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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매지컬♪블루버드 ~탄생! 푸르른 마법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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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6, 2016 23:53에 작성됨.

~지난 줄거리~

 

안녕하세요,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아이돌에는 별로 흥미는 없지만, 그래도 노래를 위해서 765 프로덕션에 입사해 아이돌로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거의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오토나시씨도 없고 저 혼자만 있었던 사무소에, 푸른 제비가 날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부탁이야, 마법소녀 매지컬♪ 블루버드로 변신해 이 거리의 평화를 되돌려주었으면 해!"

 

놀랐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건물 안으로 무단침입을 하는 것도 모자라, 말을 저렇게 유창하게 하는 제비라니. 현실에 있을 리가 없을 터였던 존재를 눈 앞에 목도한 순간, 지금까지 익히고 있던 상식이라는 게 한순간에 부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두통에 이마를 부여잡고 있자니, 제비가 다시 말했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거야. 최근들어 이 주변이 뒤숭숭해졌다는 사실을."

 

일일히 놀라고 있다간 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한다는 사실보다는 그 안의 내용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음, 확실히 요즘 들어 이상한 사람들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기는 했죠. 그렇지만 치안 유지는 경찰에게 부탁해야하는 일이 아니었을까요. 뭐, 그쪽 분들이 들어줄 지는 둘째치고요. 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미안하지만, 마법소녀 같은 허무맹랑한 일에까지 종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 걸요. 이미 아이돌로 충분하니까요.

 

"다시 한 번 부탁할게.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어."

 

그 말에 다시 한 번 거절을 표하자, 제비는 슬픈 눈으로 이 쪽을 길게 바라보더니 저 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휴우. 제비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걸 확인한 저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마터면 이상한 일에 휘말려들 뻔 했습니다. 말하는 제비와 만났다는 것도 충분히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입밖에만 내지 않는다면 16년 인생에 있어 제일로 황당한 사건 하나정도로만 기억에 남아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묘하게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볼 걸 그랬나, 라는 기분이 들기까지. 그렇지만.....마법소녀라니. 만약 부탁을 받아들여 실제로 변신 같은 걸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 모습을 잠깐 상상해보던 저는 곧바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응, 역시 잘했어. 거절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아마 의미도 없는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유치한 주문이나 외쳤을 거야.

 

그렇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저 혼자만의 비밀로 해두기로 마음 깊이 다짐하고는 이만 퇴근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전부 끝내두었으니까요. 아직 랭크가 낮은 아이돌인만큼 하는 일이라곤 죄다 변변찮은 것들에, 그것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일도 허다해 대체로 레슨에 매진하거나 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이 많긴 합니다만, 일단 끝났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체 언제쯤 되어야 고쳐질지 의문인 엘레베이터를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뭔가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각하! 각하! 각하! 각하!"

"봐이!"

"젠장, 여전히 정신나간 것들이구만!"

 

그 뿐만이 아니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소리들까지 같이요. 뭐가 어떻게 된거지? 이제 막 1층에 도달한 저는 숨 죽여 문 쪽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오오오!"

"쿠아아아!!!!"

 

이제는 괴성까지 들려오는 군요. 다행스럽게도 바로 앞에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근처에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대로 나가도 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소동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사무소에 대기하고 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던 저였습니다만-

 

"후후후,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게 어떨까, 오버마스터!"

"아, 아직인거야! 아직 미키, 아니 오버마스터에게는 플랜 C가 남아있다고!"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는 고함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캐치한 순간,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추고 말았습니다.

 

마법소녀 매지컬♪블루버드 제 72화.

 

~탄생! 푸르른 마법소녀!~

 

.....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제 귀가 틀리지 않았다면 방금 그건 익히 아는 두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하루카와 미키. 같은 사무소에 소속된 아이돌. 유닛을 이루거나 하지는 않지만, 같이 인사를 나누고, 레슨을 받고, 때로는 공연도 함께하는 일도 있는, 저랑 비슷한 나이대의 소녀들. 동료, 라는 말이 부족하지는 않는 이들.

