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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가 걷는 가을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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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9, 2016 18:48에 작성됨.

"쇼코씨, 이 버섯을 프로듀서에게 먹이면 둘만의 단독 라이브를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건 생긴 것만 닮았을 뿐인데..... 것보다 그거 송이버섯....."

 

왜 이런 산에 있는 거야. 그것토 특상품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서 맨눈으론 쳐다볼 수 없으니 사치코에게 갖다주고 싶은 특상품이. 자연산 특상품 송이버섯이라니 부르는 게 가격이잖아. 조난 당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여행비를 메꾸고도 본전을 수십 번을 뽑을 수 있는 최고급품이 왜 이런 자리에 있는 거야. 소나무가 많이 자랄만한 곳도 아닌데. 혹시 우리는 식량채집을 온 게 아니라 보물찾기를 온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이건 엄연한 서바이벌이라고.

 

"프로듀서의 송이버섯.... 우후후....."

 

"저기.... 마유? 대답을..... 아, 완전히 가버렸다."

 

그리고 송이버섯 뽕을 맞지도 않았는데 뿅가버린 마유를 내버려두고 싶다. 지금쯤 마유의 머리 속에선 프로듀서의 송이버섯을 가지고 한밤의 단독 라이브를 펼치는 자신이 있겠지. 그건 그것대로 그라인드코어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지금은 식량채집을 우선해줬으면 한다고 마유에게 부탁하고 싶다. 왜 마유의 행복한 망상타임을 방해하냐고?

 

"아, 쇼코! 귀한 버섯을 찾았다고! 쨔잔! 어린 영지버섯!"

 

"그건 붉은사슴뿔버섯이라고 이 펑키 대가리야!!! 쳐먹으면 소뇌가 펑키하게 된단 말이다아!!!! 당장 버려!!!"

 

.......그야 이것들을 제멋대로 다니게 놔뒀다간 다 죽게 생겼으니까!!!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독버섯을 자랑스럽게 내 눈 앞에 들이대지 말란말이다! 그리고 그 장갑 버려! 만지기만 해도 피부염이 일어난단 말이다!

 

"에에.... 하지만 귀엽고 이쁜데....."

 

적어도 마유는 자기가 모르는 건 안 건든다. 더블배럴 샷건은 잘 아니까 건드렸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호러지만 방아쇠만 안 당기면 된다. 하지만 독버섯은 만지는 것 만으로도 피부염을 발생시키는 놈들도 많다. 그리고 미레이는 아름다운 가을산 속에서 낙엽처럼 아름답게 지고 싶은가 보다.

 

"니 소뇌가 존☆나 카와이하게 될 거라고!!"

 

"후흥~ 귀여움 하면 제가 빠질 수 없죠! 신쓰알까지 나온 전 소뇌도 귀여울 게 분명해요!"

 

"니 소뇌를 데스메탈해버린다 이 망할 자뻑녀야아아아!!! 것보다 넌 어디서 튀어나왔어?!?!?!?"

 

"아까 깨어났어요."

 

그리고 사치코는 더블배럴 샷건 마유의 공포를 극복했다. 이젠 저 총을 능숙하게 잡아서 약실을 확인하고 있다. 뭐야 저 성장속도. 어디의 유지로냐 넌. 저걸 제압하려면 존나 큰 안톤 쉬거 마유랑 캐틀건이 필요할 거다. 그리고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저, 저기..... 모리쿠보는 아직도 입에서 지린내가 나는 것 같은데요...."

 

"이걸로... 입... 씻어...."

 

코우메가 해골에 담긴 깨끗한 물을 노노에게 건내주었다. 노노가 입 안에서 물을 우물거리며 씻어낸 다음 물을 뱉었다. 아 이야기가 늦었지만 코우메도 어디에선가 갑자기 솟아났다. 혹시 영계라도 갔다온 거냐.

 

"고마워요....."

 

"에헤헤....."

 

둘만 보면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지만 가운데 들린 해골이 흉흉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해골이 왠지 미소짓는 것 같다. 아, 코우메가 가슴에 안고 있구나. 망할 변태 해골.

