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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2장 - 불과 강철의 진눈깨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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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2, 2016 22:24에 작성됨.


저 멀리 흡사 천둥소리 같은 울림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우렁차게 울려퍼진다. 하늘은 구름만 다소 꼇을 뿐 맑음에도, 연달아 내리쳐 귀를 때리는 충격에 사람들은 의구심과 두려움에 잠긴다. 그것은 분지 근방의 난민 수용촌에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 어느곳보다도 선명하게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다들 어리숙한 판자로 만들어진 보금자리에 숨어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숨어들어가는 와중에, 어느 무리는 그저 서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얀 제복을 입고, 한 손으로 장총의 개머리판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보필해 어깨언저리에 올린 채 오와 열에 맞춰 대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말의 두려움도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들을 지휘하는 이 만큼은 두려움이 없었다. 오직 단 하나, 나라를 거역한 괴씸한 이를 붙잡으려는 마음밖에 없다. 좌 우에 말을 타고 몇개의 훈장을 가슴에 찬 소녀들은 정모를 굳게 눌러쓰고서 아무 말 없이 병사들과 같이 그저 기다린다.

 

" 정말로 이쪽으로 올까요 ? "

 

" 이쪽으로 유도하지 못한다면, 그게 제국의 지배자들이란 것들의 한계겠죠. "

 

" 닛타 경. 그런데 정말로 . . 시부야경을 잡는데에 병력을 사용해도 되는건지 . . "

 

" 왕명을 거부하고 탈주한 인물입니다. 명령불복의 시점부터 기사단장 출신임을 떠나 그녀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것이니, 오히려 더 군을 끌어오지 못한게 불안할 따름이죠. "

 

정모를 더 굳게 눌러쓰고 닛타 미나미는 자신의 이상과 국가의 이상에 관철하는 대답으로 우려깊은 문의를 잘라낸다.

 

 

" 일단은, 타카모리양. 당신 말대로 [권고] 해보겠습니다만.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중상을 입히는 정도까지는 문제없음을 허가받았습니다. "

 

" 닛타 경 !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심한. . ! "

 

" 아이바양과 타카모리양은 왜 에인헨야르에 들어왔죠 ?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당신들이란 . . ! "

 

 

좌우에서 망설임을 내비치는 유약한 두 부관들에 답답함을 느낀 미나미의 얼굴엔 화가 잔뜩 묻어나있었다. 평생 사람을 돌볼 줄 밖에 모르고 어리숙하게 성장해온 지푸라기같은 것들, 이라고 입 밖으로 내뱉으려다가 그녀는 간신히 욕을 목구멍 안으로 도로집어넣고 대신 순화한 표현을 입 밖으로 낸다.

 

"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나라를 [배신]한 그녀의 미간에 폭발너트를 직접 박아넣고싶지만, 왕명이니 죽이지 않는 선에서 끝내려는 겁니다. 잠자코 . . 따라주시길. "

 

마지막 한마디에는 정말 진심이 우러나왔다, 라고 적어도 유미와 아이코는 그렇게 여겼다.

그리고 미나미의 훈계 비스무리한것이 마무리지어질 무렵, 너머에서 울려오던 천둥소리같은것도 완전히 멎고 정적이 감싼다. 닛타 미나미가 조금 언성을 높이며 주변에 명하길.

 

 

" 에인헨야르 ! 너희들은 왕국의 칼날, 정의의 추다 ! 왕국을 배신한 변절자가 지금 이곳에 올 것이다- ! 각오를 다지고, 혹여나 찾아올지 모를 위협에 만반에 태세를 갖추도록 ! "

 

- 네 !

 

 

병사들이 일시에 답하며 장총을 60도 사선으로 내린다.

닛타 미나미가 말 안장주머니에 채워진 길다란 가죽주머니를 꺼내어 허리춤에 차고, 끼워진 단추를 풀어 볼트를 꺼내었다. '철컥', 볼트가 시위에 끼워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 .

