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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가키 카에데의 마시러 가지 않을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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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6, 2013 14:15에 작성됨.

 
 사장실의 의자는 딱딱했다. 그녀는 의자가 푹신푹신한 소파가 아니면 불편함을 느끼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점은 이 딱딱한 의자가 방의 주인의 극도의 실용주의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이 아까웠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인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머리가 아직 희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세월을 살아온듯한 남자 쪽은 물론 방의 주인인 사장이었다. 중소나 약소 프로덕션이라는 규모 이전에 소속 아이돌이 한 명도 없는 것을 예능 프로덕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은 그의 직함은 사장이었다.

 반대쪽의 여성은 물건을 압류하러 온 공무원은 아니었다. 압류할 물건이 없었으니까. 사무원 지원자도 아니었다. 처리할 일이 없었으니까.

 "……."
 "아니, 자네가 부족하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네."

 여성, 타카가키 카에데는 이 프로덕션에서 가장 보기 힘들 존재인 아이돌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뜻밖으로 사장에게는 거절의 말을 들어버렸다. 카에데가 '이런 프로덕션이라면 나 정도면 고맙게 받아들이겠지' 같은 주제 넘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역시 충격이라고 하면 충격이었다.

 "스물 다섯이라고 했었나?"
 "네."

 카에데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었다. 확실히 아이돌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예능 프로덕션에 온 건 이곳만이 아니라 다른 프로덕션에도 들러 보았으나 모두 그녀의 나이를 듣고는 난색을 표했던 것이다.

 "나는 자네가 나이가 많아서 아이돌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라네."
 "그렇다면 어째서…"

 사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우리 프로덕션에서는 자네를 아이돌로 성공시켜 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네."
 "……!!"
 "확실히 스물 다섯이라면 적지 않은 나이지. 이 나이를 먹고 보니 어린 처녀의 삶을 도박에 내던지라고 하기엔 힘들다는건 자네도 이해하겠지?"
 
 사무실에 있는 건 의자와 탁자 뿐, 사무원도 소속 아이돌도 없는 프로덕션에서는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바라는 건 무리였다. 그런 사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카에데는 아니었다.

 "내 안목이 틀리지 않다면 자네 정도면 어디가서 무슨 일을 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걸세."
 "네… 그럼 실례했습니다."

 확실히 카에데가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아이돌이 되려고 한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한때의 흥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들 '다 괜찮지만 나이가…' 하는 반응인 것을 보면 조금은 뿌듯했으나 나이가 두 세살만 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서 카에데는 그저 집에 돌아가면 저녁으로 무얼 먹을지, 돌아가면서 살 물건은 없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저, 잠시만요!"

 건물을 나왔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카에데가 뒤를 돌아보니 카에데가 나온 건물로 들어가려던 사람이 보였다. 아마 카에데를 부른 사람이 맞을 것이다.

 "저 말하시는 건가요?"
 "네. 방금 저 건물에서 나오셨죠?"

 그렇게 말하며 다가온 남성은 머리를 적당하게 자르고 양복을 차려 입은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 청년의 한 마디에 카에데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돌, 하지 않으실래요?"


 -

 두 사람은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자신이 살테니 먼저 주문하라는 말을 들은 카에데는 적당히 블렌드 커피를 주문했다.

 "그럼 블렌드 커피 하나로 주세요."
 "저, 잠시만요?"

 남성이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카에데의 커피만을 주문하자 카에데는 당황했다.

 "아, 아까 보셨죠? 우리 프로덕션은 돈이 궁하니까요."
 "그럼 저도 그냥…"
 "아니에요. 손님 대접은 확실히 해야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해도 좋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시원하게 웃는 남자를 보자 카에데는 더이상 사양하기 뭐했다.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아까 보신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프로듀섭니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구석신 자리에 앉자 프로듀서는 자기소개를 했다.
 
 "타,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합니다."

 카에데는 이상하게도 항상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어색하곤 했다. 분명 자신의 이름인데도 남에게 그걸 밝힐 때면 완전히 다른 누군가의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음, 타카가키 씨로 괜찮을까요?"
 "네."

 짧은 시간 이야기한 것 뿐이지만 역시 그런 쪽에서 일하는 프로듀서이다 보니 사교성이 좋다고 할까, 말하는 데에 편한은 기분을 주는 그였다.

