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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출장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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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2, 2016 00:23에 작성됨.

한 차례 힘든 티타임을 겪고나서, 히이라기는 거센 기운을 발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실눈이나 단정한 옷차림, 머리칼.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미치루, 오늘 오빠는 삐졌습니다.”

 

“에에..”

 

“거기서 미치루가 동의하지 않았으면 출장 따위 안 가도 됬을텐데요.”

 

평소에 자신에 대해 소문내는 것도 싫어하는 히이라기였다. 하물며 출장까지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소름끼치도록 싫은 일이었다. 그런 걸 잘 숙지하고 있는 미치루였으나, 교토여행과 코바야카와 가문의 아가씨가 늘여놓은 달콤한 유혹에 그대로 넘어간 미치루는-

 

[오빠, 교토가자! 응? 교토 가보고싶어요~]

 

히이라기로서는 도무지 저항할 수 없는 스킬을 전심전력으로 발휘해버렸고, 히이라기는 결국은 승낙한 것이다.

 

“일단 장거리 이동은 피곤하고, 식재료도 다시 알아봐야하고, 지형이랑 특산물도 다시 알아봐야하고, 주방도 검사해야고, 부려야될 사람 아니 처음보는 사람도 많아져서 더 피곤하고 말도 잘 안 듣고, 휠체어라 아무리해도 남들에게 피해주고 시선받고 저도 불편하고, 주방도 불편하고 다루던 물건도 없고, 가면 시오미 아저씨도 만나고 재수없으면 결혼 타령도 들을지도 모르고..........그 무엇보다도..!”

 

순간, 다가올 절망에 좌절한 채 얼굴를 숙이고 보라색 우중충한 오오라를 발산하며 중얼거리던 히이라기는 마지막 한 가지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낀 듯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손가락, 검지를 뻗어 미치루를 가리켰다. 여태까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눈을 피하던 미치루는 갑자기 불쑥 나온 오빠의 손가락에 놀라 보라색 눈동자를 크게 띄운 채 당황해했다.

 

“일주일 동안 오빠는 미치루를 못 본다는 겁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끝끝내 피를 토하듯 말 해버린 히이라기는 이내 그 사실을 다시 되새기고는 몸을 떨었다.

 

“에?에? 왜에에에-!?”

 

오빠를 못 본다는 사실에 당황한 건 미치루도 마찬가지라 어버버거리면서 오빠에게 되물었다. 그 눈이 하얗게 질리고 당장이라고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물기가 가득해졌다.

 

“후우우...일주일, 일주일 동안 코바야카와 가문의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이 데려온 기능인들로 그 생일 잔치를 합니다. 그 가문의 최고 통수권자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권력에 다가가기 위해서! 그런 더러운 암투에 내몰린 사람들은 당연히 쉴 틈이 없겠지요...”

 

“아무튼, 미치루. 오빠는 삐졌습니다”

 

히이라기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현재 상태를 말했다.

 

“오빠는 삐졌습니다”

 

두 번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빵도 안 만들어줄겁니다.”

 

“......!”

 

사상초유의 대혁명! 대선언!

 

“..............”

 

그 소리에 미치루의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잠시 돌이 된 듯, 미치루가 서있고 히이라기는 정말로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을 때,

 

“어머? 히이라기? 미치루? 무슨 이야기하니?”

 

“히끅...히끅...”

 

어머니가 히이라기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미치루가 절망한 듯 주저앉아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이미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라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붉게 달아오른 눈가와 히끅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그에 맞춰 위아래로 움찔거리는 미치루의 상반신이 간신히 그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들어오자 미치루는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엄마의 품에 안겨 울먹였다.

 

“우와아아아아왕-! 엄마아아-!”

 

“에에? 혹시 둘이 싸웠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의심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 충격적이었다.

 

“오빠가 빵을 안 만들어준대에에에에에-!”

 

“아들? 어디 아프니?”

 

“........”