 

 

" 왔군. 시부야 린. "

 

 

 

 

" 왔군. 시부야 린. [변절자]. "

 

" . . 닛타 경. 설마 당신이 제국이랑 협력해서, 나를 잡을 생각을 할 줄이야. "

 

 

린은 당황하면서도 크게 놀란 표정을 짓지 않는다.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은 십중팔구 눈 앞에 매서운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있는 닛타가의 마지막 핏줄임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다만, 그녀는 제국을 끔찍히 증오할 터. 그리고 미나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린이 생각치 못한 의외였다.

 

" 바란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수는 모두 써야 좋다는 걸. 어느 일을 겪으면서 깨닫게됬지. "

 

쇠뇌의 끝을 위로 향한다. 전형적인 발사직전의 준비자세 중 하나였다. 향한채로 멈춘 미나미의 손은 조용히 떨리고있었다.

 

" 제국에 진 빚은 확실히 갚을 셈이야. 다만, 나라안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다 뿌리뽑고 난 뒤에. "

" 닛타 경 . . ! "

 

옆에서 안줄부절 못하고 있언 아이코가 닥달하듯이 미나미를 재촉한다. 그대로 계속 둘이서 대화를 주고받고있다가는 언제 싸움이 되어버릴지 모를 불안감이 주변 공기를 뒤덮고 있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서 미나미의 얼굴은 명백히 불만에 찬 표정을 띄웠지만, 이윽고 쇠뇌를 든 손이 조금씩 낮아져갔다.

 

" 변절자 시부야 린. 권고하겠다 - . 지금 당장 옆의 일행과 같이 투항해라. 그러면 사지 멀쩡한 채로 수도로 압송해주지. "

 

목소리에 서려있는 확실하게 전해져오는 적의. 린의 대답여부에 따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수 없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세간에 일어난 일의 진상을 파헤쳐내고 해결해야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왕국에 기대어 법도로만으로 처리 할 수는 없다. 린은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하게 깊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양 다리를 슬금슬금 벌리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대답은 당연하게도.

 

 

 

 

 

 

" 거부하겠어. "

 

 

" 결렬이다. "

 

 

깊은 분노를 담고 깔리는 목소리와 함께 망설임 없이 쇠뇌를 떠나 볼트가 쏘아져 린이 방금 전까지 서있던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볼트는 뒤편의 판자가옥에 맞아 격렬하게 폭음을 내며 철조각을 흩날렸다. 재빠르게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미나미를 주시한다.

그녀의 뒤편으로, 백색 제복을 차림의 대방패와 메이스. 그리고 연보랏빛 기체에 둘라쌓인 형체. 거기서 더 뒤편으로는 총구를 자기쪽으로 향하고 있는 무수한 무리가 보였다. 지붕위에 매복하고 있다가 드러낸 이들을 모두 합치면, 어림잡아 3백명 정도는 되었다.

 

" 왕국의 위신과 기사로서의 긍지를 더럽힌 죄로 . . 고통스럽게 기어와라. 그리고 사죄해라 ! 발사 !! "

 

" 닛타ㄱ. . 꺄악 ! "

 

타타탕 !

 

포화소리들이 합창하며 아이코의 비명을 묻어버린다. 아이코의 의견을 묵살해버리며 날아드는 총알들은 다행인지는 몰라도 시부야 린에게는 닿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답을 생각함과 동시에 총부리들의 방향은 다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두르고있는 로브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는지, 로브의 끝부분들은 총알에 맞아 숭숭 바람구멍이 다발로 뚤려있다.

총알세례를 피해 어딘가 갔다 다시 돌아온 암청색의 로브는, 사기사와 후미카는 린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말을 꺼낸다.

 

 

" 고도로 훈련된 병사들이군요. "

 

"  . . 무슨 말 할지 알것같아. "

 

린은 숨을 한번 고르고 허리춤에 차고있는 칼집으로부터 검을 빼내든다. 꺼내든 검의 유래없이 미려한 문양이 도신을 따라 뻗어나가다가 깎아지르는 절벽처럼 칼날과 함께 끊겨 반토막이 나있는 그것은 한 때 시부야 린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애검(愛劍) [네버 세이버]의 모습임이 틀림없었다.

