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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노트 - 네가 내 사촌 동생...?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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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4, 2016 21:37에 작성됨.

'아키라...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사리나의 말과 행동이 밤새 머릿속에서 맴도는 바람에 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일출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마츠모토씨...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아...'

사리나 다음으로 떠오르는 린의 말. 여자의 직감이라는 건가...? 윽...! 왼쪽 검지에 붉은색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검지를 입에 물고 구급상자를 찾는다. 생각해보니 집에 구급상자를 마련해놓지 않았다. 편의점이라도 갔다가 와야 할까? 아니야... 휴지로 감아놓고 지혈되기를 기다리자. 나는 휴지를 찾아 이동했다.

간단한 처방 후. 나는 이어서 식사 준비를 한다. 검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준비한다. 덕분에 나를 괴롭히던 잡념들을 그나마 덜 떠올랐다.

"으... 오빠. 잘 잤어?"

약간 괴로워하는 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며 말했다. 아, 일어났어? 앉아. 상 차려줄게. 린을 보아하니 표정이 거의 죽어가는 표정이었다. 너 정말... 술 마시면 안 되겠다.

"으응... 그런데 마츠모토씨는...? 벌써 가신 거야?"

린은 식탁에 엎드리면서 말했다. 떠올리기 싫은 어젯밤의 일이 다시 떠오른다. 어... 어. 밤에 돌아갔어. 오늘 출근해야 하니까.

"그렇구나... 그런데 오빠...?"

어... 어? 나는 식사 준비를 하면서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네...?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야...?"

아... 아니야! 그런 거... 너희들 주사 굉장히 얌전했어. 안심해... 약간 피곤해서 그런가 봐.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 그렇다면 다행이고..."

식사 준비가 끝나고 나는 식탁에 요리들을 올린다. 우리들의 조용한 식사가 시작된다. 밥맛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젓가락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젓가락으로 밥을 집는데도 밥알을 셀 수 있을 만큼 적은 양을 집어서 먹는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아-

"무슨 일 있었구나. 어젯밤에..."

린은 근심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어...!"

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멍하게 린을 봤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린...? 린은 그대로 나를 자신의 품에 파묻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오빠가 슬퍼하는데...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냐고... 바보야."

린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들은 약 5분간 그 상태로 계속 있었다.

심란했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 고마워. 린. 나 이제 출근해야 돼... 린은 나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린... 내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 네 덕에 힘난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댔다.

"으... 으헤에!?"

린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얼굴색이 붉게 달아오른다. 음...? 왜 그래? 린은 뒤로 물러났다.

"오... 오빠? 왜 그래...?"

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음...? 너 어제 일. 기억 못하는 거야?

"어... 어제 일...?"

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어. 네가 어제 내게 '뽀뽀해줘.'라고 말했었잖아? 입술을 쭈욱- 내밀면서 말이야. 기억 안 나?

"에엑-!? 내... 내가 그랬다고!?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야...!"

린은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흔들었다. 심지어- 나보고 좋아해- 사랑해-라고 말하더라? 나는 실실 웃으면서 린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 그마안!"

린은 울먹이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나는 린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긴 했는데 다음부턴 술 마시지 마. 알았지?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짖궃어..."

혹시 내가 한 말은 기억하니?

"...? 무슨 말?"

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 다행이다. 기억 못하나 보네? 그럼... 식탁 정리하고 출근 준비해야겠다.

"아, 식탁은 내가 정리할게... 오빠는 출근 준비해...!"

린은 나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음...? 괜찮아.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 있어.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에- 괜찮은데... 알았어. 네가 정 그렇다면... 부탁할게- 나는 그대로 출근 준비했다.

다녀올게! 나는 실실 웃으면서 린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녀와- 오빠."

린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왠지 이거... 신혼집 분위기잖아 이거... 나는 헛기침하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


출근 이후에는 평소와 똑같이 시간이 흐른다. 사무원 및 다른 프로듀서들... 그리고 아이돌들이 출근한다. 내가 담당하는 친구들도 한두 명씩 사무소에 얼굴도장을 찍고 간다.