 

"플랜 C? 어디까지 있는지 궁금해지는데 그래. 뭐, 지금으로서는 쓸데없는 것 투성이겠지만."

"아쉽게 되었지만 C로 끝인거야."

 

그런 두 사람은 지금, 상대방을 향해 상당히 거친 말을 내뱉고 있습니다. 평소 둘 사이는 나쁘지 않았는데. 아니, 요즘 들어서는 프로듀서한테서 조금 서먹해진 것 같다는 소리를 듣긴 했군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두 사람이 뭔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카와 미키는 물 밑에서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 애초에 저 목소리를 두 사람의 것이라고 확정지을 수만은 없습니다.

 

"왜? 준비한 게 그것밖에 없어서?"

"아니."

 

그저 목소리만 닮은 타인들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저는 숨을 삼키며 바깥으로 통하는 문 쪽에 살짝 손 끝을 대었습니다. 살짝 모르게 열어보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그것보다는. 저는 재빨리 손을 거두고는 다시 사무소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창문으로 바라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탁, 탁, 탁.

 

방금 전까지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내려왔던 계단을 후다닥 뛰어올라, 끼릭거리는 소리가 나는 철제 문을 열어재꼈습니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간 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좌우를 살펴가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닫았습니다. 그러고는 테이프로 그린 765 숫자 쪽으로 다가가, 그 중에서도 블라인드가 쳐진 창문으로 바싹 붙어 그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틈을 벌려, 바깥 상황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이럴, 수가."

 

그만 정신이 아찔해질 것만 같습니다.

 

어디서 동원되었는지는 몰라도 우글우글 몰려있는 대략 20 - 30대로 추정되는 남자들. 그리고 그들과는 살짝 멀찍이 떨어져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검고 붉은 의상에 몸을 감싼 한 사람과 그와 대조되게 꽤나 노출도 있는 조금 어두운 노란색 의상을 갖추고 있는 또 한 사람.

 

"뭐, 아무래도 좋아. 플랜 C던 뭐던 마음대로 해보렴. 그래봤자 이 아이원트님을 이기는 건 절대로 불가능일테니까."

"거기 몰개성 리본- 착각은 그만두지 그래?"

 

아마미 하루카와, 호시이 미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멋대로 조종해서라도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겉모습만 닮은 타인, 이라고 믿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겠지요.

 

"우민들이여, 가랏! 저 멍청한 금발유토리를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 꿇리는 거야!"

"거기 있는 사람들! 가만 보고 있지 말고 미키를 도와줘!"

 

그 제비가 왜 저한테 그런 부탁을 했는지 이해가 조금 갈 것 같았습니다. 이런 건 경찰에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저한테 맡겨봤자 해결될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외부인보다는 내부에 있는 쪽이 모르게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부탁은 거절한 지 오래. 제비는 제 곁을 떠났습니다.

 

"아하하하! 뭐가 플랜 C라는 거지, 오버마스터? 지금 상황을 보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착각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아이원트."

"하?"

 

대체 어떻게 해야 저 바보같은 싸움을 말릴 수 있는 걸까요. 무작정 저 사이에 뛰어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알아서 승부를 보도록 기다려주는 게 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 금방은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으로 보입니다. 가만 냅두었다간 오토나시씨나 프로듀서, 사장님이 돌아오지 못해서 큰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소동에 매스컴이라도 몰려들거나 하면......하아. 안좋은 의미로 관심을 잔뜩 받게 될지도 모르는 법입니다.

 

"미키는 플랜 C가 남아있다고 했지 보여줬다고 한 적은 없었는 걸."

"아아- 그러셔? 그래서 그 대단하신 작전은 언제쯤 보여주시려고 그러는 걸까나?"