부러진 칼을 빼내어든 모습을 본 미나미의 얼굴은 린을 경멸하는 시선으로 가득 채워졌다.

 

 

" 그 검도 당신의 명예처럼 반토막이 나있네. 참 보기 좋아. "

 

비아냥거리는 투와 별개로 그녀의 적개심을 더욱 커진다. 옆에서 아이코가 제발 그만둬달라고 사정사정 하는 모습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유미가 혹여 아이코에게도 불똥이 튈까봐 호소하는 모습과 함께 전열 뒤쪽으로 빠지는 사이에, 다시한번 쇠뇌로부터 볼트가 쏘아진다.  필시, 그 몇개월의 사이에 추가적인 개조가 있었으리라. 그리 추정하는 찰나, 그녀는 하반신에 격통을 느끼며 다리를 후들거린다.

 

" 큭 ? ! "

 

이전 기사단장이 된지 얼마 안됬을 무렵에, 그녀가 시범삼아 연발로 쏘는걸 본 적이 있지만, 한번에 여러 개의 볼트를 쏘아내는걸 본 건 처음이었다.

양 허벅지에 한발씩 금속쇠뇌가 박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며 미나미는 차갑게 내뱉는다.

 

" 탄의 궤도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범위를 전부 커버하면 되는 일. 더군다나 검술이 전부인 주제에 부러진 검을든 검사라면 더욱 쉽지. "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정하게 대여섯발의 볼트가 쇠뇌를 떠나 쏘아진다. 반쪽짜리 칼날로 커버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푸른 화염으로는 물리적인 공격을 차단 할 수 없다. 적어도, 시부야 린 자신의 화력으로는 불가능했다. 필연적으로 부러진 검의 리치가 닿지 않는 신체 곳곳에 볼트가 틀어박혔다. 왼쪽 이두근을 꿰뚫은 볼트는, 그녀의 뽑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쪽에서 날카로운 갈고리가 된 것 처럼 좀처럼 빠지려 들지 않으며 오히려 격통을 보답으로 돌려주었다.

 

동시에 온 몸이 나른해짐을 느낀다. 린은 코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감지하며 머리룰 휘청인다.

 

" 독... ! 크, 윽...! "

 

" 독에도 죽지 않는 네 체질에 안심이야. 다른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죽어버릴 치사량에 중독되어도 그렇게 서서 버티니까. "

 

 

주변의 모두가 숨죽이고, 미나미가 쇠뇌에 다시금 볼트를 끼워넣고 변절기사에게로 조준하려는 찰나, 쇠뇌 끝과 린의 사이에 끼어드는 그림자.

 

미나미는 그 형체를 보고 아까부터 의아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눈에 거슬렸다. 시부야 린과 일행으로 추정되는 주제에 그녀의 부상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포지션에 있었음에도 지금 독 때문에 휘청이는 그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마냥 아무행동도 하고있지 않고있었기 때문.

미나미의 쇠뇌의 끝은 이제 사이로 막아선 그녀의 두부로 향해있었다.

 

린의 앞을 가로막은 형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곤조곤한 말씨로, 그녀에게 속삭이듯이 입을 연다.

그녀의 말을 들은 린은 놀란듯 두 눈을 크게뜨고 고갤 힘껏 가로젓는다. 애걸한다.

 

" 안돼 ! 후미카 . . ! "

 

" . . . . . "

 

 

 

" 넌 뭐지 ? 아까부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 취하는군. "

 

정모의 그늘에 가린 눈초리는 방해물을 뚫어지게 노려본다.

그리고 판단은 빨랐다.

 

 

" 생포하는것은 시부야 린 뿐. "

 

 

 

'뿐' 이라는 어절이 성대를 통해 울려 입밖으로 빠져나올 무렵, 쇠뇌의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할 즈음.

 

 

 

── 그것은 이미 미나미의 지근거리에 와있었다.