"프로듀서씨- 안녕하세요."

"여! 아키라. 오늘도 고생하라고...?"

"헤헤... 프로듀서씨 고생하세요."

"치에리. 오늘도 열심히 할게요!"

휴대폰에서 전화가 온다. 어라...? 루키 트레이너씨잖아? 나는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 야마모토 프로듀서씨? 트레이너예요."

루키 트레이너씨는 약간 곤란해하는 목소리였다. 예... 무슨 일이시죠?

"혹시 마츠모토씨 출근했나요? 레슨 시간인데 안 오시는데요...?"

예...? 사무소에도 안 왔었는데... 제가 한번 전화해보겠습니다. 나는 루키 트레이너씨와의 통화를 마치고 바로 사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얘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거냐... 나는 문득 어젯밤의 사건을 떠올렸다.

'미... 미안해. 아키라... 나... 난...!'

나를 내려다보던 당혹한 표정의 사리나. 그녀를 알게 된 이후로 처음 봤었던 표정. 나는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고 계속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똑같았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나는 하던 작업 파일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라? 오늘은 야외 스케줄 없지 않나요?"

마에바라씨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당신이 어째서 제 스케줄을 알고 있는 겁니까...?

"그거야 야마모토씨께서 큰 글자로 책상에 메모해놓으시니... 아, 미안해요. 일부로 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 정말로 크게 적어놓으셔서..."

마에바라씨는 내 책상에 놓여있는 타임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갑자기 스케줄이 하나 생겨서 말이죠. 어서 가봐야겠습니다. 시간이 꽤 늦어져서 말이죠.

"그렇군요. 표정을 보아 하시니 굉장히 늦으신 것 같네요. 어서 갔다 오세요. 시간 약속은 굉장히 중요하다고요...?"

마에바라씨는 자신의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예... 그렇죠.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소에서 나갔다.

생각해보니... 사리나 녀석네 집. 그 녀석의 이력서에 있었잖아... 나는 멍청이군.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의 집 주소 하나를 못 외우고 있다니. 나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 야마모토 프로듀서?"

프로덕션 건물에서 나오는 길에 카미야양과 마주쳤다. 아, 카미야양. 안녕하세요. 카미야양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무... 무슨 화난 일이라도 있어? 얼굴 표정이 정말 무서운데...?

아... 나는 얼굴에 들어간 힘을 뺐다. 죄송합니다. 심신에 영향을 끼치진... 카미야양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무슨 일이야? 야마모토 프로듀서의 그런 표정 처음 보는데?"

음... 갑자기 스케줄이 하나 생겨서 말이죠. 그런데 그걸 스케줄 시작이 거의 임박할 때 날아와서 말이죠. 죄송합니다. 너무 급해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 어."

나는 빠르게 카미야양을 지나쳐 갔다. 빠른 걸음으로는 부족하다. 달려야겠어. 아니... 달려야만 한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리나가 집에 없으면 어떻게 하지? 전화는 받을 생각을 안 하고... 젠장! 고교시절 때는 그것보다 더한 짓도 많이 했잖아...! 뭐... 성인 쪽으로 말고 그때 나이 때를 기준으로 심한 짓이지만...

신호등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솔직히 넘어갈 신호등이 1개밖에 없다만... 아무튼 나는 주택가로 들어왔다. 주소대로라면 이쪽 길이 맞겠지...! 숨이 점점 차오른다. 온몸에 땀이 맺힌다. 제길... 정장이라서 엄청 덥고 활동하기가 불편하군.

주소를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온 결과. 나는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헉... 헉... 분명히 주소에는 201호 랬던가? 나는 숨을 고르고 현관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두들겼다. 사리...나! 사리나...! 안에 있어? 어이...! 사리나! 나의 부름에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나는 입술을 물면서 휴대폰으로 사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드디어 받았다...! 사리나! 너 어디야? 집이야?

"왜 왔어..."

왜 왔기는 너랑...

"돌아가줘...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

사리나는 나의 말을 끊었다. 무슨 말이야... 일단 이 문 좀 열어줘. 나랑 이야기하자. 응?