 

제가 한참 고민하는 사이에도 하루카와 미키는 질리지도 않고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조종하는 것 외에도, 두 사람은 붉고 푸른 광선을 마구 쏴댔.....자, 잠깐. 생각보다 훨씬 비상식적이고 과격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은데요 이거. 주위 사람들은 괜찮은 걸까요? 여기저기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는데!? 저는 한 손으로 블라인드를 꽉 부여잡았습니다.

 

저건 이미, 평범한 사람이 끼어들어서는 안되는 거네요. 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응, 그래서 지금 보여주려고."

 

콰쾅!

 

그러나,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이의 자신만만한 목소리 바로 뒤로 제 눈 앞에 점점 커져만 가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까워져가는 누군가의 인영-

 

"읏!?"

 

저는 급하게 뒤로 물러났습니다. 곧게 뻗은 검지 손가락이 살짝 툭, 하고 친 것만으로도 와르르 무너지는 사무소의 창문. 아무렇지도 않게 뚫린 쪽을 이용해 건물 안으로 쏘옥 고개를 들이미는 그 누군가- 호시이 미키.

 

"사랑과 정의의 압도 마법소녀, 오버마스터! 여기에 등장, 인거야!"

"잠깐, 미키! 사무소의 모두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

 

하루카도 미키의 뒤를 따라왔습니다. 이미 근처에서 소동을 벌이고 있는 이상 비밀이고 뭐고 다 들켰다는 느낌입니다만. 끼리끼리 잘만 싸우다가 갑자기 이 쪽으로 기물파손까지 하며 찾아오니 당황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저는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습니다.

 

"치, 치하야쨩!?"

"미.....아니, 오버마스터의 플랜 C 발동!"

 

미키가 귀신같이 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큿, 이래서야 도망칠 수 없지 않습니까. 피할 수 없는 시선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응답하는 저에게, 미키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부탁이야, 치하야씨! 지금 당장 마법소녀가 되어주는 거야!"

 

......하아?

 

"아이원트, 그러니까 하루카를 막지 못하면 아이돌계에 미래는 없다! 라고 쿠로이 사장이 말했던 거야!"

"하, 당치도 않은 소리를! 오버마스터, 너는 그저 방해되는 이 아이원트님을 치우고 961의 세계를 만들고 싶은 뿐이잖아, 안 그래?"

 

플랜 C라는건, 저를 끌어들이는 거였나요. 필사적인 얼굴로 제게 손을 뻗는 미키한테, 하루카가 무서운 얼굴로 으르렁거렸습니다. 음, 단순히 불화로 인한 싸움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뭔가 아이돌계의 존망을 건 사투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런데 끼어들까보냐.

 

"저 녀석 말은 듣지마. 저런 건 속이 뻔한 거짓말인 걸. 저기 있지, 나는 그저 톱 아이돌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무개성 찌꺼기 F랭크 아이돌에서 순식간에 개성만빵 톱 아이돌로 치고 올라올 수 있어. 치하야쨩도 바래왔던 일이잖아."

"아니그런적없는데."

 

저는 명확하게 아니라는 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하루카는 자박자박, 사방에 흩어진 유리조각을 밟으며 이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미키도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뒤를 따랐습니다.

 

"치하야쨩."

"치하야씨."

 

각기 다른 사람에게서 날아오는, 똑같이 차갑게 빛나는 녹빛 시선들. 등이 벽에 닿을 때까지 물러난 저에게, 그것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습니다.

 

"961 프로가 우리 765 프로를 얼마나 괴롭힌 건지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미키는, 그 쪽에게 협력하고 있다고. 배신자를 가만 놔둘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미키라고 해서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간 765 프로는 아이돌계의 무소....무소 뭐였지. 하여튼! 자기마음대로 하게 되는 거야. 하루카도 완전 자기 멋대로 사람들을 조종하게 될 거라고! 이대로 잘못된 길을 가게 놔둘 수는 없잖아."

