나는 두 사람을 배웅하다가 미키는 급히 리카를 불렀다.

“아, 리카씨!”
“네?”

리카가 의아해 하며 반문하자 미키는 지금까지 중 가장 밝은 얼굴로 리카에게 부탁했다.

“오늘까지만 허니를 ‘허니’라 부르도록 허락해주겠어?”

그 말에 리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앞으로도 그리 불러도.”

그 말에 미키는 순간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싶어도 앞으로 그럴 수는 없는 거야.”

미키의 그 슬픈 말에 무슨 뜻인지 궁금했지만 곧 공연이기에 리카는 대기실에서 P랑 같이 나왔다. 나오면서 눈이 마주친 P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그리고 미키의 얼굴에는 응원하는 듯한 미소가 나타나 있었다.
콘서트는 어두운 실내에서 갑자기 무대의 밝은 빛과 함께 시작 되었다.

“모두 미키의 콘서트에 와주어서 고마운 거야!”

미키치고는 평범하게 무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환호성은 대단했다. 그리고 곧 바로 노래가 나오면서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 곡은 ‘Day of the future’.
P와 리카는 미키의 공연을 보며 감탄을 했다. 예전에 미키도 대단했지만 지금의 미키는 그것과 차원을 달리했다. 둘은 확신할 수 있다. 지금의 미키라면 틀림없이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의자에 앉아 콘서트를 볼 때 팔 받침대에서 리카의 손에 P의 손이 겹쳐졌다. 음악소리와 환호성으로 시끄러워 둘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체온과 표정만으로 마음은 전해지고 있었다.
콘서트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콘서트 장은 정적에 감싸였다.
미키는 땀에 젖은 하지만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마이크를 잡더니 회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소리를 쳤다.

“모두 미키의 콘서트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미키 오늘 그런 고마운 사람들에게 부탁이 있어!”

사전에 이야기는 된 듯 사람들은 동요를 하지 않고 미키의 말을 기다렸다.

“오늘 미키에게 정말정말로 소중한 사람 둘이 왔어!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데! 미키 그 사람의 그 소중한 말을 듣고 싶어, 저기 모두 같이 들어주지 않으시겠어요?”

미키 특유의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부탁하자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며 미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리카가 당황하는데 옆에서 P는 긴장되어 심호흡을 하더니,  앞자리에서 이러나 미키의 스테이지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큰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P는 그곳에서 몇 번을 더 심호흡을 했다. 
리허설은 없었다. 거기다 자신은 프로듀서였다. 이렇게 무대에서 무언가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허니. 후후, 이게 마지막이네. 힘내는 거야, 리카씨를 위해, 그리고 허니를 위해.”

미키는 뒤에서 P에게만 들리게 작게 응원을 했다. 그 응원에 P는 용기를 내더니 이내 리카를 보았다. 회장의 불이 다 꺼지고 P만 비추고 있었다. 큰 스크린에도 P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P는 몇 번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저기, 미키의 콘서트를 보러 오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그, 미키의 예전 프로듀서입니다. 그 인연으로 오늘 이렇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른 소중한 사람의 콘서트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게 굉장히 실례되었음을 알고 있지만, 오늘 미키가 콘서트를 한 곳은 아이돌만이 아닌 프로듀서였던 저에게도 꿈의 무대였고, 제가 마지막으로 함께한 아이돌에게도 마찬가지인 곳이었습니다. 그 아이돌은 현재 저의 연인입니다. 그리고 전 그런 연인에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말을, 우리의 꿈이자 마지막으로 정했던 이곳에서 전하고자 합니다.”

순간 큰 스크린에 P가 아닌 다른 사람을 비췄다. 헤드라이트와 함께 스크린에 나타난 사람은 리카였다.
리카를 발견한 순간 회장은 술렁거렸다. 이벤트에 대해 듣기만 했지, 그 상대여자가 누구인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가 전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리카였던 것이 알려지자 회상은 소란스러워졌다.
그 때 P가 말을 시작했고, 회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리카, 갑자기라 놀랐을 거라 생각하는데,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그리고 긴장하며 미리 준비한 듯 미키가 건네 준 작은 상자를 꺼내 여전히 앞자리에 앉아 있는 리카에게 열어보였다. 그 상자에는 금색 반지가 불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나랑, 결혼해주지 않겠어?”

