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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가 걷는 가을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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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0, 2016 17:01에 작성됨.

"생각해 봤는데.... 온타케산은 사실 거대한 버섯이 아닐까..."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버섯인 것이다. 지표에 풀도 살고 나무도 살고 꽃도 피고 동물도 사는 데다가 아직도 폭발하는 멀쩡한 활화산의 정체가 사실은 버섯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진실을 감추는 걸 내 고향 후쿠시마의 방사능계수를 숨기는 것 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사실 아베 정권의 특별정보비밀보호법은 온타케산의 거대 버섯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내 고향? 공무원들은 알 바 아닌 것 같던데.

 

"그건 아무리 해도 무-리 라고 생각하는데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노노의 말이 맞다. 하지만 공무원이 지역민 목숨을 개차반으로 취급하는 믿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그런 진실이 숨어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단순한 음모론은 아니다. 근거도 있다. 미국 오리건 주 동부 맬휴어 국립산림지대에 지하에 있는 꿀버섯은, 그 숲 지하 890헥타르에 걸쳐서 펼쳐져 있다.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축구장 일천이백이십개만큼 거대한 하나의 버섯이다. 나이는 2400살. 이보다 작지만 그래도 지역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큰 버섯들은 의외로 세계 여러 곳에 있다.(물론 흔하진 않지만)

 

"아니, 그건 아는데.... 역시 무리 아닐까? 것보다 슬슬 현실도피는 그만하지 그래?"

 

그렇다면, 일본에도 이러한 버섯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온타케산 지하에. 애초에 활화산인 온타케산이 왜 온'타케'산인지 의문을 가져보면 그 답은 금방 나온다. 그렇다. 이 거대한 버섯은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포자를 액화 상태로 퍼부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용암처럼, 혹은 화산류처럼 보이니 사람들이 착각할 만도 하다. 버섯 전문가인 내가 봐도 화산 폭발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니까. 하지만 난 깨달았다. 온타케산은 거대한 버섯인 것이다. 즉, 온타케산의 분화는 바이오해저드인 것이다! 생물학적 재해다! 포자 성분에 타오르는 유황이 섞인 데다가, 자기 위에 두텁게 쌓인 토사를 같이 쓸어내니 착각할만도 하지! 하지만 난 속지 않아! 더 이상 거짓말은 듣지 않겠어! 저 연기는 내가 찾아헤매던 신종 버섯이라고!

 

"난 진실을 깨달았다! 저것은 버섯 포자다! 히이이이이이얏하아아아아아!!! 모두 돌격!!"

 

"아뇨, 온타케산이 갑작스럽게 분화해버려서 등산로가 일시 폐쇄당해버렸다는 게 우리의 진실이에요."

 

"언빌리버브으으으으으을!!!"

 

사치코가 사실(팩트)로 만든 죽창을 내 가슴팍에 꽂아넣었다. 사치코 네년 설마 죽순마을 파 였던 거냐! 이 배신자! 죽순에게 저주 있으라아! 그 악마들을 저주하리라. 그들의 자손들까지도.... 그 자손의 자손까지 영원히 진실로 저주하리라. 포자 없는 자들이 어디 있건 그들을 부를 것이니..... 아아, 가스 램프 아래에서 불타는 그림자로 이 호시 쇼코가 저주하노라.

 

"그것도 등산하던 중에 갑자기 말이야...... 게다가, 아무도 없는 낡은 폐산장 속에 겨우겨우 피신해서.... 거기에...... 후후후....."

 

.......너무 낡아서 버섯이 피기 시작한 나무벽에 비친 내 그림자를 보고 코우메가 웃는다. 스스로의 그림자를 돌아본다. 아, 이거 코우메가 기뻐할 만한 미치광이 같은 그림자다. 구체적으론 이전에 같이 본 호러 영화에서 나온 장면 같다. 그래서 기뻐하는 건가. 내가 봤을 땐, 이 상황은 호러라기보단 나츠키랑 료랑 같이 본 재난 영화에 가깝다고 보지만.

아니 좀 따져보자 등산하다가 갑자기 화산이 분화하다니 이게 뭐야...... 사이좋게 등산계획을 짜다가 갑작스레 장르가 바뀐 경위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아침 일찍 사무소 앞에 모여 온타케산으로 향한 우리들은, 오전 10시쯤 산에 도착해 등산을 시작했다. 산을 오르면서 산림감시원들 모르게 채집도 하고 열매도 따먹고 하다 보니 어느 새 산 중턱을 넘어 정상 가까이에 오게 되었다. 느긋하게 가다보니 그게 오후 3시쯤. 정상에서 내려올 땐 곤돌라를 타고 가자느니, 몰래 따온 거 안 들키게 가방 속에 숨기자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말하지만 모리쿠보는 빨리 도망치고 싶은데요.... 아이돌 관 두고 싶은데요....."