 "타카가키 씨는 아이돌 지망생이신가요?"
 "일단은…"
 "그럼 그 인간이 타카가키 씨 같은 사람을 놓칠 리가 없는데?"

 프로듀서가 말한 '그 인간'이라는 말에 잠시 놀란 카에데였지만 '그 인간'이 사장이라는 것을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게, 제 나이가…"

 카에데는 스물 다섯이라고 이곳저곳에 말하고 다니는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지만 이 프로듀서에게 말하는 것은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 그런 거군요. 그 인간도 참 착해빠져가지고…."
 
 그것만으로도 프로듀서는 일의 진상을 모두 파악한 듯 했다.

 "아마 그 인간도, 저도 마찬가지지만. 나이가 많아서 성공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다지 필사적으로 아이돌을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실 카에데는 조금 지쳐있기도 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일도 아니었지만 많은 곳에서 거절을 당했기 때문이리라.

 "아니에요! 타카가키 씨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요! 제가 확실히 보증하죠!"

 자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를 카에데는 조금의 의심을 담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알아차린 것인지 멋쩍게 웃으며 프로듀서는 말했다.

 "그러고보니 저런 아이돌도 없는 휑한 프로덕션에 프로듀서가 있는 게 이상하죠?"
 "확실히 그렇네요."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961 프로덕션이라고 아시나요?"
 "물론이죠."

 대형 프로덕션인 961 프로덕션은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사무소라고도 할 수 있었다. 카에데도 지원해 본 적 있었지만 이력서를 낸 것 만으로 거절당해 그리 좋은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저는 예전에 961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였습니다.
 "네?! 그럼 그런 분이 왜 이런 곳에…."

 그 자신이 지금 일하는 곳이기에 이런 곳이라는 말에 기분나빠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저 다 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게 말이죠. 961 프로덕션이 확실히 인기가 많고 큰 프로덕션이긴 하지만 마냥 깨끗한 곳은 아니거든요."

 가게 안에는 점원 외에는 다른 손님은 그들을 빼면 아무도 없었지만 누가 듣기라도 한다는 듯 그는 목소리를 줄였다.

 "뭐, 그런 거 보고 있기는 힘들더라구요. 안하겠다고 뻐팅기니 잘려버린거죠."
 "그런…"

 아이돌의 세계라는 건 빛으로 가득찬 세계인 것 처럼 얼핏 보이지만 그 뒤에는 무시무시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카에데는 말로만 듣던 그런 어둠의 편린을 살짝 엿본 것 같아서 몸을 움찔했다.

 "그래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쪽에 붙어버린거죠. 개점휴업 상태지만."
 
 공짜로 나오는 찬 물을 들이키며 프로듀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런, 이것저것 혼자 말하기만 해버렸네요."
 "아니에요, 괜찮았으니까."

 사무실에서 나올 즈음에는 이미 포기해버렸다고 생각한 아이돌이지만 왠지 눈 앞의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 있자니 왠지 덩달아 자신감이 생기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카에데였다.

 "저, 아이돌…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춤도 잘 못추고, 그렇게 활기찬 성격도 아닌걸요?"
 "문제 없어요!"

 그의 자신감 넘치는 활기에 자신도 물들어 버린 것인지 카에데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처음으로 웃으셨네요!"
 "네?"
 "타카가키 씨, 아까부터 어두운 표정이었다구요. 그렇게 예쁜 얼굴로 웃지 않으면 손해라구요."

 예상치 못한 프로듀서의 말에 카에데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무, 무슨!"
 "하하하, 대신 두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뭔가요?"

 프로듀서는 손가락을 하나 펴면서 말했다.

 "첫째, 한다면 확실하게. 정점을 노리는 겁니다."
 "네? 제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확실히 저도 그런 건 약속드리지 못하겠네요. 하지만 적당적당한 목표로는 제대로 할 수도 없고, 재미도 없잖아요?"

 프로듀서의 말에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왕 하기로 한 건 제대로 하는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둘째는?"

 두번째 손가락을 펴고 일부러 말을 망설이는 프로듀서를 재촉하는 카에데에게 프로듀서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밝게 웃기로 하는 거에요."