 

한껏, 볼을 부풀리고서 침묵을 지키다가 내일 출장을 위해 내려가야하니 빨리 자겠다는 말을 남기고 이불에 들어갔다.

 

“......히끅, 히끅”

 

“그렇구나....”

 

부엌에서 설명을 들은 어머니는 부드럽게 대답하고서 미치루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치루, 미치루가 잘못한 것도 있는 건 알지?”

 

“.....네. 미안하게 생각해요오...”

 

미치루도 제빵은 할 줄 안다. 그렇기에 오빠가 미치루를 위해 해주는 수고를 잘 알고 있었고 늘 감사히생각했다.

 

그러나 순간, 아직도 남은 아이의 본성이 미치루가 멈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미치루를 어머니는 이해했다.

 

히이라기는 분명 자신의 여동생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때때로 누군가에게 투정으로 부리거나 화를 내보고도 싶겠지.

 

그리고 이번 일은 히이라기가 그런 행동을 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보조로 출장을 다녔을 때도 싫어하던 히이라기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게되고 나서 가는 출장이라니.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지

 

그런 히이라기를 어머니는 이해했다.

 

“말하렴 미치루. 솔직히. 네가 느끼는 걸. 오빠는 분명히 그걸로 충분할거야. 미치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그리고 다시 웃어주면.”

 

어머니는 둘 다 이해했다. 둘 다 그저 한순간의 엇갈림이라는걸.

 

한편,

 

히이라기는 꿈을 꿨다. 꿈이 드문 건 아니지만 이번 꿈은 드물었다.

 

“....자각몽?”

 

그리고 두 다리도 있다. 사방이 어두운 곳이지만 그래도 빛은 충분하다.

 

자각몽에 주위를 둘러보던 찰나, 눈 앞에 바로 앞에 손만 뻗으면 잡힐 곳, 아래에 소녀 한 명이 울고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다가오는 진동과 빛. 그리고

 

‘전철소리!’

 

히이라기는 분명 3년 전, 자신이 두 다리로 서있던 마지막 장소에 있었다. 지하철이 속절없이 다가온다. 마치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괴수처럼.

 

그리고 자신 앞에서 울먹이며 주저 앉은 소녀. 붙잡아 소리쳐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 결국 히이라기는 소녀를 안으-려는 순간, 들렸다.

 

“또 할겁니까? 알면서?”

 

그 옆, 전철이 덮치지 않을 곳에서 보였다. 들렸다.

 

휠체어 앉아 담요로 간신히 남은 허벅지를 가린 자신이 자신에게 묻는 것을.

 

“그 고통을 알면서?”

 

그리고 전철이 뒤를 덮치듯 감속없이 다가오고,

 

히이라기는 눈을 떳다.

 

“.......스트레스인가요..”

 

출장 스트레스 덕인지 악몽을 꿔버렸다.

 

침대가 엉망이고 몸은 더웠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가슴을 치고 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히이라기는 휠체어에 올라타 밖으로 나왔다. 히이라기는 바의 서랍을 열었다. 어차피 히이라기가 있는 개인 공간이나 다름없으니 무엇이 있는 지는 알고있다.

 

아직 조금 살아있는 새벽의 시원한 향.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고 어둠이 떠오르는 해에 밀려 조금 가신 시간의 푸른 풀이 내뿜는 상쾌한 향.

 

박하다.

 

뜨뜻하지만 김을 올라오지 않는 온도의 물에 박하 찻잎을 우려내고서 그것을 조금 마셨다. 상쾌했다.

 

박하차는 순간의 맛이 일품이다. 입술에 처음 맞닿는 순간, 뜨뜻하고 점점 뜨거워진다. 그러나 코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막힌 것이 바람에 밀려 시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기분. 박하의 상쾌한 향은 막힌 것을 열어주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입으로 들어가면, 혀와 입 앞에서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박하차는 목 뒤 쪽에서 느낀다. 그 상쾌함은 목 뒤에서 크게 느껴지는데 마치 눈동자가 놀라서 커지듯 목이 열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것을 삼키고 나면 그 따뜻한 물이 가슴이 데워주면서도 물을 따라 퍼지는 향은 가슴부터 입 안까지 가득 남아 시원했다.