 

 

" ?! "

 

" 닛타 경 !!! "

 

 

아이코는 이미 뭔가 눈치채고있던 듯 황급히 달려와 미나미의 밀치고 대신 대방패를 버티고 섰다.

 

콰직 - ! 

 

동시에, 쇠가 부러지고 찢어지는 울림과 함께 대열쪽으로 날아가 처박힌다.

병사들은 날아오는 타카모리 아이코에 덤으로 휩쓸려 저너머 판잣가옥 한 채를 무너뜨린다. 그녀의 방패는 마치 종이찢긴듯이 짖이겨지고 꾸겨진 채 였으며, 스트레이트를 내지른 주먹은 휘두른 자의 두 눈처럼 푸르른 화염을 휘감은 짐승의 발톱과도 같이 변하여 적개심을 표하고 있었다.

두 눈을 베일처럼 가리는 짙은 흑갈색 머리카락 너머로 보이는 푸른 안광은 린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깊고, 명료했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있던 미나미는 이내에 당할 뻔 했다는 굴욕감에 몸서리치며 소스라치게 일어나 외친다.

 

 

" . . 미련하게 서서 뭐하는거야 ! 저녀석은 죽여도 관계없다 ! 발포해 !!! "

 

" 네, 넵! 전원 쏴라 - !! "

 

 

지붕위에 있는 군인들이 호통에 맞춰 재장전된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러나, 그것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더 거세게 폭발하며 쇠로 된 공들을 오기도 전에 모두 증발시킨다. 입고있던 후드를 싸그리 불사르고 온 몸에서 푸른 불길을 내뿜는 모습이 거꾸로 뒤집어진 폭포가 연상될 정도로 거칠고 매서웠다. 시부야 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 오히려 그건 [타카가키 카에데]. 지금은 지하감옥에 수용되있을 그녀의 것과 유사한 세기였다.

 

 

불길들은 양 손에 빨려들어가듯 모이며, 이윽고 불길이 형체를 굳히며 타오르는 야수의 양 발톱의 날카로움을 키운다. 빛나는 안광과 매치하여 그 형상은 병사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그 두려움을 놓치지 않고 사기사와 후미카는 가볍게 진열 안으로 파고든다. 이어 가장 가까운 병사의 총을 붙든다. 총신이 통째로 불길에 휩싸이며 타들어가 부러지고 . . 잡고있던 병사가 놀라는 시점에서 총을 잡지않은 팔이 그의 어깨를 내려친다.

 

" 끄아아아아 ! "

 

어깨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가라앉아 움찍거리는 모습에 주변의 모든 이들이 술렁인다.

미나미의 시선에 이러한 상황이 물론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 검을 뽑아라 !! 싸워 !!! "

 

그제서야 부들거리며 칼을 뽑을 무렵, 이미 후미카의 주변에 있는 장정 일곱명은 팔 혹은 다리가 부러져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칼을 뽑다가 네 명. 나머지는 어중간하게 뒷걸음을 치다가 차례차례 기묘한 방향으로 사지의 관절을 뒤틀리며 고통을 흘려간다.

 

 

" 아파 ! 아파아아... ! "

" 팔이, 팔이이 . . ! "

" 내, 내 다리, 다리가아 . . !! "

 

 

푸른 발톱에 쥐어질 때 마다 마치 처음부터 연골이었던 것 처럼 아무렇지 않게 비틀리고 꺾이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다.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한, 마치 세상을 달관한 사람마냥 공허한 얼굴로 훈련된 군인들의 팔다리를 휘어버린다.

미나미가 중간에 고통의 비명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옴에 황급히 고갤 돌린다. 지붕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뒤늦게 그녀는 쇠뇌를 조준했지만, 이미 그것이 서있던 자리에는 양 무릎이 바깥 쪽으로 접혀 눈물을 흘리고있는 저격수들 뿐이었다. 다시 쇠뇌를 조준할 장소를 찾던 미나미의 시선에 후미카가 다시 포착된다.

다름아닌, 시부야 린과 자신사이를 가로막던 그 자리이다.

 

조곤조곤, 타오르는 불꽃과는 대치되는 차분한 말투가 린에게 알린다.