"그러는 미키야말로 쇼핑할 때 거기 있는 사람들을 잔뜩 짐꾼으로 부려먹었던 주제에."

"핫, 하, 하루카가 어떻게 그걸!?"

 

하루카에게 협력하느냐, 아니면 미키에게 협력하느냐. 둘 중 어느 쪽을 택해도 그리 좋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테지요. 그렇다면 제가 골라야할 길은 하나.

 

"미안하지만 끼어들 생각은 없어. 싸움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승부를 보도록 하렴. 내일 보자."

 

이것이 슈타인즈게이트의 선택이다!

 

"하아, 이렇게 되면 힘으로라도 붙잡아둘 수밖에 없겠네."

"치하야씨에게는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면 괜찮으니까 가만 있어주는 거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작별 인사를 했는데도 붙잡히다니, 이럴 수가. 코 끝까지 바짝 다가온 두 사람이 완전히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합니다. 이젠 정말 틀렸나. 앞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수치사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도중- 갑자기 들려오는 날개짓 소리.

 

"멈춰!!!!"

"우왓, 뭐야!?"

"방해말고 저리 꺼져!"

 

살짝 눈을 뜨자, 거기에는 날아갔을 게 분명했던 푸른 제비가 우리들 사이에 끼어들어 최대한 날개를 펄럭거리고 있었습니다. 제비의 몸체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기운. 거기에 멀리 튕겨지는 두 사람.

 

"누....아니, 키사라기 치하야! 지금이야! 빨리 매지컬♪ 블루버드로 변신해!"

 

꽤나 급박한 요청을 받았습니다만,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방법도 알 수 없습니다. 멀뚱멀뚱 서 있는 저에게 제비가 다시 피를 토하듯 외쳤습니다.

 

"변신 주문은 이쿠시아다-츠 사무로디-아! 빨리,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그 쪽의 수상한 제비씨,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빨리 비켜!"

"맞아, 치하야씨는 이 쪽의 마법소녀가 되어줘야하니까!"

"누가 할 소리!"

 

이 쪽을 향해, 날아들어오는 붉고 푸른 광선. 제비가 펼친 방어막에 막혀 사무소를 대신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어막,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건 불 보듯 뻔합니다. 이대로 가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요, 어차피 부끄러운 모습이 예정되어있다면, 적어도 자기의 의지로.

 

저는 눈을 꼭 감고 제비가 알려준 주문을 조용히 읊었습니다.

 

"이쿠시아다-츠 사무로디-아.....!"

 

순간 번쩍, 하고 일어나는 섬광. 지금까지 느낀 적 없던 신비한 기운이 제 몸 안에 솟구쳐오르고 있습니다. 뭐죠, 이건.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여기 저기 흩어진 유리조각에 어떤 이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알록달록한 막대사탕을 형상화한 듯한 푹신한 의상을 입고 있는 누군가. 조금 마르고 키가 큰, 푸른 긴 머리가 특징적인 여자아이.

 

이건, 저, 군요.

 

일단은 마법소녀가 되어버린, 무척이나 부끄러운 모습.

 

"윽, 자, 잘했어. 이제 저 두 사람을 멈추게 하는 거야. 알았지?"

".....응."

 

일단, 마지막까지 한 몸을 바쳐 방패가 되어준 제비를 받아주었습니다. 엎어진 책상,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서류철. 바닥을 나뒹구는 부서진 책꽂이. 마치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만 같은 사무소. 그나마 가장 안전해보이는 곳에 그를 옮긴 저는 마지막으로 작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쓰러트려야할 두 사람을 향했습니다.

 

"에엑- 이래서야 미키의 플랜 C, 대실패가 되어버렸잖아!"

"꼴 좋네, 금발모충."

"무개성하루카라고 해서 좋아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아, 그건 그렇네."