 

갑자기 산이 터진 것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래서 허둥지둥하며 산을 내려오다...... 길을 잃어버렸다. 그렇다. 조난당한 것이다. 정규 등산로 코스에서 벗어나, 길도 아닌 산 깊은 곳을 정처없이 뛰게 된 것이다. 하늘을 시커먼 색으로 뒤덮은 화산재와,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무언가를 보며 다리 아픈 것도, 어딘가가 긁힌 것도 모르는 채로, 가방이 어느 새 사라진 것도 모르는 채로 뛰어간 것이다. 당연히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공포에 쫒기는 자들에게 길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이 두려움을 폭탄버섯처럼 폭발시키려 해도 배출구조차 없어서야 장절한 자폭에 지나지 않는다. 사치코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 건지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고..... 어두운 산을 헤메던 도중 우리는 어느 산장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지도? 나침반? 사치코도 안 챙겨온 걸 다른 사람들이 챙겨올 리가 없잖아. 게다가 GPS를 쓰려고 해도......

 

"......음, 역시 스마트폰은 먹통이네.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안 되고. 구조 요청도 노노의 아이돌 은퇴도 무리야. 방금 분화, 혹시 엄청난 대재앙 같은 걸까?"

 

"모라쿠보의 은퇴는 대재앙인 건가요?!"

 

'응' 이라고 미레이가 조금 불안한 듯 걱정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폭발의 규모.... 같은 건 잘 모르지만, 고향을 덮쳤던 쓰나미나 구마모토의 분화에 비하자면 여러모로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 자체는 지금도 하늘로 치솟고 있고, 여진은 계속되고 있고, 어째서인지 스마트폰도 먹통이지만 수 많은 인명이 사라질 만한 대재앙은 아닌 듯 싶다. 만일 그랬다면 지금쯤 우린 죽어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노노가 아이돌을 관두는 건 이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대재앙이잖아! 내가 로꾸를 하는 것 이상의 대재앙이라고! 음지로 돌아가지 마란 말이다!

 

"모리쿠보는 무사히 살아 돌아가고 싶은데요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굳이 분화가 아니더라도 산에서 죽는 법과 노노가 은퇴하는 법은 차고 널렸다는 거다. 분화에 휩쓸려 죽거나 아이돌 은퇴했다는 케이스 쪽이 오히려 사망원인 중에선 상당히 마이너한 쪽이 아닐까. 화산이 넘치는 건 일본처럼 화산대에 위치한 나라들 정도고, 대부분의 나라에선 화산과 노노는 귀중한 천연기념물 취급이니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일본에서도 분화에 휩쓸려 산에서 죽은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다른 나라보다야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뭐, 통신만 돌아오면 곧 구출될 거에요. 산장도 낡긴 했지만 꾸준히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으니 곰 같은 야생동물의 침입이나 재분화 같은 게 아니면 걱정할 건 없다고 봐요."

 

사치코가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단순히 미레이를 진정시킬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닌 건지, 실제로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이다. 방송에서 종종 보여주는 귀염깜찍한 당황한 표정이나 짜증귀욤스런 뻐기는 얼굴이 아니라, 정말로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한 관록이 묻어나오는 표정이다. 귀여움 오오라가 전부 하드보일드 파워로 바뀐 듯 한 느낌마저 준다.

 

"역시.... 버라이어티의 여제는 다르네....."

 

"코우메쨩, 버라이어티의 여제라니 무슨 소리에요?! 전 버라이어티 전문 아이돌이 아니라고요!"

 

"후히..... 코우메, 실례잖아... 사치코는 베어 그릴스도 인정하는 전문 산악인이자 생존 전문가야....."

 

산 속에서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는 능력은 나보다 위가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의 전문가다. 버라이어티 전문 아이돌이라니, 그런 허접스런 개그캐가 아니다.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점을 조롱조로 칭찬하는 건 상당히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난 번에 날 로꾸한 아이돌이라고 부른 그 록찔이 자식은 X나 무례한 짓을 저지른 거다. 난 헤비메탈이라고.

 

"전 그런 거 된 적 없거든요?! 전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코시미즈 사치코라고요!"

 

"그래그래,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생존전문가 코시미즈 사치코 씨."

 

"생존전문가 아니에요! 산악인은 더더욱 아니에요! 전 아이돌이라고요!"