"오늘 혼자 있고 싶다고 했잖아!"

문 안에서 사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일단, 이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하군. 나는 문을 두들겼다. 사리나... 사리나. 거기 안에 있는 거 목소리 들었으니까. 다 알아. 어서 이 문 열어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돌아오는 것은 고요함뿐이다.

하아- 달려오느라 너무 힘들다. 앉아야겠어. 나는 일부로 큰 목소리로 말하면서 현관문에 앉았다. 어젯밤의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거야? 내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신경 안 쓰는 것이 더 문제가 있겠지만 말이지... 나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사리나의 몸과 나의 몸이 밀착되던 그때...

그때의 너는 멈췄잖아? 충분히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나는 그때 너무 당황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하마터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벌어질 뻔했으니까.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관계로써... 다행히도 네가 행동을 멈췄지. 행동을 멈췄다는 것은 네게도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 멈췄다고 생각해. 일단, 말해두자면... 잘 멈췄어. 잘 참았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라. 뭐, 고교시절에 너랑 다녔을 때도 네 행동과 생각을 잘 몰랐지만 말이지. 아니지...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른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정확하겠군...!

'아키라...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어젯밤에 사리나가 내게 던진 질문. 사리나... 어제 했던 질문. 답해줄게. 질문이 분명히... 넌 날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이었지? 나는 말이지. 널 단순하게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었어. 좋은 친구. 내 고교시절에 몇 안 되는 여자인 친구. 너무나도 좋은 친구라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봐. 아니... 아니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친구'라는 인식이 너무나도 강하게 박혀서 네게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나 봐.

'마츠모토씨...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아...'

린이 내게 해줬던 말. 네가 어제 했었던 행동에 대해서는... 많이 놀랐어. 밤새 생각해보니까. 네가 그렇게 행동하고 내게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은 네가 나를 한 명의 남자로 생각하고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했어. 얼굴이 화끈해진다. 네게 미안해지더라... 너도 한 명의 여자인데... 나는 그저 널 친구로만 생각하고... 미안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네가 분이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내키거든 사무소로 돌아와. 이젠 널 한 명의 여자로 생각하고 행동할 테니까.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기다려..."

사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멈춰 섰다.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사과를 해야 하는 쪽은 나라고 바보야... 네가 아니고..."

나는 몸을 돌렸다. 츄리닝 차림의 사리나가 보였다. 그녀의 아름다웠던 갈색 머리는 엉망으로 되어 있고, 눈가에는 울었던 흔적이 눈에 훤히 다 보였다. 엥...? 에엥...?

"진짜... 넌 고교시절 때나 지금이나 바보 멍청이야..."

사리나는 촉촉해진 눈가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거 미안하네... 어쩔 수 없잖아?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걸...? 사리나는 내게 다가왔다. 나는 양팔을 벌려 그녀를 안아줬다.

"나... 솔직... 히 무서... 웠어...!"

사리나는 내 품 속에서 울면서 말했다. 뭐가 무서운데...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될... 까봐... 내가... 그런 짓을 해서... 그리고..."

그리고...? 나는 사리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너의 눈물을 봐버려서... 나는... 최저야."

아... 그때 확실히 눈가가 뜨거웠다. 눈물을 흘렸었군... 그나저나 내가 네게 눈물을 흘린 모습 보여준 적이 없었나? 기억이 잘 나질 않는군. 아무튼...! 나는 사리나를 휘감아 잡았던 양팔을 풀어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약하게 밀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오늘 사무소에 출근을 안 했구나. 사리나는 코를 훌쩍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눈물을 훔쳤다. 돌려 말하는 거 잘못하니까. 결론부터 말할게.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나는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고교시절 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넌 최저가 아니야. 비록 표현하는 방법이 약간 빠르긴 했는데... 그것이 너만의 표현 방법이겠지. 너에 비하면 나는 표현을 잘못하는 멍청이 일 뿐이고... 나는 실실 웃었다.

아, 그런데 아까의 답변은 어땠어? 만족했다면 고개를 끄덕여줄래? 사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역으로 질문할게. 사리나.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해?