 

따뜻하지만 시원한 차. 그것이 박하차였다.

 

한 모금 한 모금을 그냥 삼키기 아까워, 호흡을 깊고 안정적으로 가다듬었다. 향을 더 진하게, 깊이 느끼기 위해서. 그러다보면 한 잔이 다 비워졌을 때, 그 호흡에 따라 마음이 진정된다.

 

“......”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히이라기는 집 안의 이층 쪽을 바라보았다.

 

문득 화나버리기는 했지만, 마음이 가라앉고 이제와서 미치루의 울음소리가 기억나는 시점에서 히이라기는 마음이 무거웠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만나고 싶지만, 어차피 휠체어 신세라 계단도 못 오른다.

 

대신 히이라기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볼에 밀가루를 넣고 우유를 넣어 반죽한다.

 

팔이, 허리가 아프다. 졸립다. 휠체어가 불편하다. 힘들다. 하지 않으면? 분명 대안이 있지. 최소한 이런 건 과도한 희생적 사랑이라고 누군가는 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하지. 그리고 때때로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자신을 망가트리니까. 지금 그 일이 아니라면 더 편할지도 모른다. 팔이 안 아프고, 휠체어가 불편하지 않겠지. 오히려 미치루와 더 같이 오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때때로 그런 극심한 피로 속에서 치솟는 것이다 그 물음이

 

[할 거야? 알면서?]

 

확실히 멍청하고 무리한 일이지도 모르지. 자신을 바라보면 그렇다. 다리는 없다. 손이 아프다. 자신은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 있다.

 

“오빠....저기. 저, 오늘? 어제? 그 일....사과하려고, 오빠가 늘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도 내가 무턱대고 졸라서 오빠 힘들게 해서 미안해..”

 

“.....일어났나요? 미치루? 자, 오늘은 소로보빵이에요.”

 

“......! 응!”

 

히이라기가 살짝 웃으며 대답하자, 미치루의 눈동자가 다시 빛나고 웃음이 피어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면 아프고 힘들지라도 고개들어 앞을 잠깐이라도 보면 있으니까 자신의 일 때문에 빛나는, 웃는 사람이, 그리고 그렇게 자신도 웃게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히이라기는 계속하는거다.

 

빵을 만드는 것도, 그 꿈에서 소녀를 안고 다시 제 다리를 버리는 일도, 전부 ‘또’ 할 수 있다.

 

“우웅.....”

 

“맛있나요? 미치루?”

 

“응....”

 

입에 넣고 씹었을때, 처음은 뻑뻑하고 맛이 없다. 빵도 조금은 말라있고 겉은 물기없이 조금 질기다. 그러나 천천히 곱씹으며 기다리면 서서히 드러난다. 그 겉면이 눌리고 잘리면 우유와 계란이 섞이고 그 공기방울이 촘촘하게 나있는 부드러운, 그리고 묵직한 우유빵이 드러난다. 그때부터는 입의 움직임과 식감이 편안해진다. 포송포송한 기분. 그리고 또 다른 것. 소보로의 상징. 위에 놓인 소보로가 바스라져 빵에서 떨어진다. 가루가 되고 침에 섞여 퍼진다. 입안에 가득하다. 물엿으로 만들어진 단 맛에 땅콩과 아몬드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침샘을 자극한다. 입천장에서만 느껴지던 고소한 달콤함이 바스러진다. 가루가 부서지면서 단 맛이 오르고 땅콩이 씹히면서 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땅콩의 향이 올라온다. 그리고 가루에 섞여있던 버터. 그 것이 부서지고 씹히면 입 안에서는 땅콩버터의 그 맛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제 침에 섞여 밑으로 내려온다. 충분히 씹혀서, 마치 충분히 다져서 부드러워지듯, 빵은 이미 씹혀서 부드러워졌다. 소보루가 내려와 빵을 휘감고 이제는 하나가 된다. 한 번 씹을 때마다 일단 소보로의 땅콩맛이 느껴지고 이빨에 눌려 빵속의 우유향이 나온다. 자칫 과도하게 달아버릴지도 모를 맛을 우유가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아준다.