짧고 간결한 말이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말을 해야할지 P로서는 알지 못했다. 옆에서 미키가 ‘멋 없어!’하고 살짝 핀잔을 주었지만 그 얼굴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고 있었다. P는 긴장한 얼굴로 리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관객들을 비춰주었다. 관객들은 미리 요원들이 부탁해 준비한 플랜카드를 들어올렸다.
[will you Marry me!]
그 때 미키가 마이크를 하나 갖고 와 리카에게 말했다. 

“프로듀서도 힘냈으니, 아이돌도 힘내주었으면 하는 거야! 미키의 무대니깐 화려한 일은 무대에서 해주었으면 해!”

그 말이 기폭제였다. 리카는 무대 위로 올라가 그대로 P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P에게 울려는 얼굴로 안겼다. 그리고 대답대신 P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 순간 회장에는 환호성이 울렸다. 둘의 키스는 잠시였고, 그대로 입술이 떨어지자 이내 P는 리카의 손에서 장갑을 벗겨주었다. 
여기저기 흉측하게 흉터가 난 손. 거기다 원래 있었던 커플링을 잊어버려 비어버린 손가락. 그 모든 것을 가렸던 장갑이 벗겨지고, 그곳에 P는 자신이 준비한 결혼반지를 끼었다.
리카는 이내 더는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그런 리카를 P는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그 순간 박수소리와 함성소리가 최고로 높아졌다.
옆에서 그 모습을 부러움과 슬픔, 그러다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복해 박수를 쳐주던 미키는 이내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은 미키의 단독 콘서트였지만, 마지막 공연만은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전설적인 아이돌 리카씨와 미키의 합동공연이야! 부탁해도 될까요?”

그러면서 리카를 보자 리카는 또 다른 갑작스런 제의에 울음을 닦아내며 곤란해했다. 그 때 P가 리카에게 속삭였다.

“아이돌 리카의 은퇴식이야. 내가 프로듀서로서 마지막으로 준비한 무대야. 미키에게 폐를 끼친게 된거지만, 그래도 부탁했어. 리카,”

그리고 리카의 등을 떠밀었다.

“너의 마지막 공연을 하고 와!”

화려한 조명이 켜지며 미키와 리카를 비췄다. 노래는 리카의 예전 노래였다. 원래는 남자 가수와 같이 부른 듀엣 곡이었지만, 이번에는 미키와 함께였다. 남자 파트는 미키가 전담하는 것 같았다. 반주가 흐르는 동안 P는 급히 무대 안쪽으로 달려가더니, 이내 겉에만 입을 수 있는 무대용 의상을 갖고 와 리카에게 입혔다.
그리고 리카의 파트에 리카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노래를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는데도 전혀 실수가 없는, 완벽한 시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P는 연인으로, 그리고 마지막 프로듀서로서 그 공연을 보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맡았던 아이돌과, 마지막으로 맡은 아이돌의 공연. 어쩐지 마음 속에서 무언가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정말, 너무 갑작스러웠다고요.”

옆에서 리츠코가 한숨을 쉬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이 콘서트는 리츠코가 준비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미키의 초대를 받고, 그 사실을 안 P가 미키와 리츠코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도와줘서 고마워. 이 은혜, 잊지 않을게.”
“흥, 됐네요. 그보다,”

둘의 시선은 무대를 향해있었다. 지금의 미키와 리카는 정말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졌으니 두 사람 꼭 행복해야한다고요. 둘을 위해 포기한 미키를 위해서도 말이에요.”

그 말에 P는 자신있게 미소지었다.

“물론이야. 꼭 리카와 행복해질거야.”

그 날의 콘서트는 최고의 환호를 받으며 막을 내린 후, 다음 날 방송국과 신문에 크게 보도 되며 오랜 기간 큰 뉴스로 떠올랐다. 한 신문에는 이런 제목이 달리기도 했다.

[도쿄돔 미키의 단독 콘서트에서 열린 리카의 화려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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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오호, 리카가 최고로 행복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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