"에...?"

사리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넌 날 어떻게 생각하냐고... 사리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 그게..."

사리나는 나의 시선을 피했다. 뭐,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돼. 나도 하루 지나서 대답했으니까. 나는 사리나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미... 미안한데. 대답은 아니고 질문 하나 해도 돼...?"

사리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물론... 말씀하시죠.

"너... 혹시 시스콘이야?"

하...? 사리나는 고개를 들면서 나를 봤다. 그녀의 눈빛은 굉장히 진지해 보였다. 아... 잠깐만. 나는 어젯밤을 또다시 떠올린다. 사리나는 연기를 했다. 그것은 내가 린에게 했던 말들이 전부 들렸다는 소리... 이거 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야. 도대체 왜 시스콘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가족끼리인데 좋아해. 사랑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게다가 술에 취한 상태이고... 어렸을 때 이렇게 자주 놀았는걸... 사리나는 멍하게 나를 보다가 웃기 시작했다. 얼씨구...?

"하하하하! 나는 정말... 바보네. 그러면... 기회가 있다는 소리?"

사리나는 배꼽을 붙잡으며 말했다. 음...? 기회라니? 무슨... 사리나는 나의 양쪽 볼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잡아당겼다. 에...? 내 입술에 촉촉한 것이 닿았다. 그 감촉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좋아해... 아키라. 사랑해... 아키라."

사리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어이... 그거 좀 반칙이지 않냐...? 나 이거 퍼스트 키스인데...

"이게 내 표현 방법인걸...? 그런데 퍼스트? 좋아...!"

사리나는 손가락을 튀기며 말했다. 뭐가 좋아...! 남의 퍼스트를 뺏었으면서...!

"사실... 나도 퍼스트거든.

사리나는 윙크를 지어보였다. 에...? 너도 퍼스트? 너... 너! 나 같은 남자로 퍼스트를 소비한 거야?

"응? 방금은 자기 퍼스트를 뺐었다고 뭐라고 했으면서... 이상해- 그나저나 너 같은 남자가 뭐가 어때서...?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나는 멍하게 사리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평정심을 찾았다. 아까 말했지만 너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 관계까진 무리라고...

"어머-? 그 관계가 아니었다면 받아줄 생각...?"

사리나의 얼굴에 여유가 넘쳐나기 시작한다. 얼굴이 화끈 거린다. 느으아...! 시... 시끄러워!

"나도 잘 알아... 너와 나는 프로듀서와 아이돌. 사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나는 단지 네게 표현했을 뿐이야... 은퇴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시작도 안 해보고 은퇴하면 이상하잖아? 너도 그걸 바라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네가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사리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사리나...

"그래서... 활동하는 동안 내 매력을 발산해서 네가 내게 빠지도록 만들 거야! 내가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어이... 마지막 발언은 굉장히 위험할 것 같지 않니...? 사리나는 박장대소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서 박장대소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라고...? 단, 미인계는 금지입니다. 사리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에엑-? 그럼 뭘로 하라고...?"

어이... 네 매력이 미인계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아이돌이니까. 아이돌답게 자신의 매력을 잘 키워나가라고... 보니까. 넌 너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으니. 따로 힌트는 필요 없어 보여. 사리나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치잇- 쩨쩨하네. 힌트 정도는 알려주라고...? 그래야 널 함락시킬 거 아니야?"

어느 영화든 드라마든... 당하는 쪽이 하는 쪽에게 힌트를 주지는 않는다고...? 네가 알아가야 되는 거야. 알았어? 그럼- 열심히 하도록 하고...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아... 시간이 꽤 지나갔군. 너 오늘 레슨 있었던 거 알았지?

"네..."

사리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루키 트레이너씨에게 전화 걸었다.

"여보세요? 야마모토 프로듀서씨?"

아, 예. 트레이너씨. 야마모토 프로듀서입니다. 사리나에게 연락해보니 몸이 굉장히 안 좋은 모양이라서요... 그래서 오늘은 쉬게 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알았어요. 몸조리 잘 해달라고 말해줄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아키라- 거짓말 늘었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거짓말하고..."