 

"아무튼, 버섯은 쇼코 씨의 검수를 거칠 것! 그리고 모르는 버섯은 애초에 따오지 말 것!"

 

"이건 모리쿠보도 아는 버섯이여서 따 왔는데....."

 

모리쿠보가 느타리버섯처럼 생긴 버섯을 나무에서 따 왔다. 응, 이래서 내가 사치코 대신 태클역을 할 정도로 날카로워진 거다.

 

"그건 화경버섯이라고!!!! 모습이 비슷하게 생겨서 매년 중독사고가 끊이지 않는 버섯이라고!!!"

 

"에, 그럼 이 달걀버섯은......"

 

미레이가 버섯 하나를 보여주었다. 또 이 패턴이냐 미레이!

 

"알광대버섯! 애초에 광대버섯류는 건드리지도 말라고!!! 참고로 알광대버섯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고 달걀버섯이나 양송이버섯과 비슷하게 생겨서 전 세계적으로 중독사고 및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단 말이다!!!!"

 

"쇼코.... 마치 광대 같아....."

 

그래 내가 광대다!!! 하지만 난 지금 해체 직전의 스맙처럼 민감하단 말이다!!! 왜냐고? 위를 다시 보고 오라고!!

 

"하아... 하아..... 사치코오.... 나 대신.... 태클좀....."

 

"아, 여기 불쏘시개로 쓸 영지버섯 가져왔어요. 이거 잘 타서 좋다고요."

 

"왜 그 비싼걸 불쏘시개로 쓰는 건데에......"

 

"그리고 체력 아껴요. 알겠어요? 조난당했을 땐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대사를 낮춰야 오래 생존할 수 있다고요."

 

........설마 사치코가 태클을 안 거는 건 그런 깊은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건가. 다시 봤다 사치코. 역시 생존전문가는 다르구나. 어쩌면 사치코가 영지버섯을 불쏘시개로 보는 것도 그녀가 처했던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낸 생존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거 잘 타니까 불쏘시개로는 제격이긴 하다. 하지만 불쏘시개로 쓰긴 아깝다. 이런 걸 불쏘시개로 쓰는 동네는 로드란이나 드랭글레이그나 로스릭 정도일 거라고.

 

"뭐, 가을 산이여서 식량 걱정은 없지만요!"

 

모든 물건의 가치를 생존보다 뒤에 두는 슈퍼 서바이벌 우먼 사치코가 풀로 얼기설기 엮은 손가방 안쪽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아까 일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이거 만들고 있던 건가. 극지방에 떨궈나도 살아남을 것 같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었다.

 

"......밤?"

 

풀가방 안엔 밤이 말 그대로 한가득 담겨 있었다.

 

"밤이에요.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밤이요. 탄수화물이요."

 

 

그랬다. 여긴 가을산이었다. 서바이벌의 고뇌나 생존의 고통 같은 것과는 약간 거리가 먼 계절의 산이다. 차가운 겨울이 오기 전, 자연이 베풀어주는 마지막 만찬인 것이다! 연어가 돌아오고 곡식이 열매를 맺는 그런 계절인 것이다! 곰은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고단백 연어를 찾고 다람쥐와 토끼도 몸을 찌워서 겨울잠을 준비하는 그 계절이다! 사람은 겨울잠을 안 자지만 그래도 식량을 보존해둘 수는 있다!

 

"저쪽에 잔뜩 널려있더라고요. 저 정도 양이라면 겨울나기도 문제 없을 거에요."

 

"사고가 완전히 서바이벌인데요......"

 

"아, 그리고 이런 것도 주워요."

 

노노의 태클이 씹혔다. 노노가 나무그늘 사이에 숨어버린 사이, 사치코가 낙엽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무언가를 주웠다. 뭔가 싶어 살펴보니 손가락 첫 마디만한 도토리였다. 머리 안 감고 온 미오 같은 모지를 쓴 도토리가 가발을 벗어던지고 사치코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이것도 좀만 손질하면 쓸만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쓸 수 있어요. 보관도 간편하고요. 아, 그리고 먹을 수 있는 버섯이나 풀들은 일단 말려두죠. 그러면 겨울 동안 비타민을 섭취하는 데에도 문제없을 거에요."