 

.....이렇게 일일이 반응해주는 점이 '버라이어티의 어린 여제'라는 칭호를 얻게 된 원인이라는 걸 본인만 모르고 있다. 765의 아마미 하루카가 사치코를 보고 미래의 경쟁자 운운하는 이유는 아마 본인만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중에서 가장 오랬동안 연예계에 남는 건 사치코쨩이 아닐까. 솔직히 귀엽고. 안 그래?

 

"하아.... 아무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봐요."

 

사치코가 삐걱거리는 낡은 찬장을 열었다. 봉지라면이 있었다. 유통기한도 아직 상당히 남아있었다.

 

"이런 라면은 원래 오랬동안 보관해두는 비상식량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아요. 기름으로 튀겨서 유통기한이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가격도 싸고 칼로리도 높고 그리고 재난상황이 길어질 거라고 상정하지 않았을 땐 이만큼 편하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없어요. 시설은 낡았지만 관리 자체는 꾸준히 되고 있다는 증거에요."

 

"아....."

 

코우메가 다행이라는 듯, 하지만 조금 아깝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호러 영화 전개가 아니라 재난영화라고 몇 번을 말해. 아, 말 안했구나. 생각만 했었구나. 더 추가하자면 서바이벌 영화 정도? 설마 사이코 드라마는 아니겠지.

 

"그럼 모리쿠보랑 모두는 살아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네. 상당히 높은 확률로."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터진다던가, 혹은 곰 같은 야생동물이 나타난다던가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긴 하지만, 역시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 지진 나기 전에 동물들은 다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 그럼 모리쿠보는 자도 될까요..... 솔직히 많이 지쳤어요.... 아까 너무 뛰었어요오....."

 

"잘 거면 여기서 모여서 자죠. 밤중의 산은 추워서 모여 자지 않으면 저체온증에 걸릴지도 몰라요."

 

벌써 바깥은 어둡다. 그리고, 사치코 말대로 상당히 으슬으슬하다. 노노는 사치코의 오더가 떨어지자마자 장롱에서 헤진 매트리스와 이불을 끌어내 거실에 넓고 깔끔하게 펼쳤다. 의외로 가사 실력은 상당한 노노였다. 이래서 노노의 팬이 끊이지 않는 거구나. 음, 좋은 걸 알았어. 후히히.....

 

"그나저나, 자기 전에 좀 무기를 확보해놓고 싶네요."

 

"......무기? 혹시, 스플래터 쇼.....?"

 

귀여운 사치코가 내뱉은 약간 무서운 말을, 코우메가 더 무서운 식으로 확대해석한다.

 

"자고 일어나니.... 난도질 당해있는 내 굵고 아름다운 버섯......"

 

하는 김에 더 무섭고 변태적인 쪽으로 확대재해석해봤다.

.....헤비메탈에 극단적인 성적 페티쉬즘은 약방의 감초 비슷한 느낌으로 따라붙는 거다.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라고. 얼굴이 붉어지면 그냥 햣하하라고. 사치코가 새송이버섯을 먹고 폭주했던 것 처럼.

 

"왜 그렇게 되는 건가요!"

 

"사치코가 귀여우니까."

 

"그야 전 귀엽지만!"

 

"무리에요. 받아들이세요."

 

"노노까지!"

 

그리고 멋질 정도의 텐션으로 폭주하는 사치코 씨였다.

 

"전 야생동물을 저지할 만한 무기를 찾고 있던 거라고요! 산장에 침입한 곰한테 제가 먹히는 건 전인류의 비극이라고요!"

 

전 인류에게 귀여움으로 행복을 주기 위해선 그 귀여움조차 버리려고 하는 하드보일드 코시미즈 사치코가 여기 있었다.

 

"알겠어요?! 갑자기 저기 어두운 구석에서 곰 같은 게 튀어나왔다간 우리는 B급 스플래터 영화의 주인공이 될 거라고요! 그것도 배드엔딩일 거라" 철컥. 철컥.

 

사치코가 어두운 방구석을 가리킨 순간, 갑자기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에? 방금 무슨 소리...."

 

끼익

사치코의 손가락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가리킨다.

뚜벅

끼익

뚜벅

끼익

마치 누군가가 이 발판 위를 걸어오는 것 같은 소리다. 짐승의 보폭이 아니라, 사람의 보폭 같다. 두 발로, 차근차근 걸어오는 소리. 절대 서둘지 않고, 조용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온다. 사치코의 손가락 끝이 흔들린다.

 

"설마......"

 

코우메가 눈을 반짝인다. 아, 망했다.

 

발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끊겼다. 어둠을 등지고 있는 사치코가, 등불의 미약한 빛에 의지해서 필사적으로 사람을 찾으려 한다. 분명 멈춰선 것이다. 발소리를 내며 접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쩌면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에.