 

" 대략 절반정도 제압했네요. "

" 후미카 ! 나서지 말라고 했. . "

" 안심하세요, 시부야양. 전원 목숨엔 지장 없도록 했으니. "

 

 

안심? 미나미는 기가차서 숨을 내뱉는다. 뒤편의 너나할것없이 꼬구라져 신음하는 모습에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 대체 너 ! 정체가 뭐야 !! 대체 뭐길래 이런 편린을 . . ! "

" 닛타 경! 안돼요 ! 그 사람과 맞서선 절대로. . !! "

 

저 너머에서 아이바 유미의 외침이 들린다. 그녀는 찢어진 방패에 덮여 기절해있는 아이코의 복부를 문지르면서 무척이나 다급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있는 닛타 미나미의 귀에 그녀의 말이 제대로 들릴 리가 만무했다.

후미카가 여태까지 린과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다가, 자연스레 고개를 뒤로 돌린다.

 

" 시부야양. 지우기 전의 궤적을 기억하시죠 ? "

 

이에 시꺼먼 액상을 목구멍으로부터 뱉어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볼트는 여전히 박혀있었으나, 휘청거리던 자세는 어느정도 안정되어 보인다.

린의 눈이 순간 후미카 뒤편으로 슬쩍 보이는 미나미의 시선과 마주친다. 힘줄이 안구에 타고올라 충혈되고있는 눈은, 이미 예전에 명예를 중시하고 친절하였던 미나미와는 한층 더 멀어져 보였다. 그녀는 애써 시선을 피한 채 판잣집 지붕을 타고 저 너머로 뛰어간다.

 

날카로운 볼트가 그걸 놓치지 않고 즉시 쏘았으나, 발톱이 린을 노리는것을 모두 집어삼키면서 동시에 그녀의 안면을 위협한다.

 

몸을 날려 피한 결과, 가슴 앞에 걸린 볼트통 끈이 끊어지며 내용물들이 바닥에 퍼져 굴러간다. 미나미는 멀뚱멀뚱 서있을 따름인 [적] 의 주변을 맴돌며 떨어진 볼트 몇 발을 줏어 쇠뇌에 끼워넣는다.

 

파캉 ! 하는 경쾌한 기계장치소리가 허공에 울리며 발사된 것들은 무심하게 발톱에 지워져 증발해버린다. [틀렸다] 라고 순간 생각한 미나미는 스스로 고갤 가로저으며 철회한다. 아니다. 아직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윽고 굴러다니는 몇개를 더 줍는다. 그때까지도 그것은 아무런 공격태세도 취하지 않은 채로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 윽 . . 으윽 . . "

 

" 아이코 ! 정신이 들었어 ? "

 

" 유 . . 미 ? 헉?! "

 

황급히 고개를 일으켜본다. 몸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감각을 받아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만 못했지만, 찌그러진 방패와, 방패가 충격을 흡수했음에도 가슴팍에 아직도 짙게 남아있는 시뻘건 피멍을 보기에는 충분한 정도였다. 옆에 있는 유미까지 제대로 인식하고서야 그녀는 상태를 파악한건지 한결 차분해진다. 

 

 

" 그 사람 . . [푸른 현자] . . 죠 ? "

" 맞아. 예전에 스승님이 언급하셨던 . . 사람없는 북의 협곡에 기거한다는 그 . . "

 

" 아, 병사들 . . 병사분들 상태가 ?! "

 

시야도 넓어지며 자연스레 천조각 위를 기며 고통과 비탄에 잠긴 무리도 보게되고 다시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몸을 일으켜보려 하지만, 역시나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았다. 유미의 손이 피멍자국 위를 계속해서 문지르며 미세한 빛을 쬐길 반복한다.

 

" 안심해. 다들 아이코에 비하면 경미한 수준이었으니까. "

" 경미한게, 이런 . . "

" 다들 긴급조치는 해두었으니, 네가 안정되기만 하면 이후에 다들 치료해줄 예정이니까 안심해. "

 

" 닛타경은요 ?! 닛타경 !! "

" 부상은 없어. 하지만 . . . "

 

유미는 천막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뒷모습을 측은한 눈으로 흘긴다.