 

방금 전 그렇게나 서로 이빨을 맞대던 것이 무색하게, 미묘하게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똑같이 이쪽을 봤습니다. 전과는 꽤나 다른 의미의, 적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요. 뭐,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이왕 이렇게 된 것, 저는 맡은 임무를 다할 뿐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모두 사라지면 되는 거네. 너희들도, 그리고 나도."

"저기, 치하야씨. 방금 그거.....방송 수위에 조금 어긋나는 거 알고 있지?"

"알 게 뭐야. 너희들, 1초라도 빨리 쓰러지도록 해. 그래야 이 부끄러운 모습에서 해방될 것 같으니까."

"헤에- 꽤나 자신만만한 발언이네, 치하야쨩. 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이 많은 수를 상대할 수 있다는 걸까?"

 

고작 2명을 가지고 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 하루카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그러자마자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과, 쾅, 쾅하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 마치 좀비 영화를 방불케하는 그것에, 저는 그 쪽- 그러니까 사무소의 출입구를 슬쩍 곁눈질했습니다.

 

"앞으로 한 5초만 있으면 우민들이 들어올거야. 최대한 힘내보도록 해. 너무 간단히 무릎 꿇어버리면 그것대로 재미없을테니까."

"만약에- 우민을 쓰러트린다고 해도.....아핫, 거기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렇구나."

 

하루카와 미키가 즐거운 얼굴로 고하는 물량 공세의 소식에도, 저는 침착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예정했던 5초가 지나도.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지나도 이 초전박살이 난 사무소에는 그 누구도 제대로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에, 뭐야. 어떻게 된거야. 우민들! 뭐하고 있는 거야!"

 

하루카가 당황해서 문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잠깐 넘어질 뻔 했던 건 본인의 명예를 위해 비밀로 해두기로 하죠. 하여튼, 문에 달린 유리창으로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곧 잔뜩 굳은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하루카?"

"젠장, 너무 많아서 못 들어오는 건가봐."

"에에- 그런! 하루카! 빨리 우민들을 뒤로 물리는 거야!"

"그러는 미키야말로, 먼저 거기 있는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보내!"

"음.....그게.....싫~은~거~야★"

"이이익, 미키, 너어!"

 

사이가 좋아졌던 건 아주 잠깐이었나봅니다. 하루카와 미키는 곧 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얼굴을 맞대며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굴었습니다. 무시당한 게 기분이 조금 상하긴 해도, 두 사람을 단번에 쓰러트릴 수 있는 찬스는 이보다 좋은 게 없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공격해야할까요. 물리적인 방법이 보편적인 것 중 하나겠지만 아무래도 역시 과도한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하고.....일단은 마법소녀니까, 마법을 동원해야하는 걸까요.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큿, 역시 주문 같은 걸 외워야하는 걸까."

 

저는 제비가 누워있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주문을 아는 건 필시 그밖에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는 숨은 쉬고 있지만, 그 외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힘을 다 써서 탈진해버린게 틀림없겠지요.

 

"아하핫, 그렇게 거기 있는 사람들을 물리고 싶으면 이 오버마스터님을 힘으로 꺾어보는 거야!"

"바라던 바야! 그 건방진 입을 다시는 못 놀리게 해주지!"

 

입싸움은 몸싸움으로, 그리고 현란한 마법싸움으로 변질되어 안그래도 폭탄 맞은 꼴이었던 사무소를 더욱 성대하게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사장님이 이 꼴을 보면 과연 어떻게 되고 말 것인가. 충격으로 몸져 눕는, 미묘하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중년의 남성을 상상하던 저는 빗나간 광선이 날아들어오는 걸 확인하고는 푸르른 벽을 쳐서 막아냈습니다.

 

".....잠깐?"

 

아, 굳이 주문 없이도 어느 정도 마음 먹은 대로 운용할 수 있는 거였군요. 여전히 유녀 취향에 직격하는 프릴 투성이 의상인 저입니다만, 부끄러운 요소가 하나 줄었다는 걸로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졌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계속 이 모습으로 있고 싶다는 건 아니죠.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저들을 처리할 수 있겠습니다!