문득, 내 등 뒤에 뜨겁고 축축한 무언가가 지나간다.

 

"후힛?!"

 

"거기 누구야!"

 

대답은 없다. 대답하지 않는 무언가가, 내 등 뒤에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날 스치고 지나갔다. 발소리는 연출이었다는 듯, 이젠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모, 모리쿠보는 못 있겟어요! 구석 같은 곳으로 들어갈께요!"

 

모리쿠보가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급히 달리다 이불을 밟고 미끄러졌다. 콰당, 소리가 크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 다시 삐걱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뭐, 뭔가가 모리쿠보의 발을 걸었어요!"

 

아니 그냥 넘어진 거라고. 그것도 후드 뒤집어쓰고 웅크려선 머리를 숨기고 있는 미레이 위에.

그리고, 다시 발소리가 끊겼다.

 

"......히-얏하아아아아아!! 당장 나와요! 전 이래봐도 멧돼지 사냥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고요! 쇼코가 준 이상한 버섯도 먹었다고요!"

 

고함치는 사치코. 새송이버섯을 먹고 폭주했던 때 처럼 날뛴다. 아아, 드디어 사치코도 이 어둡고 끈적거리는 바닥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해소하는 법을 배운 건가. 목소리 좋다. 사치코는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헤비메탈 보컬이 될 거야!

 

"햣하아아아아!!! 좋다! 헤비메탈의 시간이다! 당장 나와서 나와 노래하자꾸나!"

 

"부르셨나요?"

 

그리고, 사치코의 뒤에서......

 

"......마유?"

 

사쿠마 마유가, 더블배럴 샷건을 들고 나타났다. 사치코가 쓰러졌다. 덤으로 사치코의 귀여움이 노란 액체가 되어 다리 사이를 적시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이거 사이코 드라마에 호러에 에로다. 어째서 이런 B급 영화가 되어버리는 거야.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네요."

 

마유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등 뒤에서 더블배럴 샷건을 장전한 상태로 나타난 마유가 어이없다고 여길 권리는 없다. 사치코가 황금수를 뿜은 건 다름아닌 마유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조금 흘렸다.

 

"모리쿠보는.... 모리쿠보는.... 아하하...."

 

그리고 바닥에 넘어진 모리쿠보가 버둥거리다 제 때 일어나지 못하곤, 사치코에게서 흘러나온 귀여움액에 조금 입을 적셔버리고 말았다. 날짜가 바뀌고 태양이 떠오른 지금도 죽은 동태눈깔이시다. 귀엽다.

 

"후히.....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그렇네요, 우선 구조를 기다리면서 식량 채집이라도 할까요."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단풍을 즐겼을 텐데....'라고 말하며 마유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길 없는 산 속, 화사하게 물든 단풍 사이로 검고 맑은 하늘이 보인다. 화산재가 넓게 펼쳐졌지만 태양을 가릴 수는 없던 건지 여러 곳에 빛이 들어온다. 붉게 물든 단풍이 태양빛만을 투과시켜 찬란하게 흔들린다. 붉은 손들이 숲 속에 온 걸 환영하듯 손인사를 건낸다. 무심코 손을 흔들어 답해주었다.

 

"......Welcome to the jungle. Watch it bring you to your knees, knees. I wanna watch you bleed...."

 

"왜 이 상황에서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건가요."

 

마유와 노노가 내게 동시에 태클을 걸었다. 어째서. 로꾸하고 좋은 노래구만. 이제부터, 처음 방문하는 정글과도 같은 가을산을 걸어야 하는데 딱 어울리는 노래잖아. 가을산길을 걷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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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이라고 했지, 가을산길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이건 작가의 속임수가 아닙니다! 쓰다 보니 제목과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어거지로 맞추려고 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전 그저 진실을 숨겼을 뿐입니다! 그리고 경주는 안전합니다! 급식 여러분은 안심하고 야자에 전념하십시오!

 

......음, 어쩌다보니 3시간만에 썻네요. 이제 오버워치 하러 가야지~

 

여러분 사실 이거 첫 구성은 재난물이었습니다. 온타케산이 아니라 구마모토 아소산이 터질 예정이었습니다. 모티브가 신 고지라였습니다. 다만 11일 업로드 전에 쓰면서 보니 좀 많이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최근 시리어스한 작품들을 좀 만져서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분명 험난한 상황인데 분위기가 참 가벼운 매직.

그럼 언젠간 연재될 본편을 기대해주세요~ 응? 본편 아니냐고요? 여기까진 기승전결의 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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