 

 

 

 

3 시간 전.

 

" 처먹어라 ! "

거침없는 욕설과 다발볼트가 후미카를 쏘고, 그 역시 발톱으 불길에 여지없이 사그라진다. 파훼법을 찾으라고 봐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에 반응에 막거나, 이따금씩 한번정도 반격하는게 전부인 모습에 그녀는 속이 탄다. 어서 눈앞에 있는걸 처리하고 린을 뒤쫓아야한다는 생각이 그녀를 더더욱 조급하게 옥죄어온다.

 

바닥에 널부러진 볼트들도 어느정도 다 줏었을 무렵, 닛타 미나미는 뛰면서 줏은 한 볼트를 보고 침을 삼켰다. 비상용으로 단 두발밖에 챙겨놓지 않은 촉끝이 연보랏빛으로 된 볼트였다.

 

" 이거라면 . . ! "

 

즉시 판단이 선 손이 볼트를 쇠뇌에 다시금 장전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처럼 그것의 정면을 향해 쐈다.

 

" . . . ! "

 

반응하는 측도 언제나처럼 발톱으로 쳐내는 순간, 보라색 연기가 촉끝부분에서 터지며 확산된다. 얼마나 짙은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먹먹한 연기는 삽시간에 주변 수 미터를 감싼다. 쇠뇌를 집어넣고 코를 막은 미나미의 달음박질이 연기 안으로 파고든다. 역시나 움직이지 않는지, 연기는 잔잔하게 퍼지며 그저 미나미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 흔들릴 뿐이다.

 

" 크으 . . . 으으으 . . . "

 

안에서는 그녀의 예측대로 낮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말은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고, 코를 막지않은 손이 쇠뇌의 맞은편 허리춤에 채워진 권총을 꺼내들었다. 가까울수록 위력은 장총에 못지않기에, 그녀는 실루엣이 보일 만금 깊게 들어가 총구를 신속하게 조준했다.

 

" 크으으으 . . !! 크으윽 . . ! "

 

 

 

 

" 으으으으으으 - !!! "

 

" 뭣 . . . ?! "

 

아까 전까지의 무감정하고 시원찮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그 안면에 비쳐있는것은 . .

 

" 으으으으으으아, 으아아아 - !! "

 

비명인지, 괴성인지, 기합인지 영문모를 악소리와 함께 푸른 발톱이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느 일격보다 묵직함을 싵고서 미나미를 향해 내리친다.

권총을 뻗은 손은 순간적으로 온 몸을 휘감는 무거운 기운에 바싹 굳어버린 채,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바짝 굳어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

 

 

" 이런 . . !!! "

 

 

발톱이 휘둘러지고 땅이 흔들리면서, 저 너머로 피난가있는 사람들도 보일 정도로 거대하고 푸른 불길이 일순간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올랐다.

불길이 정말 수초 동안 온 세상을 덮어버릴 해일마냥 올라왔다가 순식간에 또 사라진다.

 

 

 

한바탕 불의 해일이 지나가고 . . .

 

닛타 미나미는 살아있었다.

살아있음을 믿을 수 없었고.

자기 앞에 . . 정확히는 옆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황무지 한가운데에 돌연듯 생겨난 크레바스와, 그 아래로 끝이 없이 오직 새까만 어둠뿐인 나락같은 내부, 그것이 저 너머 지평선까지 뻗어 마치 땅덩이 자체를 조각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기도 했다.

미나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전율에 조용히 몸서리치며 한발짝 옆으로 나있는 일직선의 나락을 슬며시 바라본다.

침을 삼킨다. 얼굴에서는 땀샘이 쉬지못하고 식은땀을 배출해낸다. 그것은 그녀가 여태까지 목격해온 모든 인지의 범위를 아득히 초월하는 가공할 무언가가 낸 위력이었다. 까마득한 절벽을 계속해서 바라보던 그녀는 이윽고, 하늘에서 눈처럼 떨어지는 파란 불씨들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륵 주저앉는다.