 

'그리고......' 를 연발하며 확실한 지시를 내리는 사치코. 아니, 사치코 대장님이시다. 문명과 몇십키로미터 정도 동떨어진 산장에 고립당해버린 우리들이 믿고 의지할 건 사치코 대장님 뿐이다. 한국 같은 곳에선 도토리를 요리로 만들어먹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진짜로 요리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돗토리 현 근처에 가면 도토리묵이라는 한국에서 전해진 향토음식이 있다던데 돗토리에서 도토리는 세기말가희가 술안주로 쓰면 딱 좋을 것 같다. 아 정신오염 당할 것 같아.

 

"이런 것도 먹을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사치코의 지시 아래 식량 채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먹을 걸 제대로 담을 곳이 없어서 옷을 벗어 자루 대용으로 쓸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훤히 드러난 곳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는 게 굉장히 부끄러워 한 순간 햣하할 뻔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대는 사치코를 보며 햣하가 가라앉아버렸다. 설마 사치코쨩, 야한 이야기 할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진다거나 하던 건 위장에 불과했던 거야? 난 옷이 내 몸 말고 밤과 도토리와 여러 풀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데? 그나마 등산용 바지까진 안 벗었지만 그래도 속옷 차림이여서 부끄러운데? 혹시 나만 그런거야?

 

"크윽..... 내 펑키한 옷이 이런 곳에에..... 이거 비싼 건데......"

 

아, 나만 그런가 보다. 그리고 미레이 이 자식 또 독버섯을 주워왔어. 혹시 속옷 차림이 되더니 수치심도 펑키해진 거냐. 것보다 몸 이쁘구만 어이.

 

"으으..... 무-리....."

 

"괜찮아.... 그 아이도 보고 있어..... 노노도.... 벗는 거야....."

 

그리고 코우메가 노노한테 타락을 권하고 있다. 역시 내가 정상이었다. 하지만 정상인이 나와 노노 정도구나. 그래도 노노의 브래지어 차림은 조금 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코우메가 너무 납작하기도 하고, 그리고 사치코랑 내 가슴이 비슷하기도 하고. 코우메는 해방감마저 느끼는 건지 점잖치 못한 차림으로 산을 뿅뿅 뛰어다닌다. 소심하고 음침한 분위기로 이름 높은 코우메가 숲의 에너지를 받다니. 안돼, 이대로라면 나까지 정화당해 버릴 거야. 메탈의 신이여 나에게 구원을.....!!

 

"어머, 쇼코씨. 완전히 비쩍 마른 몸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네요. 아니 진짜로요. 마유도 놀랐어요."

 

후히?

 

"정말이네요~ 저만큼은 아니지만 귀엽네요~"

 

햣하?

 

"음.... 역시 펑키한 옷도 잘 어울리는 이유가 있다니까."

 

히얏하? 햣-하?

아니 뭐라고? 그러니까 내 몸을 보고, 귀엽

 

"모리쿠보의 몸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스타일이 좋은데요......"

 

스타일이 좋아? 누가? 리얼충이? 설마 내가?

 

".......쇼쿄."

 

"햣하?"

 

"전에 같이..... 목욕했을 때..... 잔~뜩 만졌는데 말이야..... 우후후....."

 

.....설마, 그 때 묘하게 자꾸 스킨십을 해오면서 만지작거린다 싶었는데 혹시 설마 아닐거야 절대 아닐 거라고 코우메가 닛타냐우즈린일 리가 없잖아. 애초에 난 버릴 사랑도 없어 사랑조차 못 버리고 메탈의 길을 걷는 어둠의 아이라고. 음침하고 축축한 곳이 내게 어울린다고. 어두운 곳에서 이 세상 모든 커플을 질투하고 커플링을 저주하는 게 나라고 그런데 여기서 설마 아니겠지 우리 코우메가 그렇게 음란하고 외설적인 아이일 리가 없습니다 이건 다 호러영화가 나쁜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 코우메는 날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나한테 이상한 욕정을 품거나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왜 내 목덜미에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는 거야 이러다가 속삭이기 시작하면 난

 

"정말, 정말로 만지고 싶어질 정도로 귀여웠어. 후우~"

 

아, 귓가에 바람.