 

"죽어! 둘 다 죽어!"

"아웃! 치하야쨩 그거 완전히 아웃이라니까!"

 

콰차창!

 

진심, 아니 그건 아니고.....조금은 격정적인 마음을 형상화한 푸른 번개를 붉은 구체로 흘려보낸 하루카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 네. 확실히 아까 발언은 좀 심하긴 했죠. 좀 순화시킬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헤에- 우리 둘 싸우는 사이에 뒷치기를 노린거야? 치하야씨, 의외로 비겁하네."

"비겁해도 상관없어. 너희들을 죽......아니....매장.....아니 막아낼 수 있다면."

 

사각을 노린 미키의 공격을, 벽으로 둘러쳐 튕겨냈습니다. 튕겨진 공격을 향해, 하루카가 다시 붉은 광선을 쏴서 이 쪽으로 보냄과 동시에 또 다른 송곳과도 같은 물체를 여러 개 만들어내 쏘아보냈습니다.

 

콰직, 쨍그랑!

 

"칫.....!"

 

송곳에 꿰뚫린 벽이 순식간에 깨져버렸습니다. 눈처럼 흩날리는 푸른 파편들 사이로, 미키가 녹빛 눈을 야수와도 같이 빛내며 돌진해옵니다!

 

"놓치지 않아!"

"큭....!"

 

막아낸다기보다는 그대로 쑥 들어올린다는 느낌으로! 간이로 벽을 생성하고 기울여, 미키를 뚫린 창문 바깥으로 훌쩍 넘겨버린 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습니다. 상상한 만큼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주문까지는 아니라도 뭔가 상상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시동어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날아!"

 

파바바박!

 

바다보다 격렬하게, 산보다도 드높게! 특정 노래를 상상하며 형상화한 음표가 한 무리 제 등 뒤에서 솟아올라, 일제히 멀리 떨어진 미키를 요격했습니다. 후우, 이걸로 한숨 돌렸나 싶은 순간.

 

"거기에 무릎 꿇어!"

"윽!"

 

큿, 하나에 신경 쓰는 동안 또 하나가 오는 군요! 하루카가 발한 강한 언령에, 절로 온 몸에 하중이 걸립니다. 삐걱거리는 무릎. 금방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아졌지만, 그래도 이를 꽉 악물며 버텨내는 사이, 하루카가 순식간에 제 앞까지 달려와, 검붉은 기운이 일렁거리는 주먹을, 이쪽에게- 아니, 잠깐만. 마법소녀치고는 너무 과격한 전투방식이 아닐까요 이건? 음- 아닌가. 요즘 마법소녀는 육탄전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하여튼,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어.

 

그래- 이러다가 분명 맞고 말거야! 고개가 180도 꺾여 사망.....하지는 않겠지만 꽤나 아프긴 할테죠. 으윽, 답답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이.....강제로 입혀진 드레스처럼.....그래!

 

"답답하다고, 이 마음이 외치고 있어!"

 

직격당하기 바로 직전에,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된 신체. 저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날아들어온 주먹을 고개를 옆으로 돌려 피해내고는, 역으로 어깨를 세우고 하루카의 품 속에 있는 힘껏 뛰어들었습니다. 일종의 숄더태클,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거.

 

"쿠학! 치, 치하야쨩, 이 하루카씨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너, 너무 과격....."

 

하루카도 참, 이상한 소리만 해대는 군요.

 

퍽.

 

"으겗."

"그대로 죽, 아니 얌전히 자고 있으렴."

 

가슴과 배 사이에 있는 특정 부위에 주먹 한 발을 꽂아넣자, 하루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완전히 침묵했습니다. 주먹에는 마법을 실었으니까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둡시다. 저는 대답이 없는 그냥 시체, 아니 기절한 하루카를 한 구석에 눕혀 놓은 뒤, 창가를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아직도 건재한 모습의 미키가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미키, 너뿐."