 

" 뭐야 . . 대체 . . 뭐냐 . .고 . . . "

 

주저앉아 그녀는 중얼거린다.

눈 앞에 있는 존재 자체가 불공평의 편린이었다.

내 정의를 결코 이룰 수 없도록 만드는 벽이다.

압도적인 위력 앞에, 일순간 생각도 같이 날아가버린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였다.

그녀의 존재 자체로 그녀는 사기임을 증명하고있다.

규격 외의, 과거 신화시대의 이야기에나 나올법한 초월적인 강함.

눈 앞의 존재는 그녀의 행동이 더 이상은 무의미함을 선고하고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던, 땅을 갈라버린 장본인이 발톱의 불을 사그라뜨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 . . . "

" 대체 뭐냐고 . . ! 너는 . . 뭐길래 이런 . . 이건 말도 안됀다고 . . . "

 

" 당신이 쫓고있는 그녀는, 왕국의 적이 아니에요. "

" 나는 . . 나같은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거야 . . ? "

 

그녀와 대화하는것은 힘드리라. 그렇게 판단한건지 사기사와 후미카는 린이 달려나간 방향을 바라본다. 그리고 곧 다시금 주저앉은 얼굴을 내려다봤다.

 

 

" . . 다시 온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때는 목숨을 빼앗게 될 수도 있겠군요. "

 

" 멈춰 . . ! "

 

그 어느때보다 힘빠진 팔이 파들파들 떨면서 권총을 후미카에게 겨눈다.

하지만 그것도 무색하게 푸른 한쌍의 안광은 그녀를 흘겨보지도 않은 채 자리를 떠난다.

권총의 격발소리가 고통서린 신음이 가득한 허공에 홀로 울려퍼진다.

 

미나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통에 찬 감정을 감추지 않은 채 유미와, 병사들을 향해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 이 쓸모없는것들 !! 시부야 린을 쫓으란말이야 ! 여기서 밍기적거리고 있지 말고 진작에 따라갔어야하잖아 - !!! "

 

 

" 하지만, 닛타 경. . 지금 ── ."

 

 

유미는 안타까운 눈으로 미나미를 바라본다.

그건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 공작님 . . . "

 

" 뭐야 날 왜 그런눈으로 보는거야 ? 대체 왜 . . . "

 

 

그녀는 주변을 둘러본다. 사방에 관절이 부러져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을 기는 병사들이 태반이었다.

유미가 돌아다니며 그들을 부축하며 관절이 다시 붙을 수 있게 응급치료를 하며 바삐 돌아다녔다. 닛타 미나미는 그제서야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 깨닫고, 혀를 차며 바닥에 떨어진 정모를 주워서 도로 머리에 깊게 눌러쓴다.

 

하늘에서 타버린 금속판과 파란 불씨들이 눈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 빌어먹을 . . 수습해. 다친놈들 다 싸매고 대피소로 이동하여 재정비다. "

 

" 네, 알겠습니다 . . "

 

.

.

.

.

 

다시 3시간의 후의 현재.

 

피난민들은 재해가 끝나고 도로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고, 지금 이 대피소는 에인헨야르의 병사들로 가득 차있는 상태인 것.

아이코는 어느정도 몸에 울림이 꺼진건지 자리에서 일어나본다. 괜찮겠냐는 유미의 걱정과는 달리, 치료가 잘 들었는지 뱃속이 좀 욱씬거린다는것만 빼면 그럭저럭 움직일 만 했다.

 

" 고마워 유미. 나도 병사분들 치료 도울게. "

" 응. 우선은 모두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 . "

 

 

" 누가 돌아간다고 했죠 ? "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명령은 단호했다.

아이코는 당연하게도 반발했다. 옆에 있는 유미도 같은 생각인지 아이코와 함께 미나미를 응시한다.