 

"햣후! 히-얏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켈록켈록켈록켈록......"

 

아마, 공연할 때 보다 몇 옥타브는 더 높은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목이 멋지게 걸렸다. 순식간에 고음의 벽을 깨 부순 다음 바로 다음 벽을 만나 버렸다. 그로울링 할 때 보다 더 목이 탄다.

 

"에헤헤..... 깜짝 놀랐어?"

 

"콜록.. 콜록콜록..... 케헥..... 무, 무울......."

 

목이 잠겨서 대답할 수가 없다. 물좀, 존나 큰 물 좀......

 

"여기."

 

코우메가 해골 바가지에 담긴 물을 건내주었다. 꿀꺽꿀꺽. 어디서 퍼 온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시원하다. 마치 겨울철의 얼음물처럼 차가운 것 같다.


"하아.... 하아.... 고마워....."

 

"코우메 씨가 물통을 챙겨 온 덕분에 물 조달도 쉽겠어요!"

 

사치코 대장님은 내 기침 같은 건 신경도 안 쓰신다. 후쿠시마를 내팽개친 공무원들보다 조금 덜 심하다. 헤이 너무해. 그나저나 디자인 한 번 끝내주는 물통이다. 코우메 취향에 딱 맞다고 해야 하나......

 

"......아닌데?"

 

".....에? 무슨 소리에요? 도망치던 중에 물통만 어찌어찌 챙겨온 게 아니었나요?"

 

마유가 물었다. 일단 마유가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다는 무시무시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다. 쎄해진 분위기를 감지하자마자 코우메가 만면에 미소를 띄고선 신이 난 듯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만해 이 새디스트 호러광 자식아. 너 남이 무서워하는 거 볼려고 호러영화 보는 거지?

 

"저~기 물 뜨러 가는 길목에서......."

 

일단 근처에 물은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물 뜨러 가는 길목에서 주웠다고?

해골을?

 

".....지진 때문에 드러난 해골을 파내서 물바가지 대신 쓴 거야......"

 

코우메가, 싱긋 웃었다. 코우메 특유의 호러 100% 에가오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그 험악한 야쿠자가 좋아할 만한 에가오다. 하지만 이런 에가오는 그 양반도 질색할 게 분명하다. 담당이 바뀐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아, 그러고보니까......"

 

마유가 그 해골에 난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무언가에 맞은 듯, 혹은 관통당한 듯 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쓰일 만한 무기라면.....

 

"이건 더블배럴 샷건에 맞은 흔적 같은데요.....?"

 

어느 새 사치코에게서 샷건을 다시 가져온 마유가 말했다. 더블배럴, 샷건? 에?

설마, 이건........

 

"서, 설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말이야......"

 

"그만해! 그만! 내가 잘못했어! 뭔진 모르지만 사과할께! 말하지 마!!"

 

"여기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남긴 유골이야. 우후후후후후후후......"

 

...........그러고보니 왜 더블배럴 샷건이 산장에 떡하니 방치있는 거야. 일본은 총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라고. 아무래도, 이 이야기의 장르는 미스터리였나 보다.

 

"한국에는 원효대사의 해골물이라는 고사가 전해진다지.....? 우후후......"

 

죽은 사람이 남긴 망해를 보며, 햣하해버리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무언가의 조화로 내 메탈의 황금정수에 노노의 머리가 박혔다고 한다. 그리고 노노는 베이비메탈의 뒤를 이어 카와이메탈 장르의 명맥을 있는 자가 되었다고 하던가 뭐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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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미스터리

목표 : 정체불명의 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라!

생존자 : 버섯, 모리쿠보오!, 얀데레, 펑키두뇌, 호러광, 탐험대장 코시미즈 사치코

 

그렇습니다 사실 이거슨 미스터리 장르였던 거십니다.

........미스터리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라 밝은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리쿠보 노노는 진화한다. 직장에서 무슨 수를 써서 잡으려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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