 

두툼한 우유빵과 땅콩으로 빚어낸 달콤한 소보루 그것을 이제 삼키면, 깊은 맛이나 목구멍에서의 맛은 없다. 하지만, 든든하다. 입 안에서는 달콤하고 고소한 기분이다가 그 속에서는 빈 속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두 번째에서는 박하차를 마셔본다. 박하차가 들어오자 빵은 푹 젖는다. 아무리 빵을 씹어도 적신 것보다는못하지. 차를 흠뻑 먹고 풀어진다. 그리고 아무 맛이 없다. 박하차는 본래 그 목넘기에서 나오는 향이 진가니까. 입 안에서 머무는 동안은 별 맛이랄게 없다.

 

그러나 그리고 차를 삼키면, 그때는 한층다르다. 뭐랄까. 그 땅콩의 단맛이 일시에 분출하듯 나온다. 마치 차 속에서 숨을 참았다는 듯 나와서 입 안을 가득 에워싸고 있다. 가슴과 입 안은 박하차가 상쾌하게 쓸고 나가 텅 빈 상태인데도 아직 소보로빵은 건재하다. 오히려 빵이 젖어 전에 느껴지던 미묘한 질긴 식감도 없다.

 

박하차로 속을 상쾌하게 씻어내고 그 뒤에 몰려오는 젖은 빵의 식감과 폭발하듯 몰려오는 땅콩의 단 맛. 그것은 그냥 먹어서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소보로빵이다.

 

“후아아...잘 먹었습니다...”

 

만족한 얼굴로 다시 송곳니를 귀엽게 드러내고 웃는 미치루에 히이라기도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웃을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 문 앞에 기다리는 차에 타는 것은 기분 나쁘지 않겠지.

 

“모시러 왔사와요. 히이라기 님”

 

====

 

여러분 소보로드세요 소보로.

 

소보로는 일본산 빵인데 일본가면 없습니다. 메론빵으로 찾아야합니다. 사실 조금 다르지만. (메론빵은 쿠기 반죽을 올리고 소보로는 땅콩버터 반죽) 소보로는 고기를 양념해서 간 다음 만든 볶음을 일컫는 말인데,  정확히는 스크램블 에그처럼 덩어리진 음식이라더군요. 아무튼 이런 모양의 쿠키가 빵에 달라붙어서 소보로다...라고 하는데 앞서 말했듯 일본 가면 없다네요. 소보로빵이라고 나오는게 아까말한 고기 볶음+스크램블에그+야채 올린 빵이라더군요. 흠....그럼 오레오처럼 외국산인데 한국 특산물인건가.

 

아무튼 소보로는 맛있고 미치루는 귀엽고! 아아-! 그 송곳니 귀여워! 솔직히 왠지 히이라기가 미치루 턱 잡고 그 송곳니가 길어졌다고 갈아주.....운다는 망상도 해봤습니다.

 

박하차는 일반적으로 먹어도 좋지만, 여름에 박하차 왕창 끓여놓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물대신 마시면 꿀입니다. 박하향이 아주 시원하고 상쾌해서 그냥 찬 물보다 시원함이 배입니다. 티백사서 시도해보시길....

 

오늘의 히이라기 

"오빠는 삐졌습니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아무말도 안 할 겁니다. 빵도 안 만들어줄겁니다."

 

어이 24살.....

 

히이라기는 일단 사고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사람이니까 그런 의문이 들 수는 있는거죠.

 

시오미 슈코 네는 화과자 집이지요. 어 그럼 저 화과자 사먹어야하나요?

 

참고로 히이라기가 구한 저 소녀는 346소속 아이돌입니다. 알아맞히시면.....뭐.....원하시는 소설이라도 하나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빵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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