 

" 닛타경 ! 더 이상은 무리에요 !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이후에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본래 컨디션을 . . "

" 다친자들은 회복되는대로 귀환시킬겁니다. "

 

 

" 에 ? "

 

 

" 이후에는 뮤즈와 합류하여, 포획계획을 다시 짤겁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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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사와 후미카 >

 

' 힘에 자신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힘은 자중하고, 다스리는 것입니다. '

- 시부야 린과 푸른 힘에 대하여 논하던 中.

 

왕국 북부의 북 미시로산맥과 인접한 험준하기 짝이없는 바위계곡에 기거하는 은사. 일명 [푸른 현자].

그녀를 아는 이들은 왕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의 인물들 뿐이며 이들 역시 현자에 대한것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뭔가 도량넓은 사람들 뿐이기에, 그녀의 존재 자체가 세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가 지닌 지식은 과연 이 여리고 젊은 여성의 머리로부터 나올 수 있는지부터 의심이 들 정도로 방대하고 깊으며, 이런 그녀에게 지혜를 사사받으러 다시금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않다.

타카가키 카에데의 음모에 휘말려 반역죄로 나라에서 쫓겨다니다가 다른 멤버들과 떨어져 방황하는 린을 거둬 하룻밤 뿐이지만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그녀를 구했기에 린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인물. 

타치바나 아리스 라고 하는 제자 겸 조수인 여자아이와 함께 살고있었다.

 

다만, <어떤 일(링크)> 을 겪은 뒤로, 그녀는 오랫동안 감추고있던 발톱을 세우고 세상위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결심한다.

 

별칭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녀 역시 [푸른 힘(아이올라이트 블루)]의 불꽃을 다루는 능력자이며, 그 수준은 린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걸 넘어 어느정도 정점에 달해있는 듯 보인다. 이외에는 미래를 읽는 능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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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이번편 등장인물들 관련 한줄 설정들]

 

시부야 린

- 기본적으로 검술위주의 전투법만 숙달했기 때문에 검이 없으면 전투력이 급감한다. 맨손싸움이 뉴제네 중에서 제일 약하다.

- 이유는 모르지만 각종 맹독류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있다.

 

닛타 미나미

- 미나미도 능력을 가지고있지만,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여태까지 쓰지 않고있다. 추후 밝혀질 예정.

- 옛날에는 정의롭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남자들로부터 청혼도 많이 왔었다는 듯.

 

아이바 유미

- 에인헨야르에는 미나미때문에 강제로 들어오게 됬다. 

 

타카모리 아이코

- 유미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에인헨야르에 들어왔다. 당연하게도 유미와 함께 치유담당.

- 미나미가 항상 끌고다녀서 포지패는 사실상 아카네가 혼자 관리중.

 

사기사와 후미카

- 시부야 린이 처음으로 알게 된, 자신이외의 푸른 힘의 사용자 겸 생명의 은인 겸 멘토.

- 원래 바위협곡의 은신처 오두막에서 나오지 못하는 몸이었지만, 모종의 수를 써서 바깥활동을 하고있다.

 

[ 이번편에 언급된 지형관련 설정 ]

 

왕국 북서부 분지

- 본래 분지가 아니라 북서부 고산지대가 명칭이었으나, 전쟁 막바지에 황제 호노카가 제도로부터 점프(....)하여 착지하면서 가운대 땅이 모조리 파괴되며 넓은 U자로 파인 형태가 되어 명칭도 분지로 바뀌었다. 전쟁관련해서 좋지않은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지역인지라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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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예전에 쓴 사기사와 후미카의 단편이야기입니다. 본편의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니, 봐주시면 감사함미다. 

그리고 드디어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미다 ^P^ 히히히힣 4편까지 쓰게 생겼넹.

 

엫, 왜 왕국전력만 자꾸 까먹어버리는것 같냐구요? 왜일까요? 헿 . . . 

 

 

 

혹여나 설정에 대해 궁금하신분들은 언제든지 쪽지로 관련문의를 보내주세요.

가능한 선에서 전부 대답해드립니다. 

 

여기까지 봐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 여러분의 관심이 제게 힘을 줍니다 ! 간바리마스 !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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