뭐... 지금 가봐야 너무 늦어서 말이지. 오늘은 말한 대로 쉬라고...? 나는 사무소로 돌아갈 테니까. 그리고 화이팅- 이런 말을 하면 자랑하는 것 같지만 날 함락시키려는 친구들이 좀 많아! 열심히 하라고- 나는 실실 웃으면서 사리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키라 주제에... 건방져."

사리나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실실 웃었다. 나 가볼게. 수고-

"잠깐만...!"

사리나는 나를 멈춰세웠다. 어? 왜?

"오늘 스케줄 없어?"

어, 없지.

"그럼... 나랑 놀러 가자. 저번 주말에 못 놀러 갔었으니까.

사리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에엑-? 기껏 오늘 쉬라고 했는데 놀자고? 사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진심이구나... 하지만 미안. 나는 근무지 이탈을 할 수가 없구나...

"에이... 그러지 말고... 고교시절에는 수업시간도 땡땡이같이 쳤잖아? 안 그래?"

사리나는 내게 다가와서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교무실에서 지겹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말이지...

"재미있게 잘 놀았잖아? 안 그래?"

사리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은 돈 받고 일하는 몸이니까...

"네가 항상 이야기했듯이 아이돌 관리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업무라며?"

윽.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리나는 내 팔을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것도 업무 중 하나! 넌 날 케어해줄 의무가 있어."

너... 나중에 레슨 스케줄 빡세게 달아놓을 줄 알아.

"헤헹- 마음대로 해. 오늘 주간은 나랑 어울려 달라고?"

알았으니. 연락 정도는 해놓으면 안 될까? 사리나는 나를 놓아줬다.

"좋아. 좋아! 들어와."

사리나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나는 휴대폰으로 사무원인 센카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야마모토 프로듀서씨. 일정은 늦지 않으셨나요?

응? 센카와씨. 벌써 알고 계셨나요? 일단은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 마에바라 프로듀서씨께서 알려주셨어요. 일정 마무리하시면 사무소 들리시나요?"

마에바라씨... 은근히 눈치가 있을 지도... 별난 사람인 것 같지만... 나는 헛기침을 했다. 아뇨. 바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집에 손님도 와있어서 말이죠. 빨리 가야 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네. 센카와씨도 고생하세요. 그럼... 통화가 끝난다.

번잡해 보이는 방. 너저분하게 늘어져있는 어제 입은 옷들이 보인다. 그리고 민망하게 여러 가지 속옷들이 널어져 있는 빨랫 대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평소에 향수를 뿌려대는지 방안에 그 냄새가 난다. 진한 향수 냄새.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 방 정리 정돈하고 살라고... 환기도 좀 시키고... 나는 창가 쪽으로 갔다. 환풍구는 여기가 끝인가?

"네가 오늘 찾아올 줄은 몰랐다구- 그나저나... 어때? 여자의 방에 온 소감!?"

사리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여자의 방이 아니라 돼지우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청소부터 하자. 나는 창문을 열면서 말했다. 깨끗한 공기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살 것 같다.

"너무하네... 돼지우리라니."

사리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 잔말 말고 청소...!

"네-"

사리나는 바닥에 있는 옷들을 주웠다. 나는 싱크대로 이동했다. 음? 의외로 깨끗하잖아? 너 밥은 먹긴 하냐? 싱크대는 아무도 안 쓴 것 같이 말끔했다.

"응- 당연하지. 이런 나이스 바디를 유지하기 위해선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헤- 올바른 식습관? 저게? 싱크대 우측 하단 구석에 쓰레기봉투들이 쌓여있었다. 도시락... 도시락... 도시락... 도시락뿐이잖아! 얼레? 술병도 보이는데...? 나는 사리나를 봤다.

"훗. 그거 먹고 운동 열심히 한다구?"

사리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 안 되잖아. 이거! 제대로 된 걸 먹으라고! 방부제 덩어리들에 알코올이라니!

"그러면 네가 내 밥해줄래-?

사리나는 다가와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겁니까... 혼자서 밥 못해? 사리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취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

"응- 1년?"