 -


 조용한 사장실에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울렸다.

 "들어오게나."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으나 사장에게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이런 프로덕션의 사장실의 문을 노크할만한 사람은 방금 전의 드문 방문자 빼고는 프로듀서 뿐이었으니까.

 "그래, 무슨 일인… 어라?"
 "안녕하세요. 다시 뵙네요."

 당연히 프로듀서인 줄 알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문쪽을 바라본 사장에게 인사한 것은 아까 전 이 방에 있었던 카에데였다.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카에데를 본 사장은 놀란 모양이었다.

 "이쪽은 타카가키 카에데 씨, 이번에 우리 프로덕션에 새로 들어오게 된 아이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프로듀서의 소개를 받고도 사장은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아까운 인재였지만 자신이 타일러 보낸 사람이 두명 뿐인 프로덕션의 나머지 한명과 같이 돌아와 정말로 아이돌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네… 정말로 괜찮겠나?"
 "네.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이 프로듀서도 제법 믿음직스럽고."

 카에데의 뒤에 선 프로듀서는 칭찬에 멋쩍은 듯이 웃을 뿐이었다. 아이돌 하나 없는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로는 과분할 정도의 유능한 남자였지만 올바르게 살아가는 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였지만 프로듀서가 있다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카에데라면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무르는 건 없기네?"
 "물론이죠. 우리 프로덕션도 언제까지 유령회사로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하하하, 그래. 환영하네, 타카가키 군. 오늘부터 타카가키 군도 어엿한 우리 프로덕션의 아이돌 일원이네."

 그렇게 타카가키 카에데는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에 아이돌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죠-"
 "뭐야, 프로듀서는 벌써 잊어버린거에요?"
 
 밤의 한 이자카야. 아이돌인 타카가키 카에데와 그 프로듀서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시는 건 카에데 뿐이고, 프로듀서는 운전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정말이지, 혼자 마시는 술이 얼마나 맛이 없는지 아는 건가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차를 버리고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게 투정을 부리면서도 카에데는 더 권하지는 않았다. 프로듀서는 확실히 올바른 프로듀서의 전형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여서 자기 자신에게 엄격, 일은 확실히 하는, 그러면서도 아이돌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벌써 1년이네요. 시간 참 빠르지 않나요?"
 "그렇네요. 정말 이것저것 휙휙 지나가버리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랄까요? 그런 느낌이네요. 전부 다 기억해 두고 싶은 소중한 시간들이지만… 후훗."

 사케를 홀짝이며 예전을 회상하는 카에데는 기쁜 듯한 표정이었다.

 "그거 알아요? 그 날 이후로 반년동안 프로듀서가 뭔가 사준건 첫 날의 커피 한잔 뿐이었다는거?"
 "이런 프로덕션인거 알고 들어오신 거잖아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카에데는 분명 힘든 1년간을 보내왔다. 아무런 인지도도, 힘도 없는 프로덕션의 소속 아이돌로 이렇게 나름 인기를 얻을 때까지 엄청난 노력을 해온 그녀였지만 카에데는 한 번도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여기까지 해내온 것이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그 때 프로듀서가 저를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이런 것도 해보지 못했을 거에요.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렇게 고마우면 다음에 술 한번 사주시는게 어때요?"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하자 카에데는 밝게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마시면 된다니까요?"
 "안돼요 그건."

 프로듀서와의 다른 약속대로 카에데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이 웃고 활발해졌다. 그런 웃음이 그녀의 인기의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의 길도 한참이나 남았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죠?"
 "물론이죠. 내일부터는!"

 작은 가게에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가득차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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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디서 본 듯한, 들어본 듯한 노래인 것 같은, 왠지 라디오 방송같은 제목이 달린 글입니다. 연하인 P와 카에데 씨가 홀짝홀짝 하면서 그럭저럭 해나가는 이야깁니다.

처음 써보는 장편이네요. 장편 딱지가 붙어있긴 하지만 커다란 이야기 줄기 보다는 시리즈 같은 느낌으로 생각날 때마다 후리후리하게 느긋느긋하게 써볼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이야기다 보니까 어디선가 다른 글과 많이 겹칠 수도 있지만 그저 자기만족으로 써나가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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