"우와아......알고보니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었네, 치하야씨는."

"마음대로 생각하렴."

 

저는 곧바로 창문에 몸을 던졌습니다. 딱히 자살을 희망한 건 아니고, 어엿히 마지막 한 사람을 마저 처리할 생각으로요.

 

후우욱- 휘이잉-

 

"읏, 꺄악!?"

 

하,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완전히 지면에 부딪치기 직전, 레이징 스톰.....아니, 마력을 발산해 겨우 충격을 분산시켰습니다. 이럴 수가. 분명 저는 분명 상상했을텐데요. 자유와 고독이라는 두 날개를. 자세를 정비한 저는 허전한 등 뒤를 매만졌습니다. 이런, 그토록 견고했던 날개는 밀랍보다도 못한 강도를 자랑했던 모양입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어요.

 

아무래도 이건, 제 인간강도가 떨어진 모양이로군요. 동료 따윈 만들지 않는 게 좋았다(웃음)

 

"저기 있잖아, 거기서 뭐해?"

".....널 쓰러트릴 준비를 하는 중."

 

미키가 이 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저는 다시 날개를 상상해 이번에야말로 저 삐죽삐죽한 머리털을 잡아채려고 했지만- 주위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시선들이 그것을 방해했습니다.

 

"아하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거기 있는 사람들! 치하야씨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거야!"

"알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교통체증으로 꽉 막혀있던 사무소를 탈출했는지는 몰라도, 미키가 부리는 사람들이 제 쪽으로 촘촘히 스크럼을 짜왔습니다. 하루카가 부렸던 사람들만큼 완전히 정신 나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키의 말에는 껌뻑 죽는 남정네들인만큼 설득을 해봤자 무의미한 것이겠죠. 하지만, 그래봤자야. 저는 하나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미키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이상하네- 치하야씨, 이런 상황에도 웃음이 나오는 거야? 혹시, 너무 무서워서 머리가 이상해졌다던가......"

"후훗,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럼 왜?"

"보통 이럴 때는 둘러싸인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서."

 

어렸을 적 TV에서 보던 마법소녀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현실이라면 당연히 물량이 압도적입니다만- 이미 현실이고 뭐고 마법소녀가 있다는 시점에서 저 멀리 날아가버린 이상, 조금쯤은 환상의 것을 믿어도 되겠지요. 저는 두 눈을 꼭 감고, 숨을 한 차례 크게 들이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신체에 깃든 마력을 단숨에 방출.....푸른 불꽃과도 같이!

 

"......인페르노!"

 

파아아앙!

 

잠시 후, 슬며시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일제히 기절한 사람들의 무리. 그리고- 아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부유하는 자칭 압도 마법소녀.

 

".....미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집에 돌아가는 건, 일단 쓰러지고 난 뒤 하렴. 저는 푸른 날개를 구현해 하늘 높이 솟구쳤습니다. 이제 미키와 완전히 같은 눈높이. 어떻게 후려쳐야 깔끔하게 사살, 아니 기절시킬 수 있을까요. 잠깐 머리를 굴리는 찰나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큭!?"

"헤에- 그걸 피해냈단 말이지."

"꽤나 하는군요."

 

벽에 막혀 부서지는 라이트블루색의 작은 맹수였던 조각들. 그 사이로 보이는, 미키의 바로 뒤에 떠 있는 여성 2인조. 이 역시 익숙한 인물이었기에, 저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시죠씨에 가나하씨까지.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건가요, 이 상황은."

 

설마했던 961 쪽의 추가증원. 아무래도, 제가 이 부끄러운 모습에서 해방되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음화 예고~

 

그런 건 없으니까, 기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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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의 뭔가 번데기 같은 걸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써버렸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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