오래 했네! 밥 정돈해 먹으라고!

"으으-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말이지..."

사리나는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요리에 소질이 있는 줄 아니? 하아... 오늘 노는 건 글렀다. 내가 자취 2년이니 이것저것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사리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에엥-? 어째서!"

어째서 긴...!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이 이렇게 살고 있는데 프로듀서가 가만히 있어야 하겠나!?

"나... 나중에 해도 좋은데... 주말이라든지... 오늘은 놀고 싶습니다!"

사리나는 아양을 떨면서 말했다. 안돼. 그러면 이번 남은 날들은 어쩔 셈이야...

"외식하는 걸로...!"

사리나는 윙크하면서 말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으- 시끄러워! 나 오늘 노는 걸로 알고 있을 테니까! 씻고 올게-!"

사리나는 화장실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 어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방의 중앙에 와서 앉았다. 일단, 빨랫대 쪽은 안 보고... 볼만한 건 TV이려나? TV나 볼까?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리모컨을 찾았다. 리모컨은 선반 위에 얹어져 있었다. 나는 선반으로 기어갔다.

음...? 굉장히 익숙한 배경 속에 소녀와 소년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는 탁자형 액자가 보였다. 졸업 때 찍은 걸 아직도 갖고 있나... 사진 속의 소녀는 소년을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그리고 윙크하고 다른 손으로 V자를 만들고 있다. 소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양손을 V자를 만들고 있다.

나는 액자를 들어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녀석하고 어떻게 친해진 거야...?

"흐- 상쾌하다."

약 30분이 지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너 아직도 이 사진 갖고 있냐? 사리나는 어째서 인지 가릴 곳만 적당히 가린 알몸 상태였다. 느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바로 몸을 돌렸다.

"응? 아아! 그 사진? 갖고 있었지!"

내게로 다가오는 발소리.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됐으니까! 옷부터 입으라고...!

"헤-? 너 방금 두근거렸지?"

사리나는 다가와서 내 귓가에 속삭였다. 도대체 비명 지르면서 두근거리는 사람은 어디 나라 사람인 거죠?

"왜-? 얼굴 새빨간데?"

등에서 물컹한 감촉이 느껴진다. 너 일부로 그러는 거냐? 나 화낸다?

"아, 그건 안돼. 오늘 나와 놀아줄 아키라를 화내게 하면 안 되겠지. 기다려봐? 누나 옷 금방 입을게-"

사리나는 실실 웃으면서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흐응- 오늘은 뭐 입을까나?"

사리나는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기왕 입을 거 청순한 스타일로 부탁할게...

"헤-? 아키라는 청순한 스타일 좋아해?"

넌 아이돌이 될 몸이라고? 가벼워 보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아.

"흐응- 그렇구나... 아키라는 청순한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순정파네!?"

하아... 포기입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끝내 사리나는 외출 준비를 마쳤다.

너는 노출을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나는 사리나의 복장을 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어깨에서부터 쇄골까지 노출되는 오프숄더 니트에 청색 핫팬츠를 입었다.

"내 매력을 더욱 방출하기 위해서..."

사리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알았다... 그럼 가볼까? 나는 현관으로 나갔다.

"저기..."

사리나는 나의 팔을 잡았다. 어...? 왜.

"나... 잘 어울려?"

사리나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응. 잘 어울려. 넌 섹시한 쪽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사리나는 멍하게 나를 봤다. 뭘 그렇게 멍하게 서있어? 어서 가자.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나는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으... 응!"

 

오랜만입니다. YamamotoAkira 입니다. 운전면허 때문에 글을 쓰질 못해서 말이죠.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일단, 면허는 합격했어욬ㅋㅋㅋㅋ 좋아...! 좋아! 10월 전에 땄다고...! 아무튼...

스토리로 들어와서 이번 화는 시부린이 메인 히로인이지만... 사리나가 주로 등장하게 됩니다. 쓰다보니 어쩌더가 그렇게 됐군요. 허허허...

사실 더 쓰려다가 길어질 것 같아서 말이죠. 잘